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냥의 시작
구어어어어-
라르고 드래곤의 덩치는 매우 컸다.
던전 입구의 크기보다도 컸다.
그래서 녀석들이 기다란 목을 완전히 내빼는 데에만 해도 한세월이 걸렸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내가 감당 못할만한 주기로 녀석들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시계를 흘끔거리며 녀석이 나오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다.
구어어어어어-!
드디어 라르고 드래곤의 목 전체가 던전 입구에서 빠져나왔다.
내 모습을 발견하곤 사납게 울었다.
한 발짝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야!
자신감 있게 발을 내딛으라고!
지옥을 맛보게 해줄 테니!
지이이잉-
라르고 드래곤의 한쪽 발이 그물망에 들어왔다.
그러자 순식간에 땅이 꺼지고 말았다.
끝을 알 수 없는 구덩이가 눈앞에서 형성되었다.
구어어어어-!!
라르고 드래곤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락 안에 빠져버렸다.
촤라라라락-
나락 안에 있던 덩굴들이 라르고 드래곤의 몸을 감싸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놈은 허둥대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현 씨, 지금이에요.”
“네, 알겠어요.”
내가 심지현에게 신호를 주자마자 심지현의 버프들이 차례로 시전되었다.
스탯의 절대 수치를 향상시켜주는 고양.
스탯의 퍼센트 수치를 향상시켜주는 사기진작.
경험치와 아이템 드랍률을 올려주는 프레이야의 축복과 자비.
모든 버프가 내 몸에 깃들었다.
브륀힐드의 증표 패시브 효과로 인해 버프의 효율이 20% 더 증가하였다.
내 몸 깊은 곳에서 힘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크르르르-!!
게다가 심지현은 브륀힐드의 늑대마저도 불러왔다.
어느덧 푸른 빛을 내며 브륀힐드의 늑대 환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녀석은 나락 안에 떨어져 몸을 추스르고 있는 라르고 드래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참 듬직한 모습이다.
구어어어어어-!
마지막으로 심지현이 사용한 스킬은 바로 탈진.
라르고 드래곤을 향해 탈진 스킬이 들어갔다.
물론 레벨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보니까 그다지 효용을 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방어력을 낮추는 게 좋은 거니까.
“다 됐어요.”
“좋아요. 그러면 이제 시작해보죠.”
크르르르-!!
시작 신호와 함께 브륀힐드의 늑대가 나락 안으로 풀쩍 뛰어 들어갔다.
라르고 드래곤의 살점을 사납게 물어뜯었다.
원래라면 라르고 드래곤의 발길질 한 방에 늑대는 나가떨어져야만 했다.
늑대의 환영은 심지현의 능력치와도 비례했기 때문이다.
심지현과 라르고 드래곤은 38레벨의 차이가 났으니.
허나 라르고 드래곤은 아직도 덩굴에 의해 발버둥치고 있어서 늑대를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다.
저항하지 못하고 신음성을 흘릴 뿐이었다.
구어어어어-
그때 다른 한 마리가 던전 입구에 고개를 내밀었다.
저 녀석이 빠져나오기 전에 얼른 한 마리를 참교육시켜 놓는 게 좋겠다.
치이이이익-
나는 나락 안에다 독 구름을 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뭉게뭉게 피어오른 초록색 구름으로 나락 안이 가득 찼다.
라르고 드래곤의 형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브륀힐드의 늑대는 독 구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녀석은 환영이기 때문에, 심지현의 버프를 받은 헌터의 공격에는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사아아아아-
그 다음 내가 사용한 마법은 바로 아이스 브레스.
냉기가 독기 사이로 스며들어가 라르고 드래곤의 몸뚱어리에로 닿았다.
녀석의 울음소리마저 점점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이때다!’
동결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미 독 구름의 중독 효과가 활성화된 이후였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향해 번개 창 세례를 날려주었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고양의 효과로 12의 스탯 상승.
사기진작의 효과로 10%의 스탯 상승.
여기에다 브륀힐드의 증표 효과로 인한 스탯 추가 상승.
스킬증폭구슬의 효과로 20%의 공격 스킬 파워 상승.
중독 상태 효과로 인한 30%의 추가 데미지.
탈진으로 인한 라르고 드래곤의 마법 방어력 감소.
모든 것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내었다.
번개 창 하나하나에는 어마어마한 파워가 실려 있었다.
오늘 오전 내가 라르고 드래곤 한 마리를 잡았을 때.
그때와는 현격히 차이를 보이는 공격이었다.
크르르르-!
촤라라락-
게다가 브륀힐드의 늑대의 활약에 덩굴의 소소한 공격까지 더해졌다.
라르고 드래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동결 상태가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녀석의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이 보였다.
구어어어어-!!
결국 동결 상태가 딱 풀렸을 때.
정확히 그때 녀석은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광포한 울음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독 구름’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독기의 파워, 구름의 크기와 지속 시간, 상성 추가 데미지가 증가합니다.]
[‘번개 창’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 번개 창을 날릴 수 있는 반경, 번개의 파워, 상성 추가 데미지가 증가합니다.]
순식간에 레벨이 2나 올랐다!
역시 경험치 2.5배의 버프가 좋긴 진짜 좋다.
던전 폭발 보스몬스터도 아니고.
그냥 일반 몬스터를 잡았을 뿐인데 2레벨 업이라니···.
게다가 이미 레벨이 오를 만큼 올라 요구하는 경험치 수치도 늘어났는데···.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게다가 독 구름과 번개 창 스킬도 레벨업을 했다.
이제 순간이동, 익스플로젼과 마찬가지로 번개 창도 마스터 레벨을 찍었다.
아이스 브레스와 독 구름만 마스터하면 2서클 스킬은 모두 마스터다.
좋아 좋아.
독 구름 레벨도 올랐으니 이제 중독 상태 추가 데미지가 더 들어갈 것이다.
구어어어어-
그러나 더 좋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다른 한 마리가 고개를 완전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난 얼른 마력에다가 스탯 배분을 하고 싸울 준비를 했다.
녀석은 한 발짝을 들어 올리더니 발을 헛디뎌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브륀힐드의 늑대는 여전히 쌩쌩한 듯 보였다.
얼른 먹잇감을 사냥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음성으로 으르렁댔다.
쿠우우웅-
구어어어어-!!
두 번째 녀석이 나락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덩굴들은 방금 전에 녀석의 저항으로 인해 이미 찢겨버린 상태였다.
어차피 상관없다.
덩굴이 없더라도 녀석은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할 테니까.
브륀힐드의 늑대가 대신하여 나락을 헤집어 놓을 것이다.
나는 독 구름을 뿌리고 곧바로 아이스 브레스를 날렸다.
구어어어어-!!
그러나 녀석은 쉽게 정신을 잃지 않았다.
나락 안에서도 저항을 시도했다.
고개를 배꼼 내밀더니 나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발을 세게 굴렀다.
쿠우우웅-!
오늘 오전에 당했던 것처럼.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뛰어 올랐다.
“꺄아아아악!”
나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심지현이 걱정되었다.
나야 순간이동을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그녀는 회피스킬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녀는 공중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다행히도 이미 아이스 브레스 세례를 좀 맞은 탓에 녀석의 움직임이 굼뜬 상태였다.
그렇게 높게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좋은 수가 떠올라 그녀에게 말했다.
“지현 씨! 견고화를 써요!”
견고화는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높이는 주술사의 스킬.
이미 마스터를 찍은 스킬이었기에 그 정도만 써줘도 그녀는 다치지 않을 것 같았다.
“알겠어요!”
쿠우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심지현이 착지했다.
다행히 전혀 다친 데가 없어 보였다.
난 그녀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계속하여 아이스 브레스를 날렸다.
곧 라르고 드래곤이 동결 상태에 들어갔다.
중독 상태도 동시에 터졌다.
지지지지직-
크르르르-
번개 창과 브륀힐드의 늑대의 환상적인 조화.
움직일 수 없는 녀석을 단단히 괴롭힐 수 있었다.
마침 대가리를 배꼼 내밀고 있는 상태에서 동결에 들어갔다.
그래서 머리를 조준하기가 매우 쉬웠다.
브륀힐드의 늑대가 녀석의 다리를 노렸다면 나는 머리만 노려 번개 창을 발사했다.
머리는 언제나 대부분 생물에 있어 약점이 된다.
그렇기에 한 방 한 방이 치명타로 들어갈 것이다.
구어어어어···
결국 두 번째 라르고 드래곤마저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아이스 브레스’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브레스를 날릴 수 있는 반경, 파워, 동결 지속시간, 상성 추가 데미지가 증가합니다.]
또 한 번 2레벨의 상승!
순식간에 76레벨이 된 것이다!
또 한 번 모든 스탯을 마력에다 투자했다.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나는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점점 놈을 사냥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지이이잉-
그때 첫 번째 나락의 지속시간이 모두 끝났다.
두 마리밖에 안 잡았는데 30분이 지난 것이다.
지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라르고 드래곤의 거대한 시체가 지면으로 솟아올랐다.
브륀힐드의 늑대 역시 늠름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 가운데는 드랍된 아이템들도 있었다.
구어어어어-
또 새로운 녀석이 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시체를 향해 순간이동을 썼다.
아이템들을 수거했다.
‘보자··· 드래곤 코인이 3개, 이건 무슨 아이템이지?’
프레이야의 자비 스킬은 아이템 드랍확률을 높인다.
원래 한 마리에 드래곤 코인이 2개 드랍되는 상황은 드물다.
그러나 프레이야의 자비 스킬 덕분에 쉽게 드랍된 것이다.
나머지 아이템은 하나의 대형 활이었다.
시스템을 확인했다.
[라르고 보우]
- 레벨제한 : 98
- 착용제한 : 힘(70), 민첩(30), 마력(10), 집중력(230)
- 분류 : 활
- 등급 : A+
- 특수효과 : 없음
오호, 등급이 A+이면 엄청 좋은 활이다.
특수효과가 없다는 건 좀 아쉽지만.
순간 패트리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선물로 주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스킬증폭구슬을 빼앗아서 좀 미안했는데.
이걸로 사과 아닌 사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구어어어어-
새로운 녀석이 시체를 넘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난 얼른 다시 순간이동을 써서 뒤로 물러났다.
새로운 덩굴나락 앞에 가서 미끼를 자처했다.
녀석은 내 쪽으로 어그로가 끌려 느릿느릿 걸어왔다.
심지현이 내게 새로운 버프들을 걸어주었다.
힘이 다시 쌩쌩 나기 시작했다.
신난다.
경험치야 어서 오렴!
아이템아 어서 오렴!
구어어어어-!!
녀석은 발을 헛디뎌 나락 속으로 떨어졌다.
브륀힐드의 늑대가 안으로 들어가 녀석을 씹고 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광속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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