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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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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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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
글자수 :
531,751

작성
19.08.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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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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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8화 - 요정의 숲 (5)

DUMMY

“헤헤헤헷! 에릴, 한잔 더 마셔~”

“아이 참, 나 술 약하단 말이야.”

“에이, 빼지 말고~ 요기요기 먹여줄까?”


뭐하고 있냐고? 난 꿈에서 그리던 요정 여인들에게 둘러싸여서 함께 신나게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요정 마을에 잠시 정착한지도 이제 보름째.

이 요정이란 종족은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신의가 있는 종족인지라, 마을의 요정을 구해준 셈인 나에 대한 낯설음과 경계심만 가시자 그들과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야기속의 요정들은 고고하거나 말도 잘 안통하고, 얌전하기만 한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론? 절대 아니었다. 그들도 활달한 감정이 있고 흥취를 즐길 줄도 알았다.

인간이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이곳의 요정 중에서도 아직껏 나와 말 한번 제대로 안 섞는 타입도 있었고 에릴이나 브레아나처럼 나 같은 인간과 노는걸 즐기는 타입도 있었다.

특히 아직 젊은 요정들은 좀 개방적인 경우가 많아서 난 요즘은 매일 젊은 요정 무리들과 어울려서 산보를 나가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고 특히 최근엔 내 제의로 저녁에 열리는 딸기주 파티가 인근의 젊은 요정들에겐 최고의 흥밋거리였다.

뭐, 제법 무술에 관심이 있는 요정들과 대련을 하거나 남자 요정들과 우르르 조를 짜서 침묵의 숲을 침탈하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여자들이랑 술마시는게 좋아! 히히히힛!


“너 이 자식! 그 손 못 떼?”


내 근처에서 불쾌한 표정으로 물만 홀짝거리던 질리안 녀석이 내가 에릴에게 딸기주를 먹여주면서 은근슬쩍 허리춤을 잡는걸 보자마자 바로 발광을 하며 소리쳤다. 아, 정말 분위기 못 맞추네.

하지만 에릴도 그저 어머나 하고는 깔깔 웃고 말았고 주변의 다른 청년 요정들도 질리안에게 야유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질리안은 불쾌해 죽겠단 표정이었지만 차마 잔뜩 흥이 오른 동료 요정들에게 찬물까진 끼얹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라샤크, 나아~ 인간들은 되게 못되고 사납게 군다고 알고 있었거든~”


내 옆자리에 다가온 브레아나는 술에 취한 듯 혀 꼬부라진 목소리를 내며 내 팔을 잡고 늘어진다. 음, 좀 많이 마신 모양이다. 난 피식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로 일으켜 앉히면서 말했다.


“맞아. 인간들 무서워. 갑자기 짐승으로 돌변한다니까? 요렇게. 어흥!”

“꺄악! 아하하하하하.”


내가 덮치는 시늉을 하자 뒤로 벌렁 넘어진 브레아나가 폭소를 터뜨리며 몸을 꼬았다. 음.. 몇 번을 봐도 몸매가 정말 대단해.

특히 요정들의 다리라인은.. 음음. 내 시선을 눈치 챈 질리안이 다시 발작하기 전에 난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키릴이라고 요정치곤 굉장히 근육질인 녀석이 내게 술잔을 건네면서 말을 건다.


“너, 마렐님이 개인적으로 무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어. 그치. 창인데 기대 중이다.”

“완성되면 대련 한번 해야지. 저번엔 졌지만,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고.”

“에이, 어림없어! 단칼에 확! 아니 창인가? 하하하하!”


난 시원하게 웃으며 키릴과 짠하고 잔을 부딪치고는 딸기주를 들이켰다. 음.. 맛은 있지만 확실히 도수가 너무 낮아. 하기야 요정들은 요걸로도 잘만 취하긴 하지만. 근데 좀 너무했나? 질리안 녀석이 폭발 직전인 것을 본 나는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나며 잔을 땅땅 두들겼다.

일시에 주목되는 시선. 심지어는 예술을 좋아하는 요정들답게 시작부터 지금까지 끊기지 않고 들려오던 요정들의 노래도 멈췄다. 난 헤죽 웃고는 말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착한 아이는 과음하면 안 돼~”


곳곳에서 폭소와 더 마실 수 있단 항의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지만 난 손사래를 치며 오늘의 모임을 해산시켰다. 요정들도 좀 심하게 취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요정들을 타락시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걱정이지만, 훗, 모름지기 이정도 즐길 거리는 있어 줘야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정신을 차릴겸 해서 냇가로 가서 세수를 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에릴이 날 쫓아와 서있었다.


“어, 에릴. 세수하러 온거야?”

“아니, 라샤크랑 같이 돌아가면서 얘기 하러왔어.”


거 솔직하기도 하네. 음.. 난 솔직히 좀 두근거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걸었다.

와, 이 달 밝은 밤에 요정 여인과 단 둘이 산길을 걷게 될 줄이야. 고작 한 달 전의 나만해도 감히 상상 속에서조차 엄두를 못냈을 만한 일인데. 기분은 좋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이 순수한 요정들을 내가 물들이는 것은 아닐까?


“인간들은 다 라샤크 같아?”


에릴은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내가 얼굴을 가까이 내밀며 물었다.

오뚝하고 가녀린 콧날, 달빛 속에서 녹색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눈동자, 자그마한 입술. 정말 미인이다. 요정 마을에 지내다보니 눈에 익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볼때마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가깝다. 마치 그림으로 그려져있는 미인화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할 것이다. 아, 이러다 세상에 나가서 부적응하는 거 아닌지 몰라.


“글쎄, 나보다 착한 놈도 있고 나쁜 놈도 있고 이상한 놈도 있겠지. 하지만 에릴. 인간에 대해서 나 때문에 좋게만 생각하거나 하진 말아줘.”


좀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많은 젊은 요정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걱정인거다. 이들은 너무 순수하고 선량하다. 그래서 나의 겉모습만 보고도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기회가 된다면 이들에게 꼭 이런 주제넘은 충고를 하고 싶었다.


“왜?”

“인간은 요정처럼 선량하지 않거든. 나도 세상 오래 살거나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알고는 있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사고로는 감히 생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추악한 면도 많으니까.”

“..하지만 라샤크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에릴은 싱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매력적이다. 미치도록 매력적이어서 당장 껴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나는 심장이 쿡쿡 쑤셔서 억지로 낯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순수함을 상대로 내 욕망을 채울 정도로 난 뻔뻔하지 못하다.


“나도 그래. 어쩌면 난 너희들을 다 속이고 있는 걸지도 몰라. 너희의 순진함을 이용해서 말이야. 마을의 어린 요정을 구해준, 익살스럽고 활기차고 싸움도 좀 하는 착한 놈을 연기하는거지.”

“..그래?”

“모르겠어.”


난 솔직하게 대답하곤 말없이 계속 걸었다. 난 착한 놈이 아니다. 지금만 해도 에릴을 강제로 안고 싶단 생각을 했으니까. 그리고 여자 요정들을 보면 모두 미인이라 눈이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내가 돈과 권력이 넘쳐났다면 이들을 잡아다 내 노예로 삼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아, 예전엔 그냥 다 혼자 침 흘리면서 맘껏 상상하고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건 오히려 내가 요정들에게 영향을 받은 걸까? 그들의 순수함에 도리어 내가 죄책감을 느끼게 된 걸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우리는 말없이 마을 거의 근처까지 도착했다.


“라샤크.”

“응?”


에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날 살며시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의 활기차고 섬세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에릴이 아닌 마치 자애로운 여신 같은 미소다. 그녀는 그렇게 날 바라보며 말했다.


“요정은 지혜로워. 우리는 인간에 대해 알고 있고 너의 생각처럼 순진무구하게 그들에게 당하지 않아. 우리는 인간을 볼 때, 작게나마 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어. 아니면 최소한 그 편린이라도. 그래서 우린 알아. 정확하진 않아도 최소한 그 사람이 영혼이 때 묻었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어.”

“...?”

“아마 종족이 다르니.. 넌 이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우리는 네가 요정을 구하고, 익살스럽고, 활기차고, 싸움을 잘하는 착한 인간이라서 좋아하는게 아냐. 라샤크 네가 좋은 거지. 요정에 대해 오해 하지 마. 다른 조건이 있어야 요정이 호의를 갖는 것은 아니야.”


그 말이 어쩐지 가슴을 울린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물론.. 라샤크 넌 영혼이 맑아.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는.”

“..에릴.”


난 감격스러워서 눈시울이 저리기 시작했다. 아악! 울면 안 돼. 이런 말을 듣고 울면 이 얼마나 꼴불견이냐!

난 전력을 다해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내 조금씩 다가오는 에릴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에릴은 거의 뺨을 닿을 정도까지 다가온 후에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말이야, 또 한 가지 요정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게 있어. 요정은 말이야.. 라샤크 네 생각처럼 순진해빠진 것만은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곧장 내게 키스했다. 그것도 마우스 투 마우스.

우웁. 내가 깜짝 놀라는 사이에 무엇인가 촉촉한 것이 내 입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아앗! 뭐야? 헉.. 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어서 버둥거렸고 한참 후에야 그녀는 내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얼이 빠져있는 날 보며 싱긋 웃고는 앞장서서 마을로 돌아가 버렸다. 허.. 첫 키스였는데. 나, 지금 당한거야? 요정한테?! 난 밝디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처량 맞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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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 기이한 저택 (3) 19.10.05 316 4 14쪽
57 57화 - 기이한 저택 (2) 19.10.03 337 4 14쪽
56 56화 - 기이한 저택 (1) 19.10.01 347 4 11쪽
55 55화 - 모험가 (3) - [ 1부 : 시 작 편 完 ] 19.09.30 320 5 14쪽
54 54화 - 모험가 (2) 19.09.28 359 5 11쪽
53 53화 - 모험가 (1) 19.09.28 323 6 12쪽
52 52화 - 조우 그리고 이별 (7) 19.09.27 368 6 10쪽
51 51화 - 조우 그리고 이별 (6) 19.09.26 324 6 11쪽
50 50화 - 조우 그리고 이별 (5) 19.09.26 327 5 10쪽
49 49화 - 조우 그리고 이별 (4) 19.09.25 330 5 15쪽
48 48화 - 조우 그리고 이별 (3) 19.09.24 441 5 14쪽
47 47화 - 조우 그리고 이별 (2) 19.09.23 346 5 13쪽
46 46화 - 조우 그리고 이별 (1) 19.09.23 340 5 9쪽
45 45화 - 여걸의 일면 (3) 19.09.22 326 5 9쪽
44 44화 - 여걸의 일면 (2) 19.09.21 337 6 9쪽
43 43화 - 여걸의 일면 (1) 19.09.21 370 7 16쪽
42 42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8) 19.09.20 360 5 10쪽
41 41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7) 19.09.19 341 6 16쪽
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2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39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0 6 12쪽
37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4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7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4 8 12쪽
33 33화 - 미묘한 협력관계 (2) 19.09.12 362 5 10쪽
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7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3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7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6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5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7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3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4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1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8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5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2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6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499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7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1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5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6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6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8 14 12쪽
»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40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3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6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799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2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3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0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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