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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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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79,835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7.06.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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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8쪽

30장

DUMMY

*5*


김산수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본다.

“회강님...”

그곳엔 강회강은 평온한 얼굴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삐삐삐삐.

호구 중에는 유일하게 호삐만이 강회강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양의와 편학도가 호삐와 함께 강회강을 보고 눈가를 훔친다.

“아저씨 일어나세요.”

“흑흑.”

김산수는 그 두 아이의 뒤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곧, 잘 시간이야. 일어나면 곧바로 깨워줄 테니까. 씻으러 가라.”

“예.”

“네.”

두 아이가 고개를 숙인 채 방문을 열고 나간다.

“원인이 뭔지 알 수 없으니 미치겠군. 벌써 삼 일짼가. 투표도 회강님이 원하는 대로 없애는 거로 결론이 났는데, 회강님이 저리 누워계시니...”

말과 함께 안색이 흐려진 김산수의 뒤편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회강님은 괜찮-”

삐삐. 삐삐.

김산수는 유의명에게 위협적으로 고개를 흔드는 호삐의 몸을 잡았다.

“녀석아 왜 이래. 유의명님이잖아.”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호삐에게 두 걸음 뒤로 물러선 유의명이 머리를 긁적인다.

“아하하. 아무래도 의사선생님을 데려와서 그런가 봅니다. 낯선 사람이 오니 애완동물인 호삐에겐 적으로 보이겠지요.”

그의 말에 김산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말을 못 알아들으니 그러는 거겠지요. 아무래도 오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자칫 다른 호구들이 와서 똑같이 난리 피우면 일이 커지니까. 이만 물러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산수의 말에 유의명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삼 일이나 누워계셨습니다. 호삐는 힘으로 제압한 뒤, 회강님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KS 서길장님도 밀려드는 업무가 많아지고 있어서 더는 힘들다고 그러셨는데, TS는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이대로 가면-”

“혹시 회강님이 완전히 낫는 과정이라면 건드릴 경우 그간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겁니다. 혹은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 기다려주세요.”

“더는 무립니다. 그리고 회강님이 말없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미션을 수행하실 리가-”

“하루만, 하루만 더 기다려봅시다.”

김산수의 애절한 눈빛에 유의명이 몸을 돌렸다.

“그럼, 하루만 더 기다리겠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제가 밤새워 지키고 있겠습니다. 들어가 주무세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다음, 유의명은 데려온 의사와 함께 걸어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 나간 김산수는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끼이익. 탁.

“후”

천천히 침대 곁으로 이동한 김산수는 호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느꼈구나. 그치?”

삐삐.

“겨우 삼 일 쓰러졌다고 견고하게 기반을 다진 두 회사가 무너지지 않아. 왜 회강님을 자꾸 직접 진찰하려 하는 거지?”

의자에 앉은 김산수는 턱을 손으로 괴고선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아무래도 이 안에 계속 머물러-”

벌컥.

안으로 뛰어들어온 윤상수가 다급히 김산수에게 다가갔다.

“산수님.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청와대에서요?”

“네. 관악산 꽃 괴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김동아님이 주변 용병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꽃 괴물이다 보니까, 우리 번개 팀도 와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음... 그럼 유의명님에게 말해서-”

“그게, 유의명님은 내일 강원도 방면에 군부대와 함께 처리할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꽃 괴물이라면 자신이 아닌 김산수님과 왕류님이 전문이니 그쪽에 말을 전달해서 다 같이 관악산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유의명님이... 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산수.

”그럼 여기 지킬 팀원들은 남겨 놓고- 아, 다 차출되었죠?“

”예.“

입술을 깨물고 잠시 고민하던 그가, 윤상수를 바라봤다.

”철동님이 여기 경호를 맡아줬으면 좋겠는데요.“

”하지만 여긴 유의명님이 계신-“

”유의명님은 여기 있는 사람들을 통솔하는 사람입니다. 유사시 회강님을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서길장님을 부를 수는 없고 곁에서 지켜줄 사람은 철동님 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철동을 부르겠습니다. 잠시만.“

윤상수가 몸을 돌리고,

”어. 철동아. 네가 회강님 경호 좀 맡아줘야겠다. 어? 어. 그쪽이야 알아서 하겠지.“

그사이, 김산수는 강회강을 바라봤다.

“부디 잘 해결돼서, 완쾌하시길...”



오철동은 회강의 집 벽에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달이 없네. 오늘이 그믐날이었던가.”

마을 외곽에 설치한 전등을 제외하고, 불빛이라고는 한 한 점도 없었다. 그는 두 팔을 벌렸다.

“공기도 좋고, 하늘의 별빛도 좋고, 이럴 때 내 옆에 여자 친구가 있었다면- 왁!”

“으악.”

갑자기 상체를 왼쪽으로 숙이며 고함을 지른 그의 모습을 보고, 편학도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하하.”

“아저씨!”

“철동형이다. 자꾸 아저씨라고 하지 마. 가뜩이나 여친도 안 생기는데 너까지 자꾸-”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 맞죠?”

“어?”

“주변에 사람 없냐고요.”

“그거야...”

오철동의 귀가 여러 차례 움직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발소리는 안 들린다. 바깥에 정찰 도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빼고는 없어.”

그의 말에 편학도의 굳어있던 얼굴이 살짝 풀렸다.

“역시, 양의가 민감한 거였어.”

“왜. 양의가 누군가 온다고 그랬어?”

“아니요. 단지 느낌이 좋지 않다고 그러더라고요.”

“느낌이?”

“예. 누군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잠깐.”

그가 상체를 바로 세우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삽시간에 그의 얼굴이 굳어지자, 편학도의 얼굴도 덩달아 굳어진다.

“아저-”

아이의 입을 막은 오철동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스윽. 저벅저벅.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 오철동이 집안을 가로질러 반대편 창가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음...”

바깥을 볼 수 있는 창가에 몸을 내밀지 않고 최대한 조심스레 관찰하는 오철동이었다. 그런 와중에 편학도는 입구에서 정지된 자세로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회강의 침실 문 앞에 멈춰선 오철동이 편학도에게 손짓하자, 편학도가 쪼르르 달려온다.

-정찰을 도는 사람들이 모두 회강의 집을 한 번씩 바라봤다.-

“네?”

-목소리가 너무 크다.-

“헙.”

편학도가 자신의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믐날이라 바깥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잡아낼까 말까인데, 저런다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회강님의 안위가 정말 궁금하거나. 다른 하나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거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난 글자에 오철동의 눈이 동그래진다.

“너.”

자신의 입을 막은 오철동.

-너도 글 쓸 줄 알았냐?-

-네. 저랑 양의 모두 글 쓸 줄 알아요.-

-혹시 회강님이 너희에게 따로 마석이라도-

-아저씨. 우리 회강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런 거로 성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괴물이 아닌 인간이니까요.-

편학도의 말에 오철동의 입가가 살짝 굳어진다.

-정말 미안하다. 사과의 뜻으로 나중에 맛난 거 사줄게-

-맛나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최대한 적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거든요.-

-그거야 당연하지, 너와 양의가 원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마.-

-믿을게요.-

-고맙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 때,

벌컥.

갑자기 그들 뒤에 있는 문이 열렸다.

“헉.”

“악.”

“무슨-”

“쉿!”

편학도의 행동에 양의가 입을 다물었다.

-바깥에 사람들의 행동이 이상해서 대화 중이었어.-

편학도의 글을 본 양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 오철동님 바깥에 경계 중인 사람들 모두 누가 지휘하는 자들이죠?-

-서길장님이랑 장생님, 그리고 상수형이 이끄는 번개 팀원들 전부 관악산으로 갔잖아. 당연히 유의명님이지.-

그의 글에 편학도의 굳은 얼굴이 풀렸다.

-그럼 아저씨가 말한 것 중에 회강님에 대한 안위가 궁금해서 지켜보던 거였네요. 괜히 걱정했네.-

-그게 무슨 얘기지? 혹시 경계 서시는 분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냐?-

-아저씨 말로는 그렇다는 데?-

편학도의 대답에 양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늘 그믐날인 거 잊었어? 빛도 하나도 없는데, 바깥 경계를 안 하면 순식간에 뚫려, 특전사 출신의 유의명님의 부하들이 그걸 모를 리 없잖아.-

-우와 철동 아저씨랑 똑같이 말했다.-

-그게 중요해? 지금 회강님이랑 우리가 위험해진 거잖아.-

그의 말에 반응한 건 편학도가 아닌, 오철동이었다.

-너의 말은 유의명님이 회강님을 해코지라도 한다는 거냐? 그분은 회강님이 힘들었을 때부터 도와주신 분이었어. 배신하려면 진즉에 배신하지 왜 지금 하겠니.-

-맞아. 그리고 회강님을 배신할 이유가 없잖아. 지금처럼만 지내도-

-아니. 인간은 이기적이니까. 충분히 가능해.-

양의의 글에 둘의 몸이 크게 움찔한다.

-너무 비관적인 것 같구나. 어린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그러는 거라면-

-철동님, 철동님의 상사였던 이필성씨의 행동을 떠올려보시면 답이 될 텐데요.-

“너!”

-어떻게 이필성님이랑 유의명님을 비교해. 그리고 철동 아저씨가 제일 불편해하는 이야기인데 바로 꺼낸 것도 그렇고, 양의야 이번엔 네 말이 좀 심했어.-

-뭐가 심해. 회강님도 그렇고 김산수님 그리고 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사람들의 말을 너무 믿어. 내가 보기엔 많은 사람이 거짓말쟁이에 회강님을 호구로 보는 쓰레기들인데 말이야.-

“야!”

“이 자식이!”

오철동이 양의의 팔을 거칠게 잡아챘다.

“아얏.”

-너 이 자식. 평소엔 생글생글 웃으며 사람들에게 안기더니, 원래는 이렇게 독한 놈이었냐.-

-사실을 말한 게 독한 겁니까? 그리고 저는 회강님 앞에서 웃었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은 적은 없어요. 그걸 인지 못 한 오철동님이 문제 아닐까요?-

“너. 너.”

-그리고, 오철동님을 비롯한 남들이 편학도에게 하는 행동이 더 독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퍽하면 외면하거나 멀어지고, 자기 자식들이나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말하고, 심지어 편학도를 만지면 손부터 씻으라던 사람들도 있던데요. 그것도 편학도가 곁에 있는데도 말이죠.-

오철동이 양의를 잡은 팔을 놓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 그건.”

양의는 자신의 팔을 주무르며 오철동을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세요. 회강님에게는 말하지 않을 테니까. 말하는 순간, 회강님이 어떻게 할지는 철동님도 잘 아시죠?-

“음...”

-저도 잘한 건 없어요. 제일 학도를 차별하는 혜원이 어머니 때문에 혜원이까지 쫓겨날까 두려워서 말하지 못 했거든요. 물론, 학도도 그래서 회강님에게 말하지 못했죠. 저는 독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이기적이죠. 남들처럼.-

양의의 메시지를 본 오철동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있었다.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할까 봐. 학도를 밀어냈었다. 그런 것도 예민하게 느낄 줄 몰랐다. 너희 둘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가 고개 숙이자, 양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편학도의 눈이 동그래지자, 양의가 학도의 눈을 보며 살짝 고개 저었다.

양의는 고개를 든 오철동에게 메시지를 띄웠다.

-우선 창을 통해 바깥을 보죠. 보고 난 다음 다시 뭉쳐요. 저는 부엌으로 갈게요.-

-그럼 나는 작업실.-

-나는 그사이 거실이랑 현관 쪽으로 보고 오마.-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자리로 모인 세 사람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져 있었다.

-우리 쪽을 너무 자주 보고 있어요.-

-느낌이 좋지 않던데요.-

-내가 본 사람들 모두 자주 무언가를 보더구나. 아마도 시간을 보던 게 아닐까 싶다.-

-새벽 시간도 아닌데, 정신이 딴 곳에 팔렸다니,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데요.-

-나도 그래서 살짝 문을 열고 나갔다가 왔는데, 경계 인원이 묶고 있는 숙소 창문에서 다수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배신일까요?-

“음...”

“아...”

양의의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철동님이 그 인원들을 다 막을 수 있어요?-

-유의명님이 참여한다면 못 막는다.-

-그렇다면 우선 회강님을 건드려야겠네요.-

-하지만, 중요한 미션 중이라면.-

-제가 건드릴게요. 회강님에게 벌을 받거나 쫓겨날지 모르지만, 우선 회강님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야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잖아요.-

“후.”

-내가 건드리마. 어른이니만큼 책임을-

오철동이 일어서자, 양의가 그의 앞을 막더니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진짜 진화를 플레이하는 중이라면, 페널티로 진화에 접속될 수 있어요. 그러면 제일 전투력이 높은 사람이 소용없어지는 거잖아요. 이 중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바로 저예요. 그러니 제가 회강님을 건드리겠어요. 두 사람은 여기 있어요. 알았죠?-

양의의 메시지에 오철동과 편학도가 고개를 수그렸다.

-알았다.-

-응.-

성큼성큼 강회강에게 다가간 양의, 심하게 떨리는 손을 뻗다가 잠시 주춤했다.

“후웁.”

심호흡한 뒤, 양의가 손을 내밀었다.

툭.

회강의 몸에 닿는 순간, 크게 움찔한 양의였다.

그것도 잠시, 입술을 깨문 양의가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회강님이 미션이 아니라 아픈 거였어요. 삐삐와 호구들이 접속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하고 있던 거였네요.-

-그렇다면 병원에 옮겨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상하이 때처럼 깨어나실 때까지는 잘 보호하거나.-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회강님의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단도 없어요. 영교 때문에 도청이 가능한 앱을 깔아 놨잖아요. 지금도 감청 중일 거예요.-

-나도 해봐서 아는데, 핸드폰의 위치까지 나온다. 그나저나 큰일이구나. 경계를 뚫고 나갈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외부에 연락할 수단도 없어.-

“아...”

-방법이 하나 있어요.-

양의의 메시지에 두 사람의 상체가 그쪽으로 기울었다.

-몰래 도망가면 돼요.-

-마을을 다 둘러쌓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해.-

-맞다. 모두 뛰어난 대원들이라서 작은 소리에도 충분히 눈치챌 거다. 비밀통로라도 있지 않으면 불가능-

-있어요.-

“음?”

-있다고요. 비밀통로. 바로 여기에.-

양의의 손에 주황빛이 흘러나오고, 그 손이 회강의 침실에 있는 책장을 들어 올렸다.

-이것 좀 같이 날라주세요.-

“어.”

오철동이 황급히 양의가 들어 올린 책상을 잡았다.

-왼쪽으로 삼 미터 정도 옮겨요.-

-오케이-

스윽.

책장이 옆으로 이동하는 사이, 책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마다 편학도의 턱수염들이 현란하게 움직여서 막았다.

무사히, 큰 소음 없이 책장을 옮기는 데 성공한 세 사람.

그들은 벽에 나타난 문을 발견한다.

끼이익.

오철동이 문을 열자. 흙으로 된 통로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게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 친구가 굴을 잘 파거든요. 그것을 안 회강님이 통로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친구? 누가 이렇게 잘 파. 내가 아는 아이 중에는 이런 능력자는 없었는데, 누구야?-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어서 회강님을 데리고 마을 바깥으로 나가야 해.-

“칫.”

-철동님 뭐 하세요. 핸드폰은 켜 놓은 채 부엌에다 놓으시고 회강님과 함께 이동할 준비 하세요.-

-알았다.-

철동이 움직이자, 양의의 시선은 편학도를 향해 있었다.

-학도는 누워있는 호삐 좀 깨워줘. 호삐에게 침대 옆에 있는 비상 짐을 올려놓고 맨 뒤에서 따라와라. 씨앗은 있지?-

-어. 있어.-

-오케이. 그럼 빨리 움직여.-

-응.-

그사이, 철동이 회강을 안고서 다가왔다.

-통로가 크지 않아서 많이 불편하실 거예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럼 출발합-

-잠깐만.-

그의 메시지에 들어가려던 양의의 몸이 멈춘다.

-왜요.-

-나를 왜 믿는 거지. 유의명님이 아니라 내가 배신한 거라면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거 아닌가?-

그의 물음에 양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사라졌다.

-회강님과 비슷해서요.-

-내가? 뭐가?-

-그건 비밀입니다. 이동할게요.-

-야.-

“야.”

그가 불러보지만, 양의는 대답이 없었다.

“후.”

고개를 내저으며 오철동이 안으로 들어가고, 뒤이어 호삐와 편학도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문이 닫히고 얼마 뒤.

벌컥.

아무도 없는 침실에 유의명이 나타난다.

“여기서 다 같이 뭐 하는- 뭐야!”

동그래진 눈으로 안을 둘러본 유의명의 고개가 나무문에 고정됐다.

끼익.

어두운 통로를 본 그의 얼굴이 악귀마냥 일그러진다.

으드득.

“그때 들렸던 소리가... 젠장! 애들아!”

“예!”

앳된 얼굴의 사내들이 들어오자, 그가 통로를 가리키며 외쳤다.

“들어가서 발견하는 즉시 연락해! 여차하면 다 죽여도 돼!”

그의 고함에 들어온 사내 다섯 명의 눈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예!”

사내들이 안으로 사라지고...

“비밀 통로. 통로! 통로!”

꽈직.

주먹을 내질러 책장을 부순 그.

“역시... 회강 네 녀석도 위선자였던 거야.”

그가 자신의 비틀린 입술을 혀로 적셨다.

“나처럼. 크크크.”



작가의말

비가와라. 비가와라. 비가와라.

비가 많이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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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23장 +3 17.03.13 1,406 38 11쪽
131 23장 +7 17.03.11 1,398 41 17쪽
130 23장 +8 17.03.10 1,461 36 13쪽
129 23장 +7 17.03.09 1,450 37 12쪽
128 23장 +4 17.03.08 1,471 37 15쪽
127 23장. +5 17.03.07 1,588 37 14쪽
126 23장 +6 17.03.06 1,443 37 15쪽
125 22장. 울부짖다. +5 17.03.04 1,710 45 13쪽
124 22장 +5 17.03.03 1,524 40 14쪽
123 22장 +3 17.03.02 1,471 39 13쪽
122 22장 +4 17.03.01 1,603 38 14쪽
121 22장 +4 17.02.24 1,656 42 11쪽
120 22장 +2 17.02.21 1,567 43 10쪽
119 22장 +2 17.02.20 1,740 39 25쪽
118 22장 +3 17.02.16 1,712 48 13쪽
117 22장 +3 17.02.12 2,296 46 16쪽
116 22장 +4 17.02.07 1,829 44 14쪽
115 22장. +8 17.02.06 1,875 46 15쪽
114 21장 새로운 사실들. +4 17.01.31 2,026 53 10쪽
113 21장 +5 17.01.30 1,825 49 16쪽
112 21장 +4 17.01.27 1,897 50 14쪽
111 21장 +5 17.01.26 1,944 51 14쪽
110 21장 +4 17.01.25 1,951 53 12쪽
109 21장 +1 17.01.24 2,076 49 13쪽
108 21장 +5 17.01.23 1,985 53 18쪽
107 21장 +2 17.01.21 2,348 52 16쪽
106 21장 +4 17.01.20 2,107 48 11쪽
105 20장. 돌아오다. -2- +6 17.01.19 2,071 50 15쪽
104 20장 +2 17.01.18 2,123 58 16쪽
103 20장 +4 17.01.17 2,078 62 16쪽
102 20장 +4 17.01.16 2,224 57 14쪽
101 20장 +2 17.01.14 2,427 56 14쪽
100 20장 +7 17.01.13 2,248 64 13쪽
99 20장 +6 17.01.12 2,301 56 15쪽
98 19장 돌아오다. -1- +6 17.01.11 2,364 56 12쪽
97 19장 +4 17.01.10 2,349 66 17쪽
96 19장 +9 17.01.09 2,417 57 17쪽
95 19장 +4 17.01.07 2,504 57 19쪽
94 19장. +4 17.01.06 2,361 57 18쪽
93 19장 +7 17.01.05 2,364 65 16쪽
92 18장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4 17.01.04 2,405 60 11쪽
91 18장. +8 17.01.03 2,313 63 11쪽
90 18장 +6 17.01.02 2,481 57 16쪽
89 18장 +10 17.01.01 2,448 56 12쪽
88 18장. +6 16.12.27 2,711 69 18쪽
87 18장 +13 16.12.25 2,832 78 15쪽
86 17장. 각자만의 사정. +11 16.12.23 2,947 70 24쪽
85 17장 +5 16.12.21 2,731 73 19쪽
84 17장 +6 16.12.19 2,930 79 16쪽
83 17장 +2 16.12.16 3,023 84 22쪽
82 17장 +13 16.12.15 3,509 96 14쪽
81 16장 드디어. +6 16.12.09 3,247 85 21쪽
80 16장 +2 16.12.06 2,988 83 15쪽
79 16장 +3 16.12.05 2,941 84 15쪽
78 16장 +1 16.12.05 3,015 79 18쪽
77 15장 나와 같은 이들. +7 16.12.01 3,109 97 14쪽
76 15장 +3 16.11.30 3,016 97 16쪽
75 15장 +8 16.11.29 3,113 101 15쪽
74 15장 +6 16.11.28 3,339 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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