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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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능력
전투력 측정 불가.
'뭐지? 정보에 없는 놈이다.'
【상황 예측 불가. 전투력 측정 불가】
전투력 측정 불가란 최소한 행성 파괴급 이상의 능력을 갖췄다는 소리다.
균열 속 카오스 악마도 게헤나의 악마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구름이 갈라지듯이 워프의 에너지가 파동치더니 좌우로 갈라진다. 그 틈으로 거대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손가락이 6개. 붉은 핏빛을 한 피부. 크기는 적어도 수십 킬로 이상.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놈은 진정한 괴물이다. 대가리 반 이상 달걀 모양의 커다란 눈이 세로로 박혀 있었다.
상체는 인간형과 비슷했지만, 하체는 오징어 촉수 같은 같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기괴함의 끝판왕을 달리는 외모다.
【고에너지 집중 포착】
눈.
녀석의 눈에 에너지가 집중되고 있다. 태고의 악마에게 다른 명령은 내릴 필요는 없다.
처음 내린 명령이 카오스의 악마를 몰살하란 건데 저놈 또한 카오스의 악마이기에.
전투력 불가 과연 어떤 싸움이 될지 기대된다. 태고의 악마 진정한 전투를 관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했다.
거리는 상당한 편이라 괜찮겠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동할 준비는 했다.
여섯 네필림도 잠시 훈련을 멈추고 싸움 구경을 했다.
그들은 태고의 악마를 내가 소환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기절만 반복하다가 내가 멈추니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고 전투 장면을 목격한 터였다.
눈알 괴물의 광선은 가장 큰 덩치인 모르모로스를 직격 했다. 녀석은 애초에 피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몸통 뒤로 나오지 않았으니, 관통은 안 된 모양이다.
대신 모르모로스의 표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냅스로 인해 그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할 수 있었다.
최소 태양 코로나 등급의 온도다. 즉 태양 표면 온도보다 100배 이상 뜨겁다는 소리다.
이런 온도는 헬륨 융합이 아닌 자기 결합에서 나오는 것이다.
-번쩍
두 번째 광선이 모르모로스를 강타했다.
'어떤 성질의 광선이지?'
【워프 균열의 에너지를 흡입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온 에너지 입자를 분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플라즈마 약 100배에 해당하는 파괴력입니다】
그 정도면 웬만한 행성의 내핵까지 달굴 정도다. 즉 행성 하나는 눈깔 광선 한 방으로 날리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걸 두 방이나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르모로스.
나 또한 모든 결계를 사용하더라도 견디지 못한다. 내겐 피할 수밖에 없는 공격.
빛 계열이라 나아가는 속도 또한 광석에 근접한다.
즉 예측하여 미리 피하지 못하면 에누리 없다는 의미다.
-촤라라라라락
모르모로스의 손에서 거대한 번개 줄기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그것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졌고 눈깔 괴물의 머리부터 아래 촉수까지 반으로 쪼개 버렸다.
깔끔하고 완벽하고 아름다운 단 한 방.
모르모로스가 휘두른 불타는 전기 채찍은 극자기 분쇄기와 같다. 분자 배열까지 녹여 끊어내는 무자비한 학살의 채찍. 그 길이만도 수 킬로미터에 이른다. 모르모로스가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 지구를 한 손에 쥘 정도의 크기인 것을 참작하면···.
엄청난 놈이다. 불타는 몸은 태양의 코로나와 같고 내부 구조는 파악 불가.'
외형은 인간형 거인.
눈, 코, 입, 귀는 확인 불가. 머리도 불타는 덩어리다. 손은 인간과 같은 다섯 개의 손가락이 확인되며 발가락은 확인 불가. 이것이 모르모로스다.
맷집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났다. 모르모로스는 행성을 파괴할 정도의 광선을 두 방이나 맞고도 멀쩡했다. 피해 상황은 파악 불가지만.
눈깔 괴물은 모르모로스의 전자기 채찍 한 방에 반으로 쪼개졌다. 둘 다 전투력 측정 불가였지만 결과는 이렇게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박살이 나는 마무리로 끝났다.
이게 진짜 태고의 악마인가 싶다.
쪼개진 눈깔 괴물을 향해 카오스의 악마들이 달라붙었다. 놈들은 사체를 뜯어 먹고 있다.
아주 진수성찬이 차려진 것처럼 싸움은 뒷전이고 시체에 죄다 달라붙는다.
고에너지 영양 덩어리. 즉 고차원적인 놈의 시체는 자기 능력을 키우는 훌륭한 자양분이다.
악마 새끼들은 원래부터 간사하다. 눈앞에 이익을 취하기 위해 안하무인격 행동을 당연시하는 놈들이다.
스카기버가 날아간다.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불타는 몸체를 가진 모르모로스에 비해 스카기버는 몸체가 없다. 정확히는 영체 비슷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영체 또한 아니다.
악마들의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은 걸로 봐서 스카기버의 구성은 에너지 형태도 아닌 것 같다.
당연히 언노운도 모르고 다른 차원의 정보를 훑어봐도 스카기버의 구성 물질에 관한 정보는 일절 없다.
부유하는 초거대 유령이라고 표현하면 얼추 상상될지 싶다. 대신 녀석은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정보를 보면 심지어 밧줄 형태로까지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길이를 따지면 지구 몇 바뀌는 감을 정도.
세 마리중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스카기버이다. 지나가는 곳에 아무것도 안 남는다는 것인데 스치면 죄다 원자 분해 당한다.
마치 지구만 한 슬라임이 모든 걸 집어삼켜 녹인다고 하면 대충 설명이 가능하겠다.
전투 상황을 지켜보니 그 어떤 공격도 안 통한다. 그냥 죄다 집어삼킨다. 공격도 악마도 닿는 것은 무조건 삼키고 본다.
집채만 한 헬오어 덩어리를 삼키고 녹이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스카기버 안에 공간 결계도 처 봤지만, 의미 없었다.
공간이고 뭐고 닿는 것은 죄다 녹인다. 정보를 보면 지나치는 것만으로 닿는 모든 걸 무로 돌림이라고 당당히 표현되어 있다.
그나마 설명이 가능한 제이가르. 변화와 조화를 상징하는 뱀. 용 같은 대가리에서 뿜어내는 것은 검은 구름.
검은 구름은 곧 마이크로 블랙홀이다. 녀석은 공격받으면 즉시 블랙홀을 뿜어낸다. 이 블랙홀은 파괴할 수도 없고 닿는 것은 다 빨아 당긴다.
이게 또 위험한 것이 블랙홀까지 끌어당겨 합쳐지면 크기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이가르가 블랙홀을 마구 뱉어내면 저들끼리 합쳐서 커다란 블랙홀이 된다.
이러면 행성 정도는 우습게 갈아 흡수해 버린다.
제이가르의 몸은 다른 두 마리에 비해 물리적 타격을 받지만, 녀석은 거의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므로 맞출 수가 없다.
이런 괴물을 내가 현 세상에 풀어 놨나 싶기도 했고 저 녀석들이 미쳐 날뛰면 세상이 아닌 은하계 자체가 박살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른 차원의 모든 정보를 수렴해도 이들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졌는지 정확히 설명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태고의 악마는 태고신과 함께 태어난 존재다. 악마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이들의 순수한 성향이 악인 관계로 악마인 거지 진짜 악마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태고신이라도 해도 무방한 녀석들이다. 데엑마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놈들을 찾았고 어떤 방법으로 포획해 길들였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스냅스와 연동은 양호하다. 녀석들은 소멸시키는 행위에 아주 충실히 임하고 있다.
살짝 걱정하는 부분이었던 염파의 연동률이 최고점을 유지하고 있어서 안심이다.
농도가 이렇게 진한 워프 균열 속에서 저 정도 움직임과 공격 능력이라면 밖에 내놨을 때는 살벌할 거다.
어쩌면 대천사도 애 먹을지 모른다. 이것들 정말 내가 부릴 수 있는 존재인가?
물론 그건 그거대로 다시 훈련이 시작됐다.
자그마한 인간의 뇌로 시냅스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자극을 통해 아스트랄계로 연결된 고리를 다시 잇는 것이다.
다른 차원의 정보를 취합해서 결과를 냈는데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차원에서 내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알아낸 방법이다.
여기엔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나마 네필림이기에 버티는 것이지 인간이었다면 벌써 황천길 건넜을 것이다.
이들에게도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래봤자 수십 년 정도겠지만.
물론 저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편이 솔직히 낫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만한 것이니까.
이때 쌓아 놓은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지 그들 중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겠지만 녀석들은 필요한 존재다.
쉬지 않는다. 아니 쉰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세 마리 태고의 악마는 그동안 누려 보지 못한 살육의 즐거움을···. 하긴 감정이 없는 이들이 즐거움을 알 리는 없겠지만.
점차 적응력이 생겨나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버티는 사람이 아무래도 정신 감응 능력을 갖춘 혁련광이다. 아스트랄계가 살짝 열렸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 꿈처럼 여겨질 것이다. 쉬지 않고 가해지는 정신 데미지는 자살 충동까지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으니까.
쉴 수 없다. 아스트랄계가 완벽히 열리는 그날까지. 어정쩡한 상태에서 본신과 합체하면 그 많은 에너지를 버틸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난 데엑마를 받아들이기 위해 시냅스까지 만들 정도다. 데엑마는 다른 네필림과 레벨 차제가 다르다.
데엑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전에 내가 소멸했으니까.
난 계속 죽은 시점에서 과거로 되돌아 와 미래를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목숨은 2,582명분이다.
즉 지금 이 시간대 이후로 살아남아 도전한 내가 그 정도이다.
그들이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최대한 도전한다. 그리고 다음의 나를 위해 새로운 정보를 남기는 것. 그것이 내 임무일지도 모른다.
하도 많은 소멸을 지켜봐 왔기에 죽음에 대해서는 초연하다. 나란 존재는 영혼도 없고 아라곤이라는 의식도 데엑마의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본신에 흡수되는 순간 아라곤이라는 의식은 소멸할 것이다.
정확히 12년이 걸렸다. 역시 혁련광이 가장 먼저 아스트랄계를 열었고 그다음이 이나나미, 죠반니, 레오나르도, 윌리엄, 브릔힐드 순으로.
가장 애를 먹은 것은 뇌까지 근육이었던 브릔힐드였다.
이들은 진정 한 단계 초월했다.
브릔힐드가 완전히 각성한 때가 8년 전이다. 나머지 4년 동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보냈다.
시냅스와 접촉해도 타격을 입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나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 마리 태고의 악마와 동조율을 12년 동안 완벽히 유지했다.
녀석들은 12년간 끊임없이 카오스 악마와 싸웠다는 소리다.
전투력 측정 불가의 괴물이 38마리나 등장했었다. 대부분은 원 킬에 끝났지만 두 마리는 조금 까다로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확실히 마법 계열의 놈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해서 애를 먹었고 한 놈은 은신에 너무 특화되어 본체 포착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
그 외 무난하게 처리했다. 네포라이어스도 내 곁에 머물려 워프의 에너지를 풀충전했다.
나는 별의별 실험을 다 해봤다.
카오스 악마 상대로 핵폭발을 일으켜 봤고 심지어 태고의 악마에게도 사용해 봤다. 전혀 무의미 그들은 우주의 과학에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적색 초거성으로 유명한 태양 반경의 약 1,000배 이상인 베텔게우스도 별 데미지 없이 관통할 수 있다는 것. 우주 모든 법칙에 무해한 존재인 것.
단 하나. 거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못 나온다. 이것 하나뿐이다. 거대 블랙홀만 조심하면 이 태고의 악마를 상대할 놈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칠죄종은 어떨까? 물론 이들과의 싸움은 정보도 없고 또 칠죄종이 제 능력을 뽑아내는 것도 본 적 없어 파악되지 않지만.
태고의 악마를 봉인하기 위해 루시퍼와 미카엘이 일시적 협력을 했다는 것을 보면 칠죄종도 태고의 악마에겐 안되는 것이 이론상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과거 이들이 날뛰는 것을 경험해 해봤으니 그 대비책을 세워 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으, 정말 느낌이 다른데 몸이 너무 가벼워."
윌리엄이 소리쳤다.
12년 만에 우주 밖으로 나왔다.
"중력이 없는데 당연한 소릴."
레오나르도가 코웃음 쳤다.
이들을 감싸고 있는 공간 결계를 없앤 지 오래됐다.
신체는 정지된 상태고 뇌만 활성화되어 있다. 아스트랄계로 이어져 있는 상태에다가 워프 에너지가 권능이다. 그곳에서 12년 동안 있으니 자연히 침습을 받아 권능이 엄청난 상태로 뻥튀기되었다.
그릇이 커진 것은 아니다. 단지 빈 그릇이 채워진 것일 뿐. 네필림도 악마와 마찬가지로 본연의 그릇을 키우려면 인간 영혼을 섭취해야 한다.
워프에서 습득한 권능으로 신체를 감싸고 있으니, 우주에 던져 놔도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네포라이어스 이제 지구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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