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새로운 사실들.
*8*
[두 시간]
회강에게 한국 대사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이토록 빠르게 한국 대사관 사람들이 회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전제 공지*
*타워를 점령한 거인들아 기다려라!* [중국인 한정]
<내용>
전 중국인들에게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진화]는 무죄로 드러난 강회강님의 고립이 풀릴 때까지 [업]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강회강님이 제시한 해결책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서 발생한 끔찍한 비극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수가 천 명이 넘었으며, 그가 직접 구한 중국인과 일본인들만 백 명이 넘습니다.
[진화]가 내건 미션을 받아들여 사람들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한 강회강님을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전체 공지*
*더러운 거래* [중국인 한정]
<내용>
전체 중국인들에게 알립니다. 삼합회 대명 그리고 상하이 군부와의 야합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강회강님이 자신의 [업]을 소비해서 중국인들에게 알리는 내용입니다.
상하이에 있었던 실종사건과 상하이 타워 붕괴의 범인은 이 세 명이 유력합니다. 한국에서 증거가 발표되었으며, 밑에 하트 모양을 터치시 한국에서 제시한 증거 영상이 나올 것입니다.
무려 [업] 600일을 소모해서 알려주신 회강님에게 [진화]가 대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중국인들 전체에게 뜬 공지로 인해서, 상하이 군부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간부들을 붙잡은 회강은 마무리를 중국인들에게 맡긴 뒤, 한국 대사관 인원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거기서 중국 주석과의 만찬 등을 하며 이틀을 보낸 그가, 약속을 지키러 찾아온 장생들을 데리고 한국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한국 땅에 도착하게 된다.
인천국제공항.
강회강은 기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찰칵찰칵.
“이쪽으로 봐주세요.”
“이쪽도.”
“여기도 봐주시면”
기자들의 요청에 일일이 고개를 친절하게 돌려주던 그는, 셔터 누르는 소리가 잦아들자, 바로 옆에 있는 지정석으로 이동한다.
회강이 자리에 앉고, 사회를 자청한 이강구에 의해서 기자회견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강회강님의 귀환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강회강님의 요청에 따라 중복되는 질문은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질문 순서는 추첨 번호 일 번부터입니다. 일번 누구십니까?”
기자석 중간에 있던 사십대 남성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일이 적힌 팻말이 들려있었다.
“접니다.”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해주세요.”
“예. 저는 XXX일보 최상철입니다. 질문은... 중국으로 간 이유가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중국으로 간 이유는 간단합니다. 진화에게 직접 여러 미션을 받았고, 그 중 영교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선택했습니다.-
“음...”
“자 다음분.”
“저요.”
이번엔 착 달라붙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손을 들었다.
“하세요.”
“네. XX데일리 김나래입니다. 이번에 중국인들을 대거 데려오셨는데요,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중국 정부를 배신한 거나 다름없는 자들을 가만히 나둘까라는 걱정이 들어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대거 넘어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각자 질문을 하나씩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분이 그 질문을 하시면 답해드립니다.-
“하지만 이건-”
“그만. 쫓겨나고 싶지 않으시면 가만히 계세요.”
이강구의 말에 입술을 깨문 여기자가 자리에 앉았다.
기자들의 눈초리가 서늘해지자, 이강구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여러분, 강회강님은 인간 역사상 가장 큰 홍수로 평가받는 상하이 대홍수 지역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제까지 보지 못한 것들과 싸우다 오신 분입니다. 애초에 기자들을 무시하고 들어가셔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바로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찾아온 여러분들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온 겁니다. 그러니 질문은 하나로만 한정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의 말을 들은 기자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고, 분위기가 가라앉자, 이강구가 마이크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댄다.
“그럼 다음분.”
이번엔 젊은 사내가 손을 들었다.
“예. 저는 XXXX뉴스의 장청래기자라고 합니다. 제가 듣기론 일본 총리가 한국에 사과 및 수 조대의 보상을 약속한 이유가 강회강님이 알려준 정보라고 들었는데요. 그게 뭐였는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상하이 타워에서 나타난 괴물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삼일 뒤에 제가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질문들이 오고가고, 기자회견은 무사히 끝나게 된다.
기자들에게 고개 숙여 배웅한 회강은 엄지로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피곤하시군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강구의 말에 회강이 미소 짓는다.
-나를 모신다고? 내가 어디로 가는데.-
“네? 집으로 가시는 거 아닙니까?”
-나 집에 안가.-
“그럼, 어디로 가시는데요?”
-백령도.-
메시지를 읽은 이강구의 눈을 부릅떴다..
“네? 백령도요?”
-응. 백령도. 거기로 오기로 한 친구가 있어서 말이야.-
회강은 미소 짓더니, 이강구의 목덜미를 잡았다.
-마침 혼자 가는 거 지겨웠는데 잘됐다. 너도 가자.-
“회강님 저는 오늘 일이- 우왁.”
그가 갑자기 이강구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거짓말 하지마라. 서장미가 네가 오늘 일이 없어서 사회 맡게 됐다고 부러워하던데?-
“서... 서장미 이 배신자.”
-그러니 잔말 말고 나랑 가는 거다.-
“주말인- 네...”
고개 숙인 그를 끌고 회강은 발걸음으로 옮겼다.
백령도 근처 서쪽해역.
회강은 이강구의 등을 세게 두드려 주었다.
“우웩.”
-멀미 안한다고 자랑할 땐 언제고 이게 무슨 민폐냐.-
“여객선에선 괜찮. 우웩.”
탕탕.
회강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그의 등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그의 등 뒤로 걸걸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하하. 어린이용 놀이기구랑 이게 같나.”
회강이 돌아보자, 앞 이빨이 하나 날아간 오십대의 남자 웃음기를 거두고선 그에게 다가온다.
“그나저나, 군부대 허락도 있었고, 돈도 두둑하게 챙겨줘서 두 시간 동안 기다리긴 했지만, 이제 곧 파도가 더욱 거세질 텐데... 정말로 여기로 친구가 오기로 한 거 맞나?”
-예. 오늘 여기로 오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믿을만한 친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반드시 올 겁니다.-
“음... 삼십분, 그 이상은 안 돼. 알았지?”
-예. 저도 죽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그의 메시지를 읽은 사내의 얼굴이 다시금 웃음기를 머금었다.
“하하. 꽉 막힌 친구는 아니군. 역시 강회강은 강회강이야. 안 그런 가 젊은이.”
“예. 회강님이 얼마나- 우엑”
“쯧쯧. 아무래도 이 젊은이는 평생 바다에 나올 팔자는 아니야. 가만, 저기 배가 한 적 보이는 데? 저거 아닌가?”
기름때가 묻은 사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 회강,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맞습니다. 저 친구가 무사히 이곳으로 도착했군요. 선장님 제게 아주 멋진 친구가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그래? 그거야 배가 오면 볼 수 있지 않나?”
“후후.”
-지금 바로 볼 수 있답니다.-
“지금?”
-네. 그럼, 부릅니다.-
“그러게나.”
선장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회강은 입을 오므렸다.
휙휙.
휘파람 소리가 끝나자마자, 이강구가 토악질을 하는 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게 뭐지-”
촤아악.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커지더니, 군청색의 뱀 한 마리의 상체가 그들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우악!”
“헉!”
이강구와 선장 두 사람이 벌러덩 뒤로 자빠진다.
그사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뱀의 머리를 쓰다듬은 회강이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제 친구, 호파람입니다. 어때요. 정말 멋지죠?-
이강구는 입만 벌리고 있었고, 선장이 고개를 흔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이게... 자네 친구라고.”
-예. 제가 중국에서 찾은 친구입니다. 진화 속 제 호구기도 하고요.-
“호구라면... 나도 이런 녀석 하나 키워야겠어.”
홀린 듯 녀석을 바라보는 선장의 모습에 미소 짓던 회강은,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고선 얼굴이 굳어지게 된다.
“이걸 술에 담그면... 흐흐.”
그날 저녁. 백령도.
회강은 해변에서 호파람과 함께 밥을 먹다가 반짝이는 메시지 창을 발견한다.
‘응 이게 뭐지.’
그것을 터치하자, 한 가지 미션 창이 떠오른다.
*호구형, 우리를 찾아주세요.* [개인] [히든]
....
‘이걸 잊고 있었구나.’
내용을 다시 읽은 그는 마음속으로 크게 외친다.
‘찾겠다!’
그러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호구들의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호파람 = 회강님 바로 옆.
2. 호삐 = 서울대공원.
3. 호잉 = 제주도.
4. 호짹짹 = 서울 영등포구.
‘생각보다 금방 모으겠는-’
아래로 읽어 내려가던 그는 마지막 부분을 읽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5. 호돌이 = 두 마리 다 평양.
‘평양? 평양이라고?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
눈을 감았다 떠보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거길... 어떻게 가나...’
회강의 호구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작가의말
오늘로 연참대전이 끝이 납니다.
그리고 저도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활기찬 힘을 가지고 2월 6일날 돌아오겠습니다. ^^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