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힘을 숨긴 헤어스타일
게임 판타지 세계에 오게 된 그녀는 대강의 시스템을 보고 확신했다.
'이건 분명 연애 시뮬레이션이야!'
분석을 통해 아무래도 자신이 주인공 포지션은 아니라고 결론지은 그녀는 주인공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세계의 재밌는 일은 항상 주인공 근처에서 일어나는 법.
연애는 둘째치고, 그녀는 이왕이면 평온보다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게임 판타지를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답'으로 보이는 인물을 발견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앞머리가 긴 녀석이 주인공이 아닐 리가 없지!"
"뭐, 뭐야?"
"크헤헷. 도망가지 말라고. 내가 네 매력치를 배로 올려줄 테니까!"
소년을 억지로 미용실에 데려간 그녀는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리시한 헤어스타일을 주문했다.
"후후후. 앞머리가 가려진 무개성한 얼굴로도 연애 플래그가 세워지는 주인공이라면, 제대로 스타일을 갖춘 뒤에는 인기가 배로 늘어나지 않겠어?"
뭐, 이론만 따지면 그녀의 주장에 어긋난 부분은 없었다.
'얼굴이 세상의 모든 건 아니다'라거나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분명 정론이지만, '얼굴로 첫인상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게 당연하잖아' 또한 정론이었으니까.
드레스코드나 에티켓같은 게 괜히 있겠는가?
그렇다. 앞머리를 잘라 스타일을 가꾸는 건 분명 인기가 많아지는 길 중 하나였다.
그녀가 속한 세계가 연애 시뮬레이션의 게임 판타지 세계였다면 그랬다는 이야기다.
"크하하하! 해방이다! 어리석은 인류여. 드디어 이 몸을 구속하던 앞머리를 잘랐구나!"
"엣."
"굴복하라! 이 몸의 Young하고 완전 MZ한 '칠흑의 힘' 앞에!"
"대사가 구려······!"
그녀가 오게 된 게임 판타지 세계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하드코어 스타일 액션 롤 플레잉 게임.
아주 노골적으로 장르를 특정하자면, 소울라이크.
어디선가 라틴어로 웅장한 노래가 들려오면서 히든 보스인 '힘을 봉인 당했던 흑염룡의 전학생'과의 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그녀는 생각했다.
'시발 개똥겜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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