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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80,014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7.01.0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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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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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8쪽

19장.

DUMMY

*2*


무릎까지 차오른 눈에 회강은 인상을 찌푸린다.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어. 물론 새로운 미션 선택지를 개방한 건 다행이지만...’

회강은 왼손을 움직여 왼쪽 아래를 눌렀다.


[저장] [개인] [단체]

오랜 기간 같은 장소에 머무른다는 것은 생각 외로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음식물을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빙하기 때 우리 선조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성공 조건*

1. 포만감 수치 중 30%를 육식으로 해결하세요. 최소 10일은 유지해야 합니다.

2.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최소 3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정해진 양을 채워야 할 것입니다.

3. 알아낸 방법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들이 모두 알아야 성공입니다.

*실패 조건*

현재같이 있는 호구의 죽음.

*완료 보상*

성공할 때까지 달성한 수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의점*

당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결정하세요.


[이동-걷기] [개인] [연계1] [빙하기 조건]

오랜 기간 걷는다는 걷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짧은 거리라도 새로운 지형과 장애물 위에서 걷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하면 음식을 얻지도 못해 굶어 죽겠지요.

살고 싶다면, 그 어떤 곳 위에서도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성공 조건*

1. 주어진 환경이 사라지기 전에 정해진 거리는 걸으세요. 일정한 속도로 걷어야만 인정됩니다. 이천 걸음 거리를 걸으세요.

*실패 조건*

1. 포기할 경우.

2. 쌓인 눈이 발목 이하로 내려갈 경우.

*완료 보상*

성공할 때까지 달성한 수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의점*

당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결정하세요.


저장은 회강이 직접 선택한 것이지만, 이동은 빙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 그를 비롯한 전체 인원들에게 부여된 미션이었다. 메인 미션이라고 표시되어 있어서, 취소되나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이런 걸 볼 때가 아니지, 일단 눈 위를 걸어보자.’

점점 하늘색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회강은 어떻게든 앞으로 가보려고 했지만, 다섯 걸음을 가기도 전에 하나의 메시지를 보고 멈추게 된다.

-속도가 일정 이하라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시 시도하세요.-

‘아 젠장.’

머리를 세게 긁은 그가 다시 시도했지만, 똑같은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나타나자. 그는 몸에 힘을 빼고 눈밭 위로 누워버렸다.

“우끼끼끼”

“끼끼끼”

그런 그의 모습이 웃겼는지, 동굴 입구에서 아이들이 웃어댄다. 그들을 보는 회강의 입가엔 미소가 맺혔다.

‘양의가 아이들이랑 잘 지내는구나.’

현실에서는 회강이 이미소와의 만남을 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양의를 만날 수 있는 핑계가 사라지게 된다. 그 바람에 영교의 도발을 우려한 회강은, 양의를 현실에서 일주일 넘게 보지 못했다.

‘김산수가 그런 쪽은 잘 모르니까. 그렇다고 내가 직접 했다간...’

양의가 트럭에 치이는 모습을 떠올린 회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삼일 전만 해도 TS 본사에 나서다 영교로 밝혀진 자들의 가족에게 테러를 당할 뻔한 회강이었다. 단순한 칼부림이라서 아무 문제가 없이 끝났지만, 만약 강해진 회강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정제된 피를 먹은 자들이 휘두른 칼에 죽었을 것이다.

‘그런 자들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이제 지방에 있는 영교 인원들도 제압을 당하고 있고, 배후도 슬슬 꼬리를 밟힐까 봐 관련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들었어. 지금은 절대로 빈틈을 보여선 안 돼.’

그러다가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피해자, 아니, 사기꾼 무리를 떠올린 회강이 얼굴을 구긴다.

‘돈은 조금씩 돌아오겠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한 짓이 무마되는 건 아니지.’

김대식이나 최변인의 제안도 아닌 단순히 권래나의 울부짖음 동영상을 보고 따라 하게 되었다고 고백해온 그들이었다.

제일 처음은 김남식이 시작했고, TS에서 밝힌 보상금 액수에 눈이 돌아간 나머지가 똑같은 주장을 펼치게 됐다며 용서를 빌었다.

‘내가 최초로 과거 기억이 돌아왔을 당시에 김대식과 최변인의 대화에서도 그들과의 커넥션은 없었고, 김산수도 이제까지 그들과는 만나지 않았다니 진실이겠지. 물론, 거짓말을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는 해야겠지만...’

회강은 왼손을 움직여 메시지창을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온 이상, 함부로 그들에게 해코지할 수도 없으니...’


*경고*

-강회강님은 파괴의 호칭을 가진 이들이 하는 행동인 ‘협박’과 ‘강요’를 하셨습니다. 또한, 그 와중에 간접적인 ‘폭력’까지 행사하신 전력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종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파괴는 생존을 위한 당연한 행동이지만, 그 외의 행동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강님은 ‘공존’입니다. 이 호칭이 얼마나 큰 혜택을 부여하는지는 양의와 회강님의 빠른 숙련도 상승치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잠깐의 한풀이를 위해, 먼 미래의 높이 올라있을 회강님을 잊지 마세요. 복수의 기쁨은 찰나의 불과합니다. 부디 이 호칭을 깨버리지 마시길 빌겠습니다.

물론, 새로운 배신자들을 만날 때마다 잠깐의 분노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합니다.


만약 이 메시지가 게임 접속하자마자 나타나지 않았다면, 회강은 더 심한 일도 사기꾼들에게 시켰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그들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고, 감시가 심한 나 대신 최변인과 김대식을 쓰러뜨릴 증거를 찾는 조력자로 만들었어. 천천히 지급한 보상금 이상으로 내게 돌아올 테니, 화낼 이유는 없지.’

그렇게 상념에 빠진 그의 눈앞에 무언가가 움직였다.

‘응?’

그가 집중해서 앞을 보니, 커다란 덩치의 호파람이 호구들을 태우고 자신의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잘도 내 앞에서 움직이고- 아!’

그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내가 이제까지 뭐 하고 있었던 거지? 왜 무작정 몸을 앞세워 하려고 했을까?’

그는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런 바보 같은 놈. 다리 쩔뚝이던 시절을 잊고, 몸이 나았다고 초심을 잃었구나.’

회강은 아련한 눈빛으로 호구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어린 유인원들까지 태우고 돌아다니는 모습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내가 어떻게 이 위치까지 올랐는데... 호구들이랑 꾸준한 관찰 덕분이잖아. 방송에서도 그리 강조해 놓고선...’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관찰하자. 그래서 방법을 찾아서 시도해보는 거야.’

초심으로 무장한 회강은, 여러 눈 위를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회강은 미션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선은 네발 걷기부터 해보자.’

그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호돌이들을 보며, 그들을 따라 해보기로 한다.

회강은 바로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했다.

순간 내려가지 않고 눈 위에 있어서 회강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도 잠시, 그는 늑대들과 달리 자꾸 앞으로 넘어지거나 팔이 눈 속으로 빠지면서 자꾸 실패하게 된다.

결국, 반나절 넘도록 시도하다 포기한 그는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눈밭 위로 쓰러졌다.

그의 앞으로 메시지창이 나타난다.


-일반 동물들과 달리 유인원은 네발 걷기가 힘든 몸임을 알았다.

-일반 동물들과 달리 손과 발에 열기가 심해서 눈이 녹는다.

-일반 동물들도 제대로 눈 위를 걷지 못한다.

-눈이 뭉쳐서 단단하게 된 곳은 미끄러워서 오히려 더 힘들다.

-네 발로 걷는 행위가 다른 유인원들에게 큰 행복과 웃음을 준다. 다만 몇몇 이들에게는 한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알고 있으니까. 사라져라.’

약 올리듯 그의 앞에서 반짝이는 메시지창을 손을 휘저어 치워버린 그가 상체를 일으켰다.

‘고작 한번 밖에 실패하지 않았어. 이번엔 우리 호삐와 참새들이다.’

그가 다시 관찰을 시작했다.



다시 하루가 지나고, 회강의 턱 근육이 크게 씰룩거렸다.

“우끼끼끼”

“우끼끼”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일행에게 화도 내지 못하고, 그는 말없이 몸을 돌려버렸다.

‘그냥 저들에게 알려주지 말까? 그냥 수장자리에서 탈퇴해 버려?’

순간, 저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회강은 고개를 젓더니 상체를 숙였다.

‘헛생각은 그만하고, 거추장스러운 거나 떼어놓자.’

그가 발에 묶여 있는 덩굴을 풀자, 마치 새들의 발과 비슷한 모양의 나뭇가지가 회강의 발바닥에서 떨어졌다.

끝이 부러진 나뭇가지를 들어 올린 회강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것도 아니라니...’


-여러 종류의 새 발 모양과 움직임을 따라 해도 소용없다.

-새 흉내 내는 것도 유인원들에게 많은 웃음과 행복을 준다.

-웃음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면, 부탁이나 명령에 잘 따르지 않는 이들이 생긴다.

-같은 새 종류도 걷는 모습은 똑같지만, 잘 걷는 종과 못 걷는 종이 나눠진다.


회강의 시선이 호삐들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을 바라본 회강은 얼굴을 더욱 심하게 구겼다.

‘저놈만은 따라 하기 싫었는데...’

그의 시선 끝에는 호파람이 유인원들을 태우며 유려하게 눈 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멍하니 그 장면을 보던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크... 해야겠지? 오늘은... 하지 말자. 내일 하자...’

회강은 자신을 보고 아직도 웃는 유인원들이 있는 동굴로 걸어갔다.


*3*


Y대학병원.

짙은 먹구름이 보이는 창가에 서 있던 강회강의 귀로 희미한 이미소의 외침이 들려온다.

“엄마! 괜찮아요?”

‘일어나셨구나.’

그는 황급히 발걸음을 놀려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흑흑”

이미소가 권래나의 오른손을 붙잡고 우는 가운데, 회강은 권래나의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화부터 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힘없는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을 뿐이다.

‘화를 낼 대상이 사라져서 그런 것이겠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회강의 가슴이 살짝 아려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그녀의 눈동자가 메시지로 향했다가 다시 강회강에게 옮겨진다.

그러나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몇 분이 지나도 말하지 않는 그녀에게 강회강은 다시 묻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떨리는 눈으로 이미소는 바라보고, 병실 안에는 침묵에 휩싸인 채 시간이 흘러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내 딸의 마지막 모습이 어땠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갈라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회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짧은 기억이지만...-

그의 메시지가 길어질수록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생기더니,

-그렇게 해서 그녀는 사람을 찾으러 저와 반대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흐흑”

회강의 메시지를 다 읽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이 병신 같은 것아. 왜 사람을 찾아. 그냥 도망쳤어야지. 이 바보 천치야~”

한참을 통곡하던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자, 이미소와 회강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엄마. 엄마!”

“어므니. 이런. 간흐사! 간호삿!”

그렇게 권래나 와의 첫 면회는 끝이 난다.


*4*


강회강의 세 번째 도전도 실패하게 된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눈 위에서 걷기가 힘이 든다.

-무게가 무거워도 넓은 면적이 바닥과 닿으면 눈 아래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눈 위나 눈이 단단하게 된 곳은 어느 곳보다 미끄럽다.

-뱀처럼 단순히 몸을 꿈틀거리는 것이 아닌, 손과 다리도 이용해야 앞으로 간다.

-못마땅하게 당신을 보던 그들도 웃게 하였다. 먹이를 구한 것과 애정표현 및 행위 말고도 유인원을 웃길 수 있다.

-웃음은 동굴 안에 갇혀 있는 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동 미션과 관련해 해결책을 찾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바로 그간의 지식으로 만든 썰매였다.

그는 돌연변이 늑대 가죽으로 감싼 나뭇가지들을 엮었다. 그러고는 뾰족한 돌이 박힌 창으로 이제는 허리 이상으로 쌓인 눈 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의 눈앞으로 커다란 메시지창이 나타난다.


-두 팔은 과거 원숭이 시절의 발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행위도 걷기로 인정합니다.

-일정한 속도로 이천 걸음 거리 이상 이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동-걷기] 미션을 성공하셨습니다.

-최초로 성공하셨습니다. 업을 추가로 드립니다. [업] 30 +

-두 팔을 이용한 이동이었으므로, 하체가 아닌 상체와 관련된 요소 숙련도만 상승합니다.

-회강님의 시도는 다른 이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최선을 다한 당신에게 기존보다 두 배에 달하는 [업]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업] 30일 +

-이건 개인 미션입니다. 개인 미션은 지도 요소가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남들에게 가르칠 수 없습니다. 다행히 회강님은 남들에게 가르칠 자격을 갖추신 분입니다. 그들에게 이 도구를 만드는 방법과 이동하는 요령을 가르쳐주신다면 추가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유인원 한 명당 [업] 5 +

-이번 미션에서는 공존과 관련된 행동은 없었습니다. 다음 미션부턴 더욱 분발해서 추가 보상을 노리세요.


“우끼~!”

회강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여러 명이 뭉쳐 있는 바람에, 역한 냄새가 풍겼고, 먹이가 거의 다 떨어져서, 서로가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간신히 회강의 개그에 가까운 행동을 보면서 넘어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삼일이 한계였다.

‘이제부터 여러 사람을 데리고 먹이만 찾아다니면 된다. 일단 오늘은 내가 돌아다녀보자.’

한가득 먹이를 챙기고 돌아가서, 모두가 웃으며 먹는 장면을 떠올린 회강은 상체를 들어 올렸다.

‘어디 열매라도 있는 곳이 있나?’

썰매가 가라앉으려고 하자, 그는 두 팔을 움직였다.

둔탁하지만, 그의 강한 힘으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썰매 위에서 회강은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나 어디에도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일 뿐, 열매가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많던 초식동물들도 없어.’

극도로 발달한 그의 시각으로도 보이지 않자, 그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한다.

점점 빨라지는 썰매 위에서 그는 여러 번 상체를 들어 올렸지만, 원하는 식량은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눈 속에 파묻힌 뿌리 식물도 찾기 힘든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회강은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 갑자기-’

“억!”

회강이 몸을 아래로 숙이자, 그의 머리가 있던 부위로 노란색의 날카로운 발톱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락그락.

괴상한 울음소리가 난 곳으로 회강이 고개를 움직였다.

그의 정면엔 신체 대부분이 하얀색으로 동물의 뒤꽁무니가 보였다.

‘엄청 큰 새다.’

몸통만 회강 덩치의 두 배만 한 새의 모습이었으며 뾰족한 부리와 털이 가득한 몸체, 그리고 몇 배는 더 긴 날개를 휘젓는 놈이었다.

‘새로운 포식잔가 본데,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일단 이동하자.’

미지의 상대와 무작정 부딪히는 것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기에, 회강은 두 팔을 더욱 힘차게 움직였다.

족히, 두 배는 더 빨라진 썰매의 속도로 가는 와중에, 새가 반전해서 회강에게 몸을 돌리는 모습이 그의 시선에 잡혔다.

‘이렇게 나뭇가지가 많이 있는데도 온다는 거냐.’

믿어지지 않았지만, 회강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언제든 몸을 옆으로 날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놈이 내려왔다.

처음에는 천천히 내려오는 것 같았지만, 그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놈의 날카로운 발이 그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큭”

간신히 옆으로 피했지만, 세찬 바람에 회강이 눈 위로 나동그라진다. 그는 벌떡 일어나려다가 왼팔이 눈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다시 바닥에 얼굴이 처박혔다.

‘젠장, 썰매가...’

썰매는 이미 저 멀리 나무에 부딪혀 부서진 상태였다.

열기 때문에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그는 황급히 늑대 가죽으로 둘러쳐져 있는 배를 바닥에 깔고 도마뱀처럼 두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토막 난 썰매로 다가갔다.

‘이런 완전히 망가졌어.’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세 쪽으로 갈라져 버린 썰매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회강의 시선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헉.”

우지끈, 쿵.

간신히 피한 그의 시야에 나무가 새의 몸통과 부딪혀 반쪽으로 부러진 장면을 보게 된다.

‘미... 미친.’

다시 반전해서 돌아오는 새의 모습에 다급해진 회강은 세 쪽 중 약간 끝이 세모지고 제일 커다란 것을 배에다 가져다 댄다.

‘우선 더 큰 나무로 빠르게 이동해야 해. 안 그럼 난 바로 죽을 거야.’

그는 오십 걸음 떨어진 곳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썰매를 움직였다.

“끙끙”

땀을 흩날리며, 열심히 두 팔과 다리를 움직이던 그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큰 나무와 남은 거리는 이십 걸음이나 떨어진 상태였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서 죽는 건가.’

그락그락.

바로 등 뒤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회강은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타이밍에 맞춰 몸을 날리면-’

그때, 그의 몸과 썰매가 쑥하고 아래로 꺼지고, 그가 있던 자리로 놈의 발톱이 지나갔다.

그리고...

회강은 급경사를 만나 새의 발톱에서 구사일생했지만, 기쁘지 않았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내려가는 급경사 아래엔 강이 있었으며, 거기엔 회강일행을 공격하려 했던 거인 무리가 물고기를 낚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지옥행 열차 아니 썰매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우끼~“


작가의말

일요일날 수정하겠습니다.  답댓글도 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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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23장 +8 17.03.10 1,462 36 13쪽
129 23장 +7 17.03.09 1,452 37 12쪽
128 23장 +4 17.03.08 1,472 37 15쪽
127 23장. +5 17.03.07 1,589 37 14쪽
126 23장 +6 17.03.06 1,445 37 15쪽
125 22장. 울부짖다. +5 17.03.04 1,711 45 13쪽
124 22장 +5 17.03.03 1,526 40 14쪽
123 22장 +3 17.03.02 1,473 39 13쪽
122 22장 +4 17.03.01 1,604 38 14쪽
121 22장 +4 17.02.24 1,658 42 11쪽
120 22장 +2 17.02.21 1,569 43 10쪽
119 22장 +2 17.02.20 1,740 39 25쪽
118 22장 +3 17.02.16 1,713 48 13쪽
117 22장 +3 17.02.12 2,297 46 16쪽
116 22장 +4 17.02.07 1,831 44 14쪽
115 22장. +8 17.02.06 1,876 46 15쪽
114 21장 새로운 사실들. +4 17.01.31 2,027 53 10쪽
113 21장 +5 17.01.30 1,826 49 16쪽
112 21장 +4 17.01.27 1,898 50 14쪽
111 21장 +5 17.01.26 1,945 51 14쪽
110 21장 +4 17.01.25 1,953 53 12쪽
109 21장 +1 17.01.24 2,077 49 13쪽
108 21장 +5 17.01.23 1,986 53 18쪽
107 21장 +2 17.01.21 2,349 52 16쪽
106 21장 +4 17.01.20 2,109 48 11쪽
105 20장. 돌아오다. -2- +6 17.01.19 2,072 50 15쪽
104 20장 +2 17.01.18 2,124 58 16쪽
103 20장 +4 17.01.17 2,079 62 16쪽
102 20장 +4 17.01.16 2,226 57 14쪽
101 20장 +2 17.01.14 2,428 56 14쪽
100 20장 +7 17.01.13 2,250 64 13쪽
99 20장 +6 17.01.12 2,302 56 15쪽
98 19장 돌아오다. -1- +6 17.01.11 2,365 56 12쪽
97 19장 +4 17.01.10 2,350 66 17쪽
96 19장 +9 17.01.09 2,419 57 17쪽
95 19장 +4 17.01.07 2,505 57 19쪽
» 19장. +4 17.01.06 2,362 57 18쪽
93 19장 +7 17.01.05 2,364 65 16쪽
92 18장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4 17.01.04 2,407 60 11쪽
91 18장. +8 17.01.03 2,314 63 11쪽
90 18장 +6 17.01.02 2,482 57 16쪽
89 18장 +10 17.01.01 2,449 56 12쪽
88 18장. +6 16.12.27 2,712 69 18쪽
87 18장 +13 16.12.25 2,833 78 15쪽
86 17장. 각자만의 사정. +11 16.12.23 2,949 70 24쪽
85 17장 +5 16.12.21 2,732 73 19쪽
84 17장 +6 16.12.19 2,932 79 16쪽
83 17장 +2 16.12.16 3,024 84 22쪽
82 17장 +13 16.12.15 3,511 96 14쪽
81 16장 드디어. +6 16.12.09 3,248 85 21쪽
80 16장 +2 16.12.06 2,989 83 15쪽
79 16장 +3 16.12.05 2,942 84 15쪽
78 16장 +1 16.12.05 3,017 79 18쪽
77 15장 나와 같은 이들. +7 16.12.01 3,111 97 14쪽
76 15장 +3 16.11.30 3,017 97 16쪽
75 15장 +8 16.11.29 3,114 101 15쪽
74 15장 +6 16.11.28 3,341 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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