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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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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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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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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
글자수 :
531,751

작성
19.09.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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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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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6쪽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DUMMY

제반느, 그녀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오른손에 쥔 대거는 등 뒤로 감추며 무릎과 상체를 굽혀 매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상당히 골치 아픈 자세다. 그렇지 않아도 큰 신장 차이에, 저 정도로까지 자세를 낮추니 이 단도로는 제대로 된 견제가 힘들다.

내가 경계심을 높이기 위해 다가가던 속도를 늦추자 순식간에 제반느의 왼손이 번쩍한다 싶더니 다트 한발이 날아들었다. 물론 빠르긴 하다만은 또 이 래퍼토리인가?

난 짜증스레 그것을 쳐내버리고는 뭐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이미 상대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를 악다물었다.

그리고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제자리에서 한 바퀴 반 회전시킴과 동시에 단도를 아주 낮은 위치까지 내려 그었다.

캉. 예리한 금속음이 울리고 나자 어느새 내 측면을 뚫고 지나가 나와 위치를 맞바꾼 제반느가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다트를 던짐과 동시에 그 극도로 낮은 자세 그대로 내게 돌진해온 것이다.


“휴우.”


..정말 위험했다.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대거를 몸에 붙인 자세 그대로 돌진한 후, 마치 바닥을 쓸듯 강렬하게 몸 전체를 회전시키며 내 무릎을 절단해버릴 기세로 베고 지나간 것. 엄청나게 유연하면서도 동시에 위력적인 움직임이다.

거의 반은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러 막아내긴 했다지만, 내 패배다. 벽에 몰려있던 그녀가 불리한 위치에서 간단히 빠져나가버린 셈이었으니까.

다행히 센더가 그 사이 입구 부분으로 슬쩍 위치를 옮겨 서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빠져나갈 통로는 없었지만, 나 혼자인 상황이었다면 이미 밖으로 도망칠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제길..! 방심했나? 아니, 상대가 예상보다도 더 움직임이 좋다.


“젠장..”


난 허공중으로 짧게 투덜거림을 날려버리고는 역으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극도로 낮은 자세를 유지한 채로 다시 다트 한발을 날리며 빠르게 측면으로 회피했다.

그러나 내가 흘깃 보고 고개를 살짝 젖히는 것만으로 피해버리고 곧장 따라붙자 그대로 발차기로 전환해 역공을 가해왔다.

좀 전의 선제공격과 마찬가지로 마치 바닥을 쓰는 듯한, 게다가 팽이처럼 도는 전신을 이용한 강력한 하단 쓸어차기. 으윽, 골치 아프게 하는군. 공격이 너무 낮아!

난 예전의 경우도 있고 해서 감히 되받아 찰 엄두를 내지 못하고 훌쩍 뛰어 공격범위를 벗어났다. 그러자 그녀는 그 자세에서 양팔로 몸을 튕겨 올리며 피해낸 내게 비스듬이 그어 올리는 올려차기를 가해왔다.

챙. 우려했던 대로 신발 끝에서 솟아오른 살벌한 소형 칼날을 비껴내며 팔로 발차기를 막아내자, 이번엔 아예 그 반동으로 공중에서 몸을 핑그르르 돌리며 반대발의 뒤꿈치로 내 턱을 후려친다.

제길.. 이건 못 피한다! 퍽.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나와 그녀는 동시에 서로의 반대방향으로 튕겨나듯 밀려났다. 으윽, 눈앞이 번쩍거리는군.

..이런 세상에. 바닥 쓸어차기에서 곧장 몸을 튕겨 올려차기를 하고, 연달아 공중회전을 해서 완전히 공격방향을 바꾼 역 돌려차기를 하다니? 정말 황당할 정도의 움직임이다. 간신히 약간 비껴 맞긴 했는데도 눈앞이 어질어질하다.


“크윽..”


그러나 멋지게 공격을 성공시킨 제반느도 복부를 움켜잡으며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당연하다. 난 그녀의 발차기를 완전히 피해내기 어렵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오히려 역으로 달려들어 공중에 떠있는 상태인 그녀를 칼자루로 찍어 버렸으니까.

그 때문에 애초에 턱을 맞은 난 서너 걸음 정도 뒤로 밀려나고 말았지만, 그녀는 아예 붕 떠서 벽 쪽으로 날려가 바닥을 한 바퀴 구른 후에야 몸을 일으킨 것이다. 즉, 타격만으로는 내가 이득을 본 셈이다.

하지만.. 강하다. 이 여자 어쩌면 내가 만났던 어쌔신들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저 황당할 정도로 유연한 체술 만은 나도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어때? 이제 이야기를 좀 들어..!”


윽. 난 순식간에 날라드는 다트들을 피해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 진짜 그냥 말로 하면 안 되나? 견제용이긴 하지만 이 다트들도 전부 아주 피하기 까다롭게 시간차와 각도차를 두고 날아들기 때문에, 아차하는 순간에 당해버릴 수도 있는 공격이다.

나는 신중하게 제자리에서 상체만 이용한 연속 회피 동작으로 다트들을 피해냈다. 그러자 곧장 마치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기세로 날아드는 대거의 칼날이 번뜩인다.

어느새 그녀는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와 낮췄던 자세를 강하게 튕겨 올리며 검을 찔러 넣고 있었던 것. 하지만 기습에 당하는 건 한번으로 족하지!

캉! 난 곧장 단도로 그 공격을 쳐내고 자세가 무너진 상대에게 로우킥을 날렸다. 그러자 그녀는 무릎을 들어 내 발차기를 자신의 정강이와 허벅지 부분을 겹쳐서 막아냈다.

거의 인정사정을 두지 않은 공격이었기에 꽤나 묵직한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녀는 표정하나 일그러뜨리지 않고 곧장 반격에 나섰다.


겹쳤던 무릎을 매섭게 튕기듯 펼치며 그 반동까지 이용해 내 머리 부분을 노려 찬다. 내 것처럼 강한 힘이 담김 발차기는 아니지만 마치 벌이 독침을 쏘듯 날렵하면서도 임팩트가 정확한 공격.

게다가 어찌나 다리가 유연하게 움직이는지 감히 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난 급히 왼손으로 간신히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정권을 가했다. 발차기 도중엔 한쪽 발로만 몸을 지탱하고 있으니 이것만은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황당하게도 그녀는 내 정권을 손으로 짚고는 그 힘을 역이용해 뒤로 가볍게 튕겨 오르더니 한차례 공중제비를 돌고는 나와 거리를 벌려 착지했다.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나조차도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 동작이긴 했지만, 그녀는 착지를 하자 곧바로 신음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내 로우킥을 정면으로 막아내며 버틴 대가로 오른쪽 다리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윽!”


고통을 견디며 대거로 날 견제하고 있는 그녀는 어지간히 분한 모양인지 이를 박박 갈아댔다.

하기야 그럴만도 하다. 대결에서의 정교함과 기교는 그녀가 더 뛰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힘에서 밀려서 손해만 보고 있었으니까.

쩝, 이래서야 무식하게 힘으로 제압하는 꼴이잖아?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제압하더라도 이 여자가 말을 들어줄 것 같지가 않다.

물론 실전에서 상대보다 힘으로 앞선다면 당연히 그것을 적극 이용하는게 옳다. 하지만 모름지기 남자라면 확실히 테크닉(?)으로 꺾어야 하는 법. 훗, 그쪽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난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다리 괜찮지?”


약간 시간을 끌어준 나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에게 휙 하고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견제용 잽이라고 해야할까? 얼핏 보면 무성의한 공격처럼 보일정도로 가벼운 동작. 당연히 그녀는 우습다는 듯 쉽게 피해냈지만 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날린 주먹을 가볍게 몸을 틀어 피어내자 왼쪽 복부를 노려 친다.

다음은 오른쪽 머리, 왼쪽 다리, 위쪽, 정면, 그 다음은 오른쪽 아래, 명치. 쉬지 않고 날아들긴 하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해내며 확실한 반격의 틈을 노리던 그녀는, 어느 순간 무심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나는 바로 달라붙으며 계속해서 공격했다. 다시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마침내는 제반느의 무표정하던 안색이 급변했다.

이제 눈치를 챈 모양이지만 늦었어! 내 단순한 연속 공격은 이제 완연히 가속과 기세가 붙어 쏟아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아예 벗어나거나 이정도로 몰리기전에 승부를 걸었어야지.

한걸음. 다시 한걸음. 또 한걸음. 그녀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내 이 공격은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아니다.

오히려 확실하게 피할 길을 열어주되, 바로 이어지는 다음 공격이 그 피할 길을 차단하며 날아드는 것. 그리고 그 단순한 동작의 일말의 실수도, 빈틈도 없는 무한반복. 단조로움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을지.

사부가 언젠가 말했었다. 궁극의 공격이라는 것은 무언가 경천동지 할 만한 엄청난 위력이나 예측불허의 기묘한 기술이 담긴 것이 아니라ㅡ 가장 단조롭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간단한 일격이라고.

나는 그런 단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의 편법으로 그것을 흉내내본 것이다. 쉽게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맞대응 했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들게 되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지쳐서든, 아니면 다른 외부적 요인으로든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번엔 내 주먹이 그녀의 급박하게 젖혀진 머리의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반대쪽으로 공격. 그녀는 몸을 숙이며 피해내고는 다시 한 번 뒷걸음질을 쳤지만 난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붙으며 왼쪽 복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녀가 또다시 반걸음 물러나며 피해내자 이번엔 몸을 강하게 반 바퀴 틀며 팔꿈치로 상대의 상체 부분을 부술 듯한 기세로 휘둘러 쳤다.

부웅. 묵직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울림과 함께 그녀가 입고 있던 망토가 그 풍압에 휘말려 올라가 거칠게 펄럭인다.

뒤로 넘어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로 유연하게 몸을 젖혀 공격을 피해낸 그녀는 팔꿈치가 지나가자마자 재빨리 자세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곧장 상단과 중단, 우측과 좌측을 번갈아가며 쏟아지는 내 공격에 다시금 자세가 무너지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결국 얼마가지 않아 그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바로 뒤는 벽. 내 계산대로 도망칠 곳 따위는 없었고 자세도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물러서다말고 벽에 등을 부딪힌 그녀의 얼굴 위로 낭패의 기색이 완연하게 떠오름과 동시에 내 마지막 일격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각도에서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내 눈을 부릅뜨며 측면으로 몸을 날려 급히 내게서 떨어졌다.

난 그녀의 얼굴을 뭉개버리는 대신 바로 그 옆의 벽에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을 내버린 것이다.


“..무슨 짓이지? 왜 공격하지 않은 거냐!”


그녀는 날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뭐.. 쩝. 별로 대답할말은 없군 그래. 사실 처음엔 그냥 어떤 식으로든 일단 확실히 제압해버리고 대화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망설여 버렸다.

그대로 후려쳤으면 모르긴 해도 지금쯤 얼굴이 피떡이 된 채로 널브러졌을 텐데 그 꼴 안 보게 되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내가 왜 멈췄지~ 싶기도 한 마음 반반이다.

아, 물론 그녀를 여자라고 얕보거나 한건 아니다. 제반느라고 했던가? 정말 대단한 실력자다.

이제는 내가 상대했었던 다크문의 어쌔신들보다 확실히 더 강하다는 확신이 들 정도고, 나라도 싸울 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대임이 분명했다.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야 무시할리가 없지.

다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 란 말이야. 얼굴을 뭉개버리는 것만은 마지막 내 양심(?)이 가로막은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당하고 있는 입장이었다면 기회가 왔을 때 인정사정없이 후려쳤을 테지만.. 나도 참 모순되는 행동인건 알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무심결에 저질러 버린 일인데.


“어, 뭐.. 말했잖아. 우린 대화가 좀 하고 싶을 뿐이라고.”

“......”


내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녀, 제반느는 이상하단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완전 무표정한 스타일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감정표현도 할 건 하는군.

난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단도를 집어넣었다. 제반느는 나처럼 검을 치우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나를 바라보며 굳은 듯 서있었다.


“자자, 우린 정말로 대화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게 다크문 측에 손해가 갈 리 없다고 약속드릴 테니 일단 잠시라도 말을 들어봐 주시지요?”


그제껏 조용히 우리의 대결을 바라보고만 있던 센더가 시기적절하게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제반느는 그의 말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부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센더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는지 곧장 말을 이었다.


“우린 아주 중요한 문제로 다크문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다크문의 그랜드 마스터와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괜찮으면 우릴 본거지로 좀 안내해줬으면 합니다. 아아, 우린 결코 그쪽에 해를 끼치려는 자들이 아니니 본거지가 우리에게 유출되는 것을 막을만한 수단은 동원해도 상관없습니다.”

“..무리한 제안이군. 그건 나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압니다. 그러니 당신 재량이든, 누군가의 허가를 받든지 간에 사흘 후 정오에,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면 차펠린의 북문에서 이동수단을 갖춰 우리를 기다려주면 됩니다.”


그녀는 센더의 재빠른 제안에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러자 센더는 또 다른 말을 덧붙였다.


“본거지로 안내하는게 힘들다면, 그랜드 마스터께서 직접 밖으로 나오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우리와 다크문의 대표가 이야기를 나눌만한 자리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애초에 원하던 이 물건에 대해서도 그때 거래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음, 생각해보니 그쪽이 우리에게는 좀 더 안전하겠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에도 침묵을 고수하고 있던 제반느는, 그러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침내는 생각해보겠다는 짤막한 한마디 말만 남기고는 돌아섰다.

마지막으로 거실을 나서기전, 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길래 난 히죽 웃으며 손 인사를 해주었고 그녀는 냉정하게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려 사라졌다.

냉정한 여자구만.. 난 피식 웃고는 그제껏 숨을 죽이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을 공주를 불렀다.

그런데 그렇게 제반느가 집을 꺼나자마자, 센더는 즉시 부산스럽게 짐을 챙기며 나와 막 방에서 나온 공주를 향해 말했다.


“자, 괜히 숙소를 감시당하고 암습당하는 일이 없도록 즉시 거처를 옮기지. 내 임시 숙소가 있으니 그곳에서 사흘간만 조용히 기다려보면 될 거야.”


이 녀석.. 정말 철저하잖아.

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듣고 보니 만약 이대로 이곳에서 사흘간 속편하게 기다리고 있다가는 다크문이 마음을 바꿔먹고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른다.

재수 없으면 그냥 이 마법도구를 빼앗겠다고 암살자들이 떼로 들이닥칠지도 모르고 저 여자가 복수 하겠답시고 동료들을 데리고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그만큼 뭐가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 센더라는 녀석이 그런 다크문 헬리오스만큼이나 염려스럽게 느껴졌다. 제반느와의 싸움을 떠넘기고 난 후, 이 녀석이 정작 어쌔신이 아닌 ‘나’ 를 오히려 더욱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도 보여주었던, 일의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어보고 있으면서 아주 세세한 것까지도 모두 살피는 철두철미함.

보통 녀석이 아니다. 나쁜 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좀 주의할 필요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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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 조우 그리고 이별 (1) 19.09.23 34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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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 여걸의 일면 (2) 19.09.21 337 6 9쪽
43 43화 - 여걸의 일면 (1) 19.09.21 372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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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7) 19.09.19 341 6 16쪽
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3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40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1 6 12쪽
»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5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8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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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7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4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8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6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6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7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4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5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2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9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6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3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7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499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8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2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5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7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7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9 14 12쪽
8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40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4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7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799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3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3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0 20 14쪽
1 1화 - 스승과 제자 (1) +2 19.08.22 2,44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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