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심안
털썩!
하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두리도 눈을 다쳐서 아직 엎어져있고, 결국 남은 것은 서이와 너이 뿐이었다.
이 교활한 메기인간은 몇 번 하나와 공격을 마주치더니 그러한 전기공격의 약점을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공격을 회피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갈 곳을 잃은 하나의 전기는 몸 안에 맴돌게 되었다.
내공으로 최대한 보호는 했지만 얼마나 타격을 입었을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까 전에 호수에 전기를 흘렸을 때는 그래도 호수의 면적에 비례해 그 세기가 약해졌으므로 비교적 몸에 오는 그 충격이 덜했다.
하지만 지금은 온전히 모든 전기가 자신의 몸 안에서 맴돌아서 완전히 몸을 태워버렸던 것이다.
감전으로 인한 충격에다 화상까지 겹쳐서 지금 하나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도 없었다.
어쩌면 두리보다 더욱 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두리는 최악의 경우 실명으로 끝나지만 하나의 경우 내장이 타버렸으면 재생하기가 힘드니.
아무리 내공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무소불위의 파워는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이 메기인간의 공격을 그냥 맞고 있을 수밖에 없던 너이는 공격이 멈추자 슬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하나가 쓰러지고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로 오던 촉수 하나가 하나를 덮치러갔던 것이다.
“안 돼!!!”
쩌억!!!
급하게 달려가서 등으로 막긴 했는데 그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까 전부터 앞에를 너무 많이 맞아서 급한 김에 이번엔 뒤로 막은 것인데 그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큭, 크윽!!!”
쓰러진 하나 앞에 서서 너이는 마치 태산처럼 굳건히 공격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혹시나 기절할까봐 후두부는 양손으로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짜악, 짜아악!!!
아니나 다를까 자비 없는 촉수가 후두부를 비롯해 너이의 온 몸을 가격했다.
원래 인체는 전면보다 후면이 더 방어력이 뛰어나지만 후두부나 경추처럼 강한 충격이 오면 영구적으로 온 몸이 마비되거나 그 즉시 죽을 수도 있는 급소도 있었다.
따라서 뒤로 방어를 할 때는 무조건 머리를 수그리고 후두부를 손으로 감싸야 하는데 이 와중에도 너이는 그렇게 방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격이 너무 빨리 날아와서 자신이 피하기는커녕 쓰러진 하나를 발로 쳐낼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그렇게 섣불리 충격을 줘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리야 눈만 다쳤기 때문에 다른 신체에 이상이 없어서 잠깐의 충격을 감수하고 날려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하나는 한눈에 봐도 온 몸에서 감전으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이미 죽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그 시체라도 훼손되지 않기 위해 살아있는 자신이 온 몸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듯 싶었다.
채찍 형은 보통 몇 십대를 맞기도 힘들다.
그전에 보통 죽어버리는데 곤장 형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비가 와서 그 충격이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결국 너이는 촉수를 맞다가 그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텅!!! 철썩!!! 철썩!!!
너이의 오함마가 땅에 떨어지고 후두부도 무방비 상태로 비어버렸다.
그런데 너이는 그 와중에도 팔을 양쪽으로 벌리고 십자 형태로 서서 하나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너이야!!!”
서이가 울부짖으며 메기인간을 향해 돌진했다.
이 상태에서는 누구를 구해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하나에 두리에 너이.
모두 갖가지 부상을 입고 쓰러져버렸다.
이미 죽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너 이 새끼······.”
서이는 이를 뿌드득 갈고 메기인간에게로 미친 듯이 돌진했다.
얼굴은 삽으로 가린 상태였는데 그러자 양팔과 다리 몸통에 미친 듯이 촉수가 쏟아졌던 것이다.
아까 전까지는 그래도 하나나 너이랑 교대로 촉수를 맞아서 그 빈도도 덜하고 메기인간 역시 세 사람을 동시에 견제하느라 충격보다는 속도에 신경을 써서 맞아도 비교적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격을 나누어 맞을 동료도 없고 온전히 자신에게만 그 촉수가 집중되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으악!!!”
그러나 그런 서이도 결국은 삽을 놓쳐버렸다.
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삽을 잡고 있는 그 손을 쳐버리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무줄 하나만 맞아도 아픈 것이 살이었다.
손은 그 중에서도 상당히 예민한 부위였는데 그렇게 촉수가 날아오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삽을 놓쳐버린 것이다.
“악, 아악!!!”
쓰러진 서이는 속수무책으로 촉수를 맞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 몸을 웅크리고 양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서이는 그 와중에 울고 있었다.
도저히 분하고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리야······.”
서이는 자기도 모르게 두리를 불렀다.
“도와줘, 두리야!!!”
서이가 어째서 두리를 불렀는지는 모른다.
사실 이 와중에 가장 피해가 심각한 사람은 두리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은 그래도 눈은 안 다쳤지만 두리는 빼도 박도 못하게 눈을 다쳤으므로 설령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파직!!! 우르릉, 쾅쾅!!!
그것은 메기인간이 잠시 번개가 치는 하늘을 보려 시선을 돌렸을 때 일어났다.
아무리 돌연변이가 되어 강해졌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그 번개에 두려움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
비가 오고 주변에 피뢰침 같은 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당연했다.
게다가 주변에는 운동기구나 흔들의자의 쇠사슬 등 번개의 이목을 끌만한 재료가 많았던 것이다.
핵폭발로 인한 검은 구름 사이로 번개가 내리쳤고, 메기인간이 잠시 그 나타났다 사라지는 번개를 보느라 눈을 뗐다 다시 돌린 순간이었다.
어느 샌가 자신의 앞에 두리가 서 있었다.
대략 간격은 2미터? 3미터?
메기인간은 순간 갸우뚱했다.
저 인간은 내가 아까 분명히 촉수로 눈을 쳐서 날려 보냈는데??
그러한 공격에 맞았으면 일어나는 건커녕 자신을 포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영원히 눈이 찌부러져 장님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리는 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건 그냥 눈이 아니었다.
눈은 아직도 피를 흘리며 눈꺼풀에 의해 닫혀있으니까.
그러나 메기인간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가 그 눈안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은 일어났다.
번쩍!!!
두리의 눈이 떠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검은 자위나 흰 자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있는 것은 새하얀 빛뿐.
내공이 워낙 많이 발출되어 그 안에서는 새하얀 빛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두리는 상실한 시력을 내공으로 보충하고 있었다.
무협으로 말하자면 심안.
불교나 도교 등에서도 그 수준이 높아지고 깨달음에 다다르면 얻게 된다고 하는 능력이다.
어디까지나 그러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을 하다 보면 얻어지는 능력이다.
그러한 심안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밤이든 낮이든 시야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마음의 눈으로 본질을 본다는데, 지금 두리의 상태가 바로 그것이었다.
방사능으로 인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고 비가 오는 상태.
게다가 메기인간의 촉수로 인해 눈이 멀었는데도 지금 그 원흉인 메기인간이 똑똑히 보이는 것이다.
이는 심안이 육체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마음의 눈이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모든 제약 조건을 무시하고 오직 원하는 상대의 본질을 볼 수 있는 것인데 그러한 것을 검은 구름이나 빗줄기, 설령 실명이라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두리는 눈을 감은채로 오른손을 펼쳤다.
‘뭐하는거지??’
어느새 촉수 공격이 멈추자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던 서이도 두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두리는 가만히 멈춰 서서 그저 손만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두리를 향해 잠시 멈칫하던 메기인간이 다시 촉수를 날려 왔다.
저 인간의 눈에서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빛나기는 했지만 그건 그거고 자신은 그저 촉수를 날릴 뿐인 것이다.
“두리야, 피햇!!!”
그렇게 날아간 촉수가 두리의 눈을 다시 한 번 가격하려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두리의 곡괭이가 날아왔다.
그리고 날아온 곡괭이를 손에 쥐자마자 두리는 그걸로 촉수를 막아내더니 곧바로 곡괭이를 던져 메기인간의 머리통에 꽂아버렸던 것이다.
“컥!!!”
그런데 우습게도 메기가 아니라 그 턱밑에 있는 인간부분에서 신음성을 뱉었다.
그리고 두리는 계속해서 내공으로 곡괭이를 회수한 뒤, 다시 던져 이 메기인간을 난도질해버렸던 것이다.
“컥, 컥컥컥!!!”
메기인간은 필사적으로 촉수로 곡괭이를 쳐냈지만 곡괭이의 궤도를 바꾸지 못했다.
이 내공이 실린 곡괭이는 마치 유형화된 어떤 사슬이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두리의 손으로 돌아가 다시 날아왔던 것이다.
그러한 공격을 막기 위해서인지, 메기인간의 얼굴에 있던 수염이 두 개가 아니라 네 개, 결국엔 여섯 개까지로 늘어났다.
원래 메기는 종류에 따라 그 수염이 적게는 두 개부터 많게는 여섯 개까지 있었다.
설령 성체가 된다 해도 네 개 이상 안 늘어나는 메기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양 옆으로 나있는 주 수염이 너무 길어서 상대적으로 짧은 그 턱 밑의 수염이 안보여서 그럴 수도 있었다.
메기는 그렇게 수염으로 진동을 감지해 사냥을 했는데 과연 이 메기인간도 알고 보니 수염이 두 개가 아니라 여섯 개였던 것이다.
아마도 다른 네 개는 상대적으로 그 길이도 짧고 힘도 떨어져서 안 썼던 모양인데 위기에 몰리자 모든 수염을 총동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괭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곡괭이를 막으려다 수염까지 하나 썰렸다.
원래 곡괭이는 찍는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두리는 자신의 이 곡괭이 날을 날카롭게 갈아둔 상태였다.
그 편이 공격력도 더 증가하고 땅을 파기에도 좋다고 여겨서 그렇게 한 것인데 과연 그 효과가 있었는지 결국 그 날은 날아가다가 이 메기인간의 수염도 끊어버린 것이다.
다들 상대해보았지만 이 촉수에 가까운 수염은 워낙 질기고 표면에 끈적끈적한 점액이 가득해서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리는 결국 그 수염을 끊어버리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비 때문인가??’
서이는 잠시 비로 인해 그런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씻겨져 나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물이 가득한 물속에서 그러한 점액질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은 뻔했다.
설령 떨어져 나간다고 해도 다시 분비하면 그만이었는데 아무튼 두리의 곡괭이는 결국 그 수염들을 모두 썰어버렸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곡괭이가 정수리에 박히고 나서야 메기인간은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리도 쓰러졌던 것이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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