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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80,513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7.05.08 23:00
조회
1,175
추천
27
글자
17쪽

27장

DUMMY

*4*


-소리보다 모양이 쉽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모양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시간이 소리보다 너무 느리다.

-소리보단 모양이 기억하기 쉽다.


회강이 발견한 의사소통은 손으로 땅바닥에 보이는 그림자의 모양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해하기 쉽고 좋은 방법이다. 소리도 필요 없어서 근처 포식자가 있을 경우엔 몰래 의사를 전달하기도 쉽고, 바로 지금처럼.’

그는 옆에 있는 유인원에게 새와 눈 그리고 화살 모양을 만들었다.

-저 포식자의 눈을 화살로 공격하겠다.-

그러자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날개와 창 모양을 만들었다.

-그럼 나는 날개에 창을 던지겠다.-

의사 결정이 끝나고 회강은 바로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그는 주변의 나뭇가지의 흔들림을 살펴보다가 줄어드는 순간, 당겼던 활시위를 놓았다.

뎅. 슈우웅.

카아악.

눈에 화살이 꽂힌 까마귀독수리가 버둥거리자, 주변에 있던 다섯 마리의 독수리들이 날아올랐다.

퍽퍽.

회강이 날린 창에 위로 올라가던 독수리 두 마리가 땅바닥에 쓰러짐과 동시에 제일 처음 공격당한 독수리뿐만 아니라, 두 동물에게 유인원이 날린 창이 날아가 꽂힌다.

‘지금이다.’

바로 뛰쳐나온 회강과 유인원은 잽싸게 그들에게 다가가 목을 쳤다.

슥슥.

공격을 마무리한 후, 회강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놈들만 있으니, 아무 문제 없겠군.’

회강은 입을 오므렸다.

휙휙.

휙휙.

휘파람 소리에 호구들이 나타났는데, 그들도 사냥했는지 입에 흡혈 덩굴이나 늑대가 한 마리씩 물려 있었다. 그러다가 호삐에게로 시선이 간 회강은 미소 지었다.

‘저 녀석은 애벌레를 너무 좋아해.’

자기 몸만 한 썩은 나무 둥치를 뒤뚱거리며 끌고 오는 모습이 회강에겐 너무 귀여워 보였다.

삐삐.

그는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다들 다 컸구나.’

어린 녀석들을 키우고 딴 데로 샐까 봐 전전긍긍하던 모습이 떠오른 그였다.

‘그랬던 녀석들이 이렇게 나를 도와주고 있어.’

살짝 눈가를 손등으로 훔친 그에게 유인원이 다가와 어깨를 쳤다.

툭.‘

”우우.“

미소와 함께 양손으로 독수리를 들어 올리는 모습에 회강도 마주 보며 웃었다.

”우끼우끼.“

’그럼 사냥이 끝났으니, 돌아가야지.‘

휙. 휙.

그가 휘파람을 불자, 유인원을 비롯한 호구들이 한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가 살짝 기울어졌을 때, 회강은 반짝이는 옷으로 도배한 유인원들이 모인 곳에 도착한다.

그때.

퍽.

날카로운 창이 날아와 그들 앞에 꽂혔다.

굳은 얼굴로 회강이 전방을 바라보자, 그와 비슷한 덩치의 사내가 옆에 있는 사내를 무서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차. 옷을 입는다는 걸 잊었구나.‘

회강은 같이 따라온 자에게 황급히 호파람 등에 있는 옷을 건네주었다.

그제야, 뭔 일인지 안 유인원이 허겁지겁 옷을 입었다.

조금 뒤. 그들은 자신들에게 창을 던진 유인원의 현란한 손놀림을 볼 수 있었다.

-어리석은 놈들, 반짝이는 옷을 입고 있어야, 놈들을 따돌릴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언제 어디서든 입고 있어야 해.-

그의 말에 회강은 가만히 있었지만, 옆에 있던 유인원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양손을 움직였다.

-이방인의 말대로 벗었더니, 사냥이 이전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이거 보세요. 성인 다섯 명이 일주일을 사냥해서 간신히 얻은 동물의 사체를 고작 하루 만에 얻었다고요.-

-그래봤자, 죽으면 소용없다. 절대로 옷을 벗는 행위는 허락할 수 없다. 너는 놈들을 물리쳐준 이자의 부탁으로 특별히 허락했지만, 자꾸 이러면 너도 다시 옷을 입어야 할 거야.-

-언제까지 이자의 도움만 받고 연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이자처럼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같이 움직여야-

”우! 우!“

눈앞에 있던 상대의 양손에 하얀빛이 나타나자, 회강이 바로 손을 옆으로 뻗었다.

탕. 탕탕.

그와 회강의 손이 세 번 부딪히고, 입술을 깨문 사내가 더 강한 빛을 뿜어냈을 때, 그들 사이로 한 여성 유인원이 나타나 갈라놓았다.

-그만 싸워. 이제 놈들이 깨어날 시간이야. 이 소리를 듣고 그들이 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그녀의 호소에 사내와 회강이 한 걸음씩 물러났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아.‘

빛을 뿜는 손끼리 부딪혔을 때, 생각보다 충격음이 멀리까지 퍼진다는 건 여기 와서 안 사실이었다.

그사이, 회강의 옆에 있던 자는 사냥한 독수리를 여인에게 건네준 뒤, 뒤로 물러났다.

-이방인 이만 가자. 이들은 너의 말을 따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

회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강들은 그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동했다. 거기엔 온통 은색으로 반짝이는 반원형 물체가 있었다.

그 중, 유일하게 검은색 나뭇잎이 있었는데, 그 점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회강이 손을 뻗어 건드렸다.

그러자, 그곳을 중심으로 은빛 물결이 뒤로 물러났고, 호파람을 제외한 일행들이 들어갈 만한 큰 공간이 나타났다.

’진짜, 여긴 언제 봐도 신기해.‘

그가 동료의 도움을 받아 만든 곳으로, 바닥에 떨어진 진은사시나무만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식물만으로도 이런 훌륭한 은신처를 만들 수 있다니, 물론 불에 약하지만...‘


-진은사시나무는 새순이 자란 속이 빈 나뭇가지를 바람에 날려 번식을 한다.

-이 나무는 잘린 다음 일주일 안에 물을 부으면 살아난다.

-물만 있다면 어느 정도 크기까지 빠르게 자란다.

-이 나무는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갈리는 데, 그 모습에 따라 성질도 달라진다.

-이 나무 중 원형 모양으로 키운 곳에 죽은 나뭇가지를 한 곳에다 접목하면, 버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살아있는 진은사시나무로 서식지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만든 서식지는 불에 취약하나, 촘촘하게 사방을 막아 추운 바람과 외부 공격 아주 강하다. 또한, 촘촘하게 자라나는 나뭇잎에 의해 빛이 통과하지 않아서, 대부분 밝은 빛에 감싸여 있는 진은사시나무숲 주변에 살 수 있도록 해준다.


회강도 도움을 받아 만들 때만해도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이제까지 묶은 서식지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사흘 동안 물만 부어주면서 형태만 만들어도, 쉽게 완성할 수 있으니 당연한 거겠지.‘

그는 짐을 놓고 나와 모닥불을 핀 뒤, 넓은 돌판 위에다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이익.

꿀꺽.

’언제나 구운 고기는 옳아. 여기에 진은사시나무 열매에서 나온 즙을 뿌리면.‘

그가 검은빛의 액체를 고기 위로 뿌렸다.

쏴아아악.

시원한 물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고기에게서 흘러나왔다.

’여기에 참깨도 올리면.‘

타닥타닥.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향이 올라오자, 옆에서 정비하고 있던 동료도 고기에 시선을 집중했다.

’다 익었다!‘

고기가 다 익자마자, 그는 반달돌칼로 먹기 좋게 잘라서, 옆에 있는 돌 위에 올려놓았다.

바로 먹으려는 호구들에게 손을 휘저어 물린 그는 다른 고기까지 굽고 나서야, 그들을 불렀다.

쩝쩝쩝.

호구들과 유인원이 모두 함께 먹기 시작했고, 돌 위에 놓여 있던 고기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꺼어억.“

”컥.“

동시에 트림을 한 회강과 유인원의 시선이 마주치고...

”우우.“

”우끼끼끼“

웃음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잠시 포만감에 나무에 기댄 회강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노을이 진 하늘을 보였고,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회강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제 곧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인간으로의 길로 들어서고 난 뒤, 공존이라는 명칭과 현실과 진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것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진화 요소는 여전히 다른 이들보다 평균적으로 다섯 단계 높았다.

그래서 회강은 빠르게 새로운 언어방식에 대해 습득했고, 자신의 옆에서 누워있는 동료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도 대화할 정도로 능숙해졌다.

’서식지 미션은 내일이면 끝나고, 옆에 있는 이 수장의 아들이란 녀석과 저 일행의 아이들도 내 방식의 언어도 거의 다 익혔어. 이틀 정도만 지나면 완료되겠지.‘

원래는 이곳에서 계속 머물면서, 이들이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해 주고 싶었지만 문제가 생기고 만다.

’꽃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회강이 있었을 때, 그의 공격으로 꽃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가 수장에서 물러나고 일행은 수동적으로 꽃과 대치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꽃이 갑자기 자신이 숙주로 만든 기생충을 이용해 유인원들을 압박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호원 무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선봉에서 싸우는 걸 거부했고, 선봉에서 싸우던 자들이 죽거나 다쳐서 뒤로 물러나자, 순식간에 분지 내 절반이 넘는 영역이 꽃의 손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과 그들을 사이로 두고 고민하던 그는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래도... 현실에서 친한 이들을 구해야 하는 거니까...‘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정든 사람들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회강은 주거지 미션을 완성한 다음에 바로 돌아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이들을 데려가기도 쉽지 않고...‘

말을 건네 봤지만, 그들은 진은사시나무 숲을 가꾸고 지키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서 힘들었다. 이 나무들 덕분에 빙하기를 견뎠는데, 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다른 나무들을 뽑지 못하면 이 나무들은 바로 사라질 거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이 진은사시나무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진은사시나무들은 햇빛을 아래까지 전달시켜줘서, 다른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주었다. 동시에 강한 빛으로 자신을 숨기기 좋아하는 대부분의 포식자를 물러나게 하면서, 유인원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별로 없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등 공신이었다.

’물론, 한 놈만 없다면 말이지.‘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지리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강력한 포식자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도 회강이 처음 보는 포식자가 존재해 그와 유인원들을 위협했다.

’박쥐원숭이.‘

그들을 떠올린 회강은 얼굴을 찌푸렸다.


-박쥐원숭이들은 눈이 없지만,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나무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들은 육식이 아닌 채식이지만,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놈들은 모두 쫓아내려는 한다.

-그들은 항상 오십 마리 이상씩 무리 지어 다니며, 그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지나간 지역들의 열매들은 모두 먹거나 채집한다.

-그들의 공격은 대부분 나뭇가지 던지기와 합동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몸놀림만 잽싸지, 공격력이 허약해서 손쉽게 물리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박쥐원숭이는 날카로운 소리나 견제로 상대의 시선을 빼앗고, 진짜 공격은 소리를 듣고 따라온 긴주둥이늑대와 식인 곰 무리다.-


’공생을 할 줄 아는 놈들이다.‘

회강도 위만 바라보고 있다가, 늑대들이 몸을 웅크리고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해, 위험했던 적이 있었다.

’더 무서운 건, 놈들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줄 안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믐날이나, 먹구름이 짙게 낀 날만 공격했는데, 하루 전에 있었던 공격은 먹구름이 짙게 낀 날이라 그들이 공격해 왔었다.

’이제 그믐이 멀지 않았어.‘

모닥불은 생각보다 멀리 퍼지지 않았고, 빛도 강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이에 회강은 그들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고, 그들은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그의 지도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도 진은사시나무 때문에 발생한다.

’정확히는 너무 신성시하는 이들의 태도가 원인이지만...‘

기습을 통해 그들을 섬멸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하던 중, 그들이 입고 있는 나무껍질을 벗어야 한다는 말에 엄청 화를 낸 것이다.

그 뒤, 그들과 회강의 사이는 소원해졌고, 회강은 그의 말에 찬성하는 단 한 명의 유인원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도움을 준 존재에 대한 고마움이 너무 강해도 독이 된다.

-한 곳에 정신을 쏟는 자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소용없다.

-일행의 수장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 일행 중 대부분은 뒤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너무 답답하지만... 이런! 벌써 해가 졌구나. 어서 불을 꺼야지.‘

그는 몸을 일으켰다.

서식지로 간 그는 물주머니 세 개를 들고 모닥불로 다가갔다.

치이익. 치익.

검은 연기와 함께, 불이 완전히 꺼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입을 오므렸다.

휙.

그의 작은 휘파람 소리에, 쉬고 있던 호구들이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그가 만든 곳에 들어간 그는 모두 자리 잡은 걸 확인한 다음 검은색 나뭇잎을 건드린다.

사사삭.

어둠만 내려앉은 곳에서 회강은 눈을 감았다.

’모두 살아남기를...‘


*5*


할아버지 집에서 찾은 영상을 보던 회강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음... 피곤하군.‘

그의 옆으로 다가온 이미소가 컵을 가져다 놓았다.

”자, 여기 커피요.“

”고마어. 워.“

”확실히 의사소통 미션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발음이 빠르게 정확해지고 있어요.“

”그. 으래?“

”네. 목소리도 긁히는 것보단, 굵다는 느낌도 나고요.“

”어때요! 제가 아저씨 연습시키길 잘했죠?“

뒤에서 양의와 함께 나타난 남혜원을 보고 회강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 읏차림이 무어나.“

그의 말에 남혜원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남혜원은 짧은 치마에 두꺼운 핑크색 패딩을 걸치고 있었는데,

”뭐가 문제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에게 옆에 있던 양의가 고개를 휘저었다.

”바깥은 한 겨울인데, 스타킹도 신지도 않고 나가려니까. 그러지.“

”뭐, 어때, 나 보기보다 추위 덜 타. 이러고 나가도 상관없어.“

”나그다니, 어디로?“

”학교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불가. 그차리므로는 절대 은 돼!“

”네? 왜요. 이렇게 나가도 여자들은 절대로-“

”바깥이 엄청 추워서 그 차림을 나가는 건 나도 반대.“

”선생님!“

”소리 질러도 안 되는 건 안 돼.“

”히잉.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요. 그러니까.“

”거짓말. 관심 있는 남자애 꼬시고 싶어서- 아얏! 왜 꼬집어!“

”꼬시는 게 아니라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자꾸 그러면 확!“

으르렁거리는 남혜원의 목소리 함께 날카로운 손톱을 지닌 손가락이 허공에 휘저어지자, 살짝 목을 움츠린 양의가 슬그머니 이미소 뒤편으로 이동한다.

-남에게 잘 보이는 건 상관없다만, 외모로 남의 환심을 사봤자 소용없을 거다. 물론 엄청 예쁘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저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옷 제대로 된 거 입어. 여름에는 그렇게 입는다고 말리지 않을 테니까, 응?-

대답하지 않고 볼만 부풀린 채 가만히 있는 남혜원에게 다가간 이미소가,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리가 너를 위해서 그런 거잖니, 그러니까-“

탁.

”알았어요. 벗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선생님.“

”응?“

”선생님의 엄마는 뭐라 안 그래요?“

”뭐를?“

”여자가 남자 홀로 사는 집에 자주 들어오는 거, 솔직히 남들에게 보기 안 좋은 거잖아요. 저도 선생님을 위해서 한마디 할게요. 그만 여기로 오세요.“

”어?“

”남혜원! 너 우리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르고 하는-“

”알아. 하지만, 그렇게 지낼 이유도 없고, 상황도 맞지 않잖아.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너도 나랑 같이 듣지 않았어?“

남혜원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양의가 입을 연다.

”그거야 우리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모르면 알리던가, 그것 때문에 밑에 있는 사람들까지 곤란해지는 데-“

띠띠띠. 띠띠. 벌컥.

현관문이 열리고 김산수을 비롯한 사람들이 줄지어 뛰어 들어왔다.

”회강님 큰일 났습니다.“

이미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회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입니까. 일단 소파에-

”우선 TV를 켜보십시오.“

”제가 킬게요.“

김산수의 말에 양의가 테이블로 손을 뻗었다.

”공중파 아무 채널이나 돌려봐라.“

”예.“

몇 번의 조작 후, TV에서 뉴스특보 장면이 나오자, 양의는 리모콘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김해시 외곽에 위치한 마을주민들이, 한 소녀의 찾아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지금 제 옆에 나타난 사진 속 소녀는 커다란 게를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던 아이로, 그들이 용병을 부르자마자,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이에 며칠간...-


사진 속 소녀와 똑같이 생긴 남혜원을 바라본 양의가 중얼거렸다.

”누가 누구 때문에 곤란해지는 건지...“

고개 숙인 그녀의 얼굴 밑으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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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2장 +3 17.03.02 1,475 39 13쪽
122 22장 +4 17.03.01 1,605 38 14쪽
121 22장 +4 17.02.24 1,661 42 11쪽
120 22장 +2 17.02.21 1,573 43 10쪽
119 22장 +2 17.02.20 1,741 39 25쪽
118 22장 +3 17.02.16 1,717 48 13쪽
117 22장 +3 17.02.12 2,298 46 16쪽
116 22장 +4 17.02.07 1,836 44 14쪽
115 22장. +8 17.02.06 1,877 46 15쪽
114 21장 새로운 사실들. +4 17.01.31 2,028 53 10쪽
113 21장 +5 17.01.30 1,828 49 16쪽
112 21장 +4 17.01.27 1,899 50 14쪽
111 21장 +5 17.01.26 1,946 51 14쪽
110 21장 +4 17.01.25 1,955 53 12쪽
109 21장 +1 17.01.24 2,080 49 13쪽
108 21장 +5 17.01.23 1,989 53 18쪽
107 21장 +2 17.01.21 2,353 52 16쪽
106 21장 +4 17.01.20 2,114 48 11쪽
105 20장. 돌아오다. -2- +6 17.01.19 2,073 50 15쪽
104 20장 +2 17.01.18 2,125 58 16쪽
103 20장 +4 17.01.17 2,083 62 16쪽
102 20장 +4 17.01.16 2,228 57 14쪽
101 20장 +2 17.01.14 2,429 56 14쪽
100 20장 +7 17.01.13 2,252 64 13쪽
99 20장 +6 17.01.12 2,303 56 15쪽
98 19장 돌아오다. -1- +6 17.01.11 2,368 56 12쪽
97 19장 +4 17.01.10 2,351 66 17쪽
96 19장 +9 17.01.09 2,421 57 17쪽
95 19장 +4 17.01.07 2,506 57 19쪽
94 19장. +4 17.01.06 2,365 57 18쪽
93 19장 +7 17.01.05 2,368 65 16쪽
92 18장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4 17.01.04 2,408 60 11쪽
91 18장. +8 17.01.03 2,315 63 11쪽
90 18장 +6 17.01.02 2,483 57 16쪽
89 18장 +10 17.01.01 2,450 56 12쪽
88 18장. +6 16.12.27 2,714 69 18쪽
87 18장 +13 16.12.25 2,835 78 15쪽
86 17장. 각자만의 사정. +11 16.12.23 2,950 70 24쪽
85 17장 +5 16.12.21 2,733 73 19쪽
84 17장 +6 16.12.19 2,934 79 16쪽
83 17장 +2 16.12.16 3,026 84 22쪽
82 17장 +13 16.12.15 3,515 96 14쪽
81 16장 드디어. +6 16.12.09 3,250 85 21쪽
80 16장 +2 16.12.06 2,991 83 15쪽
79 16장 +3 16.12.05 2,943 84 15쪽
78 16장 +1 16.12.05 3,018 79 18쪽
77 15장 나와 같은 이들. +7 16.12.01 3,113 97 14쪽
76 15장 +3 16.11.30 3,020 97 16쪽
75 15장 +8 16.11.29 3,115 101 15쪽
74 15장 +6 16.11.28 3,347 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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