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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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본신을 찾게 되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 파동을 경험하게 될 거야. 만약 그걸 견디지 못하면 정신이 붕괴하지."
"···."
"어떤 의미론 오리지날 네필림으로 돌아간다는 소리야. 너의 정신은 인간 육체에 깃들어 있어. 본신의 힘은 상상을 초월해. 천사와 악마 둘 다의 힘이 모인 말도 안 되는 것이니까."
"방법은 있는 거냐?"
혁련광의 물음에 답했다.
"당연히 방법은 있죠. 본신과 합체 시 받게 될 영적 에너지 파동에 익숙해지는 것. 즉 죽어라 연습하면 되긴 됩니다."
"간단하네. 한번 해 보자. 어떻게 하는 건데?"
레오나르도가 나서며 말했다.
"여기선 힘들고. 보는 눈이 많아서. 최대한 루시퍼를 속여야 해서···."
"그럼?"
브릔힐드의 말에 내가 답했다.
"악마도 천사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곳에서 훈련한다."
지구는 평온하다. 평온하다는 말이 이율배반처럼 들리지만,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전사들이 전 세계로 흩어져 데몬을 사냥하고 살아남은 인류를 이끌고 있다.
현 지구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데몬은 아마도 재앙급에서 멸살급, 파멸급으로 이어지는 데빌이다.
신성력의 갑옷 블레싱 글로리를 착용한 이들에게 데빌은 더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지구에서 데빌이 포착되면 즉시 출동해 제거해 버리는 정도가 됐다.
내가 없는 사이 인류의 과학은 한 단계 진화했다.
바다를 통한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한 비공정 계발로 미국과 유럽은 상호 연계 체제를 확립했다.
미국에는 상당수 인류의 재래식 무기가 남아 있어 그것의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적어도 인공위성을 비롯한 대기권 위에 있는 물건은 상하지 않은 채로 있으니까.
인류 자체도 이 난관을 타계하기 위해 한 차례 도약하고 있다.
교황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네포라이어스를 소환했다.
새하얀 백골의 스켈레톤 모습이 네포라이어스의 본모습이다. 스켈레톤이라고 해서 인간의 두개골은 아니다. 전혀 상상하기 힘든 아니 괴로운 모양의 외계인 두개골이다.
"악마지?"
브릔힐드도 깜짝 놀라 경계심을 취했다.
"사역마니까 문제 일으킬 소지는 없어."
네포라이어스에 차원 균열로 보내 달라고 했다. 당분간 그곳에서 훈련할 셈이다.
이건 철저히 계획된 행동이다.
이러지 않으면 안 되는 다른 차원의 정보를 통합해 계획한 결론의 한 틀이란 소리다.
인간의 몸은 우주 공간은 고사하고 차원 균열로 들어가는 순간 납작하게 짓눌려 버린다.
충분한 여유의 산소를 머금은 공간을 떼어냈다.
"가자."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네포라이어스는 네크로맨틱 지팡이를 꺼내 카시아식스 은하계로 워프했다.
태고의 심연과 비슷한 워프의 균열을 보고 여섯 네필림은 감탄했다.
"이들은 주인님과 다른 인간의 몸입니다. 견딜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적당한 곳에 들여보내 줘."
여섯 네필림에 주변 환경 구경 따위는 사치다. 이들은 공간 결계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 있을까?
"윽!"
"큭!"
"악!"
"으!"
"크!"
"우!"
동시에 여섯 개의 비명이 터졌다. 공간 결계 안에 있음에도 워프의 균열이 주는 압박감은 대단하다.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공간이 일그러진다. 예측한 바다.
"모두 잘 들어 신체 활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거야. 숨도 쉬지 못하고 혈액 순환도 안 될 거라고 상당히 아찔한 기분일 거야. 훈련하러 왔으니 제대로 한번 해 보자고."
공간의 압력을 외부와 비슷하게 조율했다. 그리고 이들의 신체 활동을 완전히 정지시켰다.
인간 신체를 제어하는 정도는 손가락 튕기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거기다 세포까지 복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악마처럼 권능을 소비할 필요도 없다. 과학 지식과 탱그리의 원소 마법이면 충분하니까.
-털썩
죄다 쓰러졌다. 모두 기절한 것이다.
"후, 이것도 못 견디고 기절해···. 뭔 네필림이 이렇게 허약하나."
'깨워.'
언노운이 뇌를 자극해 이들을 일으켰다. 그러나 브릔힐드와 혁련광을 제외한 넷은 동시에 다시 기절했다.
"미치겠네. 시작도 안 했는데."
네 명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또 기절하기를 반복하고 적응할 때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공간 안에는 산소가 충분했지만, 호흡이 되지 않으니, 말을 할 수 없었다.
'혁형님 정신감응을 사용해서 여섯을 묶어요. 그럼, 텔레파시로 대화할 수 있으니까.'
'알았네.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혁련광이 여섯 네필림을 연결했을 때 설명했다.
이곳은 차원의 워프 균열이며 카오스가 악마가 득실한 지옥이라고 소개했다. 본신을 찾았을 때 정신 및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느껴 보라고 여기 데려왔노라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제가 친 결계 속에 있어서 그나마 그 정도지 결계를 해제한다면 육체는 한 줌의 피떡으로 변할 겁니다.'
'으,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아. 사방에서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아. 미치겠어. 숨이 안 쉬어져.'
'습관입니다. 숨 쉬어야 살 수 있다는 여러분의 고정된 관념이 정신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원래 네필림은 우주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녔습니다. 여러분은 인간의 신체에 너무 익숙해져 원래인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그 촉을 세울 차례입니다.'
괴로워 죽으려고 한다. 호흡이 되지 않는 고통. 그것은 공포를 불러왔고 여섯 모두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인간의 신체에 피가 돌지 않고 호흡이 되지 않는다면 뇌는 그 즉시 기능을 멈춘다. 이들이 기절하고 앓고 버티는 것은 언노운이 뇌만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천사와 악마에 맞서 지구를 지키겠다고 오지랖을 떨었나? 한심하구나. 너희가 할수 있는게 뭐냐고!'
강단 있게 밀어붙였다. 시간은 충분하다. 아직 68년의 시간이 남았고 이모탈 시티의 처리 문제로 생텀 의회는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그동안 난 지구의 초석을 다져 놓아야 한다. 여기에 온 이유는 한가지가 더 있다.
태고의 악마 그 순수한 악마들의 컨트롤을 익히기 위해서다. 솔직히 사역마도 아니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염파에 지배당하는 놈들이라 염파가 풀리거나 하면 언제든 지배가 풀리게 된다.
즉 내가 가진 시냅스와 태고의 악마 간에 유기적인 활착률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세 마리 다 풀어 놓았다.
여섯 네필림은 깜짝 놀랐지만 내가 간단히 설명했다.
태고의 악마가 풍기는 악의 그 자체에 카오스 악마가 꼬일 것이다.
'저건 내 훈련이니 너희들은 너희들 훈련에 집중하세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비틀대기만 하면 뭐 하냐고.'
환경에 버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본신을 찾으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 싸울 확률이 높다. 그 적응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본신을 찾는 순간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이 가장 크다.
이번엔 네포라이어스도 균열 속에 함께 들어왔다. 밖에 두면 눈에 띌 확률도 있고 해서다.
네포라이어스가 가진 네크로맨틱 지팡이는 워프 속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네포라이어스는 균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일단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버티는 걸로 합시다.'
가장 큰소리쳤던 레오나르도는 몇 번이나 계속 기절했다. 숨이 꽉 막히는 공포감 온몸에 가해지는 압력 이건 안 미치면 비정상일 정도다.
'흥, 능력을 사용해 벗어나려고? 싹 다 봉인했으니 그걸 수 없을 거다.'
타임 능력이 있는 레오나르도가 이탈할 것을 우려해서 그의 권능을 봉인해 놓았다. 뭐 몹시 어렵지 않는 일이다.
시냅스의 싸이킥 파워로 권능을 억누르는 일쯤은 이제 장난이지. 생각해 보면 이들의 권능은 중급과 상급 악마 중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손가락 한번 튕기는 걸로 원자화시킬 수 있다. 이런 허접이들을 훈련 시켜서 사용하려면 초반에 아주 죽음의 공포를 잔뜩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지구에서 거의 반신처럼 싸돌아 다녔겠지. 하늘 위에 하늘이 있고 그 위용이 얼마나 지독한지 똑똑히 깨우쳐 줘야 했다.
'이것들아! 이제 시작도 안 했어! 이 꼬락서니 해놓고 악마와 싸우겠다고 주둥이나 털지. 개만도 못한 새끼들이.'
혁련광도 예외가 없다. 굴릴 때는 빡세게 굴려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온다.
"이제 1단계 정신 강화 훈련 들어간다. 너희들이 하는 건 아주 간단한 거다. 버티는 거. 그것만 하면 돼."
시냅스와 살짝 연동하는 순간 여섯 모두 게 거품 물고 기절. 심지어 바지에 지리는 놈도 있다. 아니, 다 지렸는가···.
'후, 제기랄 온실 속의 화초들이군. 깨워. 앞으로 기절하면 무조건 강제로 깨워.'
'이 머저리들아, 시작도 안 했는데 전부 기절해? 바지에 똥오줌 지린 놈들 각오해.'
여성인 이나나미, 특히 브릔힐드가 상당히 당황해하는 모습이 웃겼다.
말은 그렇게 했는데 받은 데미지는 엄청날 것이다. 안다. 이해도 한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온다. 냄새 하난 기막히게 잘 맡는군.'
카오스의 악마들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저도 도울까요?'
'연습하러 왔으니 넌 그냥 구경만 해.'
강력한 염파를 세 마리에 쏘아 보냈다.
'카오스의 악마를 죽여라.'
시냅스와 접촉하는 순간 인간의 뇌는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 폭격을 받는다. 뇌가 타버리지 않는 것은 언노운과 내가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은 그 자리에서 집단처럼 쓰러졌다.
"자기들이 네필림이라고 으스대며 몬스터 정도는 한칼에 발랐겠지만, 지금의 너희들은 지렁이만도 못한 아니 아메바 정도도 못 한 것들이다."
벌떡 일어나며 또 쓰러지고 공간 결계라 빠져나가지 못한 똥오줌이 냄새를 피워 올린다.
그 위로 또 쓰러졌다.
신체 기능은 정지시켰지만, 괄약근과 요도관만 풀어 놓은 것은 이들의 수치심을 유발하고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즉 신체 반응 없이 어쩔수 없이 싸게 만들어 놓았다. 중력이 계속 몸을 짓누르는 상황이니 뱃속에 든 것이 다 빠질때까지 싸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피똥까지 싸게 될 것이지만···.
이들에게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한 극한 상황을 체험해 주고 싶었고 또 그러지 못하면 본신을 찾았을 때 정신이 붕괴하여 자아가 날아가 버린다. 그에 대한 대비다.
그리고 자신들이 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확고한 믿음 그것을 몸과 영혼에 각인시켜야 했다.
기절하면 세우고 기절하면 세우고 미친 듯이 반복됐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상관이 없다.
이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태고의 악마. 순수한 악. 비록 악마지만 죽이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 따위는 없다. 죽이고 또 죽이고 계속된 행동 속에 스냅스와 동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때다. 지금까지 다른 유형의 권능이 잡혔다. 게헤나로 치면 최소 백작급 이상의 악마다.
네포라이어스도 느꼈는지 지팡이를 세웠다.
셀 수도 없는 무리와 함께 등장했다. 균열 속 워프는 무한의 공간이다. 마치 우주와 같지만 다른 거라면 마치 보라색 페인트를 뿌려 놓은 것 같다.
공간의 내압이 상당해 닿지는 않지만, 내부의 에너지 밀도가 엄청나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다.
놈이 등장했을 때 깜짝 놀랐다. 카오스 악마의 특징은 온몸이 피처럼 붉다는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녀석의 거대한 덩치도 아니다.
단지 놈이 들고 있는 무기에 눈길이 갔다.
우리네 미니건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카라라라라랑
요란한 소리 속에 쏟아져 나오는 탄환.
지구에서 수억 광년이나 떨어진 이름도 생소한 은하계 한쪽 균열 속 악마가 미니건을 들고 있어?
모르모로스는 상대에 맞게 신체 크기를 제어하고 있어 1km 정도 되었는데 탄환이 모르모로스를 심하게 두들겨 댔다.
'탄환이 아니네. 뭐지?'
【유기체입니다. 상세 이미지 모양은 이어링에 표기하겠습니다】
기다란 원뿔 소라를 닮았다. 지독한 신경독을 포함하고 자체적인 움직임으로 빠르게 회전한다.
만약 데몬 같은 생명체라면 살을 헤집고 파고들 기에 딱 좋은 구조다.
하긴 이따위 무기가 모르모로스에 통하진 않겠지.
그놈은 모르모로스가 뿜어낸 태초의 불에 그슬려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이상할 만큼 그냥 불길이 지나가고 난 다음 남는 것이 없으니까.
지금 모르모로스는 자기 힘의 일억 만분의 일도 아니 더 될는지도 모른다. 전투력 자체가 측정되지 않은 최초의 괴물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천사들은 어떻게 막았을까? 늘 무지막지한 희생을 했다는 말은 듣긴 했는데···.
과연 이런 것들을 이 세상에 풀어 놓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나 자신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최대한 통제하는 것.
-스스스슥
갑자기 느껴졌다. 엄청난 것이 다가온다.
'앗! 크다!.
깜짝 놀란 것은 권능의 크기 때문이다. 이 정도 권능을 가진 악마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칠죄종이 제힘을 내지 않았기에 아직 경험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말도 안 되는 권능 덩어리가 접근하고 있다.
'다른 차원에서도 정보가 없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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