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리놈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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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리놈의 제안
"도박이라니···. 한 교단의 수장으로서 할 말은 아닌 듯 들립니다만."
위리놈은 정면으로 바라봤다.
"본신을 찾게 되면 녀석에게 삼킨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순간 몸에서 소름이 솟았다. 내가 가장 골칫거리로 삼고 있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나도 장담 할 수 없어. 그래서 도박이라고 하는 거다."
"말씀하십시오."
"뜬구름 잡는 소리지만 방법이 없진 않아."
심장이 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충격적인 대화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크 에덴에 들어가려고 한다지?"
"물론입니다. 꼭 들어가야 합니다. 네필림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라도."
"직접 루시퍼에 물어보지 않고 왜 개구멍을 찾는 거지?"
"그곳에는 너무 많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가 허락해 줄 일은 만무하죠."
"네필림의 본신만 빼 달라고 하는 건?"
"현 상황에서 그게 가능했다면 제가 부탁하기 전에 먼저 행동했겠죠. 지구에 여섯 명의 네필림이 있습니다. 그들이 각성하면 큰 힘이 될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말이죠."
"당연한 사실이다."
"루시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반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제가 부탁까지 한다면 루시퍼는 에덴을 더 틀어 잠글 겁니다."
"그래서 아예 개구멍을 찾는다? 그럴 수도 있겠어. 작은 정보에 의하면 에덴을 손에 잡기 위해 네필림을 던져 넣었다는 소리가 있었거든. 어쩌면 그때 희생된 애들이 지금 지구에 있는 애들일 수도 있지."
"에덴과 네필림이 무슨 관계죠?"
"그것까진 나도 정확히 몰라 루시퍼만 알고 있겠지. 에덴의 수호자하고."
"에덴의 수호자?"
"에덴 전체를 관리하는 자다. 나도 정확한 것은 몰라. 그 정도만 알고 있지."
"에덴이 어디에 있는 줄은 모르고요?"
"칠죄종 중 아무도 몰라. 관심도 없고." "아쉽네요. 그런데 도박은 무슨 이야기죠? 제 본신을 찾는 것과 에덴이 관계있나요?"
"야, 나하고 같이 도박할 생각 없냐?"
"들어나 보죠."
"들어나 보는 정도가 아냐. 이건 어떤 칠죄종도 감히 던지지 못한 엄청난 도박이거든."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날 배신하지 않을 각오와 믿음이 필요해."
위리놈은 악마 중 악마다. 놈에게 어떤 말을 해도 충족 시킬수 없음을 안다.
"당신은 최상위 악마죠. 전 근본적으로 악마는 믿지 않습니다. 여기서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 당신에게 설명해도 소용없는 짓이죠."
"그렇지, 나도 알아.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이 들거든. 내 패를 던지는 순간 세상이 싹 다 엎어질 테니까."
궁금함이 증폭된다. 위리놈을 설득할까? 소용없는 짓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순수한 믿음. 그 하나뿐이다.
"당신과 거래하자는 것인데 기브 앤 테이크도 아닌 서로 믿음을 걸고 하자 그거 아닙니까?"
"그래, 배신이 걸리지 않는 완전한 믿음으로 한데 묶여야 가능한 거래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난 루시퍼를 제끼고 제왕이 되고 싶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아니 불가능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감히 맞장구도 쳐줄 수 없는···.
청천벽력. 어린애 치기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망언!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까?"
위리놈은 레비아단을 쳐 내고 칠죄종이 된 막내다. 막내의 반란인가?
-휙
위리놈이 돌아섰다.
"네가 도와준다면 가능하지."
"칠죄종은 고사하고 루시퍼를? 자신 있다니 없다니 그런 것으로 논할 정도의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만."
"너라면 가능해." "저를 만든 존재가 루시퍼입니다. 저에 대해 루시퍼만큼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없을 텐데? 본신을 찾더라고 루시퍼는···."
"난 사자의 말을 들을 수 있어. 죽음의 권위에 다다른 자의 특권이지."
죽음을 관장하는 죽음의 왕. 그의 특권은 사자의 사념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에덴을 지키는 날개가 타락했을 때 다른 날개의 공격을 받아 전소되었다. 날개나 우리나 죽음은 없다. 소멸만이 있을 뿐. 하지만 사념은 소멸과 함께 금방 사라지는 않지. 소멸한 자의 사념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을 관장하는 나뿐이다."
위리놈은 잠시 나를 봤다.
"너를 쭉 지켜봐 왔다. 그리고 너라면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미친 듯이 정보를 모았다. 내가 할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말이다."
다른 제단은 처음부터 나에게 접근해 왔다. 파리 교단이 가장 먼저 나를 찜했고 피의 교단이 뒤를 이었고 지혜도 그리고 타락도 적대적이긴 하지만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루시퍼 죄의 교단도 은근히 나를 주시했다.
하지만 둘, 죽음과 공포만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난 지금 죽음의 위리놈과 함께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가 루시퍼를 제끼고 제왕이 되는 것을 도와줄 테냐?"
와, 이 무슨 압제냐. 예스냐 노에 따라 극과 극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 자리에서 결정하고 답을 내야 한다. 난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단지 위리놈이 한 말 중에 본신에 관한 말이 미치도록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
당연히 위리놈이 그것을 노리고 흘린 거겠지만 말이다.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신빙성이 너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박인 거다. 너의 성정을 믿고 가는 도박이지."
"···. 지금 어떤 말로 찬동하더라고 당신을 만족하게 할 수 없을 겁니다."
"알아. 때가 되면 결정의 갈림길에 설 날이 올 거야. 그때는 날 선택하면 된다. 이 위리놈을 말이다."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식혔다.
상상할 수 없는 초거대 제안이 눈앞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럼, 제가 얻는 것은?"
"아라곤 너 자신이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다.
"본신과 결합하는 순간 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자연스레 흡수되어 버립니다. 전 그놈의 파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과거 태고신이 오지 않는 한 이 순리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으하하. 난 위리놈이다. 도박은 승산이 있을 때 던지는 것이니 승산 없는 경기는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상 이롭지."
"그 말씀 승산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물론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거다. 난 단지 네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는 것 정도가 될 테니까."
"좋습니다. 루시퍼를 제끼게 되면 당신이 제왕의 자리에 앉는 것을 돕겠습니다."
"악마의 맹세를 따르겠냐?"
"그렇게 하겠습니다."
-쓱
위리놈이 다가와 내 팔을 잡더니 이빨로 깨물었다.
이빨 자국. 곧 그것은 낙인이 되었다.
이로써 칠죄종 여섯의 낙인을 득하게 되었다.
"놉시라는 녀석을 만날 테지? 그놈이 개구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알아내더라도 지금 들어가서는 안 돼. 루시퍼에 걸린다."
"그러면?"
"천사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가 적기다."
"그럼 늦지 않겠습니까?" "이번 어전 회의 때 나온 계획 중 하나가 우리가 먼저 습격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곧 선악의 전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칠죄종 간의 전쟁이 멈춘 거구나. 당장 나를 찾아 낙인을 박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고.
"전쟁이 시작되면 루시퍼는 지옥의 제왕으로 최전선에서 서서 지휘해야 하지. 그때가 기회이다."
"에덴에 뭔가 비밀이 있군요."
"그곳에서 일하던 날개에서 정보를 얻은 건데 4678번 자료를 살펴봐라. 네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그곳에 있다."
"4678번 자료는 어떤 것인지?"
"태고신의 조각을 봉인해 놓은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것은 루시퍼가?"
"그는 접근 권한이 없다. 에덴이 달리 에덴이냐? 야훼일 것이니라. 그분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것이 에덴이다. 날개 따위가 감히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야훼와 아담과 이브의 자손만이 접촉할 수 있다."
"태고신의 조각을 얻는다면 제가 본신을 찾아도 저로 남을 수 있다는 겁니까?"
가슴이 뛴다. 그냥 서 있는데도 가슴이 뛴다. 이런 나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란 말인가?
"정확한 것은 나도 몰라. 미지의 힘을 가진 것이거든. 그래서 도박이라고 말하는 거고. 마릴론의 조각을 찾아. 반드시 그 힘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코드 네임 '마릴론' 마지막 키워드 발동. 전 섹터 정보 오픈. 에테르 충전 효율 30% 상승. 소멸 확률 63.53% 상승】
'잠깐! 전 섹터 정보 오픈이라고?'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정보가 오픈되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마릴론의 조각이 그렇게 대단하면 루시퍼도···."
"루시퍼는 몰라. 놈은 사자의 사념을 읽지 못하거든. 난 죽음의 왕이다."
"만약 마릴론의 도움으로 루시퍼를 제낄수 있다면 차기 제왕은 당신 위리놈이 될 것임을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단 한 마디 말이다."
'아차! 레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림자로 가는 신호를 교란했습니다】
'진즉에 그렇게 하지!'
【아뇨. 당신이 여섯 번째 낙인을 가지면서 능력이 오픈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거래는 끝이 났군."
"일에는 순서가 있다. 알겠지? 지금 에덴에 들어가면 루시퍼에 들킨다. 먼저 태고의 악마 세 마리 부활에 중점을 둬라.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위리놈은 기분이 좋은지 입맛을 다셨다.
"크하하하"
위리놈은 마치 자신이 지옥의 제왕이 된 그것처럼 크게 웃었다.
위리놈과의 면담은 끝났다.
'아마 교단에서 나오는 권능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봅니다.'
레이는 그림자와 본신의 연결이 끊어진 것에 당황해했다.
'레이에 관계된 정보 싹 다 올려봐.'
【공용 자료실 폴더 생성 후 관련 데이터 업로드 합니다】
왜 언노운이 귀찮은 빈대인 레이를 데리고 다니며 미카엘에 정보를 열람하게 했는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알의 성으로 워프했다. 유명한 호텔에는 어비스 게이트 포인트가 있다. 교단에 있는 어비스 게이트를 이용하면 1고리에서 7고리까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룸으로 들어오니 개구리는 없다.
잠시 소파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위리놈은 말도 안 되는 야망을 품은 놈이다.
루시퍼를 제거하고 지옥의 제왕 자리에 앉겠다는 생각은 어처구니없는 야망이다.
놈은 루시퍼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지금까지 비밀로 가지고 있었던 거다.
언노운이 가진 정보가 다 풀렸다고?
아직 진행해야 할 사건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종국을 향해 가는 건가?
사망 확률이 63.53%?
'사망 확률은 뭐냐?'
【루시퍼에 소멸당할 확률을 이야기합니다】
'위리놈의 그 이야기 때문에 촉발된 거냐?'
【그렇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당신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소멸당했습니다】
'스토리 다 와 간다는 이야기네.'
'만약 위리놈의 제안을 거부 했다면?'
【물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위리놈의 계획을 루시퍼에 말하고 루시퍼와 손을 잡는 방법, 미카엘에게 도움을 구하는 방법, 에덴에 들어가지 않고 계획을 진행 시키는 방법 등 역사는 당신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줄기를 뻗어 냅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 아니냐?'
자료실에서 레이 관련 자료를 보다가 왜 레이를 데리고 다니라고 했던 언노운의 진정한 의도를 알게 되었다. 이건 나중에 반드시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허투루 빈대를 몸에 붙이고 다녔던 것이 아니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루트를 확률에 근거해 조언한다면?'
【에덴으로 가는 정보 습득과 태고의 악마를 봉인 해제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공습은 언제 일어나지?'
【현실 차원 표준 시간 기준으로 68년 뒤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존망? 조금 이상한 표현이다.
내가 본신의 힘을 찾게 되면 이모탈 시티는 물론 지구에 남아 있는 잔존 인류를 모두 다른 차원으로 임시 대피시킬 수 있다.
천사들이 새로운 지구로 리셋 했을 때 다시 옮겨 놓는다면?
의회에서 반발이 있겠지만 어떻게든 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천사와 싸움을 일으킬 필요가 있는가? 싶기는 하다.
잘못하면 지구는 물론 태양계까지 날아가 버릴 판국인데?
무엇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먹히지 않고 본신의 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끌린다. 내가 나일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압도하는 충격이다.
심지어 루시퍼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일이다.
'어? 모든 정보가 오픈됐다면서 마릴론의 조각에 대한 정보는 왜 없지?'
【당신은 단 한 번도 마릴론의 조각과 접촉한 적이 없습니다. 관련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지?'
【그 전에 루시퍼에 소멸당했기 때문입니다】
'선악의 전쟁보다 내가 더 골칫거리였나?'
【루시퍼가 전쟁의 패배 보다 자신의 권위를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망 확률이 붙은 거였구나.'
참담했다. 이걸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뭘 어떻게 해도 단 한 번도 루시퍼를 뚫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럼, 정상적인 루트로 가면 필패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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