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풍우 치는 밤에
어느 날, 인류왕국의 수도에서 이발사를 하던 그는 초대를 받아 으스스한 저택을 방문했다.
그 저택은 항상 으스스한 저택이라 불렸다. 토지신의 저주를 받아 1년 내내 먹구름이 끼고, 돌풍이 불고, 번개가 쳤기 때문이다.
꼴이 그모양이어서 영 좋지 않은 소문 투성이었지만 이발사는 초대에 응했다. 그는 이발사이고, 충분한 비용을 지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객이었으니까.
“누구의 머리를 잘라드리면 되겠습니까?”
“사람이 아니라, 번개를 잘라주셨으면하오.”
“···녜?”
“이왕이면 별모양으로.”
가문을 이어받은 지 얼마 안 된 젊은 귀족은 눈살을 찌푸린 채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눈이 나빠질 정도로 번개를 봐왔더니 슬슬 좀 질려서 말이외다.”
“아니, 눈이 나빠질 정도면 차라리 토지신의 저주를 풀어달라 하시지.”
“평생 치던 번개가 없어지면 그건 그거대로 허전하지 않겠소?”
“ ”
“역시 어렵겠소?”
귀족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이발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이발사가 자르지 못할 것은 없다.”
이발사의 손을 거쳐간 고객은 모두 개운해야 하는 법.
순식간에 작업복으로 갈아 입은 이발사는 빗과 가위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돈이나 준비해 두시오. 애송이 양반. 내일부터는 포니 모양 번개를 보면서 일어날 테니까.”
***
이발사가 다녀간 후, 으스스한 저택은 이제 으스스한 저택이라 불리지 않게 되었다. 조랑말과 토끼, 해바라기 모양 번개가 치는 저택은 이제 인근 영지에서 가장 유명한 테마파크였다.
그리고 더 화려해진 번개를 매일 보게 된 귀족의 눈은 더 나빠졌다.
- 작가의말
예. 간만입니다. 혹은 안녕하세요. 서벌머리입니다. 녹차백만잔입니다.
지난 12월 5일에 카카페 두번째 연재작 끝내서 극도로 한가해진 녹차입니다.
일단은 멍판모(21년에 완결한 엽편집)에서 설정공유만 한 게 아니라 후속이란 느낌으로 써볼까 합니다.
뭐, 대부분은 엽편으로 짤막한 개그만 치겠지만 말이죠.
본 작도 소소하게 즐겨주시면 기쁘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연재 하려다 못하고 완전히 방치했던 애들도 일단 한번 정리한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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