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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79,871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7.01.2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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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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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18쪽

21장

DUMMY

십 분 뒤. 마트 사 층 복도.


-총 남은 인원 214명.

-변한 이들은 모두 47명.

-이들 처우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9표. 반대 73표. 기권 52표.


결과표를 가져온 왕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읽은 회강이 한숨과 함께 결과표를 휴지통에 던졌다.

-생각보다 기권표가 많아. 어떻게 된 거지?-

-그게 크게 다쳐서 사경을 헤맨 사람들도 있고, 어린아이 중 나이가 너무 애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놓아두고 가기로 한 거구나.-

-예. 저기 회강님은 어디에다 투표하셨습니까?-

그의 질문에 회강은 피식 웃었다.

-왜. 내가 반대를 했을까 봐?-

-아... 아닙니다. 단지 궁금해서요.-

-난 기권했다.-

-예? 기권요?-

그의 동그래진 눈을 바라보며 회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권.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하든지 상관이 없는 새로운 방법이 떠올랐거든.-

회강의 메시지에 왕류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입니까. 정말로 두 쪽 다 만족할 만한 답이 있는 겁니까?-

-그래. 내가 제시한 방법을 따른다면, 찬성한 이들도 수긍할 거다. 반대한 사람들도 뭐라 하지 못할 테고.-

-어떤 방법입니다. 정말 궁금하네요.-

그가 한 걸음 다가서자 회강은 뒤로 물러섰다.

-너무 다가오지 마라. 징그럽다.-

왕류가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 대단한 건 아니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 같아서, 간단하게 해보자, 하는 순간 떠오른 거다. 내 생각이 완벽한 건 아니니까, 이야기를 듣고 조언 좀 부탁한다.-

눈동자를 움직이던 왕류가 고개를 끄덕이자, 회강은 새로운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왕류와 함께 회강은 계획서를 작성한 뒤. 사람들에게 다가가 의견을 구하게 된다.



삼십 분 뒤.

-총 남은 인원 214명.

-변한 이들은 모두 47명.

-이들 처우에 대한 투표 결과. 기권 52표를 제외한 전원 만장일치.


*그들도 데리고 가실 건가요?* [단체] 대성공!

<내용>

-인원을 나눈 뒤, 차례로 뿌리와 기생충을 뿌리칠 정도만 이동해서 탈출한다는 회강님의 발상은 훌륭합니다.

그들을 버리고 가자고 한 이들을 먼저 이동시켜서 불만을 잠재우고, 그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 한 이들은 나중에 이동시켜서 위험을 감수하게 하게끔 했습니다.

비록 세세한 계획은 다른 이를 시켜서 정립했지만, 그 중심아이디어는 바로 회강님이 떠올리신 것입니다.

물론, 이를 수긍하고 찬성한 다른 이들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에 진화는 성공으로 처리해서 그들 모두에게 보상하고자 합니다.

<개인 보상>

-[공존]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셨습니다. [지도] & [공감] & [교육] & [교감] 등의 요소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단체 보상>

-[업] 20일 +


*돌발 미션 발동*

*모두가 웃었으면 좋겠다.* [개인] [히든] [반영구]

<내용>

-[진화]은 회강님의 의견을 이와 비슷한 위기에 부닥친 이들에게 좋은 알려주고자 합니다.

그러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좋은 의견을 제시한 자의 이름을 공개해야 하므로 회강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회강님에게 묻겠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할 경우 보상>

-이 의견으로 생존에 성공한 사람수당. [업] 0.1 시간 +

-이 미션의 보상은 회강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계속 지급될 예정입니다.


‘동의한다.’


-[강회강의 혜안]이라는 제목으로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제시될 예정입니다.

-참고로, 상하이 주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대한 자신의 정체를 숨겨주세요. 아무튼, 동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젠장. 계속해서 민얼굴로 다녀야겠네.’

반쪽이 흉터와 일그러진 상태로 돌아다니기 싫었지만, 가면을 쓰고 활약하는 그의 모습이 이미 세계 전부에 공개된 마당에, 섣불리 얼굴을 가릴 수가 없었다.

기분이 좋지 않던 그는 신경질적으로 이 층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갑자기 수면 아래서 기생충이 튀어나왔다.

퍽.

회강이 손바닥으로 밀치자, 기생충이 마트 내 휴지통 안으로 들어갔다.

-물 뿌리고 때려잡아.-

-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왕류가 황급히 뒤로 뛰어간다.

회강은 고개를 내밀어서 주변을 살펴본다.

‘일단 수면 위에는 보이지 않는군.’

그가 뒤로 손을 뻗어 손짓하자, 늘어서 있던 사람들이 달려와서 그에게 커다란 보트를 가져다주었다.

손쉽게,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보습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진 사이, 회강은 일인용 고무보트 위로 올라선다.

-우선, 제가 주변 기생충들의 시선을 끌겠습니다. 여기가 어느 정도 정리될 동안 일차 이동자들은 미리 이쪽 창문에다 물건들을 가져다 놓으세요.-

회강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노를 받아서 수면을 강하게 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의 앞뒤에서 기생충들이 튀어나왔다.

퍽퍽.

정확한 힘 배분으로 머리들을 친 회강은, 축 늘어진 기생충들을 창문 안으로 집어 던진다.

날아간 기생충들은 쭉 늘어서 있던 휴지통에 들어가고, 왕류를 비롯해 완전무장을 한 자들이, 안에다 물을 들이붓고는 두꺼운 몽둥이로 방아 찢듯이 휴지통 안을 내리찍었다.

기생충을 잘 처리하는 모습을 본 회강은 노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그럼, 시작해볼까.’

팡!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회강이 탄 보트가 심하게 출렁거렸다.

잠시 뒤, 기생충들이 사방에서 튀어 올라왔다.


*3*


회강은 온몸이 땀에 젖은 채 땅바닥 위로 쓰러졌다.

그런 그를 멀리서 지켜보던 최변인이 나타나 물과 수건을 내민다.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무술 연습을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밤마다 맞는 꿈을 꿔서 그런가. 가만히 있으면 몸이 덜덜 떨리더라고.”

털썩.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최변인이 그의 옆에 주저앉았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혼날까 봐 그러는 건 아니지?”

“에이. 그럴 리가 있냐. 걱정할까 봐 티를 안 내서 그렇지 내 몸 진짜 떨리거든.”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오독.오독.

손톱을 깨물기 시작한 최변인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회강이 그의 오른손을 잡는다.

“그만해. 전에 할아버지가 그거 보고 엄청 혼낸 거 잊었어?

”... 너 정말 생각 없는 거지?“

”뭐?“

”그거 말이야. 전에 할아버지한테 개 패듯 맞은 날, 내가 얘기했었잖아. 같이 도망치자고.“

그의 말에 회강은 움찔했지만,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 야. 그때야 우리가 죄 없는 여자애를 때린 줄 알고 그런 거잖아. 나중에 할아버지가 사과했는데, 아직도 그거 가지고 꽁해 있었냐?“

그의 말은 듣고 있던 최변인이 벌떡 일어났다.

”그거라니! 그때 거의 헐벗은 채로 쫓겨났을 때, 얼마나 모욕적이었는지 기억 안 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그 모습을 보였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려! 지가 뭔데 우리를 맘대로 벗기고, 때리고, 심지어 미래까지 정해버리는데! 나는 더 이상이 못 참아! 이딴 무술연습도 이젠 질렸어.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도장 다시 만들겠다는 이유는 뭔데? 뭐? 아비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쳇. 지랄. 나 버리고 떠난 새끼가 하던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는데. 왜!“

”그만해 그러다 할아버지 오시면 어떡하려고-“

”들으라고 해! 시발. 들어봤자. 맞는 거밖에 더하냐.“

끼이익.

갑자기 그들 뒤에서 들려온 문소리에, 두 사람의 몸이 굳어버린다.

천천히 돌아가는 시야.

낡은 나무문이 있는 곳에는 성난 표정의 우락부락한 백발의 사내가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그래. 맞는 거밖에 없겠구나.“

”하.. 할아버지.“

후웅.

최변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노인이 휘두른 몽둥이가 시야에 가득 찬다.


*4*


두 시간 뒤. 중국식 목조 건물 3층.

”음...“

회강이 몸을 일으키자, 왕류가 다가왔다.

-강형 좀 더 쉬세요.-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해. 사람들은 어때?-

-예. 불안해하긴 하지만, 전보다는 안정적이에요.-

-알았다. 내가 말한 대로 창문은 다 봉했고?-

-네. 꼼꼼히 제가 일일이 다 체크해놨어요. 그래도 불안해서 화장실까지 가는 곳에 줄을 달아놔서, 최대한 작은 불만 켜고 이동하라고 했어요.-

-잘했다.-

‘센스까지 있군.’

왕류의 어깨를 두드려준 회강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이제 곧 해가 진다. 이제부터는 긴장해야 해. 곧, 기생충에게 점령당한 인간들이 돌아다닐 시간이니까.’

그들은 보트를 탈 수 있으며, 문을 열고 다닐 수 있는 데다, 빛까지 탐지해서 사람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게다가 일부는 무기까지 휘두르고 총까지 쏴서, 한시라도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문제는, 기생충에게 잡아먹힌 이들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른다는 것이다. 나중으로 가면 갈수록 지능이 떨어져서 눈치챌 수 있지만, 초반에 기생충이 정보를 가지고 도망치는 데 성공하면 바로 놈들의 습격이 이어졌다.

-경계조에게 말해라. 바깥뿐만 아니라, 안도 살피라고. 방심해서 한 곳이라도 뚫리는 순간, 모두가 죽는다는 것도 주지시키고.-

-이미 모두에게 말해놨지만, 한 번 더 이야기할게요. 그럼.-

왕류가 떠나가고, 회강은 벽에 기댄다.

”후.“

‘그러고 보면, 나와 달리, 최변인은 할아버지와 충돌이 잦았지.’

할아버지의 성함은 최백호, 엄밀히 말하자면 회강의 할아버지가 아닌 최변인의 할아버지였다.

그때 당시에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들어간 보육원에서, 원장에게 잦은 구타를 당하던 최변인을 할아버지가 거뒀고, 강물에 떠내려온 회강이 합류하면서, 세 명이 가족같이 지내게 된 것이다.

‘둘 다 욱하는 성격이 똑같았는데...’

심하게 싸우고 나중엔 가출도 했지만, 최변인은 할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나에게 말도 잘 붙이던 녀석이었는데... 장례식 이후로 말이 없어지고, 화도 내지 않게 되었어. 혹시 내가 모르는 일이 그때 생긴 건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는,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던 그 자신을 배신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니까.]


갑자기 들려온 환청을 고개를 강하게 흔들어 떨쳐버린 회강은 몸을 바로 세운다.

‘아니다. 단순히 이기적인 말로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어. 내가 저들을 인간으로 섣불리 정의하지 못하는 것처럼.’

회강의 시선 끝에는 멍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중을 받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먹이를 주는 이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그 외 다른 행동들은 오로지 신호에 의해서만 움직였다.

회강은 왕류와 함께 알아낸 그들에 대한 지식을 떠올렸다.


-그들은 폐로 숨을 쉬지 않습니다.

-그들의 평균 체온은 인간보다 반 정도 낮습니다. 힘을 쓸 때는 급속도로 올라갑니다.

-똥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오줌은 걸쭉하게 나온다.


‘단순한 기계 같아. 그저 외부에서 주어진 명령에 반응하는 기계.’

그래서 그들을 마주할 때마다, 외국인 아니, 다른 이들이 회강을 마주할 때처럼 거북해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회강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과거의 자신이 당했던 처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겉으로 표현 못 하는 인간일 수도 있으니까.’

덕분에, 전체 일행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모두 얼굴이 일그러진 회강을 어려워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아무튼, 같이 탈출하기로 했으니,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해서-’

”치앙치앙!“

뒤에서 들려온 유충의 목소리.

회강이 몸을 돌리자, 그에게 다급한 표정을 한 유충이 달려왔다.

-강. 큰일이야. 방금 라디오로 날씨 예보를 들었는데, 상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고, 새로운 태풍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데.-

-폭우야, 이미 알고 있는 거고, 태풍은 예보 뜨면 보통 며칠은 걸리잖아. 왜 이리 호들갑이야.-

-그게, 이번에 생긴 태풍이 새로 생긴 두 개랑 합쳐지더니,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졌나 봐. 반경도 엄청나서 오늘 저녁부터 상하이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했어.-

-오늘 저녁부터?-

-응. 오늘부터.-

-그럼. 지금이잖아.-

회강은 급히 아래층이 통하는 계단으로 달려간다.

그가 뛰어오자, 벽에 기대어 보초를 서고 있던 두 사람이 황급히 몸을 곧추세웠지만, 그들을 무시한 채 회강은 아래로 뛰어간다.

회강은 심하게 출렁거리는 물결이 보이자, 몸을 멈춘다.

‘벌써 이렇게나 수면이 올라오다니.’

한 시간 만에 1층 중간 부분에서 2층의 삼 분의 일 정도까지 차오른 물을 본 회강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현지인들이 이곳부터는 지대가 높다고 해서 믿었는데...’

”후“

그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사이, 뒤에서 다가온 유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뭐야! 물이 이렇게나 올라왔잖아! 왜 말을 안 해! 우리 강이 그렇게나 신신당부했는데, 당신들 때문에 우리 모두 죽으면 책임질 거야! 엉!-

회강은 급히 몸을 돌려, 허리춤에 손을 얹고 큰소리로 외치고 있는 유충의 어깨를 잡았다.

-그만해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사람들 모두 불러. 이번엔 한꺼번에 이동해야겠어.-

-하지만, 이제 곧 저녁인데 괜찮을까? 기생충이야 이 근처에선 보이지 않지만, 변절자들의 눈에 보이는 순간, 우리는 가다가 전멸할 수 있어. 그들이 얼마나 빠르게 헤엄쳐 오는지는 너도 알잖아.-

-그보다 물에 익사하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설마, 여기 3층 건물이란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의 말에 움찔한 유충이 황급히 그에게서 멀어졌다.

-우선 처리조부터 보낼 테니까, 바로 배 띄워서 기생충 처리해줘. 나는 사람들을 짐 정리 도와줄게.-

복도를 돌아 사라진 그를 보며 피식 웃은 회강은,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곤 얼굴을 굳혔다.

-잘못한 건 아실 겁니다.-

-강선생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강선생. 죄송합니다.-

-넘어가는 대신, 이번에 모두 함께 이동하는 것에 동의하시리라 믿겠습니다.-

-그건... 후. 알겠습니다.-

-...예-

고개 숙인 두 사람이 가고 난 뒤, 회강은 옆에 세워져 있던 고무보트를 들고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첨벙.

보트 위로 올라탄 그는 기다란 장대를 밀어서 가운데로 이동했다.

팡팡.

이제까지 했던 강도보단 약하게 수면을 장대로 내리친 뒤, 회강은 숨죽인 채 출렁거리는 강물 위를 바라보았다.

몇 번을 반복했는데도 나오지 않고, 무장을 한 사람들이 달려오자, 회강은 바로 메시지를 띄웠다.

-다행히 기생충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고무보트 전부를 동원해야 하니까. 모두 함께 옮깁시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들과 함께, 회강은 복도에 쭉 늘어선 고무보트에게 다가갔다.



모두가 다 보트에 올라오는 데 십 분이 걸렸다.

그사이, 반 정도 차오른 물 때문에 대부분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회강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쿵.

단 한 방에, 회강의 눈앞에 있는 벽이 균열이 가더니,

쿵.

두 방 만에 부서져 버린다.

첨벙 첨벙.

잔해를 아래로 치워버린 회강은 기다란 장대를 잡고선 밀었다.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회강의 얼굴을 때리고, 하늘을 올려다본 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번쩍. 쿠르릉.

‘바람도 심하고... 쉽지 않겠군. 그럼 출발하자.’

회강은 장대로 건물을 세 개 밀었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보트에 서서 회강은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한 곳에 시선이 고정된다.

‘저기다.’

저 멀리. 상하이 중심의 건물만큼은 아니지만, 족히 이십층이 넘어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거리가 꽤 멀지만, 주변엔 죄다 삼 층 아니면 사 층이니, 저기 밖에는 없어.’

회강은 목적지가 정해지자, 메시지를 통해 각 사람에게 알렸다.

-이동!-

움직이는 고무보트들.

그 선두에 선 회강은 계속해서 장대로 수면을 쳐가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가끔 튀어 오르는 기생충들을 처리하던 회강.

전방을 살펴보고 있던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지?’

기다랗게 위로 솟은 큰 그림자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는데, 거세진 빗줄기 때문에 회강의 시력으로도 앞에 나타난 커다란 그림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내가 보지 못한 건물인가? 불안한데.’

그는 손을 들어 뒤에 따라오던 고무보트를 정지시켰다. 그러곤 노를 저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아주 커다란 키를 지닌 버드나무가 보이자, 회강은 안심했다.

‘내가 나무를 착각했구나. 이게 진짜 크네, 마친 진화 속-’

나무를 보던 회강의 눈이 갑자기 부릅떠졌다.

그의 시선 끝에는 버드나무 안에서 굵고 기다란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번쩍. 쿠르릉.

‘뱀! 뱀이구나!’

번갯불에 군청색의 무늬와 수십 미터의 길이를 지닌 뱀이 버드나무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도망쳐야 했지만, 회강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그러질 못했다.

‘눈이 마주쳤다.’

번갯불에 반짝인 고양이 눈은 정확하게 회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내 뒤에 있는 일행들을 봤을지도 모른다. 후퇴는 없어! 무조건 내가 막는다.’

입술을 깨문 회강이 반달돌칼을 허리춤에서 빼 든다.



그리고 시작된 둘의 대치.

그것이 끝난 것은 한 가지 소리를 듣고 난 뒤였다.

휘익. 휘익.

‘이... 이 소린!’

회강이 눈을 부릅떴다.


작가의말

혹시 몰라 미리 올립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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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23장 +7 17.03.11 1,398 41 17쪽
130 23장 +8 17.03.10 1,461 36 13쪽
129 23장 +7 17.03.09 1,451 37 12쪽
128 23장 +4 17.03.08 1,471 37 15쪽
127 23장. +5 17.03.07 1,589 37 14쪽
126 23장 +6 17.03.06 1,444 37 15쪽
125 22장. 울부짖다. +5 17.03.04 1,711 45 13쪽
124 22장 +5 17.03.03 1,524 40 14쪽
123 22장 +3 17.03.02 1,471 39 13쪽
122 22장 +4 17.03.01 1,603 38 14쪽
121 22장 +4 17.02.24 1,657 42 11쪽
120 22장 +2 17.02.21 1,567 43 10쪽
119 22장 +2 17.02.20 1,740 39 25쪽
118 22장 +3 17.02.16 1,712 48 13쪽
117 22장 +3 17.02.12 2,296 46 16쪽
116 22장 +4 17.02.07 1,830 44 14쪽
115 22장. +8 17.02.06 1,875 46 15쪽
114 21장 새로운 사실들. +4 17.01.31 2,026 53 10쪽
113 21장 +5 17.01.30 1,825 49 16쪽
112 21장 +4 17.01.27 1,898 50 14쪽
111 21장 +5 17.01.26 1,944 51 14쪽
110 21장 +4 17.01.25 1,951 53 12쪽
109 21장 +1 17.01.24 2,077 49 13쪽
» 21장 +5 17.01.23 1,986 53 18쪽
107 21장 +2 17.01.21 2,348 52 16쪽
106 21장 +4 17.01.20 2,107 48 11쪽
105 20장. 돌아오다. -2- +6 17.01.19 2,071 50 15쪽
104 20장 +2 17.01.18 2,123 58 16쪽
103 20장 +4 17.01.17 2,078 62 16쪽
102 20장 +4 17.01.16 2,225 57 14쪽
101 20장 +2 17.01.14 2,427 56 14쪽
100 20장 +7 17.01.13 2,248 64 13쪽
99 20장 +6 17.01.12 2,301 56 15쪽
98 19장 돌아오다. -1- +6 17.01.11 2,364 56 12쪽
97 19장 +4 17.01.10 2,349 66 17쪽
96 19장 +9 17.01.09 2,418 57 17쪽
95 19장 +4 17.01.07 2,504 57 19쪽
94 19장. +4 17.01.06 2,361 57 18쪽
93 19장 +7 17.01.05 2,364 65 16쪽
92 18장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4 17.01.04 2,406 60 11쪽
91 18장. +8 17.01.03 2,314 63 11쪽
90 18장 +6 17.01.02 2,481 57 16쪽
89 18장 +10 17.01.01 2,448 56 12쪽
88 18장. +6 16.12.27 2,711 69 18쪽
87 18장 +13 16.12.25 2,832 78 15쪽
86 17장. 각자만의 사정. +11 16.12.23 2,947 70 24쪽
85 17장 +5 16.12.21 2,731 73 19쪽
84 17장 +6 16.12.19 2,930 79 16쪽
83 17장 +2 16.12.16 3,023 84 22쪽
82 17장 +13 16.12.15 3,509 96 14쪽
81 16장 드디어. +6 16.12.09 3,247 85 21쪽
80 16장 +2 16.12.06 2,988 83 15쪽
79 16장 +3 16.12.05 2,941 84 15쪽
78 16장 +1 16.12.05 3,016 79 18쪽
77 15장 나와 같은 이들. +7 16.12.01 3,109 97 14쪽
76 15장 +3 16.11.30 3,016 97 16쪽
75 15장 +8 16.11.29 3,113 101 15쪽
74 15장 +6 16.11.28 3,340 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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