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
상급 도마뱀 마법사를 처치한 후.
최 부장님은 자신들의 동료와 함께 발길을 옮겼다.
나는 그들로부터 멀어져 다시 사냥을 했다.
적당히 돌고 나서 입구로 돌아갔다.
빛나는 돌조각을 따라서 걸어갔다.
한참을 들어왔기에 나가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입구에서 부장님 팀을 다시 만났다.
다행히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입구로 돌아왔다.
좀 걱정했는데.
부장님 빼고는 다 나름 하는 헌터인가보다.
그러나 다들 몸이 성해보이지는 않았다.
도마뱀 녀석들의 마법에 제법 당한 것 같았다.
한 군데씩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휴, 힘들다. 다들 고생했어요. 오늘도 즐거운 사냥이었어요.”
“네, 맞아요. 레벨업도 해서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기영 님, 다친 건 괜찮아요?”
“모르겠어요···. 이러다 내일 움직일 수 있으려나···.”
“포션 있는 사람 없어요?”
“저희 모두 다 마셔가지고··· 이제 아무것도 안 남아 있어요.”
“저런··· 빨리 치료해야 후유증이 없을 텐데···.”
그들의 말이 맞다.
몬스터에게서 다친 상처는 치유 포션으로 치료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일정 시간 이내에나 큰 효력을 발휘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포션으로는 치료가 안 된다.
그 이후로는 정말 물리적인 치료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항상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처에 공허의 힘이 강하게 깃들어서 현대 의학의 의술로 치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최선은 다쳤을 때 바로 치유 포션을 마시는 것.
아니면 주술사의 버프를 받거나.
“혹시 포션 필요하세요? 제게 한 병 있는데. 필요하면 한 병 드릴게요.”
나는 그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사실 이제 퇴장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나가기만 하면 관리소에서 포션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구태여 오지랖을 부리는 이유가 있다.
오서희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요?”
“네. 여기요.”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냈다.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던졌다.
“말 그대로 딱 한 병이네요. 한 명밖에 마시지 못하겠어요. 누가 마실래요?”
“아, 그거 좋은 거예요. 한 모금씩 돌려 마시는 걸로 충분할 거예요.”
“네? 그게 가능한가요?”
“등급 확인해보세요.”
그는 아이템 시스템을 활용하여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했다.
두 눈을 끔벅거렸다.
아마 A급이라는 걸 알고 놀란 탓이겠지.
그는 뚜껑을 열더니, 내가 시킨 대로 한 모금 마셨다.
몸속 깊은 곳부터 치유의 기운이 퍼져갔다.
“오! 진짜네. 효과 만점인 걸? 자, 어서 조금씩 드셔보세요.”
그들은 마치 성수를 마시듯 포션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들 조금 마시더니 감탄사를 뱉었다.
A등급 포션의 위력을 직접 영접하는 순간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말끔하게 치료했네요.”
“뭘요. 같은 헌터끼리 돕고 살아야죠.”
“그런데 이런 좋은 물건은 어디서 구한 거죠? 초급 중에선 A등급 치유 포션은 정말 처음 봅니다.”
나이스.
그렇게 나오셔야지.
내가 기다리던 질문이 드디어 나왔다.
나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을 이었다.
“흠흠, 헌터 자유시장이라고 아세요?”
“그럼요. 그냥 허접한 연금술사랑 대장장이들이 모여서 물건 파는 데 아닌가요?”
“그런 편견 때문에 항상 사람들은 보석을 놓치곤 하죠.”
“그렇단 말씀은···?”
“헌터 자유시장 A14구역에 가면 이런 좋은 물건을 파는 곳이 있죠. 한 번 구경해보시겠어요? 원하면 데려다 드릴게요.”
“흐음··· 좋습니다. 오늘 다 같이 쇼핑이나 할까요? 어때요?”
무리의 우두머리가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저··· 죄송한데 저는 그냥··· 집에 가보겠습니다.”
최민철 부장님이다.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멘탈이 나갈 만도 하다.
쇼핑이고 나발이고 그냥 집에 들어가서 눕고 싶을 것이다.
아니면 펑펑 울거나.
“흠. 네, 그러세요.”
우두머리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불쌍하네요, 부장님.
부장님은 그냥 헌터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네요.
지금이라도 빨리 때려치우시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지도...
지이이이잉-
이내 던전 입구가 개방되었다.
어두컴컴한 동굴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우리는 눈이 부셔서 차마 입구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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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야!”
우리들은 헌터 자유시장으로 들어왔다.
나는 오서희가 있는 좌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최 부장네 팀 사람들은 내가 손을 흔드는 방향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오서희가 나를 발견하고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엇, 현민 오빠! 던전 돌고 왔어요?”
“자, 여기입니다. 다들 한 번 구경해보세요.”
모두들 흥미로운 표정으로 좌판을 바라보았다.
물건을 하나씩 집어보기 시작했다.
“오! 이것 봐. 이게 이 분이 마시던 치유 포션이네. 무려 A등급이야.”
“이것도 봐봐. 이것도 A등급이야.”
“미치겠네. 여기 A등급이 아닌 물건이 없잖아?”
모두들 한 마디씩 감탄사를 내뱉었다.
A등급 물건의 향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흐흐, 저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다 기분이 좋군.
“현민 오빠, 이 사람들 도대체 누구에요?”
“던전에서 만난 사람들이야. 네가 만든 포션을 보여주니까 엄청 좋아하더라고. 어디서 샀냐고 그러기에 내가 데려왔지.”
“어머, 진짜요?”
“저기, 사장님. 이거 포션 얼마에요?”
한 사람이 포션 다섯 개를 들고는 오서희에게 말했다.
“개당 10만 원이에요.”
“미쳤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사장님, 우리 여기 있는 포션 다 사가도 돼요?”
“···전부 다요?”
“네. 전부 다 줘요.”
“지금 남은 게 총 30개인데 다 사가시게요?”
“나 장난치고 그러는 사람 아니에요. 다 줘요.”
“가···감사합니다. 포장해드릴게요!”
오서희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원. 좀 뿌듯하네.
완벽한 윈윈이다.
최 부장네 팀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해서 좋고.
오서희는 파리만 날리다 대박을 쳐서 좋고.
최 부장네 팀 사람들은 포션 외에도 물건을 이것저것 다량 구입했다.
좌판에 놓여있던 상당량의 물건들이 모두 팔려나갔다.
“사장님, 진짜 물건 잘 만드시네요. 어떻게 A등급 아닌 게 없어요?”
“헤헤··· 감사합니다.”
“여기서 계속 장사하실 거죠?”
“아, 네. 당분간은요.”
“저희 팀에서 종종 들릴게요. 저희가 단골 할 테니까 잘 부탁드려요.”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서희는 연신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잠시 후, 그들은 한 아름 물건을 안고 좌판을 떠났다.
그들을 보고 자유시장을 돌던 많은 손님들이 오서희네 좌판 앞으로 다가왔다.
그들도 하나같이 물건들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도 저마다 물건들을 구입해갔다.
어느덧 좌판이 휑할 정도로 물건이 거의 남지 않았다.
“우와··· 너무 감격적이에요. 물건이 이렇게까지 팔린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사람들이 네 진가를 알아보는 거지. 물건이 이렇게 좋은데 안 사가는 게 말이 되나?”
“현민 오빠, 정말 고마워요···. 저렇게 사람들을 데려와준 덕분에 오늘 대박쳤네요.”
오서희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멋쩍게 웃었다.
“정말 감사해요···.”
에고, 이러다 진짜 울겠네.
화제를 전환해야겠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아 참. 이거 받아. 네가 부탁한 거야.”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를 꺼내어 바닥에 쏟았다.
총 40개의 꼬리다.
“게다가 이건 덤.”
마지막으로 상급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도 건네주었다.
오서희의 표정이 급변했다.
울음기가 가시고 미소가 떠올랐다.
“오! 이건 뭐죠? 상급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 이런 강한 몬스터를 잡아 오실 줄은 몰랐는데. 역시 현민 오빠는 세다니깐. 아무튼 고마워요. 얼마 드리면 될까요?”
“도마뱀 꼬리는 개당 3만원, 상급 도마뱀 꼬리는 개당 5만원이 시세던데. 너는 그냥 2만원하고 4만원에 가져가라.”
“고마워요! 잘 쓸게요.”
“근데 어디다 쓰려고 구해오라는 거야? 이런 거 관리소에서 잘 사주려고도 하지 않던데. 별로 쓸모가 없나보더라고.”
“쓸모없는 재료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다들 몰라서 하는 소리죠. 포션 하나 새로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레시피에다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가 들어가면 참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
“네. 마나 흡수율을 높이는 블루 포션을 만들려고 해요. 근데 이게 이온화가 잘 되는 물질이 많이 들어가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온화가 잘 되는 물질은 마나 흡수율이 강하고, 또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는 마나 순환을 돕는 효과가 있어서···.”
으악!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신나서 줄줄 읊어대는데 한 마디도 알아듣기 힘들다.
요점은 바로 이거다.
블루 포션을 제작하는데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가 재료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에 알맞은 것 같다.
이거를 넣으면 더 좋은 물건이 나올 거다.
역시 최고대학 화공과의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구나.
“참, 이제 물건도 거의 다 팔아서 좌판 접으려고 하는데.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서 오늘 저녁 먹고 가요. 오늘 번 돈으로 맛있는 거 먹으려고 하는데. 재호 오빠 얼굴도 보고, 어때요? 블루 포션 만드는 것도 보여드릴 게요.”
“그럴까? 좋아. 안 그래도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아싸! 얼른 오빠한테 연락해야겠다.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기대하세요, 흐흐흐.”
오서희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잠시 후 좌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들을 각자 상자에 넣었다.
나도 옆에서 물건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남은 물건이 얼마 없었기에 금세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는 곧장 물건을 들고 오서희와 오재호의 집으로 향했다.
‘뭐야, 우리 집이랑 별반 다를 게 없네···.’
그의 집은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집의 외양이나 내부나 가릴 것 없이 낡고 초라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낫지는 않았다.
확실히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 후, 오재호도 집에 도착했다.
곧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오서희는 오늘 번 돈을 갖고 닭볶음탕을 했다.
으음··· 맛이 끝내주었다.
요리에도 소질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오재호와 나는 연신 감탄하며 음식을 흡입했다.
“으아! 잘 먹었다. 너무 맛있는데? 너 음식점 해보는 건 어때?”
“흐흐흐··· 그러지 마세요. 제겐 아직 꿈이 있어요. 이제 블루 포션 만들려고 하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
“오! 그래. 궁금하다.”
오서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별달리 작업실은 없었다.
부엌이 곧 그의 작업실이었다.
그는 가스레인지에다가 커다란 솥을 올렸다.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끓자마자 각종 재료를 넣었다.
보자··· 쑥도 있고 감초도 있고.
올림포스 지역에서 채취할 수 있는 천성나무 이파리도 있네.
그 외에도 이상한 재료를 많이 넣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준 도마뱀 마법사의 꼬리를 넣었다.
그리고는 ‘기초 연금술’ 스킬을 사용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 완성됐어요. 이제 이걸 일정한 비율로 담기만 하면 돼요.”
국자로 국물을 떠서 여러 병에다 나누어 담았다.
들어간 재료는 이상했지만 청아한 색깔의 파란 국물이 되었다.
말 그대로 블루 포션이었다.
“재호 오빠, 먼저 한 번 봐봐. 좋은 작품이 나왔는지.”
오서희의 말에 따라 오재호가 아이템을 확인했다.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서희야, 대박인데? 너는 진짜··· 와···. 현민아, 너도 한 번 봐봐.”
오재호한테서 아이템을 건네받았다.
시스템을 확인했다.
미친.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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