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매드맥스
메기는 원래 상당히 맛있는 생선이었다.
다만 바다동자개나 장갱이 같은 바다 메기와는 달리 아무래도 민물 메기는 약간 비린 맛이 있었는데 그것도 잘 손질하면 충분히 비린 맛을 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메기구이는 딱히 그런 처리도 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비리지도 않고 맛있었다.
그 크기만큼 살도 많고 부드러웠는데 일행은 모두 민물고기가 비린 것을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 뭐지 이거?”
“비린 맛이 하나도 안나!”
“정말 메기 맞아?”
원래 민물고기의 비린내의 원인은 흙냄새였다.
따라서 강바닥을 자주 헤치고 다니는 이런 메기나 가물치 같은 생선들은 비린내가 상당히 심했는데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일행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맛있게 이 메기구이를 먹었는데 하나가 초를 쳤다.
“인간이랑 같이 결합돼있어서 그런가······.”
“!!”
“야, 그런 말 하지 마, 밥맛이 다 떨어지잖아.”
“하지만 진짜잖아요?”
“아니, 그러니깐······.”
너이는 뭐라 말하려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결국 일행은 모두 찝찝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씻고 일찍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잠을 일찍 잘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일행은 서로 인사하고 세수를 하러 세면실로 향했다.
“안녕, 잘 잤어?”
“응, 너도?”
“Me too.”
서이와 두리는 서로 세면실로 들어가며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솔직히 같은 방에서 잔데다 딱히 뭐 할 말도 없는데 그냥 할 말이 없어서 한 것이다.
그렇게 씻고 일행은 다시 침실로 쓰는 병실에 모였다.
“자, 그럼 아침밥을 먹어 볼까요??”
“윽, 또 그 메기구이야??”
“어떻게 아셨어요? 어제 먹었지만 참 맛있겠죠?”
“으응··· 근데 어제 먹었으니 오늘은 다른 걸 먹으면 안 될까?”
“안돼요. 식량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걸요. 근데 솔직히 여러분··· 그 메기고기가 먹기 싫은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라서 먹기가 싫은 거죠?”
“······.”
일동은 전부 침묵에 잠겼다.
하나의 말은 전혀 틀린 데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먹을 것이 없다고 해도 그런 돌연변이 고기는 가능하면 먹고 싶지 않았다.
지하에서는 그래도 번데기나 버섯 같은 사람 먹는 음식을 먹었는데 이제는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돌연변이 개에, 돌연변이 메기.
그것도 이 메기는 인간과 합체된 형태의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여러분의 마음 다 이해해요. 저도 솔직히 처음엔 꺼려졌으니. 하지만 이런 게 아니면 지상엔 먹을 게 없어요. 아니면 얼마 전처럼 다시 또 통조림을 찾아야하는데 그런 일이 흔할 리가 없잖아요?”
그랬다.
일행은 운 좋게 병원 지하의 편의점에서 통조림을 찾아냈지만 그것은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다행이 두리가 집이 편의점을 해서 진열대 밑에 그 서랍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몇 개 건졌지만 다른 편의점에서도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다.
왜냐하면 알바 중에 가장 흔한 알바가 바로 편의점 알바였다.
따라서 잠깐이라도 편의점 알바를 해보면 그 진열대 밑에 서랍이 있는 걸 모를 수가 없는데 그러니 전국의 편의점에 통조림이 남아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두리 일행이 이 병원의 편의점에서 통조림을 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알바나 점주가 전쟁으로 인해 급하게 피난하느라 미처 그 물건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물건이 많은 편의점에서 농성하다가 폭도들에게 당해 죽고 진열대 위의 물건만 싹쓸이 당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진열대 밑에 서랍이 있는 것은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러한 생각을 잘 안하므로 보통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있는 걸 잘 알지도 못하거나 알아도 이미 털렸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식적으로 보통 위의 물건이 털려있으면 아래 서랍의 물건도 당연히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히 서랍을 뒤진 두리의 관찰력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이제 그런 요행은 다시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어디까지나 운이었던 것이다.
일행은 가장 시급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탐색을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그전에 이 메기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 드실 건가요?”
하나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두리는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솔직히 불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야, 그냥 돌연변이면 모르겠는데 이 메기는 인간과 결합돼있었어. 넌 불안하지 않아?”
“불안하죠.”
“그런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는 살아야하니까요.”
“······.”
“사실 여러분들도 무슨 말인지는 아시죠? 저도 가능하면 이런 찝찝한 메기 고기 따위 먹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먹을 게 없잖아요. 죄다 방사능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음식들. 그런 건 설령 식물이라 해도 마찬가지에요. 여러분들은 그런 것도 안 먹을 건가요?”
그랬다.
보통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그 생물은 엄청나게 커지거나 엄청나게 작아질 수도 있었다.
한 과일 안에 다른 과일이 마치 샴쌍둥이처럼 두 개, 세 개가 붙어서 자라는 경우도 있고 굴이 사람 머리만큼 커질 수도 있었는데 결국 돌연변이인 것은 이 메기나 그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만 이 메기는 인간과 붙어 있어서 더욱 찝찝할 뿐.
그런 마음을 이해하기에 하나도 두리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 마음, 모르는 바가 아닌 것이다.
“알아요, 여러분. 돌연변이로 변할까 두려운 거죠?”
“······.”
다시 한 번 침묵이 돌고 이젠 아예 서이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떻게 보면 그냥 죽는 것보다 그런 돌연변이가 되는 것이 더욱 무서운 것이다.
이성을 잃은 채 살육을 반복할 뿐인 괴물.
어제까지 알던 지인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미 뇌에도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있는 것은 성욕도 아닌 단순한 식욕뿐.
먹고 자고, 먹고 잔다.
순수하리만치 무서운 식욕.
그러한 식욕에 걸리면 남은 것은 학살뿐이었다.
돌연변이들 중에서는 심지어 정말 주변에 먹을 게 없으면 자신의 팔을 뜯어 먹는 돌연변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눈치 챈 하나는 조용히 서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 것이다.
“걱정 마세요, 여러분. 만약 여러분들 중의 누군가가 돌연변이로 변하면 제가 제일 먼저 죽여드릴 테니까.”
“!”
“!!!”
일동은 모두 경악했다.
그러나 하나는 담담히 덧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돌연변이가 되면 저를 죽여주세요.”
찜찜한 마음속에 일행은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각자 세면실로 가서 이를 헹궜는데 모두 하나의 마지막 말을 곱씹고 있었던 것이다.
일행 중 누군가가 돌연변이로 변하면 처치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하나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것이다.
사실 두리 일행은 그동안 지하 도시에서 몇 년이나 보내서 상당히 유약한 상태였다.
그래도 이런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상당히 강한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하나보다는 그 강함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 강함은 육체적 강함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강함이기도 했다.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거의 바로 지하 도시로 피난해서 한동안 지상의 소식을 거의 몰랐던 두리 일행과 하나는 달랐다.
하나는 전쟁이 일어난 직후부터 6년 동안이나 이 수라장을 버티며 생활했던 것이다.
그 강함은 다른 일행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하나의 말은 분명 맞고 하나도 틀릴 게 없는 정론이었지만 갓 지상으로 올라온 두리 일행에게는 받아들이기가 좀 무리이긴 했다.
그냥 돌연변이도 아니고 인간이 붙어있었던 돌연변이 고기.
아마 이런 걸 갖다 주면 지하도시의 사람들도 손사래를 칠 것이 뻔했다.
그냥 메기인줄 알면 먹겠지만 인간이 붙어있던 고기란 것을 알면 아무도 먹지 않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돌연변이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먹으면 자신 역시 돌연변이가 될 수 있는 돌연변이 고기.
정말로 먹을 것이 없다면 모를까 이 지하도시에는 버섯이나 번데기는 물론 돼지고기도 조금이지만 먹을 수 있으므로 미쳤다고 그런 돌연변이 고기를 먹을 리는 없는 것이다.
일행은 그런 찝찝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 메기 고기를 거의 다 먹고 남은 건 훈제로 만들었다.
이제 일행은 이 메기 고기가 그래도 인간과 떨어져 있어서 돌연변이를 유발하지 않거나 내공이 막아주는 것을 기대할 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행은 밥을 먹고 병원을 나섰다.
이번에 일행이 향한 곳은 월드컵경기장 쪽이었다.
어제 갔던 호수공원이 병원 동쪽에 있었다면, 월드컵 경기장은 서쪽에 있었다.
그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는데 일행은 혹시 그쪽에도 어떤 사람이나 가는 길에 있는 가게에 뭔가 물건이 남아있을까 기대해서 가본 것이다.
일행은 자신들이 있던 병원에서 나와 그 옆의 대학교, 그 옆의 고등학교를 지나 천천히 걸어갔다.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상당히 서 있었는데 폐허가 된 아파트 건물들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핵폭탄에 의한 충격이나 각종 재래식 병기의 포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의 사람들은 돌연변이 때문에 거의 다 지하로 들어갔으므로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된 것이다.
일행은 다시 그 주변에 있는 상점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통조림은커녕 껌 하나 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쥐새끼 한 마리 먹을 것도 없냐.”
“철저하게 뒤져갔네.”
일행은 죄다 혀를 내둘렀다.
곳곳에 숨겨진 음식이 썩은 채로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아예 그런 썩은 음식조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곳 사람들이 얼마나 식량에 예민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껌이란 씹으면 공복을 더욱 촉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런 껌조차도 남기지 않고 전부 집어가 버렸던 것이다.
물론 이런 세계에서는 껌 하나 조차도 상당한 사치품이겠지만.
단 맛을 느낄 수 있는 감미료가 든 물건은 그야말로 금값이나 다름없었다.
설탕에 꿀, 그리고 껌이나 초콜렛, 각종 젤리.
당분이 들어간 식품은 그 보존기간도 높기 때문에 남아있기만 하면 잘하면 먹을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후우······.”
일행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게를 하나하나 뒤지면서 월드컵경기장에 거의 다 왔는데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부웅, 부웅, 부우웅~
“?!”
“뭐야, 이거?”
“차 소리 아냐??”
“아니, 하지만 이런 데 차가 다닐 리가??”
일행은 모두 반신반의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골목 모퉁이에서 각종 오토바이와 차를 탄 남자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부아앙!!!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일행의 귀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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