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사 아니었어?
나는 오늘 획득한 물건을 정산하기 위해 곧바로 관리소로 갔다.
아쉽게도 코인과 반지 말고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마법 구체의 폭발력 때문에 고블린 가죽도 얻지 못했다.
살이 너무 물렁해서 그냥 터져버렸다.
주머니에 있는 코인의 개수를 세었다.
총 53개다.
이렇게 많이 얻을 줄은 몰랐는데.
기분이 좋다.
“어서 오세요.”
직원 하나가 내게 인사했다.
관리소 안에는 이미 전진 길드 수습 팀의 정산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번 볼까.
어깨 너머로 훔쳐보니 총 코인의 개수가 30개 정도 되어보였다.
물론 팀을 합쳐서 30개다.
그러니까 나누면 한 사람에게 떨어지는 몫은 더욱 적어진다.
그러나 나는 사정이 다르지.
“정산해주세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코인을 모두 꺼냈다.
직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뀐다.
이 많은 걸 어떻게 모아왔지 하는 표정이다.
“아···알겠습니다.”
직원이 코인 개수를 세기 시작한다.
그때 주위에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 사람? 고블린 코인이 엄청 많은데···?”
“그렇다면 혼자서 저 많은 고블린을 잡은 거야?”
“훔쳤을 리도 없잖아. 같이 들어간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고. 근데 애초에 주술사가 저렇게 혼자서 사냥하는 게 가능해?”
“그럴 리 없어. 그냥 어디서 주워서 모은 것까지 다 털어서 바꾸는 거겠지. 설마.”
그렇게 전진 길드의 멤버들이 웅성거릴 동안 직원이 개수를 모두 세었다.
“총 53개네요. 고블린 코인 현재 시세는 개당 10000원이니 53만원 되겠습니다.”
오호, 이 정도면 시세 괜찮은데?
생각보다 쏠쏠하군.
총 개수를 듣고 모든 멤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자기네 팀이 힘을 합쳐서 잡은 고블린이 총 30마리였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들은 팀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심지어 그 금액을 나눠서 할당받아야했다.
그렇게 따지면 벌어들이는 돈은 저녁 먹고 술 한 잔 할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된다.
또 다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직원이 내게 정산한 금액을 현금으로 내밀었다.
역시 첫 사냥금은 현금으로 받아야 제 맛이지.
엄마가 좋아하시겠네.
“저기···.”
아까 그 왕초 헌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역시나 당황을 금치 못하는 표정.
“무슨 일이시죠?”
“혹시 주술사 맞으세요? 레벨도 1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코인을···.”
“주술사 맞아요. 레벨은 사냥하다가 올랐고요. 코인은 황금 고블린을 잡아서 꽤 벌었죠.”
“역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이지만 더 이상 내게 묻지는 않았다.
나는 그에게 인사하고 등을 돌렸다.
이제 이곳에서 더 이상 볼 일은 없다.
그때 나는 그가 무심코 흘린 혼잣말을 들었다.
“그런데 황금 고블린을 잡았다고 해도 스무 개에서 서른 개 남짓일 텐데···.”
그의 목소리에서 혼란스런 감정이 드러났다.
그의 말이 맞았다.
황금 고블린을 잡고 얻은 코인은 30개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23마리는 혼자서 때려잡았다는 소리다.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테지.
갓 각성한 아무것도 모르는 레벨 1 헌터가,
그것도 주술사 클래스인 헌터가 23마리를 혼자 잡았다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가만 보자. 이 정도면 오늘 던전 한 탕 더 뛸 수도 있겠는데?’
원래 오늘은 마법사라는 클래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탐색전 겸 가볍게 던전을 돌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클래스라는 걸 알았다.
운도 따랐다.
황금 고블린도 잡아서 성장도 빠르게 했다.
사냥하면서 몸을 거칠게 쓰지도 않았다.
고귀하게 원거리서 던져댔을 뿐이다.
그러니 체력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
한 탕 더 해볼까.
어차피 성장은 빠를수록 좋다.
‘몇 시 타임이 또 있으려나.’
휴대폰을 열고 이곳 던전의 예약 현황표를 확인했다.
뭐야, 꽉 차있네.
에라이.
근처 다른 던전도 한 번 볼까?
쩝··· 역시나군.
역시 레벨 1 던전은 경쟁이 치열하다니까···.
하루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꽉 차버리는군.
게다가 오늘은 주말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지.
마나 명상이나 해야겠다.
“다녀왔습니다.”
“아이고, 현민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보다시피 괜찮아요. 봐봐, 멀쩡하죠?”
엄마는 내 전신을 슥 훑어보았다.
정말 멀쩡하다.
다친 데가 전혀 없다.
얼굴도 깨끗하다.
흙먼지 하나 들러붙어있지 않다.
옷가지도 찢어진 곳이 없다.
이 정도면 회사를 갔다 왔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그래, 다행이다. 점심 먹을 거지?”
“네. 참 엄마.”
“왜?”
“이거···.”
나는 품에서 두둑한 돈 봉투를 꺼냈다.
엄마의 눈빛이 달라졌다.
깜짝 놀란 표정이다.
기대에 잔뜩 부풀어서 내게 말한다.
“이거 뭐니? 오늘 네가 번 거야?”
“네. 오늘 수입이에요.”
“왜 이렇게 두둑한 거야? 처음 헌터 됐을 때는 얼마 못 번다고 하던데. 설마 이거 다 천 원짜리는 아니지?”
“흐흐··· 확인해 봐요.”
엄마가 돈 봉투를 열었다.
확인하자마자 환한 표정으로 웃는다.
입 꼬리가 귀까지 걸린다.
“어머! 이게 다 얼마야! 하나 둘 셋··· 50만 원 정도 되네?”
“에헴, 오늘 저녁에는 한우나 먹을까요? 어때?”
“아이고 현민아. 어떻게 이렇게 많이 번 거야? 처음에는 얼마 못 번다고 들었는데!”
“다 하기 나름이에요. 제가 소질이 좀 있나보죠.”
“장하다, 우리 아들. 그러면 이따 장보러 가서 소고기 사 올 테니까, 저녁 때 먹자.”
“알겠어요.”
흐흐··· 엄마가 이렇게 기뻐하니 나도 좋네.
앞으로도 열심히 던전 돌아야겠다.
얼른 성장해서 회귀 전보다 더 빨리 팔자 피게 만들어 드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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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현민]
- 레벨 : 3
- 클래스 : 마법사
- 서클 : 1
- 존재 등급 : 생도
- 마나 : 110/110
- 능력치 : 힘(10), 민첩(10), 마력(11), 집중력(17+5)
휴··· 겨우 마나 110을 달성했다.
어제 점심 먹고 나서 세 시간 동안 마나 명상을 진행했다.
집중력이 22가 되니까 세 시간 동안 마나가 4 증가하였다.
세 시간 하고 나니까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깐 낮잠을 잔 후, 소고기로 풍족한 저녁식사를 하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그런 뒤 저녁 때 또 세 시간 마나 명상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마나가 총 110이 되었다.
이제 마법 구체를 한 번 더 쓸 수 있다.
“오늘도 나가니?”
엄마가 아침부터 또 주섬주섬 챙기는 나를 보며 물었다.
“네, 얼른 얼른 성장해야죠. 그래야 엄마 아빠 호강시켜드리지.”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이 정도는.”
“그래. 몸조심하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끝마치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내가 향하는 곳은 역시나 고블린이 출현하는 던전이다.
그러나 저번에 갔던 던전과는 달랐다.
저번에 갔던 던전의 고블린은 모두 레벨 1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고블린은 레벨이 5이다.
무려 검도 들고 있는 놈이라 전투력도 한 단계 높았다.
그래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마법 구체의 위력을 생각하면 말이다.
나보다 높은 레벨 5짜리 고블린이라도 그 정도 파워면 충분하다.
게다가 검을 들건 말건 나에겐 하나도 상관없다.
어차피 원거리에서 던지면 된다.
“어서 오세요.”
가장 먼저 던전 관리소를 방문했다.
이름을 대고 예약을 확인받았다.
헌터 자격증을 내밀었다.
그런데 자꾸만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저기요.”
“네?”
“3레벨 주술사시네요.”
“네. 맞아요.”
“여기 출현하는 고블린들은 모두 레벨 5에요. 알고 계신가요?”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들어가시려고 하세요? 심지어 주술사이시면서. 그것도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몬스터를 잡고 성장하면서 돈을 벌기 위한 거죠.”
“···제 말은 그게 아닌데.”
“공격스킬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뭐··· 저야 안에 누가 들어가서 다치든 말든 책임 안 지니까 상관은 없는데. 알아서 하세요.”
직원이 헌터 자격증을 돌려줬다.
말이 많아.
그냥 곱게 들여보내줄 것이지.
자격증을 받고 등을 돌렸다.
나가서 시간을 기다리려고 했다.
아 맞다.
잊은 게 하나 있었다.
나는 다시 관리소 직원에게 다가갔다.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왜 그러시나요?”
“물건 하나 사려고요. 혹시 고블린 페로몬 향수 있나요?”
“고블린 페로몬 향수요? 있기야 있죠. 그런데 잘 쓰는 물건은 아닌데···.”
“괜찮아요. 5병만 주세요. 얼마죠?”
“개당 2000원이요.”
“여기요.”
나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넸다.
곧 직원은 페로몬 향수 다섯 병을 책상 위에다 올려놓았다.
좋아, 물건도 구입했으니.
이제 던전에 들어가 볼까?
시간도 거의 다 됐네.
[서울시 마포구 제11던전]
- 레벨 : 1
- 제한시간 : 3시간
- 인원제한 : 5명
이 던전은 그래도 제한시간이 세 시간은 된다.
이 정도면 마나 회복할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사냥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좋네.
게다가 같이 들어가는 사람들도 팀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서 움직이는 헌터들이었다.
레벨은 좀 되어 보인다.
레벨 5짜리 고블린이 등장하니 레벨 5보다는 높겠지.
어쨌든 좋다.
이러면 어그로도 별로 안 끌리겠지.
“자 그러면 입장하시겠습니다.”
입구를 관리하는 직원의 신호에 따라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흐흐··· 그러면 한 번 제대로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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