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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37,302
추천수 :
657
글자수 :
531,751

작성
19.09.21 20:15
조회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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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44화 - 여걸의 일면 (2)

DUMMY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실에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센더는 짐을 차분하게 정리해서 한곳에 모아두는 중이었고 공주는 피로한지 의자에 기대앉아서 반쯤 눈을 감고 있는 중이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라샤크.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 한거지?”


왠지 톡 쏘는 말투로 들리는데.. 어째 아직도 좀 저기압인거 같지? 나 참, 왜 그러는 거야?

물론 밤새 마차로 이동하고 곧장 다크문의 대표와 설전을 나누었으니 무진장 피곤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평소 공주님답지 않은 태돈데.

..하긴, 이해해야 하겠지. 나도 지금 당장 드러눕고 싶은데 공주야 오죽하겠어. 아무리 그녀라도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데다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는 장소에 있으면 짜증이 날만도 하지.

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별말은 아니었어요. 제반느한테 그냥 이것저것 물어본 거니까요.”

“..제반느? 언제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름까지 부르게 된 거야?”

“에? 아니, 그런게 아니라..”

“라샤크 넌 정말 언제나 그래. 여행하는 내내 말이야.”


쿵. 공주는 탁자를 내려치며 매우 신경질적인 말투로 내 말을 끊었다.

..대체 뭐라는 거야 이거? 내가 뭘 어쨌다고? 난 기가 막혀서 내게 일방적으로 힐난을 하는 공주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쳐 보이는 것 외에는 평상시와 똑같이 보인다. 단지 내게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순간 나 역시 그동안 쌓인 감정들이 욱하고 화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라왔지만 난 일단 그것을 어렵사리 억누르며 대답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피곤하면 이만 쉬시는게..”

“게다가 아까 전엔 갑자기 왜 그런 거지? 중요한 대화중에 갑자기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을 묻고? 네 돌발행동 때문에 일을 그르칠 뻔했어. 또 그 제반느라는 여자한테는 뭘 물어본 건데? 지금 이 거래보다도 더 중요한거야? 아, 혹시 정말 그녀가 지내는 방이라도 물어본 거니?”


..이게 진짜 공주님이라고 오냐오냐 하니까..!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어쨌든 내가 뭘 묻고 뭘 하든 무슨 상관이죠? 이정도 했으면 충분히 잘 이용해먹지 않았어요? 예? 아무 설명도 없이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호위병으로 잘 써먹지 않았냐고요. 그런데도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까지 모두 보고하고, 일일이 허락이라도 받을까요? 그거 알아요? 난 공주님 부하가 아니야. 공주라고 누구든 다 이용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


아, 이런! 난 공주의 얼굴위에 떠오른 충격 받은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젠장, 화가 나서 그만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렸다. 차라리 그냥 막무가내로 화를 내버린 거라면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대부분 내가 실제로 느끼고 있는 감정들에서 기인한다는 점이었다.

나도 제반느의 말처럼, 너무 날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공주에게 무의식적으로 상당히 반감을 느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자자, 그만들 하지. 두 사람 다 피곤해서 신경이 예민해 보여. 일이 이 정도로 잘 풀렸는데 굳이 우리끼리 이럴 것 없지 않은가. 하하하, 일단 푹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때?”


우리가 서로를 노려보며 말없이 대치하고 있으니 그 사이로 센더가 넉살좋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좋은 타이밍이군.

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고 공주는 그를 한번 바라보더니, 아무런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한쪽 구석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쩝, 식사정도는 하고 쉬는 편이 좋을 텐데. 난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의자에 털썩 몸을 날리고는 센더에게 물었다.


“대체 왜 저러는거야?”

“글쎄, 저 대단한 여걸도 분명 여인이라는 것 아니겠나.”


센더는 눈을 빛내며 재미있다는 얼굴로 간단히 대답했다. 쳇, 여자면 되도 않는 걸로 남한테 짜증 부려도 되냐? 아.. 뭐.. 특별한 날이면 그럴 수도 있겠군.

으음, 난 상당히 멋쩍어져서 ‘내가 좀 심했나.’ 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건 그렇고 센더 이 녀석도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는 놈이란 말이야.


“센더 너는 아무렇지도 않나보지? 공주가 너한테 사실을 숨긴 셈인데.”

“흠, 어떤 사실 말인가. 좀 전의 그 상상도 못했던 공주의 대담한 제안? 아니면 자네들이 그저 사랑의 도피중은 아니라는 것? 혹은 로세하이안 왕국이 내란중이라는 것? 그것도 아니면 이단심판에 대한 내 정보를 멋지게 이용한 것에 대해서?”


빈정거리는 것인가? 난 센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그저 부드럽게 웃고 있을 뿐, 어디에도 빈정거리는 기색은 없었다.


“이를테면 전부다.”

“하하하, 라샤크 자네는 공주가 의도했던 바를 미리 언질해주지 않은게 서운한 모양이군. 그러나 내 경우에는 딱히 서운하다거나 하지는 않네. 물론, 정말 내 생애에 이렇게 놀랄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지. 다크문 헬리오스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공주라니. 그리고 그 놀라운 통찰력과 장악력, 그리고 절대적인 카리스마.. 후후, 혹여나 고국에 들릴 일이 생기면 추후로는 절대로 로세하이안과 적대하지 말라고 필사적인 충언을 해주고 싶을 정도야. 그게 아니라면, 아예 이 참에 왕자파를 도와 확실하게 싹을 자르라고 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 정도네.”

“......”


왠지 섬뜩하게 들리는 말에 내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니, 그는 빙긋 웃으며 사람좋게 말을 돌렸다.


“아, 그냥 그 정도로 대단하다는 뜻이니 오해하지는 마. 그리고 물론 자네 입장도 이해하네. 난 내 목적을 위해 얼마 전에야 자네들과 합류한 것이고, 또 그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니 애초에 공주와 함께 움직인 자네와는 입장이 다르지. 나도 자네가 서운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보이네. 오히려 나였다면 자네만큼 담담히 대응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으니까.”

“..그런가?”


위로해주는 건가? 어쨌든 나는 그의 말에 살짝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이번일은.. 나로써는 완벽히 공주의 심중에서 배제된 채 뒤만 졸졸 쫓았던 꼴이었다.

한심하지 않은가? 공주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바라보았을지. 다른 것보다는 그 점이 나를 불쾌하게 한다. 스스로도 정확히 집을 수는 없지만 단순히 몰랐다거나 이용당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오히려.. 아,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골치를 썩히고 있는 동안 잠시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센더의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하, 그러니 이런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건 자네 생각이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주가 정말 자네를 못 믿거나 혹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숨긴 채 자네를 적당히 이용했다고 생각하나?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공주에게 사과할 필요도, 지금 한 말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그렇지 않나?”

“..그렇군.”


그건 애써 답을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난 깊이 고개를 끄덕였고 센더는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하하하하, 이거 내가 지나친 참견을 한 것 같은데. 뭐, 자네들의 로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말이니 이해해주면 좋겠어.”


..사실을 대충 알고서도 여전히 ‘로망’ 타령인가. 하지만 이번엔 나도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 공연히 오지랖이 넓지만 그래서 퍽이나 괜찮은 녀석이다. 난 킬킬거리고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로망, 로망 하는데 말이야, 네 로망은 뭐지?”

“어려운 질문이로군. 지금으로썬 교황청의 잘못된 방식을 고치는 거라고 해야겠지?”

“영 재미없는 로망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하하. 공주님과의 로망 같은 쪽이 훨씬 멋지지.”


그렇게 대답한 센더는 상쾌하게 웃어젖혔고 나도 왠지 기분이 좋아서 그를 따라 함께 한참을 웃었다.

속을 도통 알 수 없고, 복잡스런 일에 휘말려 있는데다, 어쩐지 여러모로 경계심이 드는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이유없이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둘이서 같이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타입이라고 해야 할런지. 심지어는 ‘남자’ 인데도 말이야!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 정말 왕자만 아니라면 그냥 우연히 만나서 함께 모험이나 여행을 다니면 죽이 잘 맞을 것 같다.

음, 이 그라이암 대륙의 왕족들 중에는 괜찮은 자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야.

물론, 그럼면에서 누구보다도 르미엘르 공주도 그렇고. 공연한 고민을 할 것 없이 센더의 조언을 받아들여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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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 뜻밖의 재회 (2) 19.12.03 21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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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 가짜 의적과 진짜 맹수 (2) 19.11.26 194 3 13쪽
81 81화 - 가짜 의적과 진짜 맹수 (1) 19.11.23 20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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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화 - 계집애같은 소년 (7) 19.11.19 224 3 13쪽
78 78화 - 계집애같은 소년 (6) 19.11.17 210 2 13쪽
77 77화 - 계집애같은 소년 (5) 19.11.16 213 2 11쪽
76 76화 - 계집애같은 소년 (4) 19.11.14 228 3 13쪽
75 75화 - 계집애같은 소년 (3) 19.11.12 22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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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 계집애같은 소년 (1) 19.11.07 24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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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 탈출 동료 (4) 19.10.24 3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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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 탈출 동료 (2) 19.10.20 293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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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 기이한 저택 (7) 19.10.15 29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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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 기이한 저택 (4) 19.10.08 309 5 12쪽
58 58화 - 기이한 저택 (3) 19.10.05 317 4 14쪽
57 57화 - 기이한 저택 (2) 19.10.03 338 4 14쪽
56 56화 - 기이한 저택 (1) 19.10.01 348 4 11쪽
55 55화 - 모험가 (3) - [ 1부 : 시 작 편 完 ] 19.09.30 321 5 14쪽
54 54화 - 모험가 (2) 19.09.28 359 5 11쪽
53 53화 - 모험가 (1) 19.09.28 323 6 12쪽
52 52화 - 조우 그리고 이별 (7) 19.09.27 368 6 10쪽
51 51화 - 조우 그리고 이별 (6) 19.09.26 325 6 11쪽
50 50화 - 조우 그리고 이별 (5) 19.09.26 328 5 10쪽
49 49화 - 조우 그리고 이별 (4) 19.09.25 331 5 15쪽
48 48화 - 조우 그리고 이별 (3) 19.09.24 442 5 14쪽
47 47화 - 조우 그리고 이별 (2) 19.09.23 346 5 13쪽
46 46화 - 조우 그리고 이별 (1) 19.09.23 341 5 9쪽
45 45화 - 여걸의 일면 (3) 19.09.22 327 5 9쪽
» 44화 - 여걸의 일면 (2) 19.09.21 338 6 9쪽
43 43화 - 여걸의 일면 (1) 19.09.21 372 7 16쪽
42 42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8) 19.09.20 360 5 10쪽
41 41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7) 19.09.19 342 6 16쪽
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3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40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1 6 12쪽
37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5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8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5 8 12쪽
33 33화 - 미묘한 협력관계 (2) 19.09.12 363 5 10쪽
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8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4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8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7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6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8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4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5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2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9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6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3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7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500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8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2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6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7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7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9 14 12쪽
8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40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4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7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800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3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4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1 20 14쪽
1 1화 - 스승과 제자 (1) +2 19.08.22 2,44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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