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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79,947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6.11.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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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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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
20쪽

15장

DUMMY

회강의 조건은 간단했다.


-돌발 미션이 변경되었습니다.

-*난 쉬운 호구 아니다.*

-그에게 보호를 받고 싶다면 당신들은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동시에 제일 낮은 네 가지 요소들을 꾸준한 연습으로 일주일마다 한 단계씩 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는 정이 들었어도 보호해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말한다. “살고 싶다면 노력해라. 그것만이 나약한 너희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생존 방법이다.”



그에게도 그들에게 나간 메시지 창들이 보였다. 그가 건 조건 중의 하나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리된 내용을 보던 회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피해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몸 곳곳에 핏자국이 보이자, 회강의 심장 한구석이 쿡쿡 쑤셔왔다.

‘어리석은 사람들... 미션만이 요소를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데...’

미션을 주지 않아도,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노력하면 요소들은 오른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난도를 올리면 어려우니 안정적인 방법, 누군가 알려주는 길만 따라간 결과가 이런 거라니.’

하지만 이건 회강이 알려준 방법은 아니다.

그는 높은 난도에 대한 도전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그 길밖에 없었고, 그것만이 최적의 방법이었다.

항상 위를 올려다보며 자신이 다짐한 방식대로 주어진 미션에 성공하는 것이 회강의 유일한 성공 공식이 아니던가.

그는 입술을 질겅질겅 씹어댔다.

‘누군가 쓰레기 같은 방법들만 알려주고 있거나, 전략적인 정보 통제에 들어간 상태인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이 통하는 시대에 정부가 아니고서야 누가...’


[인간은 이기적이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회강은 머리를 울리는 환청에 잠시 비틀거린다.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린다.

‘내가 그걸 또 잊었군. 그래... 그런 인간들이 오히려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잘나가는 시대인데... 평범한 인간들이 안 따라 할까...’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어떤 사람이 말해도 무조건 따라 했을 것이다.

‘나도 과거엔 남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피해와 고통만 생각했다가 사람들이 오고-. 후.’

순간 양의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는 눈을 감았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후두둑.

차가운 빗방울이 전신을 때리고...

“후. 후.”

심호흡으로 울렁거리던 가슴을 진정시킨 회강은 눈을 뜬다.

그러자 수락한 이들의 머리 위로 하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스물한 명이라...’

약탈당한 인간 중 삼 분의 이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나머지는 현실적인 사정상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첩자?’

그도 듣기만 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반항하는 자에겐 다음 포식자 사냥 미션 때 무리에서 탈퇴시켜버린다는 조약도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긴 그러니 무기가 없었지.’

그의 예상이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자신에게 모여든 인간들의 허리춤에는 오로지 주머니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인간들은 허리춤에 석기들이 있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린다.

‘설마 가장 기초적인 석기 제작도 제대로 못 하는 거 아냐?’

기초 난이도들은 돌멩이만 몇 번 던져서 주우면 되는 식의 간단한 미션들만 있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

그들이 그의 앞으로 모이자.

회강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난다.


-*나는 노력하는 자에게만 호구다*

-당신의 선언에 이들은 순응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명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눈앞에 있는 자들이 스스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당신이 데리고 있고 싶어도 이 유인원들은 자동으로 다른 곳으로 소환될 겁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이건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럼 묻겠다. 당신은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Y/N)

-*선택지*

1. Y – 이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2. N – 그냥 몸을 돌린다.


‘정이 들면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가끔 자신의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소중했던 이들의 모습을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분노가 터져 나왔다. 물론 슬픔도...

그는 강렬한 눈으로 앞에 있는 유인원들을 바라본다.

‘무작정 보호해주지 않겠다. 어차피 너희들도 나를 버릴 테니까.’

일단 선택을 해야 했기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우끼~!!”

고개를 든 그의 눈앞에 환호하는 유인원들이 보였다.

반면에 회강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중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수동적으로 살았던 인간들이 미션의 도움 없이 요소 단계들을 일주일에 한 단계씩 그것도 네 개나 올리기란 너무 힘들다. 한시도 자신의 늦추지 않고 노력해야만 가능한 수치인 것이다.

물론 회강은 그것을 잘 알았기에 일부러 강조해서 정한 내용이었다.

‘설사 처음엔 힘들지라도... 나중에 가면 갈수록...’

하지만 회강도 공짜로 그런 요구들을 강요한 것이 아니다.


-한 명당 실패할 시 15일의 변이 억제 가능 시간 삭감.

-일주일 동안 그들이 올린 요소 단계 수당 0.5일의 변이 억제 가능 시간 추가.

-최소 의무 보호 기간 3주. 단 먼저 포기할 시 이제까지 얻은 시간은 초기화.


어찌 보면 회강이 좋은 것 같지만 만약 저들이 현실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의지박약 등의 이유로 조기에 떨어져 나간다면 그가 무조건 손해인 거래였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지.’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 창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음... 섬마을 사람들이었구나.’

조폭 무리가 점거한 섬이었다. 그들에게 수탈을 당하며 살아온 인간들이었는데, 이번에 미리 깨어나게 해서 도주시켜준다는 메시지 내용이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모르는 게 없구나. 저렇게 세세한 지시라니.’

탈출 동선과 방법들을 치밀하게 설정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자신이 보아도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할 정도로 잘 정리된 설명이었다.

그들 사이로 유난히 밝은 빛의 메시지 창이 있었다.

자연스레 회강의 시선이 그 메시지 창으로 이동했다.

회강은 메시지 창의 내용을 읽었다.


-당신에게 두목의 금고 열람 방법을 알려주겠습니다. 그 돈을 가지고 도망하시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쫓아온다면 도와드릴 테니. 도망을...


그의 눈썹이 꿈틀댔다.

‘메시지 창의 다른 것에 비해 밝더니만... 이 녀석을 처리해 달라는 건가.’

지금도 반짝거리는 메시지 창 회강의 입술이 비틀린다.

‘가지가지 하는군. 하지만 나도 배신자를 아주 싫어하니 응해주지.’

그가 번개같이 뒤에 꽂은 단창을 잡아 던졌다.

슈웅.

빗줄기들을 갈라버리며 날아간 창이 놈의 얼굴에 박혀버렸다.

“우끼~~~”

주변에 있던 유인원들이 놀라서 움찔거렸지만, 회강은 개의치 않고 놈에게 다가가 단창을 뽑는다.


-고맙습니다.


‘다음엔 미션으로 줘라.’

회강이 마음속으로 말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치사한 녀석.’

그는 주황빛이 약해지고 있는 석기를 바라보았다.

‘다음은 다시 무색으로 돌아가는 건가. 뭐...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앞으로 싸움이 자주 벌어질 것 같으니까.’

회강은 녀석의 몸에다 피 묻은 석기를 문지르며 숲을 바라보았다. 검은 숲속에서 일곱 쌍의 빛이 반짝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질 수 없는... 후후후.’

얼마 뒤, 회강은 그들을 이끌고 숲 안으로 사라졌다.


*2*


사흘 뒤,

이십은 넘어 보이는 유인원들이 칠흑같이 어두운 숲 앞에서 모여 있었다.

“우가우가.”

누군가 숲 안을 가리켰지만, 다른 유인원들은 고개를 젓고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뒤편으로 다시 이십에 가까운 무리가 다가왔다.

“우가우가.”

“우가우가”

목에 거인의 턱뼈를 매단 두 사람이 각 무리에서 나와 부둥켜안았다.

다시 멀어지는 두 사람, 그들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카”

악수를 한 두 사람. 그들이 숲을 향해 오른손을 내민다.

“우가~~~”

커다란 외침이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나머지 유인원들이 나무창을 들고선 숲 안으로 들어간다.



회강의 오른쪽 입꼬리가 귀 쪽으로 올라간다.

‘오늘 싸움도 매우 쉽겠군.’

조폭이라고 해서 전략도 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도 없이 대놓고 정면으로 들어올 줄은 몰라서 회강도 처음엔 뒤치기라도 오는 줄 알고 호돌이 중 한 마리를 뒤로 보내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숫자가 늘었다지만, 밝은 곳은 등지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올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회강은 오른쪽 땅바닥에 꽂혀있는 일곱 개의 나무창 중 하나를 잡았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나무창을 바라본 회강은 미소 짓는다.

그의 오른쪽에서 돌멩이를 쥔 채 앞을 보고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녀석, 양의보다도 손재주가 있는걸. 우리 양의와-’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젠장.’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없앤 회강은 오른손을 뒤로 젖힌다.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다...’

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놈들이 적당한 거리로 들어오자,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두른다.

“우워~~~”

주변을 흔들 정도의 고함에 당황한 그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열 몇 개의 나무창이 유인원들에게 날아갔다.

퍽퍽퍽퍽퍽.

대여섯 명이 쓰러졌지만, 회강 쪽 플레이어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우워~~~”

그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여러 개의 나무창이 놈들에게 날아갔다.

퍽퍽퍽.

그러나 이번엔 나무 뒤로 숨은 자들이 많아서, 전보다 적은 세 명만이 나무창을 맞고 쓰러졌다.

회강은 입을 오므렸다.

휘익휘익.

그가 낸 휘파람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지자, 주변 사람들은 몸을 수그린 채 뒤로 이동했다.

회강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림에도 고개도 내밀지 않는 녀석들을 보며 비웃었다.

‘우리야 정면 대결하면 불리한데 숨어주면 고맙지. 시간이 갈수록 급한 건 너희들이다.’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일행들을 이끌고 충분히 숲속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아니 살아보기도 전에 죽을걸’

그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저들이 온 쪽에서 들려온 거인들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미친 새끼들 거인의 턱뼈를 목에 걸고 다니다니, 거인 특유의 체취가 뼛속에 남아 있어서 가지고 다녔다간 영원히 추적당하는데... 쯧쯧. 그저 욕심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서...’

거인들은 긴주둥이늑대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도 먹는 이들이다. 특히 거인들끼리는 경쟁이 심해서, 무조건 다른 거인의 냄새를 맡는 순간 바로 냄새를 맡고 쫓아온다.

그 바람에 회강은 뼈를 불에 태워서 냄새를 날려버리거나, 땅에 묻어버리는 처리 방법들을 찾아내기 전까진 한두 명씩 찾아오는 거인들과 계속 싸워야만 했다.

‘역시 현실에서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수렵2 미션을 최고 난도로 깬 사람 수만 십만 명이 넘는다. 과연 그들이 그 사실을 모를까?’


[인간은 이기적이야.]


‘그래... 알아. 안다고.’

회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커다란 분노가 다시 그의 가슴속에서 휘몰아친다.

‘마음 같아선 이놈들을 나 혼자서 처리 하고 싶지만...’

“후. 후”

그는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

‘오늘은 아니다. 오로지 저들의 힘만으로 물리쳐야 해. 능동적으로 자신들이 주도해서 성공했을 때의 맛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안 그럼 몇몇은 나아지지 못할 거야.’

요사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의 무리엔 여전히 수동적인 인간들이 있어서, 먹이 통제를 통해 강제로 그들을 배우게 하고 있었다.

어제는 그런 그들의 모습들이 최변인이 배신자인지도 모르고 의지했던 과거의 자신과 너무 똑같아서 몇 번이나 고함을 질렀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들을 때리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조폭들과 다르지 않아. 그들과 똑같은 폭력으로 일을 해결할 순 없지.’

고심 끝에 회강은 그들도 호구들과 같은 동물임에 착안해 먹이 통제를 통해서 여러 기술을 배우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 몇몇은 적극적으로 변했으며, 나머진 어느 정도 스스로 자신이 맡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회강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오른손엔 이리저리 긁히고 베인 흉터가 가득했다.

‘내가 최변인에게 주먹을 날린 이후로 많이 변했듯이, 이들도 변해야 한다.’

맨날 수그리고 있어 봤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좀 더 능동적으로 스스로 치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한 번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면, 그다음에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처음에는 회강의 오른손에 생긴 흉터 자국들이 말해주듯이 그 과정들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그 뒤에 오는 보상은 언제나 달콤해. 이들도 그걸 안다면 과거의 나와 같은 이로 남아있지는-’

슈웅.

날아오는 나무창을 고개를 수그려 피한 회강이 상체를 흔들었다.

퍽퍽퍽

세 개의 나무창이 연달아서 그의 상체를 공격했지만, 애꿎은 땅바닥에만 꽂힐 뿐이었다.

그사이, 놈들은 나무창을 추가로 날리며 다가왔다.

‘근접해서 붙으면 이긴다는 발상인가.’

회강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다.

퍽퍽퍽퍽퍽.

그가 벗어난 곳으로 다섯 개의 나무창이 땅바닥에 꽂혔다.

점점 더 놈들의 공격이 예리해지고 있었다.

‘던지기 실력이 예상보다 좋구나.’

미간을 좁힌 회강은 눈앞에 있는 나무창을 바로 잡고 날린다.

퍽.

“우끼.”

그 뒤로 그를 발견한 이들이 다가오자, 회강은 나무창 하나를 잡고는 뒤로 빠졌다.

‘나머지 나무창들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우선 끌어들여서 다른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의 일행에게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중요했기 때문에 회강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며 뒤로 몸을 날린다.

“우카카카”

그가 뒤로 이동하자 겁을 먹었다고 판단했는지, 숨어있던 적들이 몸을 드러내고 회강의 뒤를 따라 달려온다.

간간이 뒤돌아보며 상황을 살피던 회강의 얼굴엔 미소가 어린다.

‘이제 열 걸음 거리만 더 가면 된다.’

그리고 그가 빠른 발놀림으로 목표했던 곳으로 이동하자마자, 덤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부스럭.

안으로 들어간 회강은 바로 옆에 있던 나무줄기로 굴렀다. 줄기 뒤에서 상체를 일으킨 그가 입을 오므렸다.

휘익.

휘파람 소리와 함께, 위에서 커다란 뱀 꼬리가 내려온다.

꽈악.

회강이 그것을 잡자마자, 그는 순식간에 나뭇가지 위로 올라갔다.

나뭇가지 위에 몸을 웅크린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덤불로 천천히 접근하는 유인원들이 보이자,

‘후후. 죽으러 들어오는구나.’

싸늘한 미소를 지은 그는 울창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사라졌다.



유인원들이 회강이 있는 곳을 찾아온 뒤 두리번거렸다.

“우카우카”

“우가우가”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십 수 명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들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다가왔다.

퍽퍽퍽퍽.

그림자에게서 나무창들이 날아와 유인원 네 명에게 꽂혔다.

“우까!”

다른 일행들이 당황하는 사이, 검은 그림자들이 달려들었다.

그림자들의 정체는 상대의 비해 체구가 작은 유인원들이었는데, 그들은 결연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창을 내질렀다.

퍽퍽.

추가적인 공격으로 두 명이 더 죽자, 수와 기세에 밀린 일곱 명의 커다란 유인원이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도망간다.

그러나 거기엔 그들 못지않은 건장한 체격의 유인원이 주황빛이 도는 단창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그러질 못했다. 뒤에는 이미 이십에 가까운 유인원들이 나무창을 들고 쫓아오고 있었게 때문이다.

“우카” “우카카”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자신들이 지닌 무기들을 혼자 있는 유인원에게 내질렀지만,

휙휙.

주황색 창을 든 유인원은 간결한 상체 움직임 뒤, 단창으로 세 명의 유인원들의 머리를 쳤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명의 유인원이 얼어붙었다.

“우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자신들의 무기를 뒤로 휘두른다.

퍽퍽퍽.

하지만, 그들은 저항한 보람도 없이, 한 명당 일곱 명이 넘는 나무창에 찔려서 절명한다.

머리를 맞고 비틀거리던 유인원 세 명 모두, 뒤늦게 나타난 유인원들에 의해 피 묻은 나무창들에 찔려서 차디찬 땅바닥 위로 쓰러졌다.

퍽퍽퍽퍽퍽.

그런데도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작은 유인원들은 녀석들에게 창을 계속해서 내질렀다.

주황빛 단창을 쥔, 커다란 사내는 그들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컹컹.

뒤에서 들려온 동물 울음소리 쪽으로 몸을 날렸다.



회강이 호돌이 들의 신호들 듣고 달려갔을 땐, 놈들이 숲 밖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따라온 몇몇 유인원들을 제지한다.

“우끼끼”

눈알을 번들거리며 작은 체구의 유인원들이 소리 질렀지만,

“우워~~~”

더 강한 고함을 지른 뒤, 움찔한 유인원들에게 오른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들이 회강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거기엔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콰찍. “우끼~~” “우카우카” 콰직. 쩝쩝쩝.

돌연변이 거인 하나와 거인 둘이 유인원들을 추격해서 잡아먹고 있었다. 숲속에서 호구들에게 시달려서 도망칠 기력이 없었던 그들은 삽시간에 거인들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우엑.”

그 장면을 지켜보던 유인원 중, 몇몇이 고개를 숙여 토사물을 뱉어낸다.

그는 굳은 얼굴로 재빨리 몸을 돌렸다.

‘턱뼈의 냄새를 따라왔구나, 다행히 거인들 모두 저쪽에 있다. 바람 방향이 바뀌지 전에 이 숲에서 빠져나가야겠어.’

해가 더 높이 솟아오르기 전에 벗어나려면 서둘러야 했다.

회강은 입을 오므렸다.

휘~익.

가느다란 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유인원들이 뒤로 물러나고, 회강은 고개를 뒤로 돌려 거인들을 바라본다.

‘한동안 머물 기세군. 사흘 뒤, 녀석들이 부활할 때 있다면 같이 사냥해야겠다. 물론 돌연변이를 제외한 나머지 거인들은 모두 일행들이 처리하도록 유도해야겠어.’

계획을 머릿속에서 정리한 회강은 유인원들이 사라진 곳으로 이동했다.


*3*


병원 복도.

회강은 실눈을 뜨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의 시야엔 낡은 물품들이 널린 복도가 보였다.

그리고 그 복도를 회강을 실은 침대가 통과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검진도 이미 안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혹시 영교일까.’

이대로 끌려가서 허무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어떻게든 몸부림치고 싶었다.

‘제발... 지금이라도 움직이라고.’

그러나 눈만 움직일 뿐, 다른 곳은 반응하지 못했다.

파르르 떨리는 그의 눈을 아무도 보지 못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이 회강의 침대를 양옆에서 끌고 있었다.

회강의 침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난 뒤, 지하 주차장으로 나왔다.

‘역시 영교인 건가.’

이대로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눈에는 눈물조차 맺히지 않았다.

‘아...’

결국 회강은 눈을 감았다.

얼마 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쿠웅.

그런데도 눈을 뜨지 않던 회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왜 나를 죽이지 않은 거지?’

슬며시 눈을 뜬다.

그리고...

‘여기는!’

회강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작가의말

이제 삼일 뒤면 길고 길었던 연참 대전이 끝납니다.

동시에 글은 육십만 자에 근접하게 되죠.


12월 1일 까지만 연재하고, 금, 토, 일 사흘간 쉬려고 합니다.

물론 그사이 수정작업도 할까 합니다.

그러고 12월 5일 부터 월~토 한 주당 6주 연재를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이 떨어져 나갈까 두렵지만...

앞으로 달려 나아가기 위한 기간이라 생각해주시고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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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27장 17.05.08 1,174 27 17쪽
151 27장 +2 17.05.04 1,222 29 12쪽
150 27장 +1 17.05.03 1,204 26 13쪽
149 26장 자극. +1 17.05.02 1,193 29 11쪽
148 26장 +4 17.05.01 1,166 28 13쪽
147 26장 +2 17.04.28 1,252 30 13쪽
146 26장 +2 17.04.27 1,214 30 12쪽
145 26장. +6 17.04.26 1,206 29 12쪽
144 25장 잡았다. +6 17.04.11 1,360 28 13쪽
143 25장 +1 17.04.10 2,005 32 12쪽
142 24장 +1 17.04.03 1,348 32 17쪽
141 25장 +4 17.03.31 1,353 27 14쪽
140 25장 +3 17.03.28 1,408 30 12쪽
139 24장 꽃도 인간이 될 수 있다. +2 17.03.21 1,425 34 15쪽
138 24장 +6 17.03.20 1,383 31 11쪽
137 24장 +7 17.03.18 1,363 31 10쪽
136 24장 +2 17.03.17 1,336 34 13쪽
135 24장 +6 17.03.16 1,277 33 10쪽
134 23장 다른 이도 힘을 쓴다. +3 17.03.15 1,362 34 10쪽
133 23장 +1 17.03.14 1,338 34 11쪽
132 23장 +3 17.03.13 1,407 38 11쪽
131 23장 +7 17.03.11 1,399 41 17쪽
130 23장 +8 17.03.10 1,462 36 13쪽
129 23장 +7 17.03.09 1,452 37 12쪽
128 23장 +4 17.03.08 1,472 37 15쪽
127 23장. +5 17.03.07 1,589 37 14쪽
126 23장 +6 17.03.06 1,445 37 15쪽
125 22장. 울부짖다. +5 17.03.04 1,711 45 13쪽
124 22장 +5 17.03.03 1,525 40 14쪽
123 22장 +3 17.03.02 1,473 39 13쪽
122 22장 +4 17.03.01 1,604 38 14쪽
121 22장 +4 17.02.24 1,657 42 11쪽
120 22장 +2 17.02.21 1,568 43 10쪽
119 22장 +2 17.02.20 1,740 39 25쪽
118 22장 +3 17.02.16 1,713 48 13쪽
117 22장 +3 17.02.12 2,296 46 16쪽
116 22장 +4 17.02.07 1,830 44 14쪽
115 22장. +8 17.02.06 1,876 46 15쪽
114 21장 새로운 사실들. +4 17.01.31 2,027 53 10쪽
113 21장 +5 17.01.30 1,826 49 16쪽
112 21장 +4 17.01.27 1,898 50 14쪽
111 21장 +5 17.01.26 1,945 51 14쪽
110 21장 +4 17.01.25 1,952 53 12쪽
109 21장 +1 17.01.24 2,077 49 13쪽
108 21장 +5 17.01.23 1,986 53 18쪽
107 21장 +2 17.01.21 2,349 52 16쪽
106 21장 +4 17.01.20 2,108 48 11쪽
105 20장. 돌아오다. -2- +6 17.01.19 2,072 50 15쪽
104 20장 +2 17.01.18 2,124 58 16쪽
103 20장 +4 17.01.17 2,079 62 16쪽
102 20장 +4 17.01.16 2,225 57 14쪽
101 20장 +2 17.01.14 2,428 56 14쪽
100 20장 +7 17.01.13 2,249 64 13쪽
99 20장 +6 17.01.12 2,302 56 15쪽
98 19장 돌아오다. -1- +6 17.01.11 2,365 56 12쪽
97 19장 +4 17.01.10 2,350 66 17쪽
96 19장 +9 17.01.09 2,419 57 17쪽
95 19장 +4 17.01.07 2,505 57 19쪽
94 19장. +4 17.01.06 2,361 57 18쪽
93 19장 +7 17.01.05 2,364 65 16쪽
92 18장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4 17.01.04 2,406 60 11쪽
91 18장. +8 17.01.03 2,314 63 11쪽
90 18장 +6 17.01.02 2,482 57 16쪽
89 18장 +10 17.01.01 2,449 56 12쪽
88 18장. +6 16.12.27 2,712 69 18쪽
87 18장 +13 16.12.25 2,832 78 15쪽
86 17장. 각자만의 사정. +11 16.12.23 2,948 70 24쪽
85 17장 +5 16.12.21 2,732 73 19쪽
84 17장 +6 16.12.19 2,931 79 16쪽
83 17장 +2 16.12.16 3,024 84 22쪽
82 17장 +13 16.12.15 3,510 96 14쪽
81 16장 드디어. +6 16.12.09 3,248 85 21쪽
80 16장 +2 16.12.06 2,989 83 15쪽
79 16장 +3 16.12.05 2,942 84 15쪽
78 16장 +1 16.12.05 3,016 79 18쪽
77 15장 나와 같은 이들. +7 16.12.01 3,110 97 14쪽
76 15장 +3 16.11.30 3,017 97 16쪽
75 15장 +8 16.11.29 3,114 101 15쪽
74 15장 +6 16.11.28 3,340 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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