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죽음의 카운트다운
파지직파지직!!!
숨도 쉬기 힘든 물속에서 감전까지 당하니, 두리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저 계속해서 내공만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구속한 촉수의 힘이 약해지고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자신을 잡은 생물체 역시 감전을 당해 죽거나 그 힘이 약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두리는 이 기회가 온 틈을 타 전력으로 남은 힘을 짜내 몸이 떠오르는 쪽으로 헤엄을 쳤다.
“합, 푸아!!!”
“두리야!!!”
방사능 낙진으로 뒤덮여 끈적끈적한 얼굴을 손으로 한번 훔치고 보니, 저 멀리에서 서이가 자신의 곡괭이에 밧줄을 걸어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항해에 쓰는 닻같이 보였는데, 아무튼 그런 곡괭이는 주인도 못 알아보고 자신의 머리를 찍을 뻔 했던 것이다.
“야!!! 조심해서 던져!!!”
“하하하, 미안, 미안!!! 그보다 잡았어??? 잡았으면 던진다!!!”
“잡았어!!!”
두리의 신호에 맞춰 세 사람은 일제히 전 내공을 끌어올리며 곡괭이에 연결된 밧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것을 잡은 두리는 실로 말도 안 되게 공중으로 끌려 올라갔던 것이다.
“하하하, 월척이네!!!”
“야, 장난칠 생각이 드냐?? 좀 더 진지하게 끌어당기라고!!!”
“오케이!!!”
그리고 다시 끌어당겼는데 이번엔 땅으로 곤두박질칠 뻔했던 것이다.
쿵!!!
충돌의 순간 두리는 두 다리에 전 내공을 모아서 충격을 흡수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다리에서는 뭔가 빠직, 하는 소리가 나며 상당한 통증이 전해졌던 것이다.
“으윽!!!”
“괜찮아???”
두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잠시 장난기가 돌 정도로 기뻐했던 서이였지만, 이내 두리의 표정을 보고 다시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리를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서이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일행이 두리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두리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다리를 툭툭 털면서 멀쩡한 척 일어났다.
“으, 으응. 괜찮아. 걸을만해.”
“진짜로???”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나. 자, 봐. 멀쩡히 움직이잖아.”
두리는 그런 일행을 안심시키려는 듯 다리를 마구 흔들어댔지만, 아무래도 감전과 착지에 의한 충격에 의해 다리가 저릿저릿하고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과연 하나는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뭔가 날카로운 눈으로 두리의 표정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아요, 오빠???”
“으, 으응, 괜찮아. 그보다 그 전기충격은 네가 한 거야, 하나야??”
“네, 죄송해요. 물속으로 함부로 들어가기도 그렇고 물속에 얼마나 많은 돌연변이들이 살고 있을지 몰라서요. 너무 충격이 심했나요??”
“아니, 잘했어. 덕분에 심장이 약간 찌릿하긴 했지만.”
심장 부근을 툭툭 두드리며 웃는 두리를 보고 하나는 약간 미안한지 고개를 푹 숙였지만, 그건 최선의 대책이었다.
흔히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긴 밧줄이나 튜브 등을 던져주고 멀리서 끌어당기라고 하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의 살기 위한 힘은 엄청나므로 섣불리 가까이 다가갔다간 이성을 잃은 사람에 의해 같이 끌려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냥 힘을 빼고 구조에 몸을 맡기면 되는데 이성을 잃고 아무거나 잡으려고 마구 날뛰다가 결국은 도와주러 온 사람의 숨통도 끊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본능적인 것이라 그리 쉽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긴 했다.
동사 당하기 직전의 사람이 오히려 따뜻하다는 착각을 느끼고 옷을 벗거나 굴을 파서 들어가려고 하듯이, 이러한 물귀신 작전도 본능인 것이다.
아무튼 그 물속에 얼마나 많은 돌연변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방사능이 가득한 물에 섣불리 들어가기도 애매해 나머지 일행은 잠시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두리의 숨이 한계에 달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급한대로 하나가 내공을 이용해 전격을 일으켰던 것이다.
수화지풍, 4대 속성 혹은 음양오행에 의해 5대 속성으로 변화가 되는 내공은 쓰기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한한 것이었다.
4대 속성이나 5대 속성이 다른 것 같지만 수화는 공통이고, 나머지 지풍, 그리고 목금토는 사실 동일한 속성인 것이다.
4대 속성의 지에 해당하는 것을 동양에서는 목과 토로 나눈 것이었는데, 어쨌든 원리만 알면 내공을 전기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원래 인체에서도 전기는 일어나고 신경과 근육을 작동시키는 데는 생체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 물리치료 등을 받으면 근육이 나름 멋대로 움직이거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신호에 혼선이 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기 그 자체의 충격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전기를 잘 이용하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의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아무튼 물속에 빨려 들어가서 보이지 않는 두리를 잡고 있는 물체를 감전시키기 위해, 하나는 도박을 건 것이었다.
잘못해서 마비당하면 두리가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위험한 내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대로 두리는 내공으로 보호를 해서 아슬아슬하게 죽기 직전에 수면 위로 헤엄쳐서 떠올랐다.
그러니 하나는 그야말로 마음의 짐을 덜었던 것이다.
“고마워요, 살아줘서.”
“뭐야,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그보다 저것 좀 봐. 아직 안 죽고 꿈틀거린다!!!”
“!, !!!”
두리의 그 말에 일행은 경악해서 수면을 쳐다보았다.
허연 배를 뒤집고 둥둥 떠 있는 것은 사람 키보다 더 큰 메기였다.
길이가 2미터50, 아니 3미터는 되려나??
그러니 두리가 끌려간 것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메기가 수염으로 사람을 끌고 가냐고······. 완전히 이 세계는 막장이 돼버렸구만.”
“그러게요.”
혀를 차는 두리에게 하나는 동의하며, 다시 수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일행은 몰랐지만,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 등에서 웰스 메기라고 하여 거의 5에서 7미터까지 자라는 메기도 있었다.
머리통이 사람 상반신만할 정도인데, 고래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사실 물고기가 이 정도 크기로 자라는 건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기도 했다.
다만 메기가 그렇게 큰다고 하니 한국 사람들은 놀랄만한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2017년 7월 17일에 각각 몸길이 150cm와 130cm의 메기가 잡힌 적 있었다.
원래 한국 메기는 이론상 130cm까지 자랄 수 있긴 했는데 전쟁 전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있던 한국 토종 민물 메기도 그 길이가 120cm였던 것이다.
그런 깜찍한(?) 메기가 아닌 길이가 5에서 7미터에 달하는 메기를 접했던 유럽에는 이런 괴물 메기들이 인간이나 각종 물건 등을 삼켰다는 소리가 전해질 정도였다.
그러니 이런 3미터에 달하는 메기도 사실 그리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반대로 말하면 이런 토종 메기들도 비대화시킬 만큼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엄청난 것이었다.
“그야말로 미쳤군.”
원래 진흙바닥의 진동을 느끼는데 쓰는 기관인 저 수염도, 너무 강해져서 이젠 아예 사람을 낚아챌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데 수면 위에서 배를 드러낸 채 꿈틀거리던 이 메기를 보던 일행에게 놀랍게도······?
메기가 갑자기 배를 뒤집더니 급속도로 헤엄쳐 수면 밖으로 튕겨 오르더니 두 발로 착지해버렸다.
아예 물갈퀴 같은 것조차 있는 그 두 발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촉수까지 보고 일행은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뭐야, 이거? 어인이냐?”
“아니, 인어 아닐까요???”
“이렇게 추악한 인어는 내 난생 처음 본다. 어릴 적의 동심을 깨고 싶지 않으니 그냥 어인이라고 하죠. 아무튼 근데 뭐야??? 두 손같은 촉수에, 두 발에, 그냥 사람이나 다름없잖아???”
“저기 봐요!!! 턱 부분에 사람 얼굴 같은 게 있어요!!!”
“에엥???”
관찰력 좋은 하나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집중해서 보니, 과연 턱 부분에 인간의 얼굴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저기, 저거 단순히 얼굴 모양이 아니라 얼굴 그 자체 아냐??? 뭔가 감은 눈이랑 코, 입 모양 같은 것도 있는데???”
“에이, 설마 아니겠지······ 옴마야!!!”
뜻밖의 너이의 주장에 그 사실을 부정하던 서이 역시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떠지더니, 메기의 두 눈과 인간의 두 눈으로 네 사람을 각각 사시처럼 하나씩 눈으로 포착하여 감시했던 것이다.
“뭐야, 저거, 무서워.”
“아니, 진심, 진짜로 무서운데? 이거 지금 꿈 아냐? 꿈 아니지??”
일행은 각자 뺨을 툭툭 쳐보았으나 택도 없었다.
이것은 현실이었던 것이다.
아마 방사선으로 인해 손상된 유전자가 다른 생물의 유전자와 결합해서 변이가 일어난 것 같았다.
문제는 사람이 메기를 먹어서 저렇게 된 건지, 아니면 메기가 사람을 먹어서 그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둘 중 하나가 뭔가를 먹긴 먹었던 것이다.
“제길, 게를 많이 먹어서 괴인이 된 카니란테 같은 것은 아는데 이건 뭐냐, 메기 괴인이냐???”
“뭔 소리야, 두리야??”
“그런 게 있어.”
두리는 어렸을 적 본 원X맨이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펀치 한방으로 무조건 모든 적을 분쇄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그 만화에는 각종 원인들로 인해 괴인이 된 적들이 출현했다.
그중에는 게를 많이 먹다가 게 괴인이 된 카니란테라는 괴인도 출현하는데 두리는 이 메기 인간을 보고 그것을 떠올렸던 것이다.
원래 돌연변이 자체가 방사능 물질에 의한 영향도 있고 아마 식인이나 다른 생물들도 이처럼 동족포식을 하면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메기 인간은 대체······.
지금도 이 메기 인간은 두 촉수를 흔들거리며 네 사람을 노리고 있었다.
물론 촉수는 두 개지만 무엇보다 내공을 익힌 두리를 순식간에 끌고 갈 정도로 강한 촉수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때 하늘을 가득채운 검은 구름 속에서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 좋은데······.”
“그러게요······”
두리는 물론, 하나와 다른 일행들도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하늘을 계속 뒤덮고 있는 저 검은 구름은 핵폭발의 상징이었다.
방사능 물질로 가득한 재와 먼지가 모여 구름을 형성한 것인데, 수십 년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거기서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햇빛을 줄이고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저 저주받은 구름은 지금 방사능 낙진으로 가득한 죽음의 비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빨리 해치우고 돌아가자. 시간이 없다.”
“응.”
너이의 말에 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