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데오
꾸르르르르-
녀석이 우악스런 집게발을 딱딱 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뒷다리를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또 내게 달려들겠다는 의미.
나는 몸에 잔뜩 힘을 주며 녀석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꾸르르르르!
전갈이 여섯 다리를 놀리며 내게 돌격했다.
엄청난 스피드.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지금이다.’
전갈이 어느 정도 사정권 안에 왔을 때, 비로소 나는 몸을 피했다.
콰과과과광!
꾸르르르르!
전갈의 집게발이 동굴 벽에 제대로 박혔다.
됐다. 정확히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됐다.
녀석은 동굴 벽에 박힌 집게발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 틈을 노렸다.
나는 얼른 녀석의 등 위로 점프하여 올라갔다.
꾸르르르르!
올라타자마자 녀석은 꼬리를 움직거리며 나를 공격하려했다.
그러나 이미 녀석의 독침은 제거된 후이다.
독침이 없는 꼬리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마음대로 휘둘러봐라.
내가 눈 하나 꿈쩍하나.
쿠과과과광!
한참 몸부림치던 녀석이 드디어 집게발을 동굴 벽에서 뽑아냈다.
이제 그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녀석은 집게발을 휘둘렀다.
등 위에 있는 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집게발은 너무나 크고 짧았다.
등에 녀석의 공격이 전혀 닿지 않았다.
그러자 놈은 발광하기 시작했다.
나를 떨어뜨리려고 넓은 공간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미친 듯한 속도.
녀석의 등 위에 있으니 훨씬 실감이 났다.
나는 차마 마법 구체를 시전하기가 어려웠다.
녀석의 껍질을 붙잡고 중심을 잡는 데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었기 때문이다.
꾸르르르르르!!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 간헐적으로 몸을 흔들었다.
나는 로데오를 하는 투우사가 된 듯 전갈의 등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조금 숨통이 트일 만하면 다시 흔들어댔다.
‘으으윽··· 멀미 나.’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머리가 핑그르르 돌았다.
이대로라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저 어마 무시한 집게발에 짓이겨지겠지.
이 기분은 마치 오늘 부산역에서 총알택시를 탔던 그때의 기분이었다.
정확히 그때와 같았다.
무자비한 속력과 곡선주행.
사정없는 드리프트.
‘그래, 그때를 떠올려보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니 정신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총알택시도 견뎌냈는데, 이까짓 로데오 따위 별 거 있겠어?
그때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내가 어떻게 그 무자비한 주행에서 적응했는가를 생각했다.
차츰 흔들림에 익숙해졌다.
모든 것이 내게 정상으로 다가왔다.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종국에 나는 전갈 녀석의 등껍질 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조차 있었다.
스태프를 들어올렸다.
마법 구체를 형성했다.
어디 맛 좀 봐라.
퍼어어어어엉-
등껍질과 등껍질 사이.
그 사이로 드러난 노란 속살.
나는 그 틈에 정확하게 구체를 때려 박았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구체가 파고들었다.
워낙 근거리에서 쏘았기에 혹여 내가 피해를 입을까봐 재빨리 마력 방어를 시전했다.
꾸애애애애액-
녀석이 비명소리를 질렀다.
몸이 잠깐 경직되었다.
‘이때를 놓칠쏘냐.’
연달아 마법 구체를 형성했다.
이번에도 역시 노란 속살을 향해 한 방을 먹여주었다.
퍼어어어어엉-
꾸애애애애애애액!!
녀석의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맹렬히 움직이던 녀석의 속력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비실비실하게 걸으며 죽음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잘 가시오.’
퍼어어어어엉-
마지막 한 방과 함께 녀석은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많은 양의 코인이 떨어졌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그래, 이런 놈을 잡았으니 레벨업이라는 보상이 있어야지.
고맙습니다, 택시 아저씨!
아저씨 덕분에 녀석을 잡을 수 있었어요.
후··· 긴장이 풀리니까 온몸에 힘이 빠진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녀석의 쪼개진 살갗 사이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마법구슬이다.’
마법구슬이 틀림없었다.
망설임 없이 낚아챘다.
시스템 퀘스트창을 확인하니 달성도가 기록되었다.
3개 중에 1개를 획득하였다고 메시지가 변경되었다.
‘아니 잠깐만. 그러면 이런 녀석을 두 마리나 더 잡아야 되는 거야?’
미친 것 같다.
마법구슬 모으는 퀘스트라 그래서 만만히 봤는데.
아니 이 정도면 A난이도 맞아?
S난이도라고 해도 할 말 없을 것 같은데.
차라리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다.
무자비하다.
마법사라는 클래스가 강력한 만큼, 진급 시험도 어렵다.
이 정도 난이도면 애초에 레벨 30때 깰 수 있게 설계된 게 아니다.
당장 진급 시험 도중에 내 레벨이 1이 오를 정도면.
이 외에 더 할 말이 있을까?
‘어쩌겠냐. 일단 깨야지 뭐.’
나는 코인을 수거하고 첫 번째 동굴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후, 다 모았다.’
세 번째 동굴 끝에 있던 대형 전갈이 목숨을 잃었다.
찢겨진 놈의 몸체로부터 마법구슬이 떠올랐다.
그것을 쥐어드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진급 시험에 통과하셨습니다. 당신은 2서클 마법사가 되셨습니다.]
[자라투스트라가 당신에게 새로운 스킬창과 스킬들을 선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킬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라투스트라가 당신에게 2서클 스킬북을 선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킬북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태창을 열었다.
[이현민]
- 레벨 : 31
- 클래스 : 마법사
- 서클 : 2
- 존재 등급 : 생도
- 마나 : 20/2000
- 능력치 : 힘(10), 민첩(10), 마력(71+20), 집중력(45+25)
만세! 2서클 마법사가 되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다른 마법도 배울 수 있겠지, 기분 좋다.
더욱 강력한 공격마법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흐흐흐.
‘엇, 그런데 시간이···.’
퀘스트를 깨느라 무아지경으로 돌아다녔더니 어느덧 퇴장 시간이 가까워졌다.
여기서 입구까지는 꽤 먼데.
이제껏 쌓아올린 게 도루묵이 되지 않으려면 얼른 달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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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 한 번.’
무사히 던전에서 빠져나온 나는 벤치에 앉았다.
새로 획득한 스킬을 확인하려고 스킬창을 불러왔다.
첫 번째로 확인한 스킬은 바로 이것이었다.
[불 속성 부여]
- 레벨 : 1/3
- 서클 : 2
- 숙련도 : 0/100%
- 마나 : 50
- 효과 : 일정시간 동안 무 속성 공격 마법에 불 속성을 부여합니다. 불에 약한 몬스터에게 파워가 1.5배 증가합니다. 스킬레벨에 비례하여 지속시간과 효력이 증가합니다.
오! 드디어 속성 마법이 생기는 건가.
‘속성 부여’ 스킬은 무 속성 마법에다가 속성을 부여하네.
지금은 마법 구체밖에 스킬이 없으니.
2서클까지도 주력 공격 스킬은 마법 구체란 뜻인가···.
그래서 스킬 레벨이 5가 아니라 10까지 있었나보다.
어쨌든 속성에 따라 추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네.
이러면 효율적인 사냥이 가능하겠어.
‘불 속성 부여’말고도 다른 속성 부여 스킬이 있었다.
[얼음 속성 부여]
[독 속성 부여]
[번개 속성 부여]
모두 공격스킬에 부여하는 속성의 종류만 달랐을 뿐 효과는 똑같았다.
반대 상성 몬스터에게 추가 데미지를 주었다.
‘다른 스킬은 없나.’
스킬창을 넘겼다.
[신성한 마나 호흡]
- 레벨 : 1/5
- 서클 : 2
- 습득 조건 : 마나 호흡 레벨 5
- 숙련도 : 0/100%
- 효과 : 정신을 집중하여 소모한 마나를 회복합니다. 마나를 호흡하는 도중에는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집중력에 비례하여 호흡 시간당 마나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스킬 레벨에 비례하여 호흡 시간당 마나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아싸.
안 그래도 요즘 마나통에 비해 마나 호흡 회복량이 너무 적어서 고민했는데.
이거면 충분하겠다.
심지어 집중력 비례로 마나 회복량이 증가하니까 더 좋군.
[순간 이동]
- 레벨 : 1/5
- 서클 : 2
- 숙련도 : 0/100%
- 마나 : 30
- 효과 : 정신을 집중하여 일정 거리 안의 위치로 순간 이동합니다. 스킬 레벨에 비례하여 순간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증가합니다.
이번엔 방어 스킬이 아니라 회피 스킬이군.
나쁘지 않다.
이것만 있으면 거리를 벌리는 것도 훨씬 유용하겠어.
더더욱 고귀한 싸움을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공격 스킬은 새로운 게 하나도 없네.’
2서클이라고 해서 갑자기 세질 줄 알았는데.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스킬북창을 열었다.
‘오! 역시 이런 게 있어야지!’
스킬북창에는 내가 원하는 스킬들이 예견되어 있었다.
새로운 공격스킬들이 잔뜩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속성을 지닌 공격이었다.
어떤 종류라도 ‘속성 부여’ 스킬을 마스터한 경우에만 퀘스트를 통해 습득할 수 있었다.
[익스플로젼]은 불.
[아이스 브레스]는 얼음.
[독 구름]은 독.
[번개 창]은 번개 속성 부여를 마스터했을 때의 상위 스킬이었다.
‘흠, 뭘 배워야 좋을까?’
어느 것이 나을지는 알 수 없었다.
각 스킬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필요한 속성 부여 스킬이 무엇일지도 알 수 없었다.
차근차근 생각해봐야겠다.
“어서 오세요.”
2서클 스킬의 관람을 마친 나는 관리소로 들어갔다.
“요즘 전갈 코인 시세가 궁금해서 들렀습니다.”
“개당 55000원이요. 이게 별로 쓸데가 없어서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중이에요.”
흠, 역시나 아직 레시피가 발견되지 않았나보군.
이러면 나야 좋지.
“정산하실 건가요?”
“아니요. 그보다 전갈 코인을 구매하고 싶은데요.”
“아, 그러세요?”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
“···네? 진심이에요?”
“네.”
직원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원래 앞서 나가는 사람은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법이지.
개의치 않는다.
“던전 자체도 별로 인기가 없어서 양이 그다지 많진 않아요. 오늘 들어온 것만 한 80여 개 정도?”
뭐야. 진짜 거의 없네.
내가 오늘 혼자서 벌어들인 것만 100개쯤 되는데.
이거 매입해서 시세차익을 노리느니 내가 직접 던전 뛰어서 채굴하는 게 빠르겠네.
“일단 그거라도 주세요.”
“알겠습니다.”
계산을 끝내고 코인을 받았다.
아공간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놓았다.
후후, 기다려라 코인들아.
곧 대떡상의 시대가 올 테니.
가즈아-!!!
- 작가의말
상쾌한 기분으로 돌아왔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틀 글 안올리겠다고 한 동안 노트북이 운명했습니다!
다행히 일부는 백업을 해놔서 글을 살렸는데... 일부는... 하드에서 추출해야하네요.. 크흡...ㅠㅠ
백업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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