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1*
그는 진화 안에서 그들에게 지식을 바로 전달해주지 않았다. 그들의 반발과 항의에도 끊임없이 자신과 그들의 의사소통 방법을 이용해서 그들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찾아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처음에는 먹이와 물건을 통해서 유도했지만, 오 일이 지난 지금은 아무런 조건 없어도, 회강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서 움직였다.
그렇게 지켜보다가 너무 힘들어하면 그가 슬쩍 자신의 행동을 보여주어서 그들이 더 나은 생활과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사이, 그들은 회강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돌이 대부분인 절벽지대에서의 삶에 적응해 나갔다.
-색으로 나누는 대화가 모든 상황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색을 지닌 것을 이용한 대화는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경우엔 소리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반짝이는 돌이나 화려한 색은 몇몇 포식자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화려한 색으로 포식자의 모습을 흉내 낼 경우에 몇몇 포식자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다양한 색을 얻기 위해,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그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물체나 동물에게 접근한다.
-많은 것들을 만지고 직접 경험할수록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데 남들보다 쉽게 적응하고, 손으로 만든 결과물 또한 매우 뛰어나다.
회강도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장점이 터지면서, 그들의 수그러들었던 어깨도 다시 펴졌고, 회강은 어려워했던 모습들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리고...
-색과 모양, 소리가 합쳐진 회강만의 의사소통이 만들어졌습니다. 명칭을 지정하는 순간, 의사소통과 관련된 요소 숙련도가 더 빠르게 올라갑니다. 단, 이것과 다른 새로운 의사소통을 쓸 경우, 그 의사소통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반대로 작용합니다.
‘오, 마침내 만들어진 건가.’
반색한 회강이 미션을 다시 펼쳐 보았다.
‘칠십육 퍼센트다. 역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해 주는구나. 이제 아무나 만나서 지식 교류만 해도 미션 성공이겠군.’
사실 이번 미션이 어려운 이유는 만나서 대화하기도 힘든 유인원이 새로운 의사소통을 익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각오한 상태였는데, 운 좋게 연달아 원하는 조건의 유인원들을 만나면서 걱정이 사라진 그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세 번째 의사소통 방법을 찾으러 떠나야겠지만, 나는 직접 만들었으니 상관없지.’
회강이 생각하는 사이, 회강의 뒤편에서 화려하게 자신을 꾸민 거인들이 다가왔다.
“우끼우끼끼”
“끼끼?”
“끼끼.”
‘유인원 무리를 찾았다고?’
회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이 가리킨 곳으로 뛰어간다. 넓적한 돌로 자신의 머리를 감싼 거인들 틈바구니로 들어간 회강이 고개를 슬쩍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진짜다.’
수백 걸음이 떨어진 곳에서 그와 비슷한 체구의 유인원들이 절벽 사이에 난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스물이 넘는다. 아이가 없는 걸로 보아서, 부근에 제법 큰 주거지가 있나 보군.’
가지고 있는 무기의 날 대부분이 새 빨겠고, 몇몇은 약하게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수준도 전혀 낮지 않아. 게다가 호구들도 한 마리씩 데리고 있어.’
호삐 덩치만 한 놈들이 그들 옆이나 뒤에서 뒤뚱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순간순간 바닥에 있는 벌레나 지렁이를 쪼아 먹을 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맘 같아선 그들에게 바로 달려가고 싶지만, 만약 식인 습성을 지닌 놈들이라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어.’
과거 그를 잡아먹으려 했던 놈 중에는 거인뿐만 아니라 그보다 작은 체구의 유인원들도 있어서, 절대로 방심할 수 없었다.
‘우리 거인들이 외모와 달리 성격은 순박한 놈들이라서...’
얼굴과 덩치 그리고 커다란 무기들을 들고 있어서 그렇지,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자신의 몸치장에만 신경 쓰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몇 차례 나타난 까마귀독수리 무리와의 전투에서, 허접스러운 놈들에게 성인 거인 두 명이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회강이 모의싸움이나 함정으로 잡은 일 등급 괴물들과 대결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포식자와 싸우는 게 아닌, 미리 다가오지 못 하게 하는 방법만 발견시킨 계기만 만들어줘서 싸움 실력이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해, 미션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물러나자.’
회강은 거인들의 팔꿈치를 두드린 뒤, 주머니에서 잿가루를 꺼내 허공에 뿌렸다.
그것을 본 거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뒤를 따라 물러나려던 회강. 그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저놈은!’
회강이 발견한 무리 위를 보고 있었는데, 거기엔 그가 예전에 봤던 놈이 있었다.
거인인 듯 거인 아닌 거인 같은 놈이었는데, 거인 해골을 목에 걸고 으스대는 행동이 그가 전에 봤던 자와 똑같았다.
회강은 눈살을 찌푸렸다.
‘양청위... 분명히 죽었다고 들었는데.’
반고의 후예라고 불리기도 했고, 그자가 죽은 뒤 통제권이 사라진 삼합회 무리 중 하나가 상하이 사건을 일으켰기에, 절대 잊을 수 없는 놈이었다.
‘분명히 중국 공안이 죽었다고 발표를-. 아 이런 멍청한 놈’
팍.
자신의 머리를 친 회강은 입술을 깨물고 전방을 노려봤다.
‘살아있는 놈을 죽은 놈으로 만드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일이잖아. 아무튼, 저놈 아래 있는 자들을 노리는 건가.’
산등성이 바위 뒤편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양청위 주변엔, 많은 수의 유인원 무리가 자신의 호구들과 함께 숨어있었다.
회강은 잠시 자신의 눈을 비빈 다음 다시 양청위를 바라봤다.
‘역시, 환상이 아니야. 도끼의 허리에 매단 주머니들의 위치 그리고 놈의 재수 없는 면상과 표정. 양청위 그가 맞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사이, 놈들이 양청위에 신호에 무기를 잡는 모습을 발견한다.
‘적의 적은’
회강은 자신의 등 뒤에 매달려 있는 창 중, 초록색으로 빛나는 돌창을 잡는다.
스윽.
그것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온 회강은 조심스레 큰 바위 뒤편으로 이동했다.
‘동지 아니겠어? 도와줘야지.’
하얀빛에 둘러싸인 그의 팔이 뒤로 젖혀지고,
“후웁. 하.”
후웅.
빠르게 앞으로 휘두른 손을 떠나간 창이 빛살처럼 수백 걸음을 날아가 양청위의 머리로 날아갔다.
쾅.
‘성공이다!’
양청위의 머리가 터진 장면을 확인한 회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위에 있는 거인 중 양청위 바로 옆에 있는 거인이 무기를 치켜들었다.
“우!우!”
고함과 함께 주변에 있는 거인들이 아래를 향해 다수의 돌멩이를 떨어뜨렸다.
이미 위를 바라보고 있던 유인원 무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입 오므리기였다.
짹. 쏘쩍. 휙휙. 부엉부엉. 삐삐.
다양한 새소리가 계곡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우! 우!”
휙휙. 짹잭.
거인과 유인원들의 전투가 시작된다.
이들을 도와주려고 회강이 몸을 일으키던 와중에, 그는 멀리서 날아오는 브이자 모양의 새 떼를 발견한다.
수는 총 아래와 비슷한 수의 새떼였는데, 종류는 다양했다. 그것을 보던 회강의 눈이 동그래진다.
‘... 호삐랑 많이 닮았잖아.’
날아오는 새 중에 한 녀석이 부리와 몸체 날개 길이까지, 그들의 특징이 호삐와 비슷했다.
회강의 시선이 호삐에게 향한다. 그가 아닌 날아오는 새들을 보는 호삐를 보는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 날 수 있었다고?’
이때.
삐삐.
호삐가 갑자기 절벽이 있는 앞으로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아. 안 돼!’
“우끼!”
그가 손을 뻗어보지만, 이미 호삐의 몸은 공중에 떠 있었다.
날개를 퍼덕이는 호삐.
그러나, 호삐의 몸은 아래로 떨어지고...
쾅.
회강이 온몸에 빛을 두른 채 절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두워진 하늘.
회강 주변은 알록달록 치장한 거인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으으.”
온몸에 끈적끈적한 초록색의 즙을 바른 회강의 곁에는 거인과 호구들이 있었는데, 그 중 유독 축 늘어진 존재가 하나 있었다.
‘호삐야... 나는 괜찮아.’
삐삐. 삐삐.
눈물을 흘리며 회강의 볼을 연신 두드리는 호삐에게 손을 뻗고 싶었지만, 수백 걸음 아래로 떨어진 그의 몸 상태가 허락하지 않았다.
‘힘만 회복하면 금세 일어날 수 있겠지. 그나저나...’
회강의 머릿속으로 떨어진 다음 극심한 고통 속에서 목격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붉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깃털로 둘러싸인 몸통, 위에서 내리꽂히면서 날린 플라잉 킥, 유려하고 세심한 움직임으로 적들을 농락하던 모습을 떠올린 그는 눈을 감았다.
‘분명히 호삐와 같은 과다... 그렇게 찬란한 존재를 난...’
항상 지상에서 돌아다녀서 타조라고 생각한 그였다. 실제로 타조우리에서 그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는 호삐가 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적인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를 인간으로 만든 계기가 바로 호삐였고, 위기 때 그를 구원한 적도 많았다.
‘보고 싶다.’
다시 눈을 뜬 그의 눈에 붉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녀석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가 간절하게 비는 순간, 그의 눈앞엔 은빛으로 빛나는 메시지창이 나타난다.
*호삐 날다.* [히든] [개인]
<내용>
-호삐는 시작당시 인내심 없는 관찰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던 시절에 얻은 소중한 호구입니다. 다른 호구들과 달리 진화하지 못한 호삐의 이유를 그대는 오늘 발견했습니다.
“보고 싶다. 녀석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대의 간절한 바람이 이어지길...
<성공 조건>
1. 호삐가 맘대로 날아오를 수 있어야 한다.
<보상>
1. 미션 와중에 한 행동에 따라 달라집니다.
...
‘무조건 수락한다.’
회강의 다짐과 함께, 메시지 창은 사라진다.
‘우선 그들을 찾아야 한다.’
조류와 함께 적들과 싸우고 승리한 뒤 그들은 사라졌다. 그들이 간 곳은 회강이 원래 가려고 했던 곳과 반대되는 암석지대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방향이었다.
‘힘들지만... 날게 할 것이다.’
하늘을 누비는 호삐를 떠올리며 회강은 입술을 깨문다.
‘반드시.’
*2*
S방송국.
어깨가 축 늘어진 회강이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몸을 뉘었다.
“에구구.”
그런 그의 모습을 뒤따라 들어온 서장미가 보더니 웃었다.
“온종일 괴물들이랑 싸우고도 멀쩡한 분이 방송만 하면 꼭 늘어지더라.”
“몸이 아니라. 정승이 정신이 힘들어.”
“오~ 요즘 의사소통 미션 하더니, 많이 나아졌는데요.”
“정학. 정악. 증학. 아 씨.”
-현실에서 아무리 연습해도 한계가 있어, 이강구의 말대로 진화 안에서 미션을 완료해야 하는 것 같아.-
“이상하다. 그냥 의사소통 미션 삼 분의 일만 성공해도 웬만한 건 다 낫는다고... 죄송해요.”
-아니야. 내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나 봐. 하다 보면 다 낫겠지.-
“네... 근데 미소 언니한테서 호삐 나는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그러던데, 사실이에요?”
-어. 알고 보니 날 수 있더라고.-
“진짜요?”
-진짜.-
“속상했죠?”
서장미의 말에 회강의 몸이 움찔한다.
“어? 어.”
털썩.
그의 머리맡에 서장미가 앉자, 회강이 눈살을 찌푸렸다.
-야. 안 떨어져.-
“왜요? 제 매끈한 다리가 바로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딱.
“아얏! 아파요!”
-헛소리 그만하고, 좋은 말로 할 때 떨어져라. 다른 사람 보면 오해한다.-
“쳇. 알았어요.”
벌떡 일어난 서장미가 화장대 의자로 이동한다.
“아무튼 이제라도 잘해주세요. 사실 오빠가 같은 인간들은 잘 챙겨줘도, 호구들은 안 그랬잖아요.”
-알아. 그래서 너한테 도와달라고 그랬잖아. 아무래도 나 다음을 많은 호구를 데리고 있으니까-
“호호호호.”
-왜 웃어.-
“항상 남에게 가르쳐 주는 오빠를 제가 가르친다는 게 웃겨서요.”
그녀의 말에 회강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아무튼, 알려주서 고마-”
벌컥.
대기실 문이 열리자마자, 회강과 서장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 누구야! 혹시 영-”
“아, 아는 즈다.”
그의 말에 서장미는 무기를 잡은 손을 축 늘어뜨렸고, 회강은 여전히 반달돌칼을 잡은 채 문으로 들어온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정복님 오래간 만입니다.”
그의 말에 오정복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장마가 내리던 때 만났으니까... 후 벌써 반년이 넘었군요.”
“근데...”
회강의 눈동자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옷츠림이 왜-”
“우선 이것부터 봐주십시오.”
이리저리 찢기고 뜯어진 외투 안에서 손을 넣은 오정복이 그에게 속이 비치는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안을 살핀 회강이 오정복을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메모리칩 아닌가요?”
“그건-”
그때.
“꺅.”
“당신 누구야!”
바깥에서 갑자기 다수의 비명과 고함이 들려오자, 오정복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그에게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나중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절대 회사 사람들과 있을 때는 보시지 마시고요.”
“그게 무슨-”
“시간이 없습니다. 제발 받아주세요.”
그의 말에 회강이 말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오정복이 바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볼 수 있다면...”
벌컥.
“저. 정복-”
뻗었던 손을 내려놓은 회강이 비닐봉투를 눈앞에 가져다 댄다.
“이 안에 무슨 내용이-”
“변태!”
“당신 누군데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는 거야!”
“경찰이면 다냐!”
바로 옆에서 들려온 고함을 듣는 순간, 회강은 메모리가 든 비닐봉지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 회강님이시군요.”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함부로 안으로 들어온 겁니까. 보니까 다른 사람들 방에 함부로 들어간 것 같은데, 혹시 요사이 무단 침입하는 스토커가 아닌지 의심되는군요.-
회강이 반달돌칼을 슬쩍 들어 올리자, 안으로 들어온 삼십 대 남성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저. 저는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박권로입니다. 여기 명찰이 있으니 전화로 확인하시면 될 겁니다.”
떨리는 손으로 건네준 명찰을 받은 회강이 서장미에게 내밀었다.
-전화 좀 부탁한다.-
“네? 네. 여보세요 저기...”
그녀가 연락하는 사이, 회강은 에게 메시지를 띄웠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방송국을 이 잡듯이 뒤지는 겁니까. 언론사 수색은 최소한 국장 이상에게 허락을 받아야 가능한 거로 알고 있는데요.-
“여기에 연쇄 살인범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와서요.”
그의 대답에 회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연쇄 살인범이요?-
“오정복 형사가 연쇄 살인 용의자로 삼 개월째 수배 중인데, 총 여덟 명의 일반 시민을 죽인 흉악한 놈이라서 부득이하게 방송국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오빠. 이분 신원이 맞아요.”
서장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회강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맘껏 뒤지세요. 물론, 한눈에 봐도 없다는 건 아시겠지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꼼꼼하게 소파까지 들춰가며 뒤진 그가 문으로 이동한다.
“죄송했습니다.”
고개를 깊숙히 숙인 박권로에게 같이 머리를 숙인 회강이었다.
-고생하세요.-
“힘내세요.”
“하하. 고맙습니다. 그럼.”
딸각.
문이 닫히자마자 서장미가 그에게 다가왔다.
“오-”
그녀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댄, 회강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바깥에 있다. 우리를 의심 중이야.-
그의 메시지에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의심하지 않게 평범한 대화만 하는 거다. 알았지.-
그녀의 고개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고...
“연쇄라니 끔직한 데, 여기 사는 이드레게 연륵해서 조슴하라고 해.”
“네. 여기 바로 옆에 사장님이 사는데 거기다 우선 연락을...”
대화하는 사이, 회강의 오른손은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 작가의말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네요. 예전 같았으면 비소식이 짜증나고 싫었는데...
가뭄이 어서빨리 해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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