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속냐?
우우우어어어어!!
지박령의 손가락이 내 몸을 더듬었다.
얼른 순간이동을 썼다.
그 공간을 벗어났다.
‘저 녀석은 도대체 뭐지?’
시스템을 활용하여 미라 녀석의 정체를 파악했다.
놈은 레벨 58의 레어 몬스터인 ‘신기루 마법사’였다.
젠장!
그럼 이 모든 오아시스가 신기루였단 말인가!
정말 리얼했단 말이야.
그런데 모두 저 자식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했다니···.
촤아아아앗-
촤아아아앗-
모래를 가르고 지박령의 손이 다시 솟아나왔다.
나는 녀석의 손이 다시 내 몸을 더듬기 전에 얼른 익스플로젼을 사용했다.
동시에 순간이동을 써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콰아아아앙-
우우어어어어!
공중으로 솟아오른 불붙은 팔들이 이리저리 떨어진다.
두 개의 팔들 중 하나는 모두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신기루 마법사의 위치.
그것을 보니 더욱 짜증이 솟구쳤다.
저것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서 이곳까지 왔는데!
가짜 오아시스라니!
우우우어어어-
신기루 마법사가 든 스태프가 번쩍하고 빛났다.
‘뭐지?!’
갑자기 놈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발밑에서는 다른 지박령들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아까와 비슷한 숫자였다.
난 같은 전략을 사용하여 녀석들을 처리하고 공격을 회피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신기루 마법사의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저 자식이 지박령을 계속 소환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신기루 마법사는 소환마법을 쓰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박령이 계속해서 출현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빛이 번쩍하고 났다.
‘엇? 저긴가?’
저쪽에 신기루 마법사가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군.
오아시스도 신기루로 만들어낼 정도면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쯤 일도 아니겠지.
촤아아앗-
역시 빛은 소환 마법을 암시하는 것이 틀림없다.
지박령들의 팔이 또다시 땅 밑에서 피어올랐다.
‘본체를 노려야 할 텐데··· 안 그러면 싸움이 계속 지저분해지겠군.’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빛이 발생했던 곳으로 이동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신기루 마법사의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녀석은 나를 보고도 피하지 않았다.
우우어어어어-
녀석이 울부짖었다.
잘도 나를 속였겠다!
어디 한 번 불 맛 좀 봐라.
콰아아아아앙-
익스플로젼을 사용했다.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것은 한 줌의 모래뿐이었다.
이것조차 신기루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냥 신기루가 아니었다.
신기루를 구성하고 있던 이 모래에는 독성이 있었다.
땅으로 모래들이 떨어지자 치이익 소리를 내면서 땅이 녹아들기 시작한다.
만약 근거리에서 저 신기루를 상대했다면 끔찍한 결과가 일어났을 것이다.
펑 하고 터져버린 독성 모래를 그대로 뒤집어썼을 테니···.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아니 그러면 진짜는 뭐지? 이것 참 까다롭네···.’
번쩍-
또 한 번 공중에서 빛이 발생했다.
마찬가지로 지박령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하네!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싸우자고!
같은 마법사끼리 어?
치사하게 이러기냐?
촤아아아앗-
나는 똑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지박령을 처리하고 빛을 따라 장소를 옮겼다.
그러면 멀뚱히 나를 쳐다보는 신기루 마법사에게 불기둥을 먹여주었다.
그러나 형상은 어김없이 신기루에 불과했다.
독성 모래만이 흩뿌려지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이건 또 뭐지···?’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나는 어느 순간 주변의 공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처음 신기루 마법사를 발견했을 때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내 주변을 둘러싸는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 내가 보았던 선인장과 유사한 것이었다.
한가운데 눈이 있었고 입에선 진액이 흘렀다.
그러나 녀석들은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크기도 훨씬 컸다.
시스템을 사용해보았다.
놈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확실히 몬스터로 인식되었다.
그것도 레벨 65의 대형 선인장 괴물로···.
이게 말이 되나?
‘싸움을 지속했다간··· 저 자식들이 깨어날 텐데···.’
내 레벨은 55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저 자식들이 눈을 뜨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한 놈도 아니고 여러 마리를, 그것도 10레벨 이상 차이나는 녀석들을 잡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내가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촤아아아앗-
지박령은 여전히 불빛과 함께 무한 리젠되었다.
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도망가야겠다.’
순간이동을 썼다.
지박령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그 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 같은 선인장 바깥으로 얼른 도망쳤다.
그런데 또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모래 밑에서 거대한 손이 뻗어 나와 나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손바닥에는 거대한 외눈이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녀석의 레벨은 무려 70이었다!
70의 외눈박이 손바닥이라는 몬스터였다.
얘도 상대할 수 없다.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녀석의 뒤로 이동했다.
하지만 괴이하게도 내 눈 앞에는 또 다시 손이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점점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세상이 핑글핑글 도는 기분이었다.
손은 계속해서 나를 가로막았다.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몸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나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우우어어어어!!
그때 거대한 손이 나를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는 내 몸을 잡아들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나는 손아귀에 쥐어졌다.
아까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선인장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흉측한 눈을 부라리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움직이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레벨 65짜리 선인장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렸다.
‘끝인가···?’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채 무기력한 사색에 잠겼다.
이제껏 있었던 일이 스쳐지나간다.
회귀 전의 일부터, 회귀 후의 일까지.
회귀하고 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지막에는 신기루의 형상이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들이찼다.
선명하게 출렁거리던 맑은 물.
정말 리얼했는데.
잠깐만···?
그때 내 머릿속에 한줄기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근데··· 6레벨 던전에 진짜 레벨 65, 70짜리 몬스터가 나올 수가 있나?’
말이 될 수가 없었다.
30레벨 던전까지 돌아봤지만 그 레벨에 맞지 않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예외 없이 모두 적절한 레벨대의 몬스터가 출현했다.
던전 폭발로 인한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 다음 내 시선은 나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난 지박령들에게로 향했다.
녀석들은 끊임없이 리젠되었다.
그리고 내 공격에 의해 모두 시체가 되었다.
분명하게 두 개의 팔 중 하나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필시 신기루 마법사를 가리키는 것이겠지.
그런데 나는 여기서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나머지 한 개의 팔.
나머지 한 개의 팔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나는 눈 달린 팔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는 말은 입 달린 팔을 따라갔어야 ‘진짜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거란 이야기.
저 놈들이 ‘진짜 지박령’이었다면?
입 달린 손은 한 결 같이 같은 방향을 가리켜야했을 것이다.
이곳이 가짜였다면 ‘진짜 오아시스’는 하나니까.
그런데 지금 놈들의 팔은 어떠한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저것은 진짜 지박령일리 없다.
애초에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젠장··· 또 속았네.’
모든 것을 깨닫자 정신이 슬슬 돌아왔다.
눈앞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의심에 의해 완파된 선인장의 형체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를 옥죄어왔던 대형 손바닥도 한 줌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널브러져 있던 지박령의 시체들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든 허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내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사막 한 가운데에 꿇어 앉아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젠장. 어쩐지 어지럽더라니.
신기루 마법사의 신기루에 홀려 자살기도를 하고 있었던 게다.
얼른 내 목을 조르던 손을 떼어내었다.
켁켁 기침을 밭았다.
어찌나 세게 졸랐던지 목이 얼얼했다.
정신을 차리고 위를 올려다보니 신기루 마법사가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래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태프를 들고 익스플로젼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아앙-
신기루 마법사의 몸이 공중으로 솟았다 떨어졌다.
폭발 한 방에 녀석은 목숨을 잃었다.
사후경직과 함께 녀석의 팔이 방향을 가리켰다.
한쪽 팔은 바로 이곳을 가리켰고, 한쪽 팔은 이곳으로부터 남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남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쓰게 웃었다.
‘에라이··· 한 방에 터져버리는 허접한 놈한테 속아버리다니··· 자존심이 상하는 걸?’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지박령을 발견할 때마다 사냥해주었다.
눈 달린 손은 내가 왔던 길을 가리켰고, 입 달린 손은 진짜 오아시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참 헤매고 난 뒤, 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건··· 진짜다!’
얼른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갔다.
너무 오래 걸었기에 몸과 마음이 다 지친 상태였다.
손바닥으로 맑은 물을 퍼서 마셔보았다.
이것은 절대 신기루가 아니었다.
정말 산뜻한 물이었다.
진짜 오아시스에 도달한 것이 실감이 났다.
[번개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마즈다의 위대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당신에게 ‘번개 창’ 스킬을 선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킬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휴··· 이거 분명히 난이도 B+ 아니었냐···.
그런데 말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 갔다 왔다.
물론 내 잘못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신기루 마법사의 농간일 것이라고 예측했어야 하는데.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다 휘말려버렸다.
게다가 애초에 입 달린 손을 선택했으면.
정말 쉽게 깨는 건데 말이다.
어쨌든 나를 이 고생시켰으니 제발 좋은 스킬이길 바랍니다, 자라투스트라님!
스킬창을 열어 스킬을 확인했다.
[번개 창]
- 레벨 : 1/5
- 서클 : 2
- 습득 조건 : 번개 속성 부여 레벨 3
- 숙련도 : 0/100%
- 마나 : 60
- 효과 : 마력의 기운을 모아 특정 상대를 향해 창 모양의 번개를 날립니다. 번개에 맞은 상대의 움직임을 무효로 하고 잠시 동안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번개에 약한 몬스터에게 파워가 2배 증가합니다. 마력에 비례하여 번개의 파워가 증가합니다. 스킬 레벨에 비례하여 번개 창을 날릴 수 있는 반경, 번개의 파워, 상성 추가 데미지가 증가합니다.
오호!
이 정도면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익스플로젼과 마찬 가지로 상태 이상 효과가 있었다.
번개에 맞은 상대의 움직임을 일순간 무효.
맞추기만 한다면 스킬 하나를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거 아닌가?
게다가 추가적으로 마비효과도 있다.
이거 일대일 전투에서 너무 좋은 스킬인 것 같은데?
내 공격은 들어가고, 남 공격은 씹어버리니까!
그래 괜히 고생한 게 아니었네.
당장 다음 사냥부터 써먹어봐야지.
오늘은 피곤하니 일단 나가야겠다.
그때였다.
[마즈다의 위대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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