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네필림
여섯 명의 네필림
이모탈 시티를 떠나 유럽으로 돌아왔다.
자드키엘은 여섯 네필림을 불러들였다.
오랜만에 만남. 즐거운 해후가 아니다. 그들은 자드키엘로부터 인류가 아니 이 행성이 미래에 어떻게 되는지 들었다.
감히 맞설 수 없는 거대한 재앙.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 따위는 아기 주먹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이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을까?
자드키엘이 여섯 네필림을 모은 것은 단지 지구의 위 몬스터를 대적하기 위해서다.
하늘까진 생각하진 않았다.
"아우, 이렇게 건장한 모습을 보니 형님 마음이 놓이는군."
"혁형님도 오랜만입니다."
이나나미도 브릔힐드도 반가움에 악수를 청했다. 이나나미의 뿔은 여섯 중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윌리엄은 진하게 포옹해 왔고 죠반니는 책상에 걸터앉아 오른손을 들어 보여 인사를 대신했고 레오나르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했다.
이들을 모은 이유는 진정한 네필림으로 각성 되기 전 몇 가지 준비 사항을 전해 주기 위해서다.
"이봐 아라곤. 과거로 가서 사건을 바꿔도 왜 이곳의 미래는 바뀌지 않는 거지? 원인이 뭐야?"
레오나르도 번즈 그는 타임 조작 능력을 갖췄다. 미래 과거 다음 대로 이동할 수 있는 환상적인 기술이다.
"우주에는 셀 수 없는 멀티 버스가 존재해. 가령 지금 네가 손에 주사위를 들고 던졌을 때 일에서 육까지 대체 차원이 발생해. 그중 하나는 우리 차원이겠지 나머지 다섯은 대체 차원이다."
"멀티 유니버스를 말하는가?"
"바로 그래. 네가 과거로 간다고 해도 이 차원의 과거인지 다른 차원의 과거인지 확률조차 서지 않을 정도야."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차원의 과거로 갈 수 있는 거지?"
"오직 신만이 알겠지. 요즘도 모노스테리움과 어울려?"
레오나르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악마가 아니야. 한때 이 지구의 신이었던 존재들이니까. 그들을 돕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
딱히 레오나르도의 행동과 사상을 저지할 생각은 없다. 그도 신념을 가지고 이 지구를 구제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니까. 모노스테리움도 그렇고.
"제우스는?"
"그는 편협한 자다. 인간 보다 자신의 생존을 더 생각하는 자다. 지옥의 악마에 빌붙으면서까지."
"어쩌면 제우스 때문에 악마들이 모노스테리움을 그냥 두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면 우두머리는?"
"오딘과 호루스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던?"
"저번 일은 명백한 실수라고 했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제대로 사과하겠다고 그러더군."
그들이 내 존재를 지우려고 했던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들 처지에서 내 존재는 상당히 껄끄러웠을 것이다.
특히 루시퍼가 관여했다는 것은 향후 자신들에게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노스테리움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으려 한다.
"이야기 들었지?"
"물론, 그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천사와 대적하는 일은 쉽지 않아. 아니 이건 천사보다 의회 전체를 상대하는 일이다."
"알고 있어. 그런다고 꼬릴 말고 도망 다닐 순 없잖아? 우리가 소멸하는 순간이 와도 제 할 일은 해야지, 안 그래?"
레오나르도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혁련광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놈들 우릴 그냥 두지 않을 테니 최대한의 발악은 해 봐야지."
"지구상의 몬스터 어느 정도까지 제어할 수 있습니까?"
"대륙 두 개 정도는 문제가 될 것이 없어. 계속 노력 중이니까. 곧···."
"허, 지나가는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겠다는 건가? 우린 너무 나약해."
브릔힐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맞아. 그냥저냥 지구 위 몬스터 대응 정도지 천사나 악마와 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윌리엄도 수긍하는 눈치다. 본인의 실력은 본인이 가장 잘 아니까.
"아무리 죠반니의 증폭화를 사용해도 신체가 한계를 보이고 있어요."
이나나미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것은 그 해결 방안을 말하기 위해섭니다."
나는 이제 마지막 열쇠의 비밀을 풀어 놓으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말해 주었다.
"본신을 찾아야 한다는 건가?
혁련광은 알듯 말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곳이 어디죠? 당장 가보죠."
레오나르도 번즈가 가장 적극적이다.
"에덴이다."
"에덴? 그 성경에서 말하는 아담과 이브의 그 에덴 말입니까?"
레오나르도와 다른 사람도 황당해하는 눈빛이다. 즉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뉘앙스.
"에덴은 실제 존재하는 곳이네."
자드키엘만이 인정한다.
"비 확정 논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순수하게 과학적 논리로 받아들여 보자고."
"아라곤 그걸 어떻게 과학적으로 받아들입니까? 성서 속 가성의 설정인데?"
윌리엄은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는 녀석인데 그런 소릴 한다.
"하느님, 야훼라 부르는 존재는 우주에서는 초월자라고 한다. 그런 초월자는 각 차원을 떠들며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지. 태고의 오랜 시간 뒤 빅뱅이 일어나고 분쇄된 태고신의 조각에서 탄생한 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내 설명은 계속됐다.
고대신, 초월자 이 부류는 우주와 함께 생성되었고 우주가 팽창하고 다차원이 생기면서 그들은 우주의 섭리를 깨우치고 각자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다.
고대신은 고대신대로 초월자들은 초월자대로 보라 수학적 원리와 과학적 사고방식은 당연한 절차일 거다.
아담과 이브? 그냥 흙을 빚어서 창조했겠냐? 무에서? 말도 안 되지. 그건 원시 인류의 DNA를 수정해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에덴이라고 부르지? 당시 사람의 사고방식과 수준을 봐. 과학적 잣대를 지우고 순순히 받아들이면 신화는 거짓말투성이가 돼.
에덴은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의 단어이고 실제는 야훼의 실험장이다. 온갖 과학적 지식이 들어 있는 엄청난 곳이다.
야훼의 과학적 지식은 생명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에 생명의 본질을 뿌리고 그 과실이 맺어졌을 때 다시 방문하여 사회와 문화를 이룰만한 생명체가 있는지 분석하고 아니면 자신의 힘을 덧대어 그들의 진화를 촉진하거나 다른 쪽으로 이끌었다.
인류 또한 마찬가지다. 우린 야훼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가공된 생명체이다.
인류의 카테고리에 갑자기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도 DNA 조작으로 만들어진 생명체 중 하나다.
야훼는 그중에서 가장 완벽한 아담과 이브라는 존재를 만들었지. 아스트랄계가 활성화된 상태로.
하지만 루시퍼의 꼬임으로 실험실에 있는 어떤 화학적 물질을 마셨지.
그건 야훼가 연구 중인 것으로 인간의 뇌를 활성화하는 물질이었다.
그 물질은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하나는 인간의 두뇌가 활성화되어 끊임없이 지식이 늘 것이고 그것은 무한의 확장성을 가진다.
인간은 과학적 사고를 하게 될 것이며 문명을 건설하고 우주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단점은 야훼가 만든 최고의 업적이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것. 뇌가 활성화되면서 아스트랄계가 닫혀 버린다는 것이다.
루시퍼의 꾐에 넘어간 이브는 뇌 활성화 물질을 마셨고 아담도 마찬가지. 성서에서는 금단의 과실로 알려진 것이다.
아담과 이브는 위광을 잃었다. 대신 과학적 사고를 얻었다. 그들은 에덴에서 추방되었고 다른 실험의 부산물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 터전에서 오늘날 인류가 번성하였다.
"그럼, 하느님은?"
"야훼는 초월자다. 언제까지 지구에 머물 수는 없지. 이 우주는 넓다. 그가 생명을 퍼뜨릴 행성은 셀 수도 없이 많아. 야훼는 본능에 따라 또 다른 먼 우주로 이동한 것이다."
"천사는?"
"야훼는 자기 일꾼과 심부름꾼 측근으로 천사를 창조했다. 아스트랄계에서 태고신의 사념을 꺼내 자기 능력으로 버무려 만든 것이 천사다."
"생텀 의회는?"
"전 우주, 전 차원을 관리하는 관리 총국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천사의 힘이 우주 끝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활동 영역은 한정되어 있다."
"어쨌건 이 지구가 그들의 활동 영역에 들어간 것은 맞는 거 같군."
브릔힐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윌리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차 묻는다.
"그러니까. 에덴이 야훼 초월자의 과학 실험실 같은 거? 인류보다 월등한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실험실이다. 그거죠?"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과학 실험인 거지."
"그러니까 그곳이 어디냐는 겁니다. 당장 가봅시다. 그곳에 가면 인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엇이라도 얻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레오나르도의 표정이 상기 되었다.
"루시퍼다. 루시퍼가 그 차원을 숨겨 놓고 있어. 아무도 그 위치를 알지 못해. 넌 모노스테리움에 물어보려 하겠지? 소용없어. 심지어 칠죄종조차 모른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나나미가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은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군요. 우릴 모두 모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알고 있으면서 왜 모른다고 해? 함께 갑시다."
레오나르도는 양손을 들며 모두를 향해 외쳤다.
"가면 죽어."
"그래도 한 번은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 혼자면 충분해. 너희까지 희생될 필요는 없어. 지구는 누가 지키고?"
"흥, 당신이 우리 중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지 않겠어. 우리 모두 각자의 능력을 대결해 보자. 승자가 에덴인지 실험실인지 가는 거고."
그때 서야 자드키엘이 끼어든다.
"참게. 자네가 아무리 그래도 그에게는 안 돼. 그는 힘을 쓰지 않을 거야. 그의 힘은 행성 파괴급으로 분류되어 있어. 자네들 행성을 부술 수 있나?"
"그런!"
레오나르도는 믿지 않으려 한다.
"생텀 의회에서 분류된 지표일세. 천사는 누굴 속이지 않아. 그는 분명 행성 파괴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어."
나는 레오나르도를 직시하며 말했다.
"마음먹는다면 태양계도 날려 버릴 수 있어."
"···."
레오나르도가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다 같이 가지. 아라곤이 강하다고 해도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잖아?"
"쓸 곳 없는 짓이야. 너흰 루시퍼에 바로 찢긴다. 내가 도와줄 틈도 없어."
"넌 루시퍼에 개길 수 있다는 거야? 뭐야?"
"들키지 않고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정도는 돼. 너흰 방해만 될 뿐이야." "자, 자, 진정하자고 우리끼리 흥분도 높여서 이득 될 것은 없어."
혁련광의 말에 레오나르도가 한풀 꺾인다.
그가 혁련광의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혁련광의 정신 감응 때문이다.
상대의 전부를 공유하는 능력. 혁련광의 권능은 지배이다.
"따로 목표가 있는 거야? 가령 현 지구의 위기 사태를 막아 줄 무언가?"
이나나미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다.
"나도 확인 불가. 하지만 목표는 있지 일단 너희 모두의 본신을 찾게 하는 것."
"본신?"
"저런, 자드키엘에 이야기 못 들었어? 너흰 네필림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력한 존재들이다. 지금 힘을 못 쓰는 것은 본신이 없기 때문이지."
"에덴에 본신이 있는가?"
혁련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했다.
레오나르도가 자드키엘을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네."
"설명할 게 잘 들어."
과거 네필림은 두 종류가 있었다. 천사의 인간 여성에서 태어난 네필림 그들은 하프 네필림이다.
과거 인간과 관계된 천사가 타락 천사가 된 이유도 인간 여성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두 번째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그것이 오리지날 네필림이다. 하프 네필림이 천사인 아버지의 능력만 물으려 받는 것과 달리 오리지날 네필림은 천사인 아버지와 어머니인 악마의 능력 둘 다를 가지게 된다.
그 변종 중 최악의 네필림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다.
악마 처지에서도 통제 불능. 생텀 의회에서는 배덕의 존재로 낙인이 찍힌 초신성급 괴물이었다.
선 악의 전쟁에서 양쪽 모두 통제 불능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봉인하기 위해 루시퍼와 미카엘이 처음으로 협력했다는 것도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루시퍼는 에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것을 감추는데 여섯 네필림의 본체를 이용해 결계를 짰다."
"여섯 네필림이면 우리를 말하는 건가? 그럼, 아라곤 당신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레오나르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다. 천사와 악마 역사 이래 가장 다루기 힘든 괴물."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는데?"
"그렇게 되면 태양계 아니 밀키웨이가 박살 날 것이다. 난 아직 완전하지 않은 채이기 때문이지."
"우리가 본신을 찾게 되면 어떻게 되지?"
"지금 여러분은 악의 권능인 어머니의 힘이 개방된 상태입니다." "어머니라면 악마의 힘이란 거지?"
"맞습니다. 본신을 찾게 되면 천사쪽인 아비의 힘을 각성합니다. 그리고 본신으로부터 오는 무한한 에너지는 여러분을 진정한 의미의 네필림으로 만들어 줄겁니다. 악마는 물론 천사와도 대적이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레오나르도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떤 놈이라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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