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요정의 숲 (4)
요정 마을에서 지낸지 나흘째, 난 여전히 이 마을의 대장로라는 하루얀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근데 이건 마을 최고 어른이라는 대장로의 집이 뭐 이리 초라한지 모르겠다. 방은 달랑 두 개에 좁아터졌으니.. 어쨌든 그동안 알게 된 바로는 내 생각보다도 하루얀은 훨씬 더 대단한 존재였다.
요정 중 최고령자이며 사실상 침묵의 숲의 모든 요정족의 정신적인 지주인데다가 엄청난 실력의 고위 위저드였던 것이다. 내가 쓰러지기 전 칼을 맞췄다고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었다. 정확히 날아가긴 했는데 이미 그는 보호마법을 걸고 있었기에 긁힌 자국 하나 없었다고 한다. 쳇.
그때 내가 쓰러지고 유우라란 요정과 나, 그리고 모든 요정들은 근처의 숨겨진 요정들만의 고대 마법진을 이용해서 침묵의 숲 깊은 중심부인 이곳에 도달하게 한 것도 그의 마력 덕분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고 할 만큼 강력한 마법사이니 뭐 어쩔 수 없지.
아,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그 유우라란 요정은 아직껏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기적적으로 영성은 상처입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있어서 치유중이라나. 그리고 놀라운 건 그녀의 풀네임인데 그건 바로 유우라 워터메인, 즉 하루얀의 증손녀였다.
..그렇다. 난 끝내주는 요정 여인을 구해낸 것이 아니었다. 흑흑.. 이제 겨우(?) 70살 정도 밖에 안 된 요정 꼬맹이를 구해낸 것이었다. 많이 산 것 같지만 정신적 성숙도로 비교해서 인간의 나이로 치면 고작 열 셋, 열네 살 정도 될까 말까한 정도란다.
으으.. 요정 여인을 멋지게 구출해서 나에게 뿅가게 만든다는 장대한 계획이..
“뭐하는 거지?”
히익! 딴 생각을 하며 고민에 빠져있던 난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이놈의 요정 자식들은 전부가 몸이 가볍고 또 걸음걸이도 사뿐사뿐하기 짝이 없어서 집중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기척을 알기가 힘들다.
“노크 좀 해라!”
“했다. 네가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한 모양이지.”
이 까칠한 말투. 그렇다, 내가 마을에 지내는 동안 내 안내 겸 감시를 맡은 일전의 그 청년 요정이다. 이름은 ‘질리안 루디나’. 젊은 요정들 중에서 촉망받는 녀석이라는데 나한테는 정말 귀찮은 잔소리꾼일 뿐이다.
이 녀석은 비록 몰랐다지만 영성이 상처받지 않은 유우라를 죽게 할 뻔한 것 때문에 그래도 나한테 한수 접어주고는 있는 것 같다 만은.. 이게 접어주는 거라니. 제대로였다면 정말 끔찍했으려니 싶다.
“심심해 죽겠는데 마침 잘 왔다. 나랑 어디 좀 가자.”
비록 감시자가 붙어있지만 따라다니기만 할 뿐 내 행동을 크게 제약하는 것도 아니고, 마을의 요정들도 내게 적의를 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이 말하면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음, 오히려 호기심을 보이는 요정들은 좀 있는 것도 같지만. 식사도 몽땅 채식이긴 해도 꼬박꼬박 챙겨주고 쉬기도 편하고 뒤뜰에서 훈련을 해도 된다.
그런데.. 심심해 죽겠다! 산골에서 십년을 혼자 혹은 둘이 살아놓고 뭔 소리냐고? 그땐 사부와 훈련, 그리고 척박한 환경 때문에 긴장감이 넘쳐났는데 여긴 너무 평화로워서 그냥 한없이 맥이 빠진다. 마을 구경도 이미 이틀째에 끝낸지 오래고..
“어디를?”
진지하게 묻는 녀석을 향해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까이 와보라는 손짓을 했다. 미심쩍은 기색이면서도 오란다고 또 온다.
“끝내주게 예쁜 여자 많은데 없냐?”
“이..! 정말 저질이군. 네 녀석은.”
순순히 다가온 녀석의 그 길쭉한 귀에 대고 소근소근 그렇게 말하자 질리안은 얼굴을 붉히며 당장에 화를 냈다. 정말 놀리는 보람이 있는 녀석이다. 난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엥? 그게 왜 저질인데? 응? 응?”
“......”
이렇게 나오면 할 말 없지. 난 킬킬거리며 웃고는 내 짐을 들쳐 멨다. 그러자 열받아있던 질리안은 반색하며 말한다.
“이제 떠날 거냐?”
“아니. 짐 좀 매볼라고.”
“......”
난 질리안이 실컷 열 받도록 내버려둔 다음에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질리안은 일단 맡은 임무가 있는지라 그런 날 잘도 쫓아왔다. 딱히 용건은 없지만 난 하루얀의 요청으로 이곳에서 기한부 손님으로 지내는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유우라가 고급의 정신치료를 위해 강제로 수면상태에 놓여있다는데, 그녀가 회복되면 한번 만나보곤 가야하지 않겠냐고 해서.. 뭐, 요정 여인도 아니고 꼬맹이한테 생색낼 생각은 없지만 아픈 걸 두고 그냥 떠나면 왠지 찜찜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할일도 없는데 마침 잘됐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이 녀석들 무기나 그런걸 보면 꽤 좋은 대장간이 있을 것 같단 말이야.
“혹시 요정 중엔 야장이나 대장장이 없어?”
내 질문에 질리안의 얼굴위로는 짙은 자긍심이 떠올랐다. ..내가 느낀 건데 특히 젊은 요정들은 참 표정관리를 못한다. 순수해서 그런 걸지는 몰라도. 아니, 어쩌면 태연하게 안면몰수하고 남을 속이는 인간들이 비정상인걸지도 모르지.
“물론 있다. 야장을 하는 건 요정 가문 최고의 명예지.”
“오오, 실력이 좋나보지?”
“무슨 소릴! 우리를 인간의 대장장이 따위와 같은 수준으로 보지마라. 그 난쟁이 놈들도 물론이다. 우리의 야장은 금속을 다루는 기술과 수준이 누구보다 뛰어나고 또한 인챈터이기도 하다.”
인챈터? 야장을 하는데 마법까지 동원한단 말이야? 난 진심으로 놀라서 질리안을 바라보았다. 마법무구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라니.. 대장장이하면 역시 손재주와 광물의 종족인 난쟁이를 주로 생각하게 되는데 요정들도 만만치 않구나. 음, 역시 요정의 본고장답다.
“대단한데. 어디에 있어, 그게? 나 거기 볼일이 좀 있는데 말이지.”
질리언은 갑자기 날 의심스런 시선으로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말했다.
“무슨 볼일이냐. 이곳 최고의 야장 가문은 우리 ‘루디나’ 가문이다.”
아, 어쩐지 자긍심이 넘쳐난다 싶더니만 자기네 집안 얘기였구만. 난 마침 잘됐다 싶어서 짐을 내려놓고 그에게 이 무거운 짐 덩어리, 즉 사부에게 작별선물로 받은 금속 덩어리를 들어 올려 보여주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녀석도 분명히 야장으로써의 능력이 있는 모양인지, 그것을 보자 금세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는 내가 들고 있는 금속의 무게를 가늠해보고 좀 놀라더니 이곳저곳을 신중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 어디서 났지?”
“선물 받았어. 근데 이게 뭐야 대체?”
난 잔뜩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정말 대단한 금속이 아닐까?
“..모른다.”
“얌마, 최고의 야장 가문이라며. 어떻게 뭔지도 모를 수가 있냐?”
맥이 빠져서 그렇게 쏘아붙이자 질리안 녀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간신히 노기를 억누르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생전 처음 보는 금속인 걸 어쩌란 말이냐! 난 이오니움과 아다만티움을 다뤄봤고 에트로늄과 오르하르콘의 제작도 도운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단 말이다.”
헉. 이오니움은 그렇다 치고 아다만티움만 해도 눈이 돌아가는데, 거의 전설상의 금속인 오르하르콘까지? 에트로늄은 뭔지조차 모르겠다.
이, 이 녀석 엄청나게 부자잖아.. 나는 기가 팍 죽는 걸 느끼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희 가문에 가면 이게 뭔지 알까?”
“물론이다! 난 아직 경험이 일천하지만 아버님과 할아버님이라면 문제없다. 따라와라.”
녀석은 심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앞장서서 날 안내하기 시작했다. 장로가 사는 중심부 마을 거주지를 벗어나 한참을 이동하자 그의 가문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실히 야장 집안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온통 나무들뿐인 마을과는 달리 돌이나 조형물을 이용해 멋들어지게 지어진 집들이 상당히 많다.
몇몇 요정들의 호기심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난 질리안을 따라 거주지 가장 끝 쪽에 있는 거대한 공방에 도착했다. 여긴 아예 최고급 석조 건축물이다.
안으로 들어가서 복잡한 장치들과 아궁이들로 가득한 장소를 지나 다시 한 번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개인 공방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기이한 문자들이 가득 새겨진 아궁이 하나와 모루 등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질리안이냐?”
“예, 할아버님.”
그 안쪽 구석에서 뭔가를 읽고 있던 요정 하나가 몸을 일으키며 말을 걸어왔다. 할아버지란 호칭과는 달리 굉장히 수려한 외모를 가진 중년 요정은, 얼굴에 기다란 자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완고하고 굳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요정치곤 체격이 굉장히 컸다. 신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굉장한 근육질이다. 질리안은 극도의 존경이 담긴 태도로 나를 간단히 소개하고는 나에게도 그를 소개해주었다.
“이분은 내 할아버님이시자 우리 부족 최고의 장인이신 ‘마렐 루디나님’ 이시다.”
“안녕하세요?”
내 가벼운 인사에 질리안은 눈썹을 곤두세웠지만 마렐의 제지에 뒤로 물러섰다. 내가 길게 끌 것 없이 곧장 짐에서 금속 덩어리를 꺼낸 것이다. 마렐이란 장인 요정은 흥미롭단 듯이 내가 작업대위에 올려놓은 금속 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앗, 내가 깜짝 놀라서 말리려 했지만, 그는 놀랍게도 그걸 별 무리 없이 들어 올리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단한 힘이다. 나도 저렇게 가볍게 들어 올리진 못할 것 같은데. 요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완력이 약한 건 아니구나.. 조심해야겠군.
“ ‘메이펑 후’ 를 아는가?”
“어엇!?”
한참을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마침내 관찰이 끝내고 금속을 내려놓은 마렐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난 기겁을 하며 펄쩍 뛰었다.
사, 사부를 알아? 사부는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요정들과는 관여를 하셨나?
“이런걸 가진 사람은 적어도 이 대륙엔 그 뿐이지.”
“사, 사부를 아세요?”
그는 내 ‘사부’ 라는 호칭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본적이 있을 뿐이네. 난 그에 대해 모르니 묻지 말게. 다만 그가 동방에서 온 사람이고, 이 금속이 동방에서 온 기이한 물건이란 건 알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금속의 이름은 옥쇄천신한석(玉碎天神閑石). 동방에서만 전설상에 전례 된다는 물건이다.
사실 마렐이 어린 시절 ‘메이펑 후’ 라는 사람이 가문에 찾아와 어떤 순수한 상태의 광석을 내밀며 다룰 수 있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고 한다.
당시 루디나 가문 최고의 장인이던 마렐의 아버지가 그것으로부터 금속을 추출해낸 뒤, 무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사부는 완성된 검을 보더니 갑자기 다시 녹여서 괴(塊)의 상태로 되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자존심 상하는 요청에 매우 분개한 가문의 요정들이 쫓아내려하자 그는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둘렀는데 그 일검에 당시의 이 공방 건물이 정확히 반 조각이 났다고 한다.
철, 심지어 이오니움조차도 간단히 두 조각이 나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그들은 다시 무기를 녹여 금속 괴의 상태로 만들어주었고 그러자 그는 그제야 웃으며 사과하고는 사라졌다.. 라는게 마렐의 이야기 속에서의 사부의 전부였다.
..하는 짓을 보건데 아무래도 동일인 같은데ㅡ 황당한 점은 그게 여기 이 요정들 중에서도 할아버지라 불리는 마렐의 아버지대의 일이라는 것이다.
역시.. 인간이 아니었나? 난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자는 인간이 아니래도 별로 놀랄게 없는 양반이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그래서 이 전설의 금속으로 만든 무기는 어땠나요? 공방을 통째로 잘랐다하니 대단했겠죠?”
그렇다. 이대로라면 사부가 나에게 전설적인 무기를 선물한 셈이 아닌가. 난 그야말로 기대감과 희열로 인해 심장 박동까지 급격히 빨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그냥 좀 무거운 철검이었네.”
엥?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되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같았다.
“분명 평범한 금속이 아니었는데 만들고 나니 그냥 철검과 별반 다를게 없었단 말이네. 아버님은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능력을 한탄하셨고, 그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인챈트를 해주겠다고도 제안했지. 하지만 그는 애초부터 마법 없이 오로지 평범한 제련으로만 추출과 제작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끝까지 그 요구조건을 바꾸지 않았네.”
뭐야 그럼? 옥쇄.. 뭐 어쩌고 하는 거창한 금속으로 만들어봤자 무겁기만 하단 소리잖아. 난 좌절감보다도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에 한순간에 힘이 쭉 빠졌다.
에라, 내 팔자에 무슨 전설의 명검이냐. 쳇.. 이 아저씨도 아버지가 도전했던 금속을 한번 써보고 싶단 눈치인 것 같고, 무기 구할 돈도 굳고. 또 여행할건데 이 애물단지를 계속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냥 대충 만들어야겠다.
“그럼 이걸로 창 한 자루 만들어 주실래요? 완전 장창 말고, 중간 길이로 날은 한쪽만 달아주시고요. 손잡이는 없어도 되는데 창대는 무조건 철심이 아니라, 봉 휘두르는 것 같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강도랑 경도를 조절해주세요. 아참, 날은 화려한거 말고 그냥 찌르기 베기 모두 되는 간단한 형태로.”
잘 생각해보니 나쁠게 없다. 아니 엄청 이득이다. 금속이야 어쨌거나 이 정도의 장인이 만드는 무기를 갖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창이란 무기는 특히 창대 때문에 어지간한 장인으론 내가 쓸 만한 무기를 절대 만들 수 없다.
창대를 금속으로 만들면 그냥 딱딱한 일자의 마상의 랜스 차치용 장창이나 의전용 창이 될 뿐이므로 대개는 창대는 힘을 받으면 휠 수 있는 질 좋은 목재로 만들어진다.
이 차이를 잘 모르는 이가 있는데, 창대는 아무리 곧아보여도 원심력이나 회전력을 이용하거나 팔이나 어깨를 비틀어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담으면 휜다. 그리고 그 휘었던 것이 순간적으로 다시 펴지면서 발생하는 힘은 어마어마한 것이므로 수준 높은 창술가라면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특히 찌르기나 베는 위주의 창술이 아닌 휘둘러 치거나 때리는 봉술의 경우가 더욱 그러한데 나는 창술과 봉술의 혼합형을 사용하므로 그만큼 필수적인 것이다. 다만 창대를 나무로 사용하면 역시나 부러지거나 베이는 한계치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렐 같은 최고의 장인이라면 철과 같은 금속을 이용해서도 그 수준 높은 제련기술을 통해 목재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그 순간적인 ‘휨’을 이용할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 있는 창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좋네. 나로써도 이 금속을 다룰 수 있으니. 그런데 자넨 인챈트를 하길 원하나?”
난 당연하다고 말하려다가 염치없어 보일까봐 살짝 눈치를 봤다. 사부라면 몰라도 굳이 할 수 있는 인챈트를 마다할 바보가 있을까?
단순한 상등품의 무기가 마법무기로 탈바꿈하는 건데 말이다. 그러나 마렐도 따로 값을 요구하거나 할 것 같지 않고 질리안도 이 금속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네, 조금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요.”
“알았네. 완성되면 통보해주지.”
뭐, 기대했던 전설의 명검까진 아니어도 운 좋게 최고의 장인이 만든 마법무기를 얻을 수 있게 된 셈인 나는 입가가 찢어져라 웃으며 루디나 가문의 거주지를 빠져나왔다.
끝내주게 기분 좋다. 나 같은 전사한테 있어 마법무기라는 건 그야말로 매일 밤 간절히 바라며 꾸는 꿈과도 같은 것이다.
헤헤헷. 아, 그건 그런데 정말 사부는 뭐하는 사람.. 존재일까? 난 기쁨 속에서도 그런 작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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