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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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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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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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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69화 - 탈출 동료 (6)

DUMMY

“..대, 대단하군.”


난 침을 꿀꺽 삼키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집단 모두 더없이 흉흉한 기세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사십 기도 안 되는 기병대가 백이 넘는 괴물들을 단번에 박살을 내버린 것이다. 기괴한 충돌음과 함께 그야말로 쓸려나가 버리는 괴물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기병대는 마치 그 자체가 철벽이라도 된 것처럼 그대로 괴물들을 거침없이 뭉개버리며 돌진했고, 단 한명의 낙오도 없이 그대로 괴물들의 한가운데를 통째로 꿰뚫고 지나쳤다.

그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질서정연한 정도가 아니라 장엄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도 그 단 한 번의 돌파로 괴물들이 반수가 죽었다! 역시 저런 엄청난 돌진력이라면 상대가 인간이든 괴물이든,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존재인 이상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게 단숨에 적들을 헤집어버린 기병대는 그대로 호수를 향해 달리는 속도를 서서히 늦추며 양 방향으로 갈라졌다.

둘로 나뉜 그들은 더없이 부드러운 반원을 그리며 우회하여, 다시 속도를 올리며 재 돌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놀라운 기마술이 아닐 수 없었다. 원래 말이란 짐승은 일단 달리는 속도가 붙으면 계속 쭉쭉 치고나가는 성질이 있어서 전력질주를 하다가 방향전환을 하는게 상당히 어렵다.

물론 숙련된 기수라면 전환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질주를 하던 말을 돌리려면 상당한 제동거리가 필요하다. 그 와중에 속도도 확 줄어버리게 되기 마련이고.

그런데 저 레드 스페츠나츠는 엄청나게 짧은 제동거리만으로도 간단히 방향을 틀고 곧장 다시 전력질주로 돌입하고 있었다. 저건 말의 능력이고 뭐고를 떠나 온전히 저 기병들의 기마능력일터.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얼핏 보면 단조로운, 보병대에 대해 끊임없이 돌파를 반복하여 섬멸하는 기병대의 정석과도 같은 움직임이었지만 저런 움직임을 한 치의 오차나 이탈자도 없이 해낸다는 것은 어지간해선 불가능한 일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기마술에 별다른 조예가 없는 내가 보기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제길, 일부가 이쪽으로 오는데.”


던컨은 상처를 마저 지혈하지조차 못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드 스페츠나츠의 돌파로 인해 사방으로 흩어진 괴물 중 일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젠 놈들이 쫓기는 입장이 된 만큼 결사적인 기세다.

저놈들이 우릴 그냥 놔두고 지나칠 리는 없겠지. 나도 전투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하던 것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린 역시 대검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이내 바닥에 울컥하고 피를 토하고는 도로 주저앉았다.

쳇, 위험한 상태로군. 게다가 던컨 역시 버티고 선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역시 내 움직임을 따라붙으며 후방을 도맡느라 두 사람 모두 무리를 한 것 같다. 그만큼 상처도 심하고. 뭐.. 내 상태도 썩 좋지는 못하지만.

그 때, 달려오는 괴물들 뒤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한 기병대에서 두 필의 말이 따로 떨어져 나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무서운 기세로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말에 탄자들 중 한명은 아까 전 선두에서 부대를 호령하던 거구의 사내였다.

그 자는 장창을 말안장에 꽂아 넣더니 등 뒤에 가로로 매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

아니, 사실 처음엔 웬 기둥을 들어 올리는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검이었다.

허? 난 정면에서 달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창을 겨누면서도 황당해서 그 검을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아이린이 쓰는 검이 무식할 정도로 큰 대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건 그것보다도 더 무식(?)해 보인다.

마치 거대한 칼날 두개를 네모난 철 덩어리에 나란히 붙여놓은 듯한 모양. 미적 감각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지극히 단순 무식해 보이는 검이다.

일단은 두 개로 나뉜 칼날 사이에 상대의 무기를 끼워 파괴하는 웨폰 브레이커(weapon breaker) 계통의 검으로 보이는데.. 허참, 저걸론 무기 정도가 아니라 사람도 끼우겠다.

그런데 놀라게도 그 자는 그걸 한 팔로 치켜들고 달려오고 있다. 저, 저것도 아마 마법검이겠지?


그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괴물들의 후방으로 곧장 달려들었다. 그자는 거의 그 곁에 다 도달하자 고함소리와 함께 말에 제동을 걸었다.

전력질주하던 말을 저렇게 단순하게 다리와 허리힘만으로 멈추려 하려는 건가? 미친! 엉망으로 엎어지고 말텐데?

나는 어이없는 기마술을 보여주는 그 자를 향해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지만, 놀랍게도 말은 정말로 군형을 잡고 멈추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득! 말이 달리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면을 뒤집어엎으며 미끄러지는 것에 맞춰 대검이 허공을 가른다. 바아아악!


“..설마.. ‘카를 블레이크’ 인가?!”


괴상한 파공음과 함께, 단 일격으로 괴물 다섯이 두 토막 난 것으로도 부족해 폭풍에 휩쓸린 듯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소리쳤다.

레드 스페츠나츠의 지휘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실력이라니.. 설마 이자가 바로 그 유명한 카를 블레이크?!

그는 곧장 쓰러질듯 휘청거리는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검을 가볍게 휘둘러 남은 괴물들도 쓸어버렸다. 그렇다. 정말 ‘가볍게’ 휘두른다. 저 검을.

난 솔직하게 경외심을 담아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 자가 바로 그 카를 블레이크라면, 이 정도는 당연할지도 모르지.


“푸하하하! 좋은 운동이었다!”


삽시간에 이쪽으로 다가들던 괴물들을 모두 죽여 버린 그는 척하고 검을 어깨에 얹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흙먼지들 사이에서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사내.

신장이 나보다 머리 하나 이상 커 보이고, 체격은 내가 감탄했던 볼프강보다도 더 우락부락하다. 특히 팔 근육은 무슨 기둥뿌리를 뽑아다 붙여놓은 것 같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 몸이지만, 저것과 비교하면 정말 별거 없게 보일 정도다.

매우 짧게 자른 머리카락과 거칠지만 순박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사내는 그야말로, 온몸에서 거친 전장의 향기를 듬뿍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돌아섰다.


“쫓기는걸 보아하니 당신들은 인간이겠지?”

“어, 예. 저흰 저곳에 갇혀있던 모험가들 입니다!”


움찔한 던컨이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어째 말하는 폼이 우리도 당장 쓸어버릴 기세다. 원래 태도가 거친 편인지도 모르겠지만.


“쩝, 아쉬운 걸. 아, 그리고 거기 당신. 나를 우리 대장님으로 보아준게 영광스럽긴 하지만 사실이 아니네. 난 레드 스페츠나츠의 소대장 츠바이벤! 만나서 반갑군.”


뭐..!? 소, 소대장이라고? 이런 괴물이? 이미 여러 차례 놀라기는 했지만 난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경악했다.

‘카를 블레이크’. 이 그라이암 대륙에서 전사 나부랭이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대륙 최강의 검사’ 라는 광오하기 짝이 없는 호칭이 붙어있는 사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용담들을 수도 없이 몰고 다니는 살아있는 전설. 레드 스페츠나츠의 총대장.

만약 이 자가 바로 그 카를 블레이크라면 난 납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자가 그 휘하의 소대장이라고? 레드 스페츠나츠의 직급 체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런 괴물들이 여럿 더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정말 엄청난 조직이다. 게다가 대체 이런 자들의 위에 있는 카를 블레이크는 어느 정도 실력이라는 거야?

솔직히 ‘대륙 최강’ 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는, 사실 이야기꾼들이나 음유시인들을 통해 퍼지는 호사가들 사이의 것인만큼.. 동경은 하면서도 한편으론 허풍과 과장이 많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 말인가?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영광입니다. 츠바이벤경. 저는 던컨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저희 일행인 아이린, 슈, 루치 그리고 라샤크입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던컨이 일행을 대표해서 붙임성 있게 인사를 건넸다. 그 역시 전사라서 그런지 눈앞의 레드 스페츠나츠의 소대장을 향해 상당한 경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하하핫. 도움이야 우리 쪽이 받았지. 어떻게 들이칠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자네들이 저 괴물들을 우르르 끌고 나와 주지 않았나? 덕택에 편하게 됐어.”


츠바이벤은 큰소리로 웃어젖히고는 괴물들을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는 기병대를 첫하니 가리켰다.

레드 스페츠나츠는 이제 혼란에 빠져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괴물들을 추격하며 하나씩 척살하고 있었다. 저택 근처는 한쪽엔 호수, 나머지는 평지가 대부분인만큼 이런 기세라면 괴물들은 단 한 놈도 저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역시나 사정을 알고서 괴물들 토벌하러 온 모양이지? 잘된 일이긴 하지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외부로 소식을 전할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텐데 말이야.


“저기,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죠?”


내가 츠바이벤을 향해 무심코 궁금한 사실을 묻자 던컨이 화들짝 놀라며 내 옆구리를 찔렀다.

아차, 레드 스페츠나츠의 지휘관이니 귀족이겠지? 원채 공주, 왕자와 함께 다니다보니 감각이 엉망이로군. 난 걱정스레 입을 꾹 다물었지만 츠바이벤은 아무렇지도 않게 피식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물론 소식을 들었지. 음.. 이름이 잉겔이라고 한 것 같은데. 자베르 남작의 사무관이라던가? 하여튼 그자가 이틀 전쯤에 근처를 지나던 약초꾼에게 소식을 전했네.”


뭐..? 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어리둥절해 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아, 우린 원래 남부 접경지역에 주둔하던 부대네. 그런데 수상쩍게도 얼마 전부터 갑자기 북방의 야그투 놈들이 잠잠해졌다더군? 그래서 공세로 전환해 그놈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한다는 지시를 받고 북쪽으로 이동 중이었지. 파하하하! 어쨌든 감히 우리 대 크로아탄 제국 내에서 저런 괴물들이 설쳐대다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라 당장 달려온 거라네. 덕택에 몸을 좀 풀게 되었고. 푸핫! 물론 야그투놈들만은 못되겠지만 말이야!”

“..제발.. 소대장님.. 그 이야기는 군사 기밀입니다..”


호탕하게 웃는 츠바이벤의 뒤를 따라온 젊은 남자가 말에서 가볍게 뛰어 내리며 말했다. 부관쯤 되는 자로 보이는데.. 이자도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가 않다. 약간 의기소침하고 심약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몸에 절도가 완벽하게 배여 있다.

그리고 그의 골치가 아파 죽겠다는 표정으로 짐작하건데, 이 츠바이벤이란 사내를 보좌한다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 젊은 남자는 이마를 짚으며 우리를 향해 말했다.


“실례하겠소. 나는 레드 스페츠나츠의 드웨인이라하오. 그대들의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던컨이 다시 우리를 대표해 소개를 하자 드웨인은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듯이 잠시 곱씹더니 가만히 당부했다.


“지금 소대장님이 하신 말씀은 못들은 것으로 해주시오. 물론, 야그투들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할 자는 없을 테지만.. 어쨌든 기밀인만큼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소이다.”


꽤나 정중한 부탁이로군. 우린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드웨인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돌아섰다. 그러나 내가 그를 불러 세웠다.


“저기, 잠시만.”

“무슨 일이오?”

“잉겔이란 자가 소식을 약초꾼에게 전했다던데, 어떤 식으로 전했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난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쩐지 낮게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츠바이벤은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드웨인은 사무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약초꾼은 우연히 그 근처에서 버섯을 캐고 있었다고 하오. 그런데 저택 방향에서 잉 겔이란 자가 그야말로 숨이 넘어가는 기세로 달려오더니, 믿을 수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고 하더군. 저택이 괴물들에게 점령되었고 인간행세를 하려한다고.”

“......”

“약초꾼이 제법 사리판단이 밝은 자였는지,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테시온의 공관에 전달했소. 마침 도시를 지나던 우리도 알게 되었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잉겔이란 자에 대해서라면 약초꾼이 그가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고만 했소.”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난 그렇게만 대답하고 물러섰다. 일행은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설명을 마친 드웨인은 츠바이벤을 독촉해 다시 말에 오르게 하고는 먼저 출발해버렸다. 남겨진 츠바이벤은 혀를 차며 우리를 향해 말했다.


“원 참, 저 친구 저거 재미없기는. 하하하,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소. 당신들의 도움에 감사하네. 흠, 많이들 지친것 같은데 서둘러 근처를 벗어나는 걸 권장하지. 이곳이 정리가 되는대로 저택 내부에 대한 확인도 우리가 할 생각이니까 걱정 말고들 가보게나.”


그는 기운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말을 몰아 드웨인이 향한 방향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잠시간 가만히 그 둘의 뒷모습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레드 스페츠나츠를 바라보았다. 다행이 괴물들은 거의 정리가 되어가는 듯하다.


“아앗, 모두들 상처가 심하네요. 서둘러 치유하고 테시온으로 돌아가지요? 더는 여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갑자기 루치가 호들갑을 떨자, 그제야 실감이 좀 나는지 던컨이 킬킬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하늘이 도왔어. 모두 무사히 빠져나오다니. 솔직히 반쯤은 포기 했었는데 말이야. 와하하하. 역시 아직 죽을 때는 아닌가봐. 다들, 그렇지? 우린 살아났다고!”


던컨은 한없이 기쁜 듯 말이 끝날 때쯤엔 아예 고함을 질렀다. 그렇다, 우린 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살아난 것이 기뻐서 날뛰어도 부족할 판인데.. 왜 이렇지?

어쨌든 다른 일행들은 모두 던컨의 활기찬 웃음에 따라 활짝 미소 지었다. 아이린도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누워버렸고, 슈와 루치도 기뻐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야, 라샤크.”

“..왜?”


던컨이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을 걸어온다. 별로 일행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태연하게 대답하자 그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너 말이야, 용병길드 의뢰를 받아서 온 거잖아. 이거 일이 엄청 커져버렸는데, 의뢰비는 얼마나 받았어? 그 걸로는 턱도 없을 테니까 우리가 길드에 잘 말해줄게. 몇 퍼센트쯤은 더 받을 수도 있을 거야.”

“어.. 그게.”


던컨은 나름대로 내게 신세진 걸 갚겠다고 하는 말 같았지만, 난 당황해버렸다. 거.. 말하기가 좀 껄끄러운데.


“왜? 얼만데 그래?”

“..5아리크.”

“......”


내 대답에 던컨은 잠시 조용하더니 이내 자지러지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5아리크!’ ‘5아리크!’ 를 반복하며 킬킬거렸고, 난 좀 무안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아, 제길 이럴 줄 알았어.

던컨은 아예 바닥을 구르며 웃었고 그 무뚝뚝하던 아이린조차 실소를 터뜨렸다. 루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낄낄거렸고 오, 심지어는 슈마저도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으려 애쓰고 있다.


“세, 세상에, 5아리크로 이런 일에 끼어든 거야? 맙소사. 푸헤헤헷! 이거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라샤크 너한테 의뢰해야겠는걸? 와하하하! 5아리크면 돼? 크헤헤헤!”


으음, 완전히 놀림감이 되 버렸군. 에휴. 하기야.. 잠깐 까먹고 있는 했지만 이건 애초에 5아리크까지 의뢰였지.

젠장, 하지만 내가 알았겠냐고. 5아리크짜리 일이 이렇게[ 커질지.


“크, 크흐흐.. 내가 자, 잘 말해줄게. 잘하면 한 10아리크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와하하핫!”

“..적당히 안 해?”


도무지 멈추질 않는군. 난 신경질이 나서 던컨의 상처를 툭 걷어찼고 그는 이번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보며 결국 슈도 쿡쿡거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루치와 아이린도 밝게 웃었다. 그래, 지금은 일단 살아난 것을 기뻐하자. 던컨 저 자식을 몇 번 더 걷어차 준 다음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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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화 - 탈출 동료 (6) 19.10.29 299 3 16쪽
68 68화 - 탈출 동료 (5) 19.10.26 263 2 12쪽
67 67화 - 탈출 동료 (4) 19.10.24 326 3 11쪽
66 66화 - 탈출 동료 (3) 19.10.22 33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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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2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39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0 6 12쪽
37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4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7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4 8 12쪽
33 33화 - 미묘한 협력관계 (2) 19.09.12 362 5 10쪽
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7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3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7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6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5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7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3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4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1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8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5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2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6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499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7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1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5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6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6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8 14 12쪽
8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39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3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6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799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2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3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0 20 14쪽
1 1화 - 스승과 제자 (1) +2 19.08.22 2,438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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