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즈다 스태프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며칠 후.
나와 심지현, 그리고 패트리샤는 다카하시 공방을 찾았다.
매니저가 책상 위에 제작한 무기를 올려놓았다.
당연하게도 무기는 바로 나의 것이었다.
패트리샤가 사용할 활이 아니라 내가 사용할 스태프였다.
처음에 다카하시와 그의 남동생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패트리샤는 한사코 내게 선물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들도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손해 보는 건 없다.
혹여 변심한다고 해도 돈만 추가로 얹어 스킬증폭구슬을 추출하면 그만이다.
다시 다른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
‘크으 때깔 한 번 좋네.’
나는 감탄사를 뱉으며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스킬증폭의 마즈다 스태프]
- 레벨제한 : 60
- 착용제한 : 힘(10), 민첩(10), 마력(150), 집중력(40)
- 분류 : 스태프
- 등급 : S
- 특수효과 : 첫 마법 공격의 데미지는 100% 증가합니다. (쿨타임 30분) 모든 공격 스킬의 파워가 20% 증가합니다.
원래 무기인 ‘마즈다 스태프’에 스킬증폭구슬을 추가하였다.
그래서 이름도 ‘스킬증폭의 마즈다 스태프’로 제작되었다.
일반적인 마즈다 스태프의 등급은 A.
그런데 다카하시의 섬세한 솜씨에 곁들여 스킬증폭구슬까지 추가되니 등급이 S로 올라갔다.
기존에 마즈다 스태프의 특수효과는 첫 마법 공격 데미지가 2배가 되는 것.
역시 어떤 주술사에게도 딱히 쓸모없는 특수효과이다.
옛날에는 이런 아이템이 왜 존재할까 의아했는데.
이제 보니 이것도 다 암시였다.
마법사 클래스가 존재한다는···.
어쨌든 여기다 스킬증폭구슬의 특수효과가 붙어 파워 20% 증가 패시브도 생겼다.
이 아이템이 너무 맘에 들었다.
얼른 장착해보고 싶다.
아직 레벨이 3 모자라서 착용할 수도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이제 레벨 60까지는 3레벨 밖에 안 남았네.
60만 찍으면 도제 시련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벌써 그렇게까지 된 건가.
“아무쪼록 잘 쓰시길 바랍니다.”
매니저가 꾸벅 인사했다.
다카하시도 덩달아 우리에게 인사했다.
그들에게 화답하고 공방에서 빠져나왔다.
“현민 씨, 이거 만져 봐도 될까요?”
“아, 얼마든지요.”
심지현에게 스태프를 건네주었다.
그는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확실히 다카하시의 미적 감각이 추가되어 보기에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겁지 않고 상당히 가벼웠다.
역시 일본은 괜히 대장장이의 나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다카하시 역시 괜히 루키로 분류되는 게 아니다.
“정말 멋있네요. 얼마 주셨다고 했죠?”
“흠흠, 총 3억 정도 들었죠.”
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돈을 부었다.
스킬증폭구슬이란 게 고래의 코어만 아이템으로 요하는 게 아니다.
다른 비싼 아이템들도 다량 요구된다.
게다가 사실상 다카하시가 제작을 독점하고 있었으니.
스킬증폭구슬을 만드는 데만 해도 2억이 들었다.
마즈다 스태프는 등급이 높긴 했지만 그다지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다만 스킬증폭구슬을 추가해야 해서 제작하는 데 1억이 들었던 것이다.
출혈이 크긴 했다.
떼돈을 벌긴 했어도 상당 부분은 생활을 개선하는 데 써버렸으니.
그래도 걱정하진 않는다.
이 아이템은 그만큼 효과를 낼 테니까.
그리고 좀만 열심히 다녀도 금세 그 만큼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지난번에 얻은 ‘표범고래의 광선검’을 팔아서 1억은 회수했다, 흐흐흐.
“너무 비싸네요··· 아무리 유명한 대장장이라고 해도 좀 심한 것 같긴 해요.”
“그 만큼 좋은 아이템이니까요. 사실 평생 갖고 갈 수 있는 아이템이라 가치로만 따지면 3억이 훨씬 넘죠. 200레벨제한이 넘는 아이템은 10억도 훌쩍 넘기는데, 그때도 여전히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 정도에요?”
“그럼요. 이 정도면 싸게 산거라 생각해요. 어차피 그들도 고래의 코어가 없으면 평생 스킬증폭구슬을 만들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러면 다행이네요.”
심지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패트리샤가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하··· 내가 조금만 잘했어도 저 아이템이 내 것이 되는 건데. 너무 아쉽다.”
“부러운가보지?”
“그럼, 부럽고말고. 그 이상한 구슬이 그따위로 좋을 줄 누가 알았겠어. 맘 같아선 지금 당장 널 던전으로 끌고 가서 죽인 다음 뺏고 싶은 심정이야.”
어휴, 말하는 거 보소.
살벌하다.
뭐, 원래 패트리샤의 농담 스타일이기도 하니 진심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흐흐흐,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표범고래도 못 잡는데, 표범고래를 잡은 날 잡겠다고?”
“참나, 당연하지! 관통화살 한 방이면 넌 그냥 끝이야.”
“맞아줄 줄 알고?”
“나 이래봬도 백발백중의 명사수라고. 보니까 너 순간적으로 날아다니는 이상한 스킬 있는 것 같은데, 그래봤자야.”
내가 가진 순간이동 스킬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는 계속 궁시렁대며 불만을 표출했다.
나는 그래서 주제를 돌렸다.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건데. 넌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글쎄, 난 내 마음대로 하는 스타일이라서. 영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나라로 갈지 잘 모르겠어.”
“그래? 마음대로 해라. 우린 이제 간다.”
“잘 가, 현민. 다음에 또 보자. 지현도 다음에 또 보자.”
패트리샤의 인사에 심지현도 더듬거리면서 인사했다.
우리가 먼저 자리를 뜨기도 전에 패트리샤가 등을 돌리고 떠났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다시 그를 볼 일이 있을까?
워낙 셀럽이라 소식은 간간히 듣겠지만.
여러모로 신경을 긁기도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연인도 아니고, 동료도 아니고.
완전히 모르는 사람으로 다시 보게 되어 새로운 경험이었다.
헤어지는 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가버린 사람이다.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볼일이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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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제4던전]
- 레벨 : 6
- 제한시간 : 5시간
- 인원제한 : 7명
일본에서 돌아오고 난 뒤.
며칠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쉴 순 없다.
금세 체력을 충전하고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이번에 우리가 들어온 던전은 강원도 정선의 한 던전.
이곳은 저격수 클래스의 위대한 자 예의 땅 천상이었다.
주변 풍경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첩첩산중의 고원 위에 잔뜩 안개가 껴 있었다.
그 사이로 신비로운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사냥할 몬스터는 바로 레벨 59의 ‘이끼 골렘’이었다.
덩치가 제법 크고 온 몸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위 곳곳에는 이끼가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바위가 단단하기 때문에 바위를 노려선 사냥이 쉽진 않다.
놈의 신체 정중앙에 자리 잡은 생체조직을 노려야만 공략이 용이했다.
그래서 이곳에는 주로 혼자 사냥하는 저격수 클래스들이 많이 찾았다.
움직임은 둔했기 때문에 편하게 사냥할 수 있었다.
‘바위에는 속성 마법이 통할 것 같진 않고. 생체조직에는 통하지 않을까?’
녀석을 어떻게 요리해볼지 고민했다.
익스플로젼은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저 무거운 덩치가 익스플로젼에 의해 공중에 뜰 리가 없다.
게다가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져 데미지가 유효하게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고.
생체조직을 노리려면 번개 창이나 마법 구체가 알맞았다.
‘번개 창부터.’
번개 창을 날려보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번개는 녀석의 정중앙에 꽂혔다.
우우우우어어어어-!
녀석은 움찔했으나 움직임 무효화나 마비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흐음, 그렇다면 번개 속성 약점은 무조건 아닐 테고.
나는 다른 속성 마법을 바른 마법 구체를 날려보기로 했다.
번개 창으로도 잡을 순 있겠지만 다른 속성 마법도 얼른 마스터해야했기 때문에.
‘독을 발라보자.’
초록색 독이 발린 마법 구체가 생체조직을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우욱-
퍼어어어엉-
우우우어어어어!!!
놈이 대단히 고통스러워했다.
신음소리만 들어도 녀석의 약점이 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됐다. 다음 속성 부여 스킬은 독으로 가자.
슈우우우욱-
퍼어어어어엉-
우우우우우어어어어!!
효과는 강력했다!
불 속성 부여가 부가적으로 화염을 일으키고,
번개 속성 부여가 부가적으로 감전을 일으켰다면,
독 속성 부여는 부가적으로 지속적인 추가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법 구체가 날아가지 않는 사이사이에도 놈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슈우우우욱-
퍼어어어엉-
우우우우어어어어···
결국 녀석은 독이 발린 마법 구체를 몇 대 얻어맞고 목숨을 잃어버렸다.
독에 중독되어 시퍼렇게 질린 상태였다.
생체조직은 보라색으로 변했고, 놈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새어나왔다.
앞으로 다가가서 골렘 코인을 수거했다.
“엇! 현민 씨! 저 레벨 업 했어요!”
심지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의 레벨은 46이 되었다.
“잘 됐네요! 축하해요.”
그의 레벨 업을 축하하면서 나 또한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며칠 동안 정선에서 사냥했다.
우악스런 덩치의 이끼 골렘을 학살하고 다녔다.
결국 나는 바라고 바라던 레벨 60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현민]
- 레벨 : 60
- 클래스 : 마법사
- 서클 : 2
- 존재 등급 : 생도
- 마나 : 4300/4300
- 능력치 : 힘(10), 민첩(10), 마력(158+50), 집중력(45+50)
스킬 레벨도 높아졌다.
마법 구체는 레벨 10을 찍어 마스터를 했다!
독 속성 부여는 아직 레벨 2에 그쳤다.
신성한 마나 호흡도 5레벨을 찍어 마스터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당당하게 내가 3억이나 주고 질렀던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었다.
‘스킬증폭의 마즈다 스태프’를 착용했다.
독 속성을 부여한 마법 구체를 형성하고, 이끼 골렘에게 날려보았다.
슈우우우욱-
퍼어어어엉-
우우우어어어어어!!
녀석이 뱃가죽을 부여 쥐며 고통스러워했다.
데미지가 살벌하게 들어간 것이다!
20% 추가 데미지에 첫 공격 데미지 2배 보너스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흐흐흐, 마지막 한 방만 날리면 그대로 꼴깍이겠군.
슈우우우욱-
퍼어어어엉-
우우우어어어어···
단 두 방 만에 덩치 큰 골렘이 쓰러졌다.
이야 좋다! 쾌감이 살아 있다.
그리고 골렘을 사냥하자마자 또 한 번 내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마즈다의 위대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당신에게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당신에게 도제 시련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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