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분노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다 보니 오히려 두리 자신의 체력이 먼저 떨어진 것이다.
‘다음 공격은 피하지 못하겠군······.’
그렇게 두리가 헉, 헉 거리며 온 몸에서 땀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는데 드디어 이 돌연변이도 눈치를 챘는지 전력으로 온 몸을 돌진해왔다.
그리고 내공은 물론 체력이 다 떨어진 두리는 이 공격을 피할 힘이 없었던 것이다.
‘끝났나······?!’
그렇게 두리가 온 몸에 힘이 빠져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허공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비켜요오오오오옷!!!!!!”
그 소리에 두리가 힘을 얻어 가까스로 구르듯 피하자마자 이내 하늘에서 쐐애액!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져 내렸고 그것은 그 에너지 그대로 돌연변이의 두개골을 찍어버렸던 것이다.
퍼어억!!!
끼에에에에엑!!!!!!
쓰러진 두리가 쳐다보니 그것은 바로 하나였다. 운기조식을 하러갔던 하나가 상처를 회복하고 공중에서 뛰어내려 그대로 돌연변이를 찍어버린 것이다.
푸슉!!!
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돌연변이는 두개골에 검이 꼽히자 이제까지와는 달리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검을 꽂은 하나를 잡으려고 했는데, 하나는 검을 든 채로 그대로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 돌아 검을 빼내더니, 다시 검을 앞으로 내밀어 턱을 벌리고 있는 돌연변이의 입 안으로 꽂아 정수리까지 관통해버렸다.
콰직!!!
그러자 입천장 뼈를 비롯한 각종 뼈가 부셔졌는지, 돌연변이의 입안을 비롯한 머리에서는 각종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소리가 나며 결국 움직임을 멈추었던 것이다.
하나는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찌른 검을 마구 휘저어 뇌를 곤죽으로 만들더니 이내 그 쓰러진 시체조차 내공을 이용해 아주 불태워버렸다.
“삼매진화.”
화르륵.
하지만 순수한 내공을 이용해 물체를 태우는 것은 힘들기에 고작 해봤자 보통 종이나 문서 등을 태울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데 하나는 이런 삼매진화를 이용해 여러 구의 시신을 태워버렸던 것이다.
이는 하나의 내공이 상당한 것에도 그 원인이 있었지만 그 이전에 이런 시체는 단백질이나 지방의 덩어리였기 때문이었다.
한번 불을 붙이기가 어렵지 불이 붙으면 어떻게 꺼지겠는가?
이런 인체에 일어난 발화는 손으로 직접 두드려 끄거나 구른다고 해도 쉽게 꺼지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화재라는 것은 끄기 힘든 것인데, 가만히 누워서 끌 힘도 없는 시체들이 불에 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돌연변이들의 시체 따위 일일이 태우거나 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돌연변이들이 서로 시체를 먹음으로써 상처를 회복하고 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시체를 놔둘 필요성은 없었다.
이렇게 돌연변이들이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은 방사선 때문이었는데, 방사선은 고에너지의 입자나 광자이기 때문에 세포막의 결합 자체를 파괴하고 수소결합으로 이루어진 DNA를 박살내 그 구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화상이나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생긴 DNA의 오류는 어느 정도는 자체적인 기능에 의해서 복구가 되지만 너무 그 손상이 심각해지면 세대가 지나도 복구가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손을 낳아도 영원히 그 돌연변이가 유전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렇게 유전자에 상처가 나면 그 유전자들이 다른 유전자와 결합하여 또 다른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돌연변이들끼리 서로 잡아먹으며 회복하고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손상된 DNA가 다른 DNA의 정보를 수집하여 복구하고 더욱 강해지거나 괴상망측하게 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상처를 회복하고 단순히 강해지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인데 서로 종이 다른 생물들을 먹으면 그 생물의 특성을 재현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가령 벽에 달라붙는 곤충의 능력이라든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능력.
이런 능력이 있으면 돌연변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훨씬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기뱀장어나 뜨거운 독성화합물질을 분출할 수 있는 폭탄먼지벌레 같은 것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물이 흔하지도 않고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유전자 합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두리 일행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우······ 하나야, 괜찮아?”
두리는 순간적으로 이런 가능성에까지 결론이 도달한 이후 즉시 그러한 걱정은 일단 뒤로 하고 하나의 상태부터 살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하나였고 저 멀리서 날아간 너이가 서이를 부축하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네··· 전 괜찮아요······ 쿨럭···!!”
“하나야, 정신차려, 하나야!!!”
그러나 하나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보였다.
하나가 뛰어내린 건물은 지상 5층이었는데, 하나는 그 5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던 것이다.
“왜 그렇게 높은데서 뛰어내렸어, 바보같이!!! 뛰어내린다고 해도 그 정도가 아니어도 됐잖아!!!”
그렇게 다그치는 두리를 하나는 슬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계산해보니까 남은 내공으로는 도무지 저 단단한 갑피를 뚫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쿨럭! 응급조치를 하느라 생각보다 내공을 많이 소모했어요. 그 이전에 상처가 워낙 크기도 했고··· 외상은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내상이 너무 심했어요. 그 결과 단번에 끝내려고 좀 무리를 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네요. 헤헤······.”
“제길, 그런 건 둘째 치고 더 이상 말하지 마! 체력이 줄어들잖아!!!”
“아뇨, 전 더 이상 틀렸어요······. 그래도 여러분들에게 내공을 남기고 가니 후회는······.”
“하나야!!!”
그런 하나를 두리를 비롯해 세 사람은 지켜보고 있었는데, 모두들 그 죽음이 임박한 것을 아는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두리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포기할까 보냐······.”
“뭐······?”
두리의 중얼거림에 너이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물었다.
“포기할까 보냐!!! 더 이상 내 앞에서 소중한 사람이 죽어가도록 놔두지 않겠다!!!”
퍼엉!!!
그 말과 함께 두리의 전신에서 은빛 광채가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눈을 가릴 힘도 없는 하나를 제외하고 서이와 너이는 눈이 부셔서 그 와중에도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는데, 두리는 하나를 바닥에 앉힌 후 서이와 너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서로 손을 잡아!”
“뭐?!”
“빨리 손을 잡으라고!!! 이대로 에너지 회복에 들어간다! 서로 원 모양으로 손을 잡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거야!!! 이중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이 남은 나 다음에 하나가 앉고 그다음에 너이, 그 다음에 서이가 앉는다! 그렇게 에너지를 교환해서 서로 증폭하다보면 분명 회복이 될 거야!!!”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우린 이제 겨우 내공을 익힌 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그런 게 될 것 같애?! 아니 애초에 가능한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어!!! 그런 걸 희망을 걸고 해보겠다는 말이야?!”
“그게 아니면 무슨 방도가 있다는 거야!!! 아니, 날 믿어!!! 그럼 무조건 돼!!! 그러니 일단 해보는 거야!!!”
그렇게 진심으로 외치는 두리를 보고 너이는 말을 잃었다.
분명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데 두리의 말은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두리의 말대로 그러한 방법 말고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기에 결국 네 사람은 손을 맞잡고 에너지를 교환하기로 한 것이다.
“자, 시작한다!!!”
“어!!!”
이중에서 가장 상태가 심각한 하나를 비롯해서 사실 서이도 그리 말할 기운도 없었기에 원은 사이에 앉은 두리와 너이가 더욱 상태가 안 좋은 두 사람의 손을 잡는 것으로 인해 유지되었다.
말하자면 하나와 서이는 손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잡힌’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 앉아 손을 잡혀있긴 한데 워낙 그 상태가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입가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먼저 두리는 가장 상태가 심각한 하나에게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보냈다.
그러자 하나는 꿈틀, 하더니 어쩐지 약간 상태가 호전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먹힌다!!!’
원래 이런 내공을 주고받을 때는 가능하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집중을 깨지 않기 위해 두리는 이러한 외침을 속으로만 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에너지를 받은 하나는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자신의 에너지를 어느 정도 남겨놓고 다시 다음 타자인 너이에게 약간의 에너지를 넘겼던 것이다.
그렇게 에너지를 받은 너이는 다시 자신의 에너지를 서이에게 넘겼고, 서이는 그 에너지를 받아 다시 두리에게 넘겼다.
그렇게 두리-하나-너이-서이-두리-하나-너이-서이 순으로 에너지가 순환하자 그 에너지는 점점 더욱 강력해지고 그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에너지의 총량도 늘어나 분명히 에너지가 재생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됐다!!!’
두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각각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원래부터 비교적 상태가 양호했던 너이는 물론이고 서이와 하나도 상당히 안색이 회복되어 아까까지처럼 막 죽을 것만 같았던 파리한 안색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게 네 사람은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서로를 쳐다보았는데, 이젠 거기에 미소도 있었다. 한층 여유가 생기자 네 사람은 그렇게 웃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네 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떠돌이 돌연변이 개였던 것이다.
일행이 그렇게 차례대로 에너지를 순환하며 내공과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어떤 떠돌이 돌연변이 개가 다가왔다.
이 개는 원래 상당히 멀리에 있었지만 두리 일행이 싸우는 소음과 그 이후 돌연변이들의 시체를 태우면서 나는 불빛, 그리고 냄새를 맡고 온 것이다.
원래 개들은 이런 청각이라든지 후각이 매우 예민했는데, 돌연변이가 되면서 그러한 능력들은 더욱 강화되어 이제는 귀신과 같았다.
그러니 이런 돌연변이 개가 단 한 마리만 찾아온 것도 어떻게 보면 참 행운인 것이다.
물론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런 한 마리의 개라도 다가온 것은 그리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래서 두리는 급히 그래도 가장 체력이 많이 남은 자신이 이 돌연변이 개를 상대하려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웬걸? 마주 잡은 손이 꽉 달라붙어서 떨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깍지를 껴서 그런가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원래 내공을 이렇게 주고 받다하다 보면 그것이 서로 대결하는 것이든 아니면 이렇게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것이든 흡인력이 일어나 쉽게 떨어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서로 내공을 익힌 사람들끼리 손을 맞잡고 내공전을 펼치면 보통 한명이 초죽음이 되기 전에는 떨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 한쪽이 쓰러지거나 죽어야 가능했고, 그전에는 외부의 충격이 있지 않은 이상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런 내공의 전이가 위험했던 것이다.
심지어 내공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료해준다거나 내공을 아예 전수해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 그 동안에는 방해를 받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최고로 무방비한 동안에 공격을 받으면 그 즉시 두 사람은 최소 큰 상처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공이라는 것은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런 에너지를 다루는 동안에는 신체 역시 가장 취약해지는 것이었다.
홀로 내공을 이용하여 공격을 하거나 이동을 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마찬가지로 자신도 가만히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며 상처와 내공을 회복하거나 이렇게 두 사람 이상 내공을 주고받을 때 외부에서 접촉이 있으면 매우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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