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차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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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가 주는 파워는 상당한 모양이다. 카인이 대하는 태도가 확 바뀌었다.
"미안하지만 힐러는 아니고."
"그럼, 어떻게 제 상처를?"
카인은 찢어진 살점이 흉터 하나 없이 완벽하게 아문 것을 보았다. 외과 수술로는 회복 기간이 상당히 걸릴 일이고 힐링 팩토리 안에 들어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회복되었다.
힐링 팩토리 안에 들어가더라도 최소 30분 이상 치료할 중상이었다.
"보라고 기껏 4관문 애들도 못 잡고 이 지경인데 느낌이 오지 않아? 난 안된다는···."
카인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치료해 줘서?"
"그것도 있고요.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요. 계속 싸울 수 있으니까요."
"허, 그런다고 없는 힘이 생기지는 않아."
"그래도 해야지요. 아니 해 낼 겁니다."
"힘을 만들어서 뭐 하게 복수나 하려고?"
"돌아가신 분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악연을 끊을 생각입니다. 제 가족의 분함이 매일 꿈속에서 저를 다그칩니다."
"열정은 알겠어. 하지만 한계가 분명해. 넌 재능이 없어."
카인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는다.
"알고 있다고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걸 깨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그러다 죽어 버리며 어떻게 해?"
"제 운명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너무 무모하잖아. 그래선 될 것도 안 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려고 하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잡지 못해."
카인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저 문을 열고 나가. 넌 젊으니까 뭘 해도 되잖아.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해 보는 거지."
"그러면 가장 나쁜 방법은 무엇입니까?"
"마법 재능이 개화될 때까지 안 죽고 버티는 거긴 한데···. 죽는 게 먼저일 거다. 그래도 할 거야?"
"물론입니다. 이 몸이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도전하렵니다. 그러려고 여기에 오른 것이니까요."
"그럼 준비해 다음 웨이브가 온다."
이제 체계가 잡혀간다. 공격조와 방어조가 정확히 구분됐고 방어조가 방어하면 공격조가 틈을 노리고 한 마리씩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연히 내가 조절해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 제어 풀면 10분은 고사하고 5분 안에 전부 다 전멸한다.
부상자도 상당히 발행해서 웨이브 끝나면 힐링 팩토리 안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상처를 입지 않은 자들은 다시 뛰어 문에 달라붙어 밀었다.
"열린다."
조금 한 뼘 정도 열리자 또 미친 듯이 달라붙어서 정작 힘을 써야 하는 사람이 밀려서 제대로 문을 밀지 못하자 다시 닫혀 버렸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해. 열 수 있는 사람이 열어야 한다고! 그래야 기회가 생겨. 그걸 방해하면 아무도 관문을 넘지 못해."
리더격의 사내가 울분을 토했다.
"누군 들어가고 누군 못 들어가고 그건 불공평하지 않다는 거야?"
"난 5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면 목숨을 걸 수도 있어. 네가 그 절박함을 감히 몇 마디 말로 돌려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
"알아, 나도 알지. 하지만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덤비면 아무것도 못 이뤄 알잖아."
그때 사람들은 나를 바라봤다.
"보지 마. 아까 말했다시피 난 그 문을 열 생각 없어."
"그러면 왜 여기 남아 있는 것이죠?"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잖습니까?"
"인정을 베풀 수 있지 않습니까?"
"바로들 세상에 공짜는 없어."
"무엇을 원하십니까?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사내는 그렇게 말해 놓고 찔리는지 말을 잊지 못했다.
순간 왓처가 잠시 머물다 지나갔다. 한 번씩 내려다보기 때문에 조심 해야 한다. 이상한 감정의 기류를 뿌리면 왓처가 내려다보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난 너희들이 뭘 하든 관심이 없어. 뭉치든 개인플레이를 하든. 내 목적은 너희와 전혀 상관없으니 마음대로들 해."
"정말 야박하시군요."
"날 야박 하다고 말한 놈이 할 말이 아닌데? 네가 문을 막고 있는 바람에 정작 문에 힘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잖아. 네 이기심 때문에 전체가 그 문을 통과 하지 못하고 있어. 너야말로 야박한 놈이고 이기적인 놈이야."
"여기 모두가 절박하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기회란 잡는 자의 몫이지 그냥 있는다고 저절로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래 그렇게 타인을 짓밟고 얻은 기회가 만족스러운가?"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다들 안 그래?"
"문은 열린다. 그쪽 제대로 힘쓸 수 있는 스무 명 정도가 달라붙으면 약 10초 정도 벌 수 있어. 잘만 통제되면 모두 문을 통과할 수도 있어. 그걸 인정하고 양보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야."
통과 할수 있다는 말에 술렁거린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웨이브다."
다시 사람들이 뛴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
문이 빛나고 스틸 판더가 뛰어나온다. 나오는 족족 그래비티 포스로 공중으로 집어 올렸다.
싹 다 집어 올려서 공중으로 띄워 놓으니, 사람들이 뭔 일인가 싶어 바라본다.
"봐라. 지금까지 내가 너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와해 됐어. 한 명도 살아남을 놈이 없었을 거다."
"무슨 소리! 우리는 모두 뭉쳐서 막아 낸 거요."
"한심한 놈들! 말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번에는 내가 도와주지 않겠다. 한번 해 봐라."
그래비티 포스를 풀자, 허공에서 스틸 판더들이 떨어져 내렸다. 고양잇과 동물답게 날렵하게 착지한 스틸 판더는 가까운 사람부터 달려들었다.
"으악."
"컥."
파워가 다르다. 밀고 들어오는 놈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 느끼는 파워는 조금 전에 느껴보던 것과 아예 차원이 달랐다. 휘두르는 앞발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위치! 위치 잡아."
사내가 외쳤지만 소용없다. 뭉치지도 전에 스틸 판더가 박살을 내 버렸다. 나는 사망자가 나오기 전에 다시 스틸 판더를 허공으로 뽑아 올렸다.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이 몇 없을 정도로 대파된 상태였다. 여기저기 비명이 흘러나왔다.
"봐라, 느낌이 다르지? 지금까지 내가 알게 모르게 너흴 도와준 거다."
나는 단번에 허공에 떠 있는 스틸 판더를 토막 내 소거시켰다.
"비명 듣기 싫으니까 상처 난 사람은 힐링 팩토리로 옮겨. 다음 웨이브까지 치료하지 않으면 곤란해. 내 마음이 변할 수도 있으니까."
"당신 뭐 하는 사람이오?"
"왜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입니까?"
"이게 당신에게 재미있는 짓입니까?"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진다.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망할 것들아! 제 주제를 알지 못하고 꼴값을 떠는 것이 애처로워 힘이라도 키우라고 사정을 봐준 것이다. 제 능력도 모르고 기회만 노리려는 한심한 놈들은 5관문을 통과할 자격이 없어."
그들은 내 위용을 봤다. 수십 마리에 이르는 스틸 판더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는 염력도 엄청났고 그들을 단번에 소거시켰으니 내 위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저기, 당신이라면 저 문을 쉽게 열 수 있겠지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쉬는 것보다 쉽지."
"후, 저기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까?"
"있어."
"우리 모두 해당합니까?"
"아니, 단 한 명 때문이다. 너흰 그 녀석 들러리 수준이지. 지금이라고 포기하고 나가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당신은 우리를 무시하지 않고 있었죠. 이제 알겠네요. 저희 쪽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신이 한 일이라고···."
"모두 절실한 마음은 같아. 하지만 이기적인 놈은 질색이야."
그때 한 사람이 달리듯이 걸어 나왔다.
"저흴 이끌어 주십시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시키는 대로 뭐든 하겠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솔직히 저흰 가망이 없습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분이 당신이라면 기꺼이 머리를 조아리고 싶습니다."
"허, 그럼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 내게 너희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야."
"제발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그래봤자 저 문을 넘고 싶은 기회주의자적 발상이잖아. 봐 너 혼자 희생하면 다른 사람 통과시켜 줄게 할래?"
사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거짓말. 네 감정은 네 입에서 나온 말이 거짓말이라고 부르짖고 있어. 들어가 멍청이."
"왜 저희를 가지고 노는 겁니까? 그런 위대한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지 않습니까?"
다른 사내가 끼어든다.
"봐, 보라고 도와준다는 말이 어폐가 있긴 한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 이유를 대 보라니까."
"만약에 제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여기 사람 모두를 도와줬을 겁니다.
"그렇네. 하지만 난 네가 아니야. 왜 자꾸 내 도움을 바라려고 하지? 말했지? 너희 스무 명 정도는 힘을 쓸 수 있다고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스무 명이 동시에 문을 밀면 3m 정도는 열 수 있어. 그러면 약 10초를 벌지. 제대로 줄을 서면 제때 통과할 수가 있다고. 너희는 알면서 하지 않잖아. 그러면서 나더러 도와 달라니 어불성설이지."
그러는 사이 또 웨이브가 왔다.
아직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사람도 있어 이것도 필패다.
"이번 한 번은 내가 더 도와주지."
다시 그래비티 포스로 스틸 판더를 들어오려 잘라 버렸다.
"와~···."
"저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왜 우리를···."
"우리가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고 했잖은가···."
"염력인가? 염력 한 번으로 스틸 판더를 한 번에? 저 정도 마법 능력이라면 엘리트급은 되어야 하지 않나?"
"엘리트급 보단 조금 떨어지긴 하는데···."
"이 바보들아! 우린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할 능력이야. 어디서 비교질이야?"
렌타로가 내게 왔다.
"아라곤, 저 문을 우리 힘으로 열고 들어가길 바라는 겁니까?"
"바라는 거 없다니까. 단지 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 것뿐이야."
"아뇨. 그게 아니라 아라곤이 스틸 판더를 처리해 주지 않으면 우린 여기 서 있을 수도 없겠죠. 이건 저희를 돕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한 명을 위해 어쩔수 없이 행하는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 한명이 카인인가요? 처음부터 아라곤은 유독 카인에게 관심이 있었잖아요."
"카인? 카인이 누구야?"
"카인, 카인? 누구지?"
렌타로가 카인을 바라보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카인에게 쏠렸다.
"뭡니까? 전 아닙니다. 저도 죽을 뻔했는데 그의 도움을 받은 적도 어···."
카인은 그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준 사실을 떠 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정말입니까? 왜 제게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자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넌 저 문을 통과할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제가요? 스틸 판더 한 마리도 버거운 데···."
"음, 제대로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카인은 온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구에게 인정받아 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제, 제가 말입니까? 정말 저 문을 열 능력이 있다는 겁니까?"
"그렇긴 하지. 꽃으로 치면 넌 아직 피기 전의 꽃봉오리야 완전히 피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
갑자기 카인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힘을 깨우려면 싸울 수밖에 없겠지. 그것도 목숨을 걸고···."
"하겠습니다. 힘을!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장내는 술렁거렸다.
"할래? 말래? 그것만 결정해."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무조건입니다. 살이 뜯기고 뼈가 발라지는 고통도 참아 보겠습니다."
"곧 웨이브가 온다. 스틸 판더는 좋은 훈련이 될 거다."
언노운이 녀석의 접촉 불량을 고쳤다. 아스트랄계로 이어지는 통로는 복구되었다. 하지만 녀석은 힘을 끌어내는 방법을 제대로 모른다.
몸에 밴 습관이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그건 오랫동안 습관화되어서 나오는 행동이다. 즉 방금 개화 되었지만, 평소 쓰는 힘에 익숙하다 보니 진짜 힘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웨이브가 시작됐다.
나는 나오는 족족 그래비티 포스로 스틸 판더를 바닥에 눌러 놓았다. 그래비티 포스는 차원 에너지를 빌려 쓰는 것이고 이것 또한 마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므로 왓처를 자극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일단 먼저 한 마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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