고블린 족장
우리는 나무 위에서 고블린 녀석들이 몰려오기를 기다렸다.
마나가 바닥난 상태에서 죽어라 달렸기 때문에 현재 내 마나는 8.
고블린 족장과 싸우려면 최대한 채워놔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마나 호흡을 사용했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났다.
내 마나는 38이 되었다.
이 정도면 마법 구체 세 번.
세 번으로 족장을 처리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레벨 10이라도 놈의 등급은 보스 몬스터다.
위력과 맷집이 동 레벨 일반 몬스터보다는 월등히 높다.
하지만 마나를 더 채울 시간이 없었다.
꽈아아아악-!
놈의 그로울링 소리가 지근거리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현민 씨! 놈들이 왔어요.”
“시작하죠.”
계획했던 대로 오서희가 주머니에서 연막탄을 꺼냈다.
멀리서 고블린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한다.
“서희 씨.”
“네.”
“혹시 연막탄 몇 개나 있어요?”
“아직 10개 정도 남았어요. 왜 그러세요?”
“저 다섯 개만 좀 가져가도 될까요?”
“아, 괜찮아요.”
오서희가 주머니에서 다섯 개의 연막탄을 꺼냈다.
내게 건네주었다.
꽈아아아-!!
“현민 씨, 이제 놈들이 거의 다 왔는데.”
“좋아요. 이제 던지세요.”
슈우우욱-
펑-
크오오오? 크오오오?
연막탄이 고블린 한 가운데에서 터졌다.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연기.
고블린 전사 놈들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연기 속에서 놈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소리만 질렀다.
고블린 족장 놈의 시야는 차단되지 않았다.
덩치가 큰 녀석은 피어오른 연기 바깥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서희 씨는 여기서 기다리세요. 혹시나 위험한 일이 있으면 이걸 사용하세요.”
나는 오서희에게 페로몬 향수를 하나 건넸다.
“이건··· 고블린 페로몬 향수네요.”
“아시는군요? 그러면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도 아시겠죠?”
“네.”
“좋아요. 이제 제가 내려가서 고블린 족장의 어그로를 끌게요. 재호 씨는 연막이 걷히자마자 내려가서 고블린 전사 놈들의 어그로를 끌어주세요.”
“네, 알겠어요.”
드디어 때가 왔다.
나는 나무에서 잽싸게 내려왔다.
꽈아아아악-!
족장 놈이 나를 발견하고 포효했다.
이제껏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잔뜩 약이 올랐는지 두 눈이 충혈되어 있다.
꽈아아아아!!
한 번 더 강렬하게 포효한 뒤 내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좋아 어그로 끄는 것은 성공.
나는 부리나케 도망가기 시작했다.
육중한 비계를 출렁거리며 놈이 쫓아왔다.
다행히 연막탄에 가려 고블린 전사 놈들의 어그로는 한 마리도 끌지 않았다.
예상대로 됐다.
1대1 상황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금만 더 멀어지자.
오재호가 어그로 끈 고블린 전사들과 마주치지 않게.
내가 어느 정도 멀어진 것 같자 오재호도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슬슬 고블린 전사를 몰고 다니려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꽈아아아아악-!!
놈의 포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이제 화가 날 대로 난 것 같다.
휴··· 나도 이제 계속해서 달리는 건 무리다.
이쯤하면 되겠지.
제대로 상대해줘야지.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놈도 한참 동안 달리느라 체력이 좀 달렸는지 움직임이 둔해보였다.
지이이잉-
나는 마법 구체를 시전했다.
스태프 위로 구체가 완성되자마자 놈에게 구체를 날렸다.
슈우우우욱-
퍼어어엉-!
꽈아아아-
구체가 정확히 놈의 배때기 위에서 폭발했다.
만날 도망만 다니던 내가 처음으로 반격했으니 놈도 좀 당황한 것 같다.
배때기에 상흔이 여럿 생기긴 했다.
그러나 저 정도면 심대한 타격은 아니다.
이런. 이러면 세 번의 마법 구체로는 절대 못 끝내고···.
어쩌면 마나를 풀로 채우고 덤벼야할 수도 있겠는데.
싸움이 좀 길어질 것 같다.
최대한 약점을 노리는 식으로 싸워야겠다.
꽈아아아악-!
잠시 멈칫했던 놈이 다시 육중한 몸을 흩날리며 달려왔다.
다시 한 번 마법 구체를 시전했다.
나는 타격 목표를 변경했다.
배때기를 노리는 것은 악수다.
놈의 비계 때문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 힘들다.
나는 놈의 왼쪽 다리를 겨냥하였다.
딱 봐도 놈의 체형은 불균형의 극치였다.
짧고 뭉툭한 다리가 거대한 상체를 지지하는 꼴이었다.
저런 다리를 갖고 저 정도 속도로 뛰는 게 대단할 지경이다.
그러니 다리에 타격을 줄 수만 있다면···.
놈은 균형을 잃고 무너질 것이다.
원래 비만인 사람은 무릎 관절이 안 좋다지?
슈우우우욱-!
퍼어어엉-!
좋았어. 명중이다.
정확히 놈의 무르팍에 구체가 꽂혔다.
자그마한 고블린에 비해 워낙 덩치가 커서, 폭발반경이 제법 되는데도 무릎밖에 피해를 못 주는 게 한이다.
꾸애애애액-
놈이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부터 다른 걸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나보군.
놈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속도가 좀 느려졌다.
왼쪽 다리를 살짝 절었다.
슈우우욱-
다시 한 번 구체를 날렸다.
이번에도 역시 목표는 같다.
모름지기 때린 데 또 때려야 제 맛 아니겠나.
퍼어어엉-
놈의 왼쪽 무릎에서 구체가 터졌다.
꾸애애애애애액-
비명 소리가 한층 강해졌다.
좋아 좋아. 순조롭군.
[‘마법 구체’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구체의 파워와 이동거리, 폭발반경이 증가합니다.]
오! 방금 숙련도 100%을 찍었나보군.
마침 잘됐다.
고블린 족장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겠어.
마나를 다 쓴 나는 놈을 향해 연막탄을 던졌다.
꽈아아아?
놈의 시야가 회색빛 연기에 완전히 가려졌다.
그 틈을 타 가까운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일단 레벨업한 스킬부터 확인해야지.
[마법 구체]
- 레벨 : 2/10
- 서클 : 1
- 숙련도 : 0/100%
- 마나 : 15
- 효과 : 마력의 기운을 모아 구체를 발사합니다. 마력에 비례하여 구체의 파워가 증가합니다. 스킬레벨에 비례하여 구체의 파워, 이동거리, 폭발반경이 증가합니다.
젠장. 레벨업한 건 좋은데···.
소모 마나가 15가 됐다.
이러면 지금 최대 마나가 118이니까.
마나가 풀로 있을 때 일곱 번밖에 쓸 수가 없다.
11번에서 7번이라···.
이거 노답이잖아?
그만큼 세지긴 했으면 좋겠는데.
새삼 마나통이 엄청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초반에 집중력에 몰빵하길 잘했어.
꽈아아아-?
참,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아까 보니까 연막탄을 한 번 쓰면 5분 정도 유지가 되는 것 같았다.
내게는 다섯 개의 연막탄이 있다.
대략 25분 정도는 시간을 끌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동안 최대한 마나 호흡을 할 생각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나 호흡을 사용했다.
퍼어엉-
연막이 걷힐 때마다 다시 한 번 연막탄을 던져주었다.
놈은 고통스러운 다리를 붙잡고 연막탄 안에서 헤매었다.
멍청한 고블린이라 좋다.
시야가 없으니 연막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다.
이거 무슨 천연 우리구먼?
20분이 흘렀다.
됐다. 마나가 68이 되었다.
윽. 레벨업 전이면 여섯 번 쓰는 건데.
지금은 네 번 밖에 못 쓰네.
꽈아아아아-!
연막이 걷혔다.
놈은 한껏 짜증을 내며 주위를 살폈다.
나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놈이 나를 보고 울부짖었다.
네 녀석 이제까지 날 잘도 갖고 놀았겠다.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를 향해 달릴 준비를 했다.
커다란 도끼를 공중에서 휘둘렀다.
자, 그러면 레벨 2짜리 마법 구체를 시험해볼까?
지이이잉-
오호. 레벨 2가 되어서 그런지, 구체 크기도 좀 커지는데?
이래서 폭발 반경도 늘어나는 건가.
슈우우우욱-
역시나 놈의 왼쪽 무르팍을 향해 구체를 날렸다.
쾌속으로 구체가 날아갔다.
정확하게 무르팍에 꽂혔다.
퍼어어어엉-
꾸애애애애액!!!
이야. 확실히 폭발 반경이 늘어났다.
구체는 왼쪽 무릎뿐만 아니라 놈의 널따란 허벅지에까지 큰 타격을 주었다.
게다가 파워도 증가한 게 분명했다.
놈의 왼쪽 무릎은 완전히 불능상태가 되었다.
살집이 터지고, 근육이 끊어졌으며 놈의 검은 색 뼈가 드러났다.
이제 놈의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후후··· 이러면 더 고귀하게 요리해줄 수 있겠네.
퍼어어엉-
이번엔 목표를 변경했다.
족장 녀석의 상판 떼기에다 구체를 먹여주었다.
꽤애애애애애!
녀석의 얼굴이 초록색 핏물로 뒤덮였다.
살갗이 완전히 타버렸다.
더 크게 소리 질러!
퍼어어억- 꽤애애애애!
퍼어어억- 꽤애애애애!
남은 두 번의 마법 구체 역시 놈의 상판으로 날아갔다.
놈은 아무것도 못하고 소리만 질러댔다.
꽈아아아···
결국 놈의 모가지는 처참하게 꺾여버렸다.
망나나의 검이 한 번 베고 지나간 듯 목이 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녀석의 낯가죽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고블린이 아니라 오크를 잡았노라 속여도 될 정도다.
동시에 놈의 몸뚱어리도 풀썩 주저앉았다.
쿵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잡았다 요놈.
놈의 시체 사이로 막대한 양의 고블린 코인이 떨어졌다.
동시에 메시지들이 머릿속에 들이쳤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보스 몬스터 고블린 족장이 사망하였습니다. 던전 폭발이 종료됩니다. 폭발 진정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추가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던전 폭발이 종료되었습니다. 던전 소멸까지 1시간 30분 남았습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