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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님의 서재입니다.

라샤크 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헤로도토스
그림/삽화
수수문학
작품등록일 :
2019.08.22 22:10
최근연재일 :
2019.12.24 21:58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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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63
추천수 :
657
글자수 :
531,751

작성
19.10.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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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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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61화 - 기이한 저택 (6)

DUMMY

나는 잉겔을 남겨둔 채로 다시 테라스로 나갔다. 이제 살아남아있는 인질이라곤 그 모험가 두 명뿐이라고 하며, 마찬가지로 탈출에 대비해 3층에 감금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모험가들을 구하고, 소란을 일으키고, 잉겔의 아들도 구해야한다. 그러고 나서는 이곳에서 탈출을 해야 한다. 탈출을 해도 아마 추격해올 테니 다음엔 추격전을 벌이기까지 해야 하는군.

제길,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빡빡하다. 게다가 변수도 너무 많다. 일단 잉겔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는데다가 설령 믿더라도 그가 혼자 무사히 테시온까지 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할 수 있을까? 난 입술을 깨물며 테라스를 휙휙 몇 개 건너뛰어 방이 아닌 복도로 곧장 들어섰다.


“WEN..!"


복도에 가볍게 착지하자 재수 없게도 바로 지나가던 하인의 옆이었다. 나를 발견한 하인은 괴상한 언어로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난 곧장 그자를 뒤에서 덮쳐 입을 틀어막고는 등판을 창으로 찔러버렸다.

가슴을 뚫고 창날이 드러났지만 역시나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난 그대로 축 늘어진 시신을 적당히 구석에 던져버리고는 복도를 질주했다. 이젠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한번 방향을 꺾자 저 멀리 어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잉겔이 말한 감금장소다. 창문도 없이 완전 밀폐된 곳을 늘 지키고 있다고 했던가?

한 녀석은 기사의 복장을, 한 녀석은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모습을 나타내자 두 녀석 모두 고함을 질렀다.

쳇, 이제 발각이로군. 자기들끼리는 대체 어떻게 구분하는 거지? 잠시 혀를 찬 나는, 두발로 바닥을 강하게 딛고는 허리와 어깨, 팔을 강하게 비틀어 창을 날려 보냈다.

바아아! 내 창은 일직선으로 공기를 무섭게 가르고 날아가 한 놈의 몸을 꿰뚫었고 동시에 나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병사의 모습을 한 괴물이 나를 향해 손톱을 세우며 마주 달려들었지만, 조악하다.

집단전이라면 저런 전투방식이 꽤나 유용하겠지만 일대일에선 오히려 허점이 너무나 많다. 아직 저 괴물들이 인간의 육체를 효율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지.

트롤이나 곰 같은 생명체라면 손톱을 이용한 휘두르기가 오히려 더욱 위협적이겠지만 인간의 육체는 단순히 저런 식의 전투를 하기엔 그리 적합하지가 않다.

일단 팔도 짧고 자세가 무너지면 힘을 내기 힘들며 치명상을 줄만한 무기라곤 이빨정도가 전부인데 그마저도 그다지 상대를 깨물거나 하기엔 좋지 않은 구조다. 물론 격투술을 정식으로 배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지만, 저렇게 힘과 속도에만 의지한 맨손전투에는 영 맞지 않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도구를 사용하는데 익숙하며 편리한 체형을 가진 종족인만큼 만약 저치들이 무기라도 다루기 시작한다면 그때야말로 정말로 골치 아파질 테지만..

난 마구잡이로 팔을 휘두르는 괴물의 공격을 측면으로 슬쩍 피해내며 그대로 지나쳐 달렸다. 그자는 괴성을 지르며 무섭게 따라붙었지만 난 가볍게 무시하고 앞으로 슬라이딩을 한 후, 벽에 기사의 시신과 함께 박혀있던 창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연이어 부드럽게 몸을 틀며 횡으로 창을 강하게 휘둘러 그대로 병사의 목을 끊어버렸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병사가 몸과 목이 분리된 채 나동그라진다.

흠, 역시 이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의 요지는 일대일이다. 전투능력이야 대단히 저돌적이고 뛰어나지만 전투방식이 매우 어설프다. 일대일의 상황으로만 이끌고 나간다면 내 적수는 되지 못한다.

난 널브러져 있는 두 시신을 빠르게 확인하고는 곧장 잠겨있는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우욱.. 제기랄.”


그곳은 피와 오물 그리고 썩은 내음새가 뒤섞여 그야말로 코가 쩡하고 울릴만큼 강렬한 악취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히 희생자들을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다 캐내면 바로 이곳에서 죽여 버린 모양이다.

벽은 온통 피와 오물이 뒤섞여 제대로 된 구석을 찾을 수가 없었고, 날파리들과 구더기들이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온전한 편인 방의 한 구석에 무릎을 꿇은 채 나란히 묶여있는 두 사람.

한명은 짧은 잿빛 머리카락에 가벼운 가죽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날렵한 체형의 사내였고, 다른 하나는 매우 지저분해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선명해보일만큼 붉은 긴 생머리를 가진 장신의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곳곳이 플레이트로 처리된 특이한 가죽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으, 정말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군. 둘은 고개를 푹 숙인채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내가 그쪽으로 다가서자 먼저 여인 쪽에서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꺼져라. 할 말은 다했다.”


더없이 차가운 말투. 휴, 다행이 아직 정신은 온전한 모양이구나. 사람을 감금하고 고문을 할 때, 가장 무서운 점은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무너뜨린다는 데에 있다.

반복되는 공포, 고통, 그리고 무력감만큼 인간을 쉬이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없을 테니까. 지저분하고 또 지쳐보였지만 표독스레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연한 갈색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도리어 한숨을 쉬었다.

이 마당에 할 말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 정체모를 괴물들이 휴머노이드 몬스터이거나 하지 않은 것이 천운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가 무슨 꼴을 당했을지는 뻔하다. 그놈들에겐 대체적으로 성욕이란게 있지.


“당신들이 잡혀있다는 모험가들인가?”

“..키킥. 큭큭큭. 또 무슨 개수작이냐, 거지같은 괴물 놈아.”


이번엔 옆에 있던 잿빛 머리카락의 사내가 고개를 들며 비아냥거렸다. 그의 회색 눈동자나, 이런 일을 겪고도 꽤나 밝아 보이는 인상에는 아직까지 충분한 힘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대했던 대로 강한 자들이다. 하긴, 안 그러면 곤란하지. 이들과 힘을 합쳐 살아남아야 할 판이니까.


“이제 제법 인간인 척을 잘한다만, 이런다고 우리가 순순히 말할 성 싶나? 그만 포기하고 죽이시지. 조만간에 군대가 들이닥쳐 너희들을 싸그리 죽여 버릴 테니까.”


오히려 사내는 기세 좋게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곧장 창을 들어올렸다.

그들은 일순 흠칫했지만 난 간단히 둘을 단단히 옮아 매고 있던 두터운 밧줄을 끊어주었다. 그리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에게 말했다.


“용병길드에서 온 라샤크다. 너희는?”

“말하지 마, 속임수야.”


사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시뻘겋게 부어오른 손목을 어루만졌지만, 붉은 머리의 여인은 그렇게 날카롭게 동료를 저지하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하기야 칠일 동안 괴물들 틈에 갇혀있었으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없겠지. 잠시 고민을 한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나는 재빨리 품에서 꺼낸 물건을 여자에게 던져주었다.


“이건..”

“아이가우저의 눈이다. 모험가라면 알고 있을 테지? 그걸 들고 실체를 보길 염원해봐. 내가 그 물컹거리는 괴물들이 변신한게 아니라는게 보일 테니까. 아니면 문밖의 시체를 직접 확인해도 되고.”


이걸 이렇게 쓰게 되는군. 아, 잠깐. 처음 이곳 별장 저택에 들어설 때부터 써봤으면 괴물들의 정체를 금방 눈치 챘을 텐데! ..그렇게까지 하긴 좀 무리였나? 설마하니 이런 괴물들이 있는 줄 누가 알았겠어.


“..진짜로군.”


여인은 나는 물론 문밖에 시체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차분하게 말하며 구슬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사내는 얼굴 가득 화색을 띄우며 웃었다.


“와하하핫, 라샤크랬나? 고마워. 역시 아직 죽을 때는 아니었나봐. 끈질기게 버틴 보람이 있군. 아아, 어제는 그놈들이 우리 동료로 변신해서 수작을 부려서 당신도 금방 믿을 수가 없었어. 부디 조금 전 태도는 이해해줘.”


꽤나 쾌활한 성격이군. 하지만 공치사나 하고 있기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난 사내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재빨리 말했다.


“이미 침입자가 있다는게 발각됐어. 시간이 없으니 너희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도와달라니.. 탈출하는게 아니라?”

“너희 말고도 구할 사람이 있어. 남작으로 변신하고 있는 우두머리가 데리고 있다는데, 2층에 있을 테니 그곳까지만 간 후에 탈출하지.”


그 둘은 서로를 한번 마주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당장 탈출하는게 최우선일 테지만.. 좀 이기적일지 몰라도 나는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적의 숫자가 엄청난 이상 나 혼자서 구출과 탈출을 하는 건 무리였으니까. 두 사람은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을 하는 듯 했지만 잠시 후 남자 쪽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내키진 않지만 도움을 받은 처지니 할 수 없지.”

“몸 상태들은 어때?”

“이봐, 이 꼴로 7일간을 갇혀있었다고. 솔직히 죽을 지경이지만 지금 안 움직이면 정말 죽을 테니 어쩔 수 없을 뿐이야. 그렇지, 아이린? 아, 소개가 늦었는데 나는 모험가인 던컨 발데인이고 이쪽은 아이린.”

“......”


던컨이라고? 밝은 인상만큼이나 꽤나 솔직하고 붙임성이 있는 성격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아이린이라 소개를 한 여인은 무표정하게 그저 고개만 까딱하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려나? 몸 상태들이 말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 부분이 좀 염려스럽긴 했지만 던컨의 말대로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그런 걱정도 다 소용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앞장서서 방을 나섰다.

아래층에 인기척들이 가득하고 소란스러운 것이, 이미 아까 전 저 괴물들의 고함소리가 저택 전체에 퍼진 것이 분명했다.


“너희들 무기는?”

“아마 근처 방에 두었을 거야. 먼저 그것부터 찾지.”


내 뒤를 따라 나온 그들은, 과연 숙련된 모험가들답게 굳이 내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두 사람은 옆방에서 자신들의 무기를 찾아왔는데, 던컨은 짧은 숏소드 두 자루를 쌍수검으로 들고 있었다. 호리호리하게 날렵한 체격도 그렇고, 스피드를 중시하는 타입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이린이란 여인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비록 그녀가 여성이면서도 거의 백팔십 메릴에 가까운 보기 드문 대단한 장신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다루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대검을 등에 차고 나타난 것이다.

등에 차니 거의 발꿈치 가까이까지 오는 길이와, 대검치고는 두께는 얇았지만 그래도 거의 그녀의 허리만한 너비를 가진 그야말로 거검(巨劍)이었다.

저건.. 나라도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상황이 촉박한만큼 난 별다른 말없이 곧장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향했다.


“VEDONASWE, RANDUF!"


쳇, 어째 나타나는게 좀 늦다했더니 아예 아래층에서부터 포위망을 구축하며 수를 모으고 있던 건가?

난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각각 다른 모습을 한 다섯의 괴물들을 바라보고는 창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그런 내 옆을 쌩하고 스쳐지나가는 던컨과 아이린.

어? 내가 깜짝 놀라는 사이에 둘은 재빠르게 괴물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먼저 던컨이 날렵하게 검을 휘두르며 적들의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서 전열을 흐트러뜨리자, 아이린이 등에서 그 대검을 뽑아들며 강하게 횡으로 휘둘러 적들의 전면부를 그야말로 휩쓸어 버렸다.


“하?”


굉장한 움직임이었기에 나는 솔직히 감탄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무식하게 큰 검을 저렇게 쉽게 다루다니!? 단 일격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하녀모습을 한 괴물의 허리를 깔끔하게 두 동강을 내버리는 아이린을 보며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무리를 해서 억지로 휘두른 것이 아니다. 흡사 평범한 장검을 휘두르듯이 저 대검을 휘두른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던컨은 번개처럼 쌍검을 휘두르며 남은 적들의 뒤쪽에서 공격을 이어갔고, 아이린은 앞쪽에서 계속 적들을 밀어붙였다.

정말 순식간에 괴물 셋이 손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쓰러졌다. 곧이어 나도 가세해서 협공으로 나머지 둘을 쓰러뜨리고 나자,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나를 향해 던컨이 피식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마법검이야. 검의 주인은 저걸 꽤 가볍게 다룰 수 있지. 뭐, 그렇다고 그녀의 실력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진홍의 아이린이라고 하면 이 바닥에선 제법 유명한데, 모르나?”

“..쓸데없는 소리 마. 지금 이 괴물들이 뭉쳐서 포위해오면 탈출이고 뭐고 끝장이니까. 나나 던컨 너는 지금 오래 싸울 상태가 못 돼.”


아이린은 싸늘하게 대꾸하고는 앞장서서 2층으로 내려섰다. 던컨은 내게 ‘원래 저래’ 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그 뒤를 쫓았다.

예상보다 더 대단한데? 이들은 소위 ‘모험’ 이란 걸 한답시고 모험가 흉내를 내고 다니는 풋내기나 어중이떠중이들이 결코 아니었다. 상당히 보기 힘들다는 진짜 정통 모험가들. 난 내심 감탄하면서 그들을 쫓았다.

냉정하기는 하지만 아이린의 말이 맞다. 상황이 우리들에게 썩 좋지 못했다.

이 괴물들은 이미 우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데다가, 무엇보다 지금 당장이야 일시적인 상태의 호전과 적들에 대한 분노 등으로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다지만 저 둘은 칠일간이나 감금, 고문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 것치곤 놀랄만큼 건강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체력적으로 그리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쫙 깔렸어. 젠장, 어떻게 숫자가 더 늘었지?”


계단으로부터 2층의 중앙홀에 내려서자 나는 상황이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던컨의 낭패한 중얼거림처럼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괴물들이 이미 즐비하게 서있었던 것. 똑같이 생긴 인간들이 수두룩한걸 보니 기분이 참 묘하군. 아마 사람 수보다 이 괴물들 수가 더 많았던 모양이지? 젠장.

대충 눈대중으로도 괴물이 족히 마흔 마리는 되어 보인다. 게다가 아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에서는 적들이 더 올라오고 있어서 우리는 순식간에 중앙홀과 계단사이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우려했던 상황이다. ..역시 모험가들만이 아니라 잉겔의 아들까지 구해낸다는 건 너무 무모했나.


“위층으로 물러서자. 승산이 없어.”


던컨은 마른침을 삼키며 들릴 듯 말듯 작게 말했다. 다행히 놈들은 근거지를 아래층이나 지하에 두고 있었는지, 아직 위층으로의 계단은 열려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괴물들은 그대로 서서 우리를 씹어 먹을듯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저들이 일제히 달려들면 우린 순식간에 끝장이니 지금 물러서야한다. 분명 저들의 전투방식은 일대일 상황에서는 매우 취약하지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난전 양상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위협적인 것이다.

즉시 던컨과 아이린은 무기를 치켜들며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지만 난 고민에 빠져버렸다.

잉겔의 아들은? 그리고 3층으로 간다면 창문으로 탈출하는 방법뿐인데, 이렇게 우리 움직임을 완벽하게 예측하며 대응하고 있는 괴물들이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까?


“이런, 손님들이 어디를 가시려고 하는가.”


그때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와 함께 3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갑자기 시커먼 벽이 솟아올랐다. 마치 이놈들의 진짜 몸처럼 물컹거리는 거무스레한 벽이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아이린이 즉각 벽을 향해 그 범상찮은 대검을 강하게 휘둘렀지만, 검은 마치 물을 베듯이 벽을 지나칠 뿐 벽 자체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그 재질만으론 몸으로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저건 아무리 봐도 함부로 건드릴 성질의 물건이 아니다. 던컨과 아이린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 채 이를 갈며 벽을 등지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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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 계집애같은 소년 (5) 19.11.16 21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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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 계집애같은 소년 (1) 19.11.07 24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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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 슬픔의 이유 (1) 19.10.31 256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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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 탈출 동료 (5) 19.10.26 263 2 12쪽
67 67화 - 탈출 동료 (4) 19.10.24 326 3 11쪽
66 66화 - 탈출 동료 (3) 19.10.22 33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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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 기이한 저택 (7) 19.10.15 29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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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 기이한 저택 (4) 19.10.08 30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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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 기이한 저택 (2) 19.10.03 33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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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 조우 그리고 이별 (3) 19.09.24 442 5 14쪽
47 47화 - 조우 그리고 이별 (2) 19.09.23 34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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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 여걸의 일면 (2) 19.09.21 337 6 9쪽
43 43화 - 여걸의 일면 (1) 19.09.21 372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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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7) 19.09.19 341 6 16쪽
40 40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6) 19.09.18 343 7 14쪽
39 39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5) 19.09.17 340 6 11쪽
38 38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4) 19.09.17 391 6 12쪽
37 37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3) 19.09.16 354 6 16쪽
36 36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2) 19.09.14 388 6 11쪽
35 35화 - 검은 삭월과 황금 왕녀 (1) 19.09.13 358 6 9쪽
34 34화 - 미묘한 협력관계 (3) 19.09.12 364 8 12쪽
33 33화 - 미묘한 협력관계 (2) 19.09.12 362 5 10쪽
32 32화 - 미묘한 협력관계 (1) 19.09.11 367 6 15쪽
31 31화 - 로망티스트 (3) 19.09.10 374 7 10쪽
30 30화 - 로망티스트 (2) 19.09.10 377 7 11쪽
29 29화 - 로망티스트 (1) 19.09.09 386 5 13쪽
28 28화 - 신경쓰이는 동행 (7) 19.09.08 395 8 11쪽
27 27화 - 신경쓰이는 동행 (6) 19.09.07 457 7 11쪽
26 26화 - 신경쓰이는 동행 (5) 19.09.07 404 9 12쪽
25 25화 - 신경쓰이는 동행 (4) 19.09.06 428 9 14쪽
24 24화 - 신경쓰이는 동행 (3) 19.09.06 453 9 13쪽
23 23화 - 신경쓰이는 동행 (2) 19.09.05 454 12 10쪽
22 22화 - 신경쓰이는 동행 (1) 19.09.04 451 12 10쪽
21 21화 - 구출의 로망 (8) 19.09.03 448 14 10쪽
20 20화 - 구출의 로망 (7) 19.09.03 456 14 13쪽
19 19화 - 구출의 로망 (6) 19.09.02 473 13 16쪽
18 18화 - 구출의 로망 (5) 19.09.01 467 12 8쪽
17 17화 - 구출의 로망 (4) 19.08.31 499 12 12쪽
16 16화 - 구출의 로망 (3) 19.08.31 514 13 9쪽
15 15화 - 구출의 로망 (2) 19.08.30 517 12 10쪽
14 14화 - 구출의 로망 (1) 19.08.30 548 12 12쪽
13 13화 - 왕자같은 공주 (3) 19.08.29 552 13 15쪽
12 12화 - 왕자같은 공주 (2) 19.08.29 565 14 13쪽
11 11화 - 왕자같은 공주 (1) 19.08.28 607 15 12쪽
10 10화 - 요정의 숲 (7) 19.08.27 617 15 10쪽
9 9화 - 요정의 숲 (6) 19.08.26 609 14 12쪽
8 8화 - 요정의 숲 (5) 19.08.25 640 14 10쪽
7 7화 - 요정의 숲 (4) 19.08.25 674 16 16쪽
6 6화 - 요정의 숲 (3) 19.08.24 667 18 10쪽
5 5화 - 요정의 숲 (2) 19.08.24 799 15 15쪽
4 4화 - 요정의 숲 (1) 19.08.23 942 17 8쪽
3 3화 - 스승과 제자 (3) 19.08.22 1,093 15 10쪽
2 2화 - 스승과 제자 (2) 19.08.22 1,240 20 14쪽
1 1화 - 스승과 제자 (1) +2 19.08.22 2,4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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