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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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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9,486

작성
16.12.2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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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17장. 각자만의 사정.

DUMMY

적막했던 산속이 시끄러워졌다.

우르르 나타난 사내 중에 제일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옆에 있는 남자에게 고개를 돌린다.

”남양이랑 의정부 방향 다 막은 거 맞아?“

”예. 형님. 창고 바깥에 있던 휴대폰을 들자마자 연락했습니다. 요즘 애들 몸이 다 날래서 충분히-“

”알았으니까. 어서 애들 데리고 뒤져.“

”예!“

주변에 있던 사내들이 흩어지자, 그가 휴대폰을 귓가에 댄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배원용입니다.“

인사를 하자마자, 휴대폰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돈을 줬으면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시-“

배원용은 휴대폰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그러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잠잠해지자, 그는 다시 자신의 귓가에 그것을 가져다 댄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실패하더라도-“

이번에도 격한 욕설이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지만, 끝내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 뒤로 몇 마디도 하지 않고 통화를 마친 그는 휴대폰을 바닥에다 던져 버렸다.

”에이 시발새끼가. 고작 돈 삼억 가지고, 좃나게 나대네. 신림 형님 부탁만 아니었어도 그냥 확 꽂아버리는 건데. 아우~“

배원용이 성질을 낼 때, 그의 머리 위 나무에서 그림자가 떨어져 내린다.

퍽. 털썩.

한방에 쓰러진 그를 발로 밀친 그림자가 상체를 수그렸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을 건드린다.

빛을 내는 화면으로 인해 그림자의 얼굴이 밝혀진다.

”으음.“

호랑이 가면을 쓴 채, 휴대폰을 보던 자가 꿈틀거리는 배원용의 머리를 다시 발로 찬다.

”흠. 가즈가야겠근.“

어눌한 발음으로 말을 내뱉은 그가 자신의 덩치와 비슷한 배원용을 수월하게 어깨에 올리더니, 숲속으로 사라진다.



하루 뒤, 용암산자락에 위치한 절.

쓰레기가 가득한 법당 안으로 호랑이 가면과 쥐 가면을 쓴 두 사람이 들어왔다.

”읍읍.“

재갈이 물린 채 버둥거리는 사내에게 다가간 그들 중 쥐 가면을 쓴 자에게서 변조된 느낌이 물씬 드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가 말한 곳으로 갔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럼 약속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정원사들이나 쓰는 가지치기용 가위를 주워든 쥐 가면을 쓴 자가 재갈의 물린 사내에게 다가갔다.

”읍읍“

눈물까지 흘리며 버둥거리는 놈의 모습에, 갑자기 호랑이 가면을 쓴 자가 손을 뻗어 쥐 가면을 사내의 어깨를 잡았다. 그가 고개를 젓더니 재갈을 풀라는 손짓을 한다.

그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인 쥐 가면의 사내가 가위를 구석으로 던졌다.

”흥. 운이 좋은 녀석이군. 이분이 김재생, 네 녀석의 변명을 듣고 싶다고 하는데, 어디 말할 기회를 줄까?“

그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김재생이었다.

이후 재갈이 풀리자마자, 그가 재빨리 소리친다.

”죄송합니다. 증거는 사실 없습니다. 최변인 그 개자식에게서 살기 위해서 거짓말한 겁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그의 말에 쥐 면상의 사내가 호랑이 가면을 쓴 자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자입니다. 어느 정도 호랑이님의 정체를 아는 듯하니, 후환을 남겨두지 말죠.“

”어헉. 살려주세요.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 제 자식들의 목숨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흥. 네놈이 과거에 와이프를 팔아먹다 못해, 딸까지 팔려고 한 걸 모르는 줄 아느냐. 이 새끼가 끝까지 거짓말을 하네. 앙!“

퍽.

”악.“

가슴을 걷어차인 김재생이 뒤로 쓰러진다. 쓰러진 그의 가슴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말입니다... 살려... 주세요...“

털썩.

”헛.“

놀란 쥐 가면의 사내가 김재생의 코 밑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휴. 나는 죽은 줄 알았잖아.“

김재생의 손목에 묶인 줄을 확인한 쥐 가면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뒤에서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 사내에게 다가갔다.

”호랑이님 예측대로 증거는 없었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바람에 하루를 날리게 된 점 정말 죄송합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호랑이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가 법당 밖으로 나서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쥐 가면의 사내가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끼이익.

문을 닫자마자, 쥐 가면의 사내가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쥐 면상을 한 김산수의 얼굴이 드러났다.

”후. 호랑이님은 어떻게 항상 가면을 쓰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잠깐만 쓰고 있어도 엄청 답답한데.“

-그런가. 그럼 이제 배원용에게 가보자.

”예. 따라오시죠.“

고개를 끄덕인 그가 앞장서서 검은 천으로 둘러쳐진 하우스로 걸어간다.

”으... 곰팡이 냄새. 회강님 들어가시죠. 제가 바깥에서 망을 보겠습니다.“

문을 연 김산수가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회강은 안으로 들어갔다.

하우스 안은 전체적으로 어두웠으며, 썩어들어 가는 채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한가운데엔 쇠사슬에 전신이 묶인 사내가 회강을 노려보며 앉아있었다.

-배원용 고문용 의자에 묶인 소감이 어떠신가.-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움찔했던 배원용이 소리 질렀다.

”네놈 누구야! 누군데, 나를 이렇게-“

그에게 회강이 주먹을 날린다.

퍽.

회강이 주먹을 배원용의 옷 위에다 비빈다. 그러자 피가 묻어나오고 오른손을 회수한 회강이 코피가 터진 배원용을 바라보았다.

-소리 질러도 소용없어. 네놈 조직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거든. 어제 내가 거의 다 잡아서 경찰에다 넘겼지.-

”그럴 리가. 의정부 경찰들과는-“

-그들도 옹호할 수 없는 너희 조직의 비밀이 드러났거든. 그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네놈 앞에다 얼굴을 드러내는 거고.-

스윽.

그가 가면을 벗자 배원용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너... 너는 강회강! 그럼... 헉!“

회강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나타났다.

-그래. 나야. 너희들 영교와 철천지원수인 사람이지.-

”으드득.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었구나.“

-아니, 배신자는 없었어. 너희가 최변인과 협력하는 바람에 알게 된 거지.-

”최변인? 그게... 그렇군. 그 싸가지 없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 새끼였구나. 이런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배원용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그때, 회강의 오른손이 놈의 턱을 잡아 강제로 돌렸다.

”큭“

회강의 강렬한 시선과 마주친 놈의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간다.

-네가 이곳 지부장이라 들었다. 다른 곳을 말해준다면 살려주지.-

그의 말에 배원용이 실소한다.

”그래서 나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없잖아. 네놈이 얼굴을 드러냈다는 건, 이미 나를 죽이겠다는 소린데, 왜 내가 말해야 하지.“

회강의 얼굴이 갑자기 무표정해진다.

-난 너를 살려준다는 말은 안 했는데.-

배원용의 표정이 멍해지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뭐? 그게 무슨...“

그러다 놈의 얼굴이 순식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이 인간보다 못한 새끼야. 네가 어떻게-“

철썩.

놈의 따귀를 때린 회강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너도 누군가의 가족을 먹었잖아. 안 그래?-

순간 눈이 동그래진 배원용이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못 했다. 회강은 계속해서 그의 앞에다 메시지를 띄운다.

-게다가 난 명분도 있어. 명동 사건. 너도 거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잖아.-

”크... 내 아이들은 먹이지 않았다. 절대 번화가에서 변할 이유가 없어! 게다가 그 아이들은 내가 영교인지도 몰라. 단지 불치병에 걸려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내 아내와 나만 먹었을 뿐이야.“

그의 말을 들은 회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내는 먹었다는 이야기구나.-

”헉. 그... 그건. 부탁이다. 아내는 영교에 대해서 모른다. 오직 나만 접선해서 피를 먹었을 뿐이야. 그 뒤로 아내가 거기에 중독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퍽.

”닥쳐 이 개자식아.“

어느새 옆에서 나타난 김산수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피 묻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거기 어떤 곳인지도 아는 놈이.“


”계속 먹인 주제에.“


”어디서 헛소리를-“

”그만.“

회강이 김산수의 오른손을 잡아서 뒤로 잡아끌었다.

힘없이 딸려온 그의 얼굴엔 이미 피와 눈물이 뒤섞여서 괴기하게 변해있었다.

”크흐흑. 죄송합니다. 듣다 보니, 내 아내의 피를 이놈이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그의 말에 배원용의 몸이 크게 움찔하더니, 고개를 힘없이 떨어뜨렸다

”미... 미안하다. 아내를 살리고 싶어서 그랬다...“

-누구나 사정은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정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해. 너의 가족만 소중한 것이 아니다. 남의 가족도 너처럼 그들에겐 매우 중요하지. 그리고 어차피 너의 가족들은 알아서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게 무슨 소리지? 알아서 죽는다니.“

-무작정 다른 사람의 피를 먹으면 거인으로 변하잖아. 뉴스로 들었을 텐데.-

메시지를 본 배원용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럴 리가 없어. 나는 피를 먹으면 대부분의 병이 회복된다는 너의 말만 믿고 아내에게 먹였다고.“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뒤에 곧바로 거인으로 변하니 먹지 말라는 말을 했을 텐데. 그리고 정부에서도 똑같은 발표를 했고. 그리고-

”너 때문이야.“

배원용이 힘없이 중얼거린 소리에, 떠오르던 메시지가 사라진다.

”너 때문에 아내에게 마지막 희망으로 먹였다고. 그래서... 그래서... 억.“

갑자기 배원용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급하게 다가간 두 사람이 그의 몸을 잡으며 소리친다.

”왜 그래. 정신 차려.“

-혹시 약을 먹였나?-

”아닙니다. 그냥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놓기만 했습니다.“

”헉.“

”회강님 놈이 이상합니다.“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난다.

그들이 보는 곳에는 흐물흐물해지는 배원용의 몸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배원용이 입을 벌렸다.

”우워~~“

그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자, 두 사람의 몸이 비틀거렸다. 회강은 배원용의 얼굴과 몸 전체가 뒤틀리는 모습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이 소리는 거인과 흡사해. 그렇다면 놈이 거인으로 변하고 있다는-

회강이 김산수를 안고 뒤로 몸을 날렸다.

쾅.

터지는 소리와 함께, 회강의 등에 날카로운 쇠사슬 파편들이 파고들었다.

”큭“

그사이 뒤를 보고 있던 김산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저게... 거인. 거인입니다!“

그의 외침에 회강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회강의 시선 끝에는 부서진 쇠사슬들이 전신에 박혀있는 거인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지끈.

하우스가 크게 흔들리자, 회강은 산수를 안고 바깥으로 뒤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하우스가 몸을 일으킨 거인이 휘저은 손에 의해서 무너졌다.

회강은 김산수를 놓아줬다.

-너는 물러나 있어라. 내가 상대할 테니까.-

”하지만 회강님의 몸 상태가...

김산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의 등을 바라보자, 회강의 입매가 가늘게 길어졌다.

-이건 겉보기에나 크게 다친 것으로 보이지만, 진짜는-

“합.”

회강이 기합을 지르자, 그의 등에 박혀있던 쇠사슬들이 피부에 밀려났다.

투두둑.

쇠사슬들이 떨어지자, 김산수가 그의 등을 쓸어본다.

“대단하십니다. 이래서 전에 총을 쏘라고 하셨군요.”

-그래. 아무튼, 너는 피해라. 놈이 나무 기둥을 든 것을 보니 던질 것 같은데. 아직 저런 공격을 피하기엔 넌 약하잖아.-

“크윽. 뭔가 가슴을 찌르는 말이군요.”

-장난치지 말고 어서 피해라. 그러다 비명횡사한다.-

“저도 준비해둔 무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그동안 조심하세요.”

‘그즌에 끝날 텐데... 훗.‘

냉큼 몸을 돌려 법당 쪽으로 뛰어가는 김산수를 보던 회강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거기엔 두꺼운 나무 기둥을 들다가 휘청거리는 거인이 있었다.

그는 품에서 주먹도끼를 꺼내 든다.

”변하는 건. 츠음보는군.“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거인의 몸을 훑은 그는,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돌멩이를 왼손으로 잡아서 놈에게 던졌다.

퍽.

”우워~“

기다란 돌멩이가 목으로 파고들자 놈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놈은 회강을 공격하지 못했다.

놈의 피부가 다시 흐물흐물해지더니, 거대한 육체가 뒤로 넘어진 것이다.

쿵.

놈을 지켜보던 회강의 눈이 부릅떠진다.

”윽. 냄새.“

그에게 불어오는 바람에게서 달걀 썩는 냄새가 나자 얼굴을 찌푸린 그였지만, 가만히 서서, 거인을 아니, 이제는 다시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배원용을 바라보았다.

회강은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다가가자, 나신이 되어버린 배원용이 보였다. 놈의 목에는 커다란 상처와 함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으윽.“

그가 눈을 뜨자 회강이 상체를 숙였다.

-아이들은 건들지 않겠다. 하지만 아내는 장담하지 못하겠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격리 조치를 당할 거다.-

”고... 고맙. 다른 지...부...는 서울 명동-“

툭.

회강은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배원용의 시체를 바라보는 그의 등 뒤로 김산수가 돌이 박힌 창을 들고 뛰어왔다.

”그새 회강님 물리치시- 헉. 이게 뭡니까. 다시 인간으로 변한 겁니까.“

-그래. 일시적으로만 거인이 되는 경우가 전에도 있었지.-

”끔찍하군요.“

-잘 봐둬라. 김산수, 이게 남의 피와 살을 먹은 자들의 말로다. 혹여 나중에라도 이런 길로 들어서지 말거라. 가족에게도 큰 상처가 될 테니.-

그의 말에 김산수가 굳은 얼굴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너는 나에게 이자의 주소 좀 알려주도록. 이자의 아내가 이자보다 피를 더 먹었으니, 현재 변했을 수도 있어. 어서 가봐야겠다. 그러고 나서 너는 이자의 시체를 약간 옮긴 뒤, 경찰에게 제보해라. 슬쩍 최변인에게 공을 돌리는 말을 해서 잃어버린 신임도 사고. 자칫 너에게 화풀이를 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김산수가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조작한다.

”주소는 바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의정부시에서 거인을 보았다는 뉴스는 뜨지 않았습니다.“

-고맙다. 그럼 나는 내일 이곳으로 돌아오도록 하지.-

그가 몸을 돌리려는데, 김산수가 그를 불러 세웠다.

”회강님, 그럼 법당에 있는 김재생은 어찌합니까?“

-그자는. 우선 우리 본거지로 옮긴 다음, 고민 좀 해보자고.-

”예. 제가 배원용이를 옮기면서 같이 일을 보겠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

회강은 의정부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예. 안녕히 가십쇼. 위험하다 싶으면 무조건 도망치시는 겁니다.“

그의 말에 살짝 비틀거린 회강은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하루 뒤, 용암산.

핏자국인 이리저리 흩뿌려진 법당 내로 김산수가 들어왔다.

”회강님이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고맙다. 그런데 최변인은?-

”예상대로 회강님이 아닌 용암파의 수장인 배원용이 빼돌린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또한, 그가 거인으로 변하면서 김재생을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돈도 다 떨어져서, 신림 쪽 지인도 부리지 못할 테니, 당분간 김재생도 안전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에야말로 증거를 찾나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그의 말에 회강은 작게 고개를 젓는다.

-이미 그때 당시에도 즉흥적이었고 도박중독자였던 김재생에겐 증거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엔 그걸 확인했고, 아무래도 내 생각엔 양근악이 가지고 있을 것 같아.-

”양근악이요? 하지만 그걸 가지고 있었다면, 몇 년간 사채업자에게 시달릴 이유가 없었을 텐데요.“

-그때도 그는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어. 구급대원이 중화요리를 할 줄 안다는 게 어디 한두 해 준비해서 될 일인가. 애초에 은퇴까지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이야. 그리고-

회강이 자리에 일어서서 달빛으로 빛나는 전경을 바라본다.

-그는 나처럼 겁이 아주 많거든.-

”그라면 모르겠지만, 회강님이 겁이 많다고요?“

피식 웃는 김산수가 그에게 다가왔다.

”회강님이 겁이 많으면, 이 세상 사람들은 고개도 내밀지 못하고 죄다 숨어 있어야겠네요.“

-아니 난 겁이 많아. 그걸 요즘 들어서 깨달았지. 아무튼, 겁이 많은 자들의 특징이 뭔 줄 아나?-

그의 옆으로 다가온 김산수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회강님처럼 겁 많은 저는 모르겠는데요.“

회강이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을 바라보았다.

-절대 자신이 지닌 패를 쉽게 내놓지 않아. 생명의 위험 정도의 수준이 아니고서는 경거망동하지 않지. 자네도 그렇지 않나. 혹시 몰라서 나를 협박할 수단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텐데.-

그의 메시지에 김산수가 고개뿐만 아니라, 손까지 저었다.

”이제는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 몰래 준비해놔. 언제고 내가 이상해져서 사람들을 해하는 최변인같은 존재가 된다면 쳐야 할 거 아냐.-

김산수가 순간 흠칫한다.

”그건... 혹시 배원용이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그자는 영교의 숨겨진 조직원이었지 않습니까. 게다가 거인으로 변해버리기까지 했으니... 그자는 죽어 마땅했습니다.“

”으흠...“

-어제 아침에 나는 아이들의 앞에서 거인으로 변한 어미를 죽여 버렸지. 그러고서 본 그녀의 일기장엔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아는가. 그자의 말대로 그게 사람의 피라고는 전혀 몰랐었어. 단지, 마약으로 생각했나 봐. 그때 머릿속으로 다신 인간으로 변한 배원용이 떠오르더군. 그 뒤로 내가 죽이지도 않아도 될 생명은 죽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거야. 지금도 계속 맴돌아서 미치겠어.-

”저도 영상을 보았지만, 아이들도 있었고, 주변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거인 옆에는 바로 주유소가 있었죠. 바로 죽이지 않았다면 큰일 났을 겁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

회강은 자신의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흉터가 가득한 두터운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봐봐, 잘 닦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피가 아직도 내 손톱 하며 옷들에 배어 있어. 마치 이제까지 보아왔던 악인들처럼 말이지.-

잘게 떨리는 회강의 손을 바라보는 김산수의 눈이 흔들린다.

”그 피는 악인들이지만, 제 손에 묻힌 피는... 크윽.“

-자신의 사정에 따라 쉽게 사람을 해친다는 것에서 나나 그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저 우리의 명분이 더욱 그럴듯하고 사람들을 덜 해친다는 것뿐. 만약 세상사람 모두가 영교가 된다면 우리가 악인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김산수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이번 일은 정말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마음 쓰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만약에 그런 세상이 온다고 해도...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사람을 해치는 건 정말이지... 이젠 다시는 그런 짓을 하기 싫습니다. 크윽.“

힘없이 주저앉고 눈물을 흘리는 그였다.

-너의 말대로 그것만은 하지 말아야겠지. 모두의 적이 돼도 말이야.-

”네... 우리 그래요. 흑흑.“

회강은 그의 옆에 쭈그려 앉더니, 김산수의 등을 두드렸다.

그렇게 두 사내는 달빛 아래 잠을 이루지 못했다.


*10*


[너 때문이야.]


”으헉“

갑자기 들려온 환청에 회강은 움찔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니. 어서 일 봐.-

”정말이십니까?“

-어서 가봐. 최성국 혼자서 끙끙대고 있잖아.-

”예. 그럼 전 이만.“

다시 최성국에게 다가가 같이 나무로 된 테이블을 만들기 시작한 김산수를 바라보던 회강은 몸을 돌려 짐을 옮기는 이필상에게 다가간다.

”후.“

‘도무지 그놈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환청의 잔재를 날려버리는 회강에게, 이필상의 곁에서 웃고 있던 남연희가 날듯이 다가온다.

”회강님 이제 복귀하시는데, 소감은 어떠세요.“

그녀의 질문에, 회강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아무 생각이 안 나. 그냥 평온해.-

”에이. 이제 기자들과도 만나서 이야기하셔야 할 텐데. 그러다가 성의 없다고 욕먹어요. 양의 데려오려고 재판하실 생각하지 하시는 분이 그렇게 밋밋하게 매번 대답하면 누가 회강님을 도와주려 하겠어요.“

-그런가?

그녀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 한마디 하려는 걸 이필상이 제지한다.

”그만해. 회강님이 이제까지 사람들을 위해 한 일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고 도움을 받을 만하니 괜한 짓 하지 마.“

”칫. 연인 사이를 공개했다고 이렇게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기에요.“

”무시는 무슨 내가 언제 당신을 무시했다는 거야.“

”지금도...“

‘이런. 또 싸우는군. 이러다가 오늘 내로 못 나가는 거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들에게 멀어지던 회강에게 박정근이 다가왔다.

그는 밝은 얼굴로 회강의 손을 잡고 흔든다.

”자네 덕분에 집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

-이들에게 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에이, 망가진 기계랑 창고까지 다 고쳐줬으니, 내가 더 고맙지. 하하하.“

크게 웃던 그가 회강에게 고개를 내밀며 속삭였다.

”근데, 진짜 영교 때문에 복귀하는 건가? 증거를 찾아서 복수하려는 건 아니고?“

그의 말에 회강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그 모습을 본 박정근이 손사래를 친다.

”내가 괜한 질문을 했군. 대답할 필요-“

-아닙니다. 단지 그 쓰레기 놈이 생각나서 그랬을 뿐입니다. 마음 쓰지 마시고. 정말로 영교 때문에 가는 거니, 행여 참여할 생각하지 마세요. 유의명님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도움은커녕 방해가 될 겁니다. 진화 속 거인에게 도망 다닌다는 이야기는 손자에게 들었으니 어린아이처럼 떼쓰셔도 허락 안 합니다.-

”크음... 그놈의 자식이 괜한 소리를 해서...“

궁시렁 거리는 그를 보며 회강이 미소 짓는 사이, 다른 이들이 짐을 들고는 다가왔다.

”회강님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어서 가시죠.“

”이필상! 연희랑 그만 싸우고 어여 차에 시동 걸어.“

”예.“

”자자. 어서 타세요. 회견장까지 시간 내로 가지 못하면 큰일 아닙니까.“

-교통상황도 나쁘지 않아, 서두르지 말자고.-

”아닙니다, 해야 할 일도 많으니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회강은 그들에게 떠밀려서 조수석에 탑승한다.

김산수가 운전대를 잡고선 열린 창밖으로 소리친다.

”회강님 나가시니 모두 비키세요.“

그의 말에 모두 웃으며 양옆으로 비켜선다.

부우웅.

차가 출발하자, 몇몇은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또 다른 이들은 손을 흔들었으며, 아이들은 차 뒤를 따라왔다.

회강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인사를 한다.

”학창 시절의 함께 추웠던 잊지...“

흥에 겨운 김산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십의 사람들도 이렇게나 제각기 다른데... 그들의 사정을 내가 다 들어줄 순 없겠지...’

차가 멀어지고, 회강은 사이드미러를 통해 뒤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야. 물론... 감시도 해야겠지.’

그는 눈을 감고 상체를 의자에 기댄다.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저들을 버려야...’

회강은 품 안으로 오른손을 집어넣어 주먹도끼를 매만진다.

‘나도 나만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상하이 상하이 상하이. 트위...“

그는 김산수의 노래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수정을 하고 또하고 또하고 계속하다가 올립니다.

어쩌면 내일 수정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될 수도 있고요. ㅎㅎ

많이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몸도 찌부둥하고 컨디션도 별로입니다.

이럴때 일수록 영양제등을 먹어서 자신의 몸을 챙기는 것이 좋은데...

영양제를 먹으면 거북해서... ㅠㅠ

아무튼, 여러분 내일 봬요. ~~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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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27장 17.05.15 1,210 23 12쪽
154 27장 +1 17.05.12 1,149 21 11쪽
153 27장 17.05.10 1,174 22 10쪽
152 27장 17.05.08 1,174 27 17쪽
151 27장 +2 17.05.04 1,222 29 12쪽
150 27장 +1 17.05.03 1,203 26 13쪽
149 26장 자극. +1 17.05.02 1,192 29 11쪽
148 26장 +4 17.05.01 1,165 28 13쪽
147 26장 +2 17.04.28 1,251 30 13쪽
146 26장 +2 17.04.27 1,213 30 12쪽
145 26장. +6 17.04.26 1,205 29 12쪽
144 25장 잡았다. +6 17.04.11 1,359 28 13쪽
143 25장 +1 17.04.10 2,005 32 12쪽
142 24장 +1 17.04.03 1,347 32 17쪽
141 25장 +4 17.03.31 1,352 27 14쪽
140 25장 +3 17.03.28 1,407 30 12쪽
139 24장 꽃도 인간이 될 수 있다. +2 17.03.21 1,425 34 15쪽
138 24장 +6 17.03.20 1,382 31 11쪽
137 24장 +7 17.03.18 1,363 31 10쪽
136 24장 +2 17.03.17 1,335 34 13쪽
135 24장 +6 17.03.16 1,277 33 10쪽
134 23장 다른 이도 힘을 쓴다. +3 17.03.15 1,361 34 10쪽
133 23장 +1 17.03.14 1,337 34 11쪽
132 23장 +3 17.03.13 1,406 38 11쪽
131 23장 +7 17.03.11 1,398 41 17쪽
130 23장 +8 17.03.10 1,461 36 13쪽
129 23장 +7 17.03.09 1,451 37 12쪽
128 23장 +4 17.03.08 1,471 37 15쪽
127 23장. +5 17.03.07 1,589 37 14쪽
126 23장 +6 17.03.06 1,444 37 15쪽
125 22장. 울부짖다. +5 17.03.04 1,711 45 13쪽
124 22장 +5 17.03.03 1,524 40 14쪽
123 22장 +3 17.03.02 1,471 39 13쪽
122 22장 +4 17.03.01 1,604 38 14쪽
121 22장 +4 17.02.24 1,657 42 11쪽
120 22장 +2 17.02.21 1,568 43 10쪽
119 22장 +2 17.02.20 1,740 39 25쪽
118 22장 +3 17.02.16 1,713 48 13쪽
117 22장 +3 17.02.12 2,296 46 16쪽
116 22장 +4 17.02.07 1,830 44 14쪽
115 22장. +8 17.02.06 1,875 46 15쪽
114 21장 새로운 사실들. +4 17.01.31 2,026 53 10쪽
113 21장 +5 17.01.30 1,825 49 16쪽
112 21장 +4 17.01.27 1,898 50 14쪽
111 21장 +5 17.01.26 1,944 51 14쪽
110 21장 +4 17.01.25 1,951 53 12쪽
109 21장 +1 17.01.24 2,077 49 13쪽
108 21장 +5 17.01.23 1,986 53 18쪽
107 21장 +2 17.01.21 2,348 52 16쪽
106 21장 +4 17.01.20 2,107 48 11쪽
105 20장. 돌아오다. -2- +6 17.01.19 2,071 50 15쪽
104 20장 +2 17.01.18 2,124 58 16쪽
103 20장 +4 17.01.17 2,078 62 16쪽
102 20장 +4 17.01.16 2,225 57 14쪽
101 20장 +2 17.01.14 2,427 56 14쪽
100 20장 +7 17.01.13 2,248 64 13쪽
99 20장 +6 17.01.12 2,301 56 15쪽
98 19장 돌아오다. -1- +6 17.01.11 2,364 56 12쪽
97 19장 +4 17.01.10 2,349 66 17쪽
96 19장 +9 17.01.09 2,418 57 17쪽
95 19장 +4 17.01.07 2,504 57 19쪽
94 19장. +4 17.01.06 2,361 57 18쪽
93 19장 +7 17.01.05 2,364 65 16쪽
92 18장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4 17.01.04 2,406 60 11쪽
91 18장. +8 17.01.03 2,314 63 11쪽
90 18장 +6 17.01.02 2,481 57 16쪽
89 18장 +10 17.01.01 2,448 56 12쪽
88 18장. +6 16.12.27 2,711 69 18쪽
87 18장 +13 16.12.25 2,832 78 15쪽
» 17장. 각자만의 사정. +11 16.12.23 2,948 70 24쪽
85 17장 +5 16.12.21 2,731 73 19쪽
84 17장 +6 16.12.19 2,931 79 16쪽
83 17장 +2 16.12.16 3,023 84 22쪽
82 17장 +13 16.12.15 3,509 96 14쪽
81 16장 드디어. +6 16.12.09 3,247 85 21쪽
80 16장 +2 16.12.06 2,988 83 15쪽
79 16장 +3 16.12.05 2,941 84 15쪽
78 16장 +1 16.12.05 3,016 79 18쪽
77 15장 나와 같은 이들. +7 16.12.01 3,109 97 14쪽
76 15장 +3 16.11.30 3,016 97 16쪽
75 15장 +8 16.11.29 3,113 101 15쪽
74 15장 +6 16.11.28 3,340 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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