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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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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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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1,751

작성
19.09.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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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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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6쪽

43화 - 여걸의 일면 (1)

DUMMY

공주를 따라 밖으로 나서자 입구 부근에 모여 있던 다크문의 조직원들의 시선의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그들로써도 우리 세 명이 당당히 밖으로 걸어 나오니 좀 의아하겠지.

공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앞장서서 그들을 지나쳐 나가려 했으나 길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몇몇은 사나운 기세로 우리를 포위하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주위를 경계하며 창을 들어올렸다.


“멈춰. 모두 물러서라. 그들은 당분간 우리의 손님이다.”


공주가 난처해하며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려는 찰나, 우리의 등 뒤에서 들은 적이 있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쌔신들은 낮게 웅성거리며 머뭇거렸지만 이어진 제반느의 ‘마스터 그리엔의 명령이다.’ 라는 말에 모두 입을 다물고 물러섰다. 정말 대단한 명령체계다.

정규군 같은 곳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로 각각이 특출난 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비정규조직에서 이 정도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니. 역시 다크문 헬리오스라고 할만하다.


“숙소로 안내하란 지시를 받았다. 따라와라.”


그렇게 툭 내뱉듯이 말하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앞장서서 걷는 그녀. 원 참 쌀쌀맞기도 해라. 난 머리를 좀 긁적이며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말을 걸었다.


“이봐, 우리를 못 알아본 거야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너라고 갑자기 그랜드 마스터를 만나겠다는 일당들을 보고 전혀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살의뢰를 떠올릴 수 있을 리가 없지. 우리도 우리 목숨 걸려있으니 너한테 그걸 일일이 고해바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


내 나름대로는 아까 전 그리엔 앞에서 우리 때문에 크게 자존심이 상했을 그녀를 배려한답시고 한말이었는데, 제반느는 마치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음, 사람 민망하게 하는군. 하지만 이정도로 내가 멋쩍어서 입을 다물리라 여겼다면 큰 오산이지.


“숙소는 어때? 씻을 물은 있나? 식사는? 하루 종일 마차타고 끌려오느라 배고픈데 말이야.”

“......”

“괜찮으면 식사는 푸짐하게 달라고. 과일도 후식으로 갖다 주고 맥주도 잊지 마. 아, 맥주는 두 사람 몫만 줘. 또 가급적 고기류가 식사에 들어있으면 하거든?”

“......”


여전히 무반응. 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이런 타입은 계속 놀려주고 싶어진단 말이야. 내가 철이 덜 들어서 그런가.


“그리고 또 시간 좀 떼우게 책 몇 권이나 카드 한 벌 정도도 갖다 줘. 아, 목욕은 자기직전에 하는 걸로 하지. 물을 따뜻하게 데워줬으면 바랄게 없겠지만 힘들면 그냥 줘도 되고. 그리고 또..”

“입 닥쳐라. 시끄러운 놈! 그 목을 내방에 걸어놓기 전에.”

“어라? 방에? 나한테 마음이 있었어? 그럼 꼭 목을 걸어놓을게 아니라 그냥 불러도 될 텐데.”


슉. 순식간에 내 뺨을 다트 한발이 스치고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피해내기는 했지만 이건 위협용이 아니라 진짜 맞추려고 던진 거다. 거 정말 인정사정 없구만. 난 혀를 좀 차며 말했다.


“이봐, 농담이야. 그리고 너도 봤잖아. 우리가 너희들을 정말 크게 도와준 거라고. 꼭 이런 식으로 나와야겠어? 서로 간단한 대화정도야 해도 되잖아. 이곳에 대해 궁금한게 있단 말이야.”

“..라샤크.”


난 갑자기 공주가 부르는 소리에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는데 공주는 어쩐지 퉁명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로군. 왜 그러지? 난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네?”

“그런 거라면 그냥 정중하게 물어봐. 쓸데없이 장난치지 않아도 되잖아.”

“어, 도무지 상대를 안 해주니까 그런 건데..”


공주의 심지어는 약간의 짜증기까지 묻어나는 듯한 목소리에 난 기가 죽어서 말끝을 흐렸다. 기분 나빴나? 생각해보니 내 말이 성희롱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군. 난 그런 반성을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제반느가 그런 우리 둘을 보더니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성큼성큼 걷기 시작해서 나도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쩝.. 공주도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로운가 보다.

아, 그런데 센더 녀석은 왜 이렇게 아무 말도 없지? 문득 드는 의문점에 맨 뒤에서 따라 걷고 있는 센더를 흘긋 돌아보았다. 녀석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차분한 표정으로 그런 내게 ‘왜?’ 라는 눈빛을 보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거래에서 로세하이안의 내부사정도 처음으로 듣는 것일 테고, 공주의 요구조건에 대해서도 암살을 취소하는 것 외에는 처음 듣는 일이었을 테지.

그는 그저 ‘사랑의 도피’ 중인 우리를 도울 겸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함께 움직인 입장이었으니까.

어쩌면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고 화가 난건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 역시도 공주의 계획에 대해선 전혀 모르던 마찬가지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다.

나는 어떠냐고? 글쎄.. 솔직히 말해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상황을 보니 공주는 맨 처음부터 이런 제안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아인도르프 후작가에서 몹시 바쁘다 싶더니 이런저런 조사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런데 애초에 아인도르프 후작에서부터 같이 움직여온 내게는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음, 이렇게 정리해서 생각하고 나니까 왠지 좀 그렇군. 내가 그렇게 못미더웠나?

영 답답하다. 제반느에게는 다크문에 대해, 그리고 그 창립자라고 하는 사부에 대해 좀 더 물어보고 싶은데 원채 성질머리가 사나워서 대화를 받아주질 않는다.

그리고 공주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저기압이라서 왜 내게 사실을 숨겼는지 물어보기 그렇고, 센더 녀석은 아까부터 벙어리 흉내를 내고 있으니..


“이곳이다.”


제반느는 한 허름한 건물 앞에서 우리를 향해 돌아서면서 말했다.

음, 평범한 1층 건물이지만 위치상 이곳 거주지의 중심부쯤이라 할만 해서 이들 몰래 밖으로 나가거나 하긴 힘들 것 같다. 게다가 문도 하나, 창문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드나들만한 넓이는 아니다.

낡은 목조건축물이라 만약의 사태에 벽을 부수지 못할바는 없겠지만 소란이 일어나겠지. 내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그렇게 주변을 꼼꼼히 살피고 있으니 제반느는 팔짱을 끼며 냉정하게 덧붙였다.


“혹시나 도주할 생각이라면 관두는 걸 추천하지. 무슨 수를 써도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는 없다. 너희는 현재 우리의 손님이니 가급적이면 서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싶군.”

“..우리 걱정해주나?”

“난 결과가 뻔한 소모적인 싸움은 싫어한다. 그것뿐이다.”


아, 그러셔. 난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일주일이라고 그랬나? 좀이 좀 쑤시겠지만 그 정도야 뭐 적당히 자제하면서 기다려봐야겠군.


“그래, 질문하고 싶다는 것은 뭐지.”

“어?”


먼저 건물에 들어선 두 사람을 따라 막 발을 떼던 나는 제반느의 무감정한 음성에 약간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별다른 표정 없는 얼굴로 자리에 가만히 선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나한테 한말 맞지? 완전히 무시해버릴지 알았는데 대화를 해주겠다는 건가? 난 신기해서 되물었다.


“너 정상적인 대화도 할 줄 알았어?”


그녀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놈은 정말 쓸데없는 말만 골라서 하는군. 너야말로 쓰잘 데 없는 말장난이 아닌 정상적인 대화는 할 줄 모르나?”


허.. 한방 먹었는데? 이런 재치 있는 응답이라니 의외다. 하지만 제반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불만스레 날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도 너처럼 한량하고 건들거리는 꼴이라니. 넌 내가 보아온 강자들과는 너무나 다르군. 솔직히 말해서 불쾌하고 한심하다. 그러니 내게 쓸데없는 말장난은 그만두시지. 그 실력에 대한 존중마저도 모두 잊어버리기 전에.”

“야, 그게 존중하는 태도냐?! 다트를 머리통에 던지는게?”


난 기가 막혀서 그렇게 외쳤지만 제반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그러니 말장난은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나?”


제, 제길.. 뭐야 이 여자. 제법 언변이 좋잖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나 신랄하고 차갑고 또 직설적이어서 뭐라고 대응할말이 없다.

으으.. 얼굴에 철판 깔고 빈정거리기의 황제인 내가 말싸움에서 이렇게 몰리다니.


“질문할 것이 없다면 나는 이만 가지.”

“아, 알았다고. 일단 말이야. 그 ‘메이펑 후’ 라는 인물에 대해 넌 뭐 더 아는 거 없어?”

“..마스터 그리엔이 말했듯이 그는 창립전설상의 존재이다. 나도 일반적인 이야기들 말고는 특별히 아는 사실은 없다.”

“그럼 그 ‘조정회’ 는? 너희의 전신이라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단체였는데?”


제반느는 이어지는 내 질문에 무언가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미간을 모으며 차근차근 답변했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그저 내 질문에 대답만 할뿐,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그다지 궁금해 하는 눈치는 전혀 없었다.

보통은 궁금해 할만도 한데.. 암살자여서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지 아니면 애초에 무관심한 부분엔 눈길도 주지 않는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로선 이런 편이 질문하기 훨씬 편하다.


“그 점은 부정확하다. 우리 다크문 헬리오스의 전신이 되는 단체인 것은 맞지만 정확히 언제 어느 정도가 다크문 헬리오스라는 집단으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오백 년 전쯤에 바로 그 로지웰 아이가우저를 필두로 조정회에서 일부세력이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다크문 헬리오스를 설립했다고도 하는데.. 역시 명확하지는 않다. 단, ‘조정회’ 가 각종 정보수집과 암살 등을 한 것은 사실이다. 무슨 이유로 그러했는지는 모르지만.”

“잠깐. 조정회가 그대로 다크문 헬리오스가 된거 아니야?

“부정확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전체가 바로 다크문 헬리오스로 이어진 것인지 일부가 이어진 것인지 확언할 순 없다. 하지만 로지웰이라는 인물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쪽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다.”


으음.. 결국 그녀도 확실하게 아는 건 없단 소리군.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몇백년 전의 일이니까.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고 또 상당부분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한 질문이었을 뿐이므로 난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질문을 바꿨다. 지금 당장 나나 우리 일행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흠, 그럼 하나만 더. 조금 전에 공주가 했던 제안 말인데. 어떻게 생각하지? 과연 받아들여질까?”

“......”


제반느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역시 너무 직설적인 질문이었나 싶어서 눈치를 보고 있자니, 놀랍게도 그녀는 작게 피식 웃었다. 진짜 웃음이다.

웃음기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더없이 삭막한 인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너무나 평범한 또래의 여인처럼 보일정도로, 웃음이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내가 그 갑작스런 변화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녀는 이내 거짓말처럼 원래의 삭막한 인상으로 돌아오더니 대답했다.


“황당할만큼 한심해서 힘이 다 빠지는 질문이로군. 그런 질문에 답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하긴.. 다크문 헬리오스에서 제안을 한 당사자들인 우리에게 ‘이러이러해서 어떨 것이다~’ 라는 식의 대답을 해줄 리가 없지. 바보도 아니고. 하지만 내가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니다.


“못할 건 또 뭐냐? 누가 다크문의 의견을 들려 달래? 네 생각 말이야. 네 생각.”

“내.. 생각?”

“그래. 네가 보기엔 어떠냐는 거야. 뭐. 내가 이걸 거래의 카드로 쓰겠다거나, 한번 대충 의도를 찔러본다거나 그런 목적으로 묻고있는게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난 잘 모르거든. 진짜라고. 솔직히 암살의뢰를 푸는 것 이상의 일은 나랑은 크게 상관도 없으니까..”


제반느는 내 말을 단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상관없다니 무슨 소리지? 너 공주 측의 인물 아니었나?”

“아니, 난 그냥 여행자인데 어쩌다보니 너희한테 표적이 되어버려서 얽혔지.”


제반느는 이젠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황당하군. 공주가 너무나 당당히 널 이용하고, 네놈도 거기에 순순히 따르길래 공주 측 어느 귀족가의 멍청한 자제쯤 되는 가 했지. 이제 보니 정말 그냥 멍청이였군.”


신랄하지만 딱히 할 말 없다. 이젠 나도 공주가 자신의 계획을 진행하는데 나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걸 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안전을 담보하고,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는데 나만큼 유용한 놈도 없을 테지.

게다가 그러면서도 내게는 일언반구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 ..입맛이 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 역시 표적이 된 마당이었기에 공주를 믿고 여기까지 함께한 입장이니리만큼 사실 그것가지고 뭐라고 불평할 수 없을 뿐이다.


“내 알바 아니긴 하군. 일이 끝나고 기사 자리라도 약속받았나?”


그것도 이미 오래전에 거절했지. 그러나 난 굳이 대답하진 않고 어깨만 으쓱해보였다.

그러자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반느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넘어갔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분명 예전의 다크문 헬리오스였다면 이런 제안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좋지 않다. 다크문 내에서도 상당한 충돌이 있어. 더 이상 예전 같은 순수한 무력단체로써 조직을 유지하는데 한계에 부딪힌 시점이다.”


정확한 사정까진 몰라도 나로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된다. 다크문 헬리오스는 상당히 순수한 무력조직이지만, 원래 그런 순수한 집단이 순수한 채로만 유지되기란 굉장히 어려운 법이다.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강하면 강할수록 조직 내에서도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이 나오기 마련이고 순수한 무(武)의 수행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생겨나기 마련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게다가 조직이 워낙 유명하고 전 대륙에 걸쳐 활동하는 비밀조직인만큼 필요로 하는 유지비용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대할 것이다.

순수조직으로써 그 정도 비용을 순조롭게 마련하기란 매우 힘들겠지. 즉, 순수한 조직일수록 그 비용의 조달에 시달리기 마련이고 당연히 그 조직의 힘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조직 내의 불만이 더 커지겠지. 악순환의 연속이다. 몇 백 년 동안을 문제없이 유지해 왔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과거에는 어떤 특별한 자금줄이라도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로세하이안에 정쟁이 일어난 것을 기회로 여겼지. 때맞춰 왕자파에서 손을 내밀어왔고 우리는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귀족 직위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주가 직접 나타나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을 하는군. 어떻게 될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더욱이 너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단심판회에 쫓기고 있는 셈이 될 테니..”


몰락하거나 배척받지만 않는다면 귀족 직위는 말할 필요도 없이 자금과 권력, 그 두 가지와 곧장 직결되는 힘이다. 잘은 몰라도 지금 그라이암 대륙의 경제는 어마어마하리만큼 편중되어 있으니까.

다크문 헬리오스의 조직원 중 누군가가 귀족 직위를 받는다면 당연히 조직의 유지와 발전에 막대한 도움이 될 것이고 또한 조직내부의 불만도 잠재울만한 방안이 될 것이다.

분명 다크문 헬리오스로써도 상당한 고려를 한 끝에 왕자파의 손을 잡았을 테지. 그런데 그것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 공주가 오히려 어떤 의미로는 좀 더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을 해온 것이다.


“그렇군. 잘하면 우리가 여기서 대판 싸울 일은 없을 수도 있단 말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나는 제반느에게 적당히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문을 열고 우리가 지낼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내 등 뒤로, ‘내 생각이라..’ 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저만치 걸어가 버리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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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2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40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0 6 12쪽
37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4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8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4 8 12쪽
33 33화 - 미묘한 협력관계 (2) 19.09.12 362 5 10쪽
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7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4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7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6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5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7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4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4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1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8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6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3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6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499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8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1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5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7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7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8 14 12쪽
8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40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4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7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799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2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3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0 20 14쪽
1 1화 - 스승과 제자 (1) +2 19.08.22 2,4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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