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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370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3.05.21 08:06
조회
54
추천
1
글자
5쪽

115. 뱃사람의 지혜

DUMMY

"쏴라! 전함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인류왕국의 해군은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


인류왕국의 여왕이 신형 전함 진수식에서 전함을 일격에 부순 이야기는 왕국 해군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고, 결과적으로 해적을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갓 결성된 해적단이 상선이나 작은 마을이 아니라 대담하게도 제독의 본대가 있는 항구도시를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험도 없는 녀석들이 한탕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간이 부어 있었다.


"그핫핫핫! 겁쟁이 해군 녀석들. 반격이라고 오는 게 화살뿐이군!"

"배 주위에 마법 해제 영역을 전개해 놓는 건 상식이잖아? 휘히히!"

"이런이런. 이거 낙승이로군. 낙승이야."


***


"···라고 합니다. 각하."


망원경과 독순술을 활용해 해적 간부들의 대화를 파악한 부관이 보고하자, 기다란 일광욕 의자에 누워 코코넛 주스를 음미하던 제독은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 올렸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관?"

"생각하시는 대로, 빡대가리 중의 상빡대가리입니다."

"음. 역시 그런가.“

"웃는 건 왜 저따위로 웃는지.“

"난들 알겠나. 바다를 연극으로 배웠다거나.“


들어 올렸던 선글라스가 다시 내려갔다.

맑은 날이라 눈이 부셨고, 더는 집중해서 들을 보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 화살에 쪽지 달아서 날리라고 제대로 지시했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해적이라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들인데. 저도 개죽음당하는 거 보기는 싫습니다."

"바다를 밥으로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바다도 모르는 놈들이 해적을 하겠다고 나대기는. 쯧쯧. 그것보다 혼자 마시기도 뭣한데, 자네도 한잔하겠나?"

"이왕이면 코코넛보다는 술이 좋겠습니다만."

"상관없겠지. 일단은 해적이라 애들 비상대기시킨 거 해제시키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할 일은 없고. 앉아서 마시게."

"감사합니다. 각하."


부관이 옆의 의자에 앉아 럼주를 따라 마시는 사이, 포탄 한 발이 그들이 있는 테라스를 정확히 노렸다.

하지만 제독도 부관도 놀라지 않았다. 다른 병사들 역시 놀라서 달아나거나 제독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리는 대신, 몰래 숨겨둔 간식용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었다.

만사를 마법으로 해결했던 현자의 시대에 지어진 항구도시고, 당연히 마법적 조치가 되어 있다. 포탄은 벽면에서 솟구친 강풍에 휘말려 힘을 잃고는 다시 바다로 날아갔다.

포탄 자체에 항마술식을 새기거나 축복받은 포탄이 아닌 이상 마법으로 만들어진 바람 장벽은 돌파할 수 없다.

사정은 항구 쪽도 마찬가지. 해적은 벌써 수십 발의 포탄을 낭비했지만 단 한발도 제대로 착탄 된 게 없었다.

이래서야 해적들의 포격은 돈을 바다에 버리는 꼴과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참고로, 제독의 지시에 따라 해군들이 화살에 매단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 도망쳐 이 상멍청이들아.

- 지금 크라켄 산란기임.

- 죽고 싶지 않으면 그만 쏘고 도망쳐!

- 도망쳐어어어어어어어!

- Swim, pirates. Swim!


늦게나마 해군들의 메시지를 읽은 해적들은 급히 뱃머리를 돌렸지만, 때는 늦었다.

심해에서 빨판 달린 촉수가 올라왔다.

선체의 가장 굵은 부분을 세 바퀴 반 감고도 여유가 있는 길이.

굵기는 통나무 같아 칼이며 창을 아무리 써도 절단되지 않았다. 절단은커녕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무서울 정도로 탄성이 뛰어난 촉수는 날아드는 공격을 모조리 튕겨버렸다.

성인 남성을 삼킬 만큼 커다란 빨판은 또 어떤가. 빨판이 달라붙는 곳마다 나무가 으직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종이처럼 구겨졌다.

돛대가 꺾이고, 선수상이 떨어져 나갔다. 화약저장고가 유폭해 배가 안에서부터 파괴되었다. 고정되었던 대포는 통제를 벗어나 포갑판 위에서 춤을 췄고, 미처 도망가지 못한 포수를 뭉개버렸다.

저 혼돈과 죽음 속에서 살아남는 해적이 있다면 값진 교훈을 얻으리라.

산란기의 크라켄이 있는 근해에서 대포를 쏜다는 게 얼마나 머저리 같은 짓인지에 대한 교훈 말이다.


"언제봐도 무섭구만."

"자업자득 아니겠습니까."

"이래서 층간소음을 조심해야 하는 거야."

"주거단지 소음 민원도 크라켄을 두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랬다간 주거지 통째로 크라켄 밥이 될걸."

"오우. 그것도 그렇네요."


산란기의 크라켄이 사는 바다는 조용히 지나가라.

그건 뱃사람들에게 마법보다도 우선시 되는 상식이자 경험이고, 지혜였다.


작가의말

층간소음 (바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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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73. 흡혈귀 3 23.07.03 32 1 6쪽
196 172. 사천왕 +1 23.07.02 29 1 9쪽
195 171. 현자 표류기 2 23.07.01 26 2 9쪽
194 170. 호위 +1 23.06.30 30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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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148. 여우와 두루미 23.06.11 55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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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46. 마녀를 물에 또 던져라 23.06.09 28 2 4쪽
169 145. 인어와 청년 23.06.09 26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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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43. 마왕 2 23.06.08 2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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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141. 북풍과 태양 2 23.06.08 3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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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36. 별 23.06.04 3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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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133. 사막 +1 23.06.02 31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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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30. 고문 23.05.31 29 1 7쪽
153 129. 북풍과 태양 23.05.31 30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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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18. Ai 23.05.23 3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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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16. 소환 23.05.21 37 2 7쪽
» 115. 뱃사람의 지혜 +1 23.05.21 55 1 5쪽
138 113. 전생자 4 23.05.20 74 2 4쪽
137 112. 과자의 집 +1 23.05.19 37 2 3쪽
136 111. 늑대와 양 23.05.19 68 2 4쪽
135 110. 산중 호걸 23.05.18 36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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