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세계화
“크으윽!!!”
어처구니없게도 맞은 돌연변이가 아니라 이 십지연화포를 쏘고 있는 일행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출력. 애초에 한손만 쓰는 것과 양손을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만약 검을 들고 있다면 한손으로는 할 수 없는 뼈를 끊기를 할 수 있을 정도. 게다가 같은 손이라도 해도 그 양손은 미묘하게 내공을 분출할 수 있는 양이 다르다.
완력도 주로 쓰는 오른손과 왼손의 차이가 있듯이, 내공도 자주 쓰는 곳이 더 잘 사용가능하다. 그런데 좀 전까지 일행은 죄다 왼손으로 오지연화포를 써왔다.
오른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기 때문에 왼손으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벗어던진 제약. 아예 무기를 집어넣고 양손으로 내공을 발사한다. 그로인한 십지연화포.
그런데 세 명은 각자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맞는 돌연변이도 밀려나는 상태. 이는 쏘는 세 명의 내공이 상당한데다 오히려 그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적어서 밀릴 정도이기 때문.
그러자 세 명은 다리를 아스팔트에 박아 넣고 서로 등을 기대어 삼지창 모양으로 섰다.
그렇게 모여 밀리는 현상을 자제하고 최대한 내공을 발사하여 돌연변이를 저지하는 세 명. 그런데 저지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박살내야 할 뿐. 저 돌연변이는 부피가 너무 커서 근처에 갔다가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냥 덩치에 깔린다. 아무리 일행이 내공이 강해도 저 돌연변이는 다른 돌연변이 수십 체가 융합한 것이라 무게가 최소 몇 톤에 이른다.
잠시라면 몰라도 계속 들고 있으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깔릴 건 뻔한 법. 인간이 트럭을 들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잠깐 동안이라면 브레이크가 풀린 차를 비탈길에서 막을 수도 있긴 한데 그것도 잠깐이지 계속해서 막고 있으면 결국 못 버티고 깔린다.
“좀 더 힘을 줘봐!!!”
“지금이 풀파워야!!!”
“더 이상은 못 버텨!!!”
일행은 죄다 아우성을 쳤다. 지금도 풀파워로 내공을 전개하고 있는데 더 이상은 못 버틴다.
하지만 모처럼 잡은 기회. 여기서 어설프게 마무리하면 내공은 내공대로 쓰고 결국 힘만 빠져서 돌연변이도 저지 못한다.
결국 죽든 살든 여기서 사생결단을 내야하는 상황. 그런데 마지막 하나의 퍼즐이 맞춰졌다.
콰아앙!!!
저 뒤의 건물 옥상에서 비춰지는 빛. 일행은 죄다 내공을 전개하면서도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똑같이 십지연화포를 발사하고 있는 너이. 부상을 입어서 지친 몸일 텐데도 내공을 발사하고 있다. 원래는 내공을 전부 상처에 돌려서 부상을 회복하고 있던 상태. 그러나 휴식을 취해야할 그 몸을 최대 출력으로 사용해 일행에게 힘을 보탠다.
저 멀리서 씨익 웃어 보이는 너이. 일행은 이를 악물며 최대한 힘을 주었다. 아까부터 힘은 주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일격. 넷의 합쳐진 내공이 돌연변이를 꿰뚫었다.
펑!!!
넷이 하나를 당한다. 오래된 잠언. 아니, 원래는 셋이 하나를 당한다였던가?? 아무튼 그러한 것은 상관없다. 다만 관통할 뿐!!!
퍼엉!!!
일행의 내공이 돌연변이를 꿰뚫자 두리가 외쳤다.
“다른 방향으로 조준해!!!”
지금 쏘고 있는 방향은 이미 구멍이 뚫렸다. 옛날부터 두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만화를 보면 보통 그 장풍이나 에너지파 같은걸 쏠 때 힘이 지나쳐 적을 덮어버리는 듯한 연출이 나온다.
물론 멋있어 보이기 위한 연출이겠지. 아니면 그런 한 점의 낭비도 없이 오직 모든 에너지를 적에게 부딪치기도 힘들고. 적의 가랑이나 겨드랑이 사이 등 몸 틈새를 하나도 통과하지 않고 에너지의 낭비 없이 오직 적만을 강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왜? 그만큼 저 돌연변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수십 체의 돌연변이가 모여 합쳐진 저 돌연변이는 워낙 커서 때릴 곳도 많다. 그 면적이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 어설프게 면적이 크면 오히려 공격받는 범위만 늘어난다. 그야말로 샌드백. 일행은 저 쾅쾅 튀는 돌연변이 공에게 근접하기는 힘들지만, 반대로 이렇게 원거리에서 내공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적을 타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선의 공략법. 이 돌연변이를 잡는데 이 정도 이상의 공략법은 없을 것이다.
구멍이 뚫린 부위를 제외하고 다른 방향으로 내공을 집중해 하나하나 그 살점을 태워간다.
역겨운 단백질 타는 냄새. 마치 돼지고기 굽는 냄새 같아 더욱 역겹다. 누가 말했던가? 인간을 굽는 냄새는 돼지고기와 비슷하다고. 그 맛도 비슷하다고 한다. 인간이 원숭이가 아니라 돼지로부터 진화했다고 가정하는 소설도 있었으니.
그렇게 내공을 발사하자 그을린 살점이 타가며 내부에서 뭔가가 탈출하기 시작했다. 신경망의 중추가 되던 기생충들이다. 원래 이 기생충들은 인간형 돌연변이의 형태 때는 그 목에 머물며 신경을 지배했다. 그러다 융합해 거대 돌연변이가 되자 아예 진짜로 신경망을 형성하고 육체를 컨트롤하던 기생충들. 그런데 숙주인 육체가 죽자 하나같이 탈출을 시도한다.
쥐새끼 같은 것들. 그야말로 진짜로 기생충들이다. 일행은 내공을 발사하는 와중에 짬짬이 따로 틈을 내어 그 기생충들을 일일이 죽여 버렸다.
치익!!!
끼엑!!!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기생충들이 죽어간다. 이건 단순히 벌레가 죽는 소리가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인간이나 다른 짐승이 죽는 소리. 아니면 네크로모프와 같다. 이것들이 정말로 자연적인 생물인가? 핵전쟁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건 아니지 않는가?
일행은 회의(懷疑)에 빠졌다. 이런 세계를 살아가려니 암울하다. 하지만 끝낼 건 끝내야한다.
결국 내공을 발사해 돌연변이를 완전히 터트려버린 일행.
철푸덕!!!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돌연변이는 쓰러졌다. 사실 비명을 지르긴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중추인 기생충들이 지른 비명. 이 돌연변이는 이미 숙주가 되어 꼭두각시가 되었기 때문에 단순한 고깃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할 뿐.
“헉, 헉!”
“헉, 헉!”
두리고 서이고 하나고 모두 지쳐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너이도 마찬가지. 이전까지 지친 적은 많긴 했지만 이렇게 내공을 발사한 적은 처음이다. 사실 아예 내공 발사한 것이 거의 처음. 병원에서 시험 삼아 약하게 내뿜어보긴 했는데 약간의 내공만으로도 쓰고 있던 병실 벽이 박살나자 바로 그만두었다. 정말로 최대 출력으로 내뿜으면 과장 좀 보태서 병원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파워. 게다가 한명이면 몰라도 네 명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공명현상까지 일어나서. 그런데 지쳐서 헉헉거리고 있던 일행에게 불쾌한 박수 소리가 들렸다.
“브라보! 브라보!!!”
박수를 친 당사자는 일행의 조금 앞에 떨어진 건물 잔해 위에 걸터앉아 계속해서 박수를 쳐댔다.
“여러분들의 건투 잘 보았습니다! 확실히 대단하군요! 저런 거대한 돌연변이를 처치하다니! 거의 돌연변이가 아니라 몬스터 급이었죠? 그런 건 전투에 이골이 난 여러분들도 쉽게 구경을 못했을 겁니다, 하하!!”
“넌 누구지?”
“우리 행적을 아나?”
두리와 하나가 동시에 물었다. 여차하면 바로 달려 나가 벨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체불명의 남자는 계속해서 박수를 치며 일행을 칭찬했다.
“후후, 질문은 한 번에 한 개씩. 저도 입이 두 개가 아닙니다. 동시에 두 개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가 없죠.”
“뺀질거리지 말고 대답해!!”
이번엔 서이가 나섰다. 집어넣었던 삽을 꺼내들고 다시 겨누는 상황. 남자는 그러지 말라는 듯 양손을 들었다.
“어이쿠! 그렇게 위협하시면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죠!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대답하자면 솔직히 여러분의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모릅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발견한건 아까 그 범죄자 무리와 마주쳤을 때에요.”
“범죄자?”
“첫 번째, 두 번째?”
하나가 날카롭게 물었다. 일행이 범죄자 무리를 만난 것은 두 번이다. 첫 번째는 구치소 앞. 그리고 두 번째는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만난 범죄자 무리들에게 습격을 당했고 그들이 두리 일행에게 당했다고 착각한 나머지 범죄자 일행은 그 범인을 쫓다가 마찬가지로 두리 일행을 습격했다.
사실을 말하면 두리 일행은 그래도 인간이라 처음엔 최대한 죽이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들끼리 내분이 일어나 서로 싸우다 죽이고 최후의 1인이 식인을 반복하여 결국 포식형 돌연변이가 된 상황.
그리고 두 번째 무리는 그런 첫 번째 무리의 원수를 갚으려다 이 남자의 기생충에 당해 융합형 돌연변이가 되어버렸다.
이 남자는 모자를 쓰고 마치 긴 망토 같은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옷이 아니다. 옷감이 아니라 가죽으로 이루어진 것. 즉 자신의 피부다. 그런 피부를 마치 옷처럼 모자와 코트의 형태로 입고 있다. 그리고 얼굴은 마찬가지로 가면 모양으로 되어있어 그 입 외에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가면은 전형적인 삐에로의 가면. 이 남자는 결국 광대다.
“하하하, 저는 라운더스의 광대! 즉 삐에로입니다!!!”
“삐에로?? 라운더스??”
“네! 라운더스는 순회자, 설교자라는 뜻을 가진 rounder에 복수형인 s를 붙인 단어입니다! 우리들의 조직이지요!!!”
“조직??”
“네, 돌연변이들의 조직입니다!!”
쿵!!
일행은 머리에 마치 어떤 큰 돌이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먼 거리에서 듣고 있던 너이도 마찬가지였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내공이 그 반향을 증폭해주기 때문에 마치 가까이에서도 듣고 있는 듯 잘 들린다. 근데 뇌리를 스치는 한 단어. 조직.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지능을 갖춘 돌연변이들의 조직. 처음엔 식인을 하여 지능을 잃어버리고 단순한 돌연변이가 되었던 것들이 거기서 더 식인을 반복하여 이젠 다시 지능을 찾았다. 이 라운더스는 그들의 모임. 조직. 그런데 순회자라는 말이 우습다. 순회자라는 말은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는 말. 여기에 종교적인 목적이 들어가면 순례자가 된다. 그런데 자신들이 순회자라고?
“저희들은 순회자이자 순례자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세계의 모든 살아남은 자들은 다 순회자이긴 하죠. 계속해서 떠돌면서 여행하니까요. 삶과 죽음의 여행을 말이죠. 하지만 말이죠······. 저희들은 더 멋진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전 세계인들의 돌연변이화입니다!!!”
콰앙!!!
다시 한 번 충격이 머리를 스친다. 전 세계인의 돌연변이화라고? 그 스케일이 너무 크다.
일행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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