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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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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37,305
추천수 :
657
글자수 :
531,751

작성
19.10.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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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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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6쪽

60화 - 기이한 저택 (5)

DUMMY

외벽을 타는 방식으로 은밀히 이동한 끝에 나는 어렵잖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눈여겨 보았었던 창문이 바로 내가 찾는 곳이었다.


“으음, 다, 당신은.. 읍!”


난 의자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사내를 흔들어 깨우고 곧장 입에 천조가리를 물러주었다. 그리고 목에 창날을 바싹 들이 밀어댔다.

그 깡마른 사내, 잉겔의 그렇잖아도 핼쑥한 안색이 더욱 볼품없어 졌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목에 창날을 살짝 가져다 대었다 떼었다.

피가 난다. 예상대로 이 자는 인간이었다.


“내가 상황파악 좀 하게 협조해. 말 안 해도 알겠지만 큰소리를 내거나 저항하면 죽인다. 알겠어?”


내 낮은 목소리에 잉겔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인간이라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괴물로 추정되는 자베르 남작과 가까워 보였고, 뭔가 숨기는 기색이 역력했었으니까. 난 위협적으로 창을 잡고는 천천히 그의 입에서 천조가리를 빼냈다.


“어, 어떻게 이곳에? 분명 수면제가 든 식사를.. 그리고 그자들이 찾아갔을 텐데..”

“아, 그러셔?”


퍽. 난 그대로 잉겔의 턱을 한 대 올려쳐 주었다.

개자식. 다 알고 있었군. 게다가 수면제? 괴물이 어떻게 인간의 수면제 따위를 쓸까. 보나마나 이놈의 잔대가리다.


“커억! 으윽. 미, 미안하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소.”

“너 같으면 널 죽이는데 협조한 놈이 미안해 한다고 봐주겠냐?”

“......”


잉겔은 혀를 깨물었는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할 말 없겠지, 젠장. 성질이 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황파악이 우선이다. 난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며 말을 이었다.


“대체 저놈들 정체가 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잉겔은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내 창날이 위협적으로 움직이자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나, 나도 모르오.”


난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진짜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자 그는 아예 새파랗게 질리더니 되는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이오. 나는 자베르 남작의 업무를 대리해서 처리해주는 서기관이오. 남작이 별장의 지하에 이상한 동굴이 발견되었단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이곳을 찾을 때 우연히 동행했을 뿐 이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소, 이, 이건 정말이오. 제발 믿어주시오.”

“..좋아. 그럼 상황을 아는 대로 다 말해봐. 빨리.”


내가 재촉하자 잉겔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작의 일행이 별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별달리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한다. 지하실 벽이 무너지며 드러난 동굴은 외견상 꽤 깊어보였지만 그렇다고 특이해 보이지는 않았고, 잉겔 본인은 오랜만의 휴가 기분으로 지내며 동굴 같은 곳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자베르 남작은 동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처음엔 하인 몇을 보내보았지만 그들이 제대로 동굴 안을 탐색하지 못하자 용병길드에 정식으로 일을 의뢰했다.

우연찮게도 마침 제법 이름이 있다는 모험가 집단이 근처를 지나다가 의뢰를 받아서 이곳으로 달려왔고, 곧 첫 번째 탐사가 사흘에 걸쳐 이루어졌다.

사흘 후 모험가들은 동굴에서 돌아온 뒤 아직까진 별달리 발견한게 없으니 하룻밤 쉬고 다시 들어가 보겠다고 보고했고, 그 이야기에 남작은 실망한 눈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 정도일 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 모험가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동굴로부터 갑자기 거무스레한 괴물 덩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괴물 덩어리라고?”


내 지적에 잉겔은 소름이 끼친다는 듯이 몸을 떨며 정말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 된다고 했다. 명확한 형체도 없고 그저 마구잡이로 일그러진 형태에, 걷는 것인지 미끄러지는지도 불명확하게 움직이는 인간정도 크기의 검은 덩어리였다고.

어쨌든 그것들은 저택을 마구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남작의 사병과 사태를 파악한 모험가들이 합세하여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 괴물들이 갑자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서로 적과 아가 구분되지 않는 상황. 사병과 모험가들은 혼란에 빠져버렸고, 순식간에 저택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인간을 뜯어먹고 심장을 뽑아내는 괴물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간 자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게 잉겔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그렇소. 저택내의 모든 자들이 다 그 괴물들이 변한 것이오. 놈들은 지하실에 시체들을 쌓아두고 뜯어먹기까지 하고 있소.”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 이런 개 같은 상황이 다 있냐?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들에게 귀족가의 별장 전체가 몰살을 당하다니.

잠깐, 그런데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있지? 그리고 그 괴물들은 굳이 왜 인간인 척을 하고 있는 거야?”

“나도 잘은 모르지만.. 짐작컨대 그 괴물들은 이곳을 자신들의 터전으로 삼을 생각인게 분명하오. 그것들은 지성도 있어서, 남작이나 중요한 자들의 정보를 빼내어 자신들이 정말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오. 나는 그것을 위해 이용하려고 살려두고 있고. 당신도 보았을 거요. 괴물들이 점점 인간의 표정이나 언어를 사용하는게 능숙해져가고 있소. 곁에서 보면 그 속도에 놀랄 정도로.”

“그렇군. 그래서 왠지 어색하게 보였던 거야. 가만, 그런데.. 정보를 빼낸다?”


정보를 빼낸다니 어떤 식으로? 쉬이 이해가 되지 않아 내가 반문하자 잉겔은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뭐지? 순간 내 눈에 그가 졸고 있던 책상위에 놓인 묵직한 서류뭉치가 들어왔다. 그 첫 번째 장위에 적힌 글귀가 똑똑히 들어와 눈에 박힌다.

‘7일째 고문과 추출한 정보 보고서’. 잉겔은 화들짝 놀라며 그것을 감추려했지만 난 그를 밀쳐내고는 그 서류뭉치를 집어 들었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가!”


그것을 몇 장 넘겨본 나는 이빨이 빠득빠득 갈며 인정사정없이 잉겔을 걷어찼다. 그는 신음을 토하며 뒤로 넘어갔지만, 난 곧장 그의 뒤통수를 움켜잡고 책상에 박아버렸다.

퍼억! 단번에 책상을 뚫고 들어간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피를 토했다. 이빨도 몇 개 나갔는지 튀어나왔지만 난 상관하지 않고 그를 다시 일으켜 앉혔다.

인간 같지도 않은 놈! 이 서류뭉치에는 죽이지 않고 살려둔 자들로부터 고문을 통해 뱉어내게 만든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괴물들은 인간의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고문과정에 이놈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의미다.

사로잡힌 자들은 필요한 정보가 다 추출되면 끔찍한 죽임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공포와 고통에 못 이겨 정보를 하나하나 뱉어냈을 것이고, 이놈이 바로 그걸 적어놓은 것이다.

1일차, 2일차, 3일차, ······. 날짜가 지날수록 서류의 량이 급격히 적어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뻔하다. 필요한 정보를 다 뽑아낸 자는 모두 죽였을 테니까.

그리고 아마 나도 사로잡혔다면, 용병길드라는 외부 연락책을 속이기 위해 그 고문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닌 이유로 내 눈앞의 무기력한 인간을 잔인하게 쳐 죽여 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피어올랐다.

아니, 욕구정도가 아니다. 정말 죽여 버릴까? 전에 없이 강하게 창을 움켜 쥔 손이 분노로 떨렸다.


“어흐흑! 나라오 하고시퍼서 한거이 아이오. 흐흑! 어절수 업서단말이오. 아, 아무 죄오 업는 내 아드을.. 아이가 잡여잇는데.. 어절수가 업서단말이오..”


엉망진창이 된 입으로 필사적으로 웅얼거리는 잉겔의 말에 난 움켜쥔 손에서 힘이 쭉 빠져나는 것을 느꼈다. 들끓던 분노도 꺼지지는 않았지만 사그라졌다.


“..아들?”

“그러소. 내 아들이 이고세 잡여잇소..”


망할. 망할. 망할.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제는 엉엉 울고 있는 그로부터 등을 돌려버렸다. 그의 행동을 뭐라고 평가 할 수 있을까.

분명 지독한 짓을 했지만 자신의 아들이 인질로 잡혀있는데 아버지인 그가 대체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 어차피 시한부 포로로 잡혀있는 자들, 구할 힘도 없는 자신. 그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이 괴물들이 대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정말 사람 열 받게 하는군. 그리고 인질을 잡고, 포로를 잡아두며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인간인 척 하려 드는 걸로 보아 꽤나 지능적이다.

어떻게 한다? 예정대로 이만큼 사태를 파악했으니 탈출하는게 당연하겠지만..


“음? 이봐, 그 모험가들은 아직 살아있는 건가?”

“..그럿소. 그드은 노련해서..”


울먹거리는데다가 발음도 엉망이기 짝이 없어서 난 잉겔이 무리해서 말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는 이 소위 ‘보고서’ 를 유심히 읽어보았다.

얼핏 보았듯 7일차, 그러니까 오늘 작성된 보고서에도 모험가들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굳이 잉겔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간다. 사로잡힌 자들 대부분 공포와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묻는 것을 줄줄이 늘어놓은 듯 했지만 이 모험가들은 비록 사로잡히긴 했어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한 모양이었다.

중요한 정보를 전부 말하는 즉시 자신들이 죽임을 당할 거라는 걸 알고는,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감추며 특히 의뢰에 대한 부분은 거의 말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그러면서도 고문을 피하기 위함인지 아주 조금씩 조금씩은 정보를 주는 요령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괴물들이 인간의 습성을 자세히는 알지 못할 테니 교묘하게 별 중요하지 않은 사실만 꺼내놓으며 시간을 번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것으로부터 눈치 챌 수 있는 점이, 잉겔이 고문과정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괴물들에게 충성하거나 한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같은 인간인 잉겔이라면 그들이 말을 돌리는 정도는 눈치챘을 텐데도 일주일 동안이나 살려둔 걸로 보면, 그가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아주 썩은 놈은 아닌 건가? 그렇다고 용서할 마음까지는 들지 않지만.


“그런데 왜 모험가는 두 명뿐이지? 나머지 둘은?”


혹시 둘은 버티지 못하고 죽은 건가 싶어서 1일차까지 모두 뒤져봐도 애초에 모험가들에 대한 기록은 두 명뿐이었다. 처음 전투가 벌어졌을 때 죽었나?


“으.. 둘은 그 동굴 아느로 도망쳐소. 무, 무언가 수를 써어서 괴물들도 쪼차드러가지 모한다고..”


그렇단 말이지. 잘은 몰라도 이 자들 제법 능력이 있는 모험가들인 모양이군. 나는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아서,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모험가들에 대한 내용을 재빨리 훑어 내려갔다. 어, 어? 나는 그러다가 한 부분에서 시선을 멈췄다.

그건 그들이 이곳에 오기 전 이동경로에 대해 길지만 별로 영양가 없게 늘어놓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곳에 ‘몇 달 전에 로세하이안에서 어린 요정을 도와주러 서쪽으로 향하다가’ 라는 대목이 적혀 있었다.

이거 설마..? 귀족가에서 탈출한 유우라가 서부 도시인 베질까지 무사히 올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던 ‘선량한 모험가 집단’ 이 바로 이자들이란 말이야?


“..하, 세상이 좁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나는 황당함이 담긴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으음.. 하기야 대륙을 돌아다니는 실력 있는 모험가들이 그리 많은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면 대단한 인연이다.

요정마을 대장로의 증손녀이자 내게 있어선 귀여운 동생과도 같은 유우라. 그녀를 도와주었던 자들이라..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면 그냥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지.


“..이봐, 똑똑히 잘 들어.”


결단을 내린 나는 잉겔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워 나와 시선을 똑바로 맞추게끔 한 후에 말을 이었다. 잉겔은 슬픔과 공포가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


“당신, 탈출 생각 정도는 해봤겠지? 혼자서 이곳을 벗어나서 테시온까지 갈 수 있겠어?”

“..무, 무리요.. 지키는 자드리.. 그리고 내 아들이.. 헉!”


나는 한층 더 거세게 멱살을 잡아채어 아예 내 눈과 그의 눈이 맞닿을만큼 그를 바싹 끌어당기며 사납게 말했다.


“한심한 소리 집어치워. 네가 여기 남아서 괴물들을 돕는다고 네 아들이 살아날 것 같아? 그놈들이 점점 인간 흉내에 능숙해진다고 했지? 그게 무섭도록 빠르다며. 그래, 그러면 결국 다 적응되면 당신이 살 수 있을까? 쓸모가 없어지는데?”

“......”


잉겔은 커다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역시나 이 작자도 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런 간단한 사실에조차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이유를 뭐라고 댄들, 쓰레기만도 못한 짓을 한건 사실이야! 당신은 괴물을 위해 인간을 죽이고 고문하는데 앞잡이가 된 거야. 그걸 알고 있어?”

“..나, 나는..”

“그러니까 이제 정신 차리고 마지막으로 인간다운 행동을 해봐! 내가 곧 이곳에서 큰 소란을 일으킬 거야. 놈들이 전부 달려들만큼. 그러면 별장 주변을 지키는게 약해지겠지. 그 틈에 빠져나가서 테시온으로 가. 가서 용병길드든 귀족가든 누구한테든 소식을 알리고 저 괴물 놈들을 쓸어버릴 정규군을 데려와!”

“..내 아들은..”

“이미 당신 아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어.”


난 냉담하게 잘라 말했지만, 그 말에 잉겔은 발악하듯이 고개를 마구 가로저었다. 그는 엉망이 된 입에서 피를 마구 흘리면서도 절규하듯 반박했다.


“그, 그러치안소. 그자, 그 남작, 우두머리가 데리고 이써.”


난 그를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그리고 형편없이 바닥을 구르는 그를 향해 창을 겨누며 말했다.


“빌어먹을 자식! 그렇게 네 아들이 소중하다면, 네 눈앞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들은 어떻게 된 거지. 네가 괴물들을 돕고 있는 와중에 죽어간 자들은 뭐냔 말아야!”

“으아아! 어저란 마리야! 나, 난 당신처럼 잘나지도 강하지도 안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업는데 어쩌라느 거요! 내 아드이야! 나는 어쩌수가 업단말이야!”


그는 이제 공포심마저 초월했는지, 어설프게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나를 향해 악에 받친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분노보다는 처연함을 느꼈다.

나처럼 잘나지도 강하지도 못하다라.. 난 지독히도 입맛이 쓴 것을 느끼며 창을 거두었다.

양심을 위해 자기 아들을 버리라고 한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나는 할 수 있을까?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역시도 그런 결정을 내릴만큼 전혀 잘나지도 강하지도 못하다. 결국 나도 위선자다.

잘난 척 그에게 떠벌리고 있지만 반대의 입장이라도 나 역시.. 더 나은 선택을 했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런 내가 어찌 이 사내를 응징하거나 처벌할 수 있을까. 난 잉겔에게 창날 대신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 대책 없이 죽기만을 기다릴 건가?”


처음엔 흠칫했지만 내 부드러워진 목소리에 잉겔은 머뭇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난 먼저 그 모험가들을 구할 생각이야. 이걸 보면 팔다리가 잘리거나 한건 아니군. 맞지? 내가 그들과 힘을 합쳐 당신 아들을 찾겠어. 살아있다면 반드시 구해낼 테고,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데리고 나오지. 약속해. 그러니 당신이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은 틈을 타서 테시온으로 가는 거야. 당신이 약해서 아들을 구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천만에. 나는 그저 시간을 벌어줄 뿐이고 아들을 구하는 건 바로 당신이 되는 거야. 당신이 빨리 지원을 끌고 와야만 나도, 당신 아들도 구해질 수가 있어. 며칠정도는, 무슨 수를 써서든 버텨낼 테니까.”

“......”

“할 수 있겠어?”


잉겔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나 역시 차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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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3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40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1 6 12쪽
37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5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8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5 8 12쪽
33 33화 - 미묘한 협력관계 (2) 19.09.12 363 5 10쪽
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8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4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8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7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6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8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4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5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2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9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6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3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7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500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8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2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6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7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7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9 14 12쪽
8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40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4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7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800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3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4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1 20 14쪽
1 1화 - 스승과 제자 (1) +2 19.08.22 2,44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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