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뱁새와 황새
"하하하. 무리하지 말게나. 참새가 봉황의 뜻을 모르듯, 뱁새의 다리는 황새를 따라오지 못하는 법이니까."
황새는 그 말을 남기고 뱁새를 추월해 성큼성큼 걷더니, 이내 건물들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이때 황새는 알지 못했다.
황새가 깔보고 있을 때 뱁새는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켜놓은 상태였고.
"안녕 친구들? 방금 잘 들었지?"
그는 7억 마리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초 헤비급 월드 인플루언서였으며.
"오늘은 어떤 씹새에 대해 얘기해줄까 해."
뱁새가 오늘 일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
"나흘 후!"
조류의 나라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광물 인간이 그렇게 말했지만 실제로는 열흘 후.
"그래서. 기분이 어때?"
" "
뱁새는 찌르르 웃으며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황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황새는 만신창이었다.
가지런했던 털은 산채로 기름에 던져지기 전에 간신히 도망쳐 나온 것처럼 엉망이었고, 머리는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두루미처럼 빨간색이었으며, 다리에는 깁스를, 날개 밑에는 목발을 달고 있었다.
뱁새의 말 한마디에 심각한 조류 차별의 아이콘이 된 황새에게 지난 열흘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마침 순찰 중이던 짭새가 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침 해를 보지 못했으리라.
"발 없이 천 리를 가는 말에 치이니까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시나?"
" "
"앞으로 처신 잘하라고. 짹짹짹!"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뱁새는 자신의 잘못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SNS를 악용해 사이버불링과 폭행을 유도한 게 잘못된 거냐고?
뭐, 그것도 있고.
근데 그건 법정에 끌려 나가기 전까지는 심각하게 잘못된 걸 모르는 새가 더 많다.
애초에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면 악용하지도 않을 테니까.
뱁새의 잘못은 훨씬 더 빠르게 대가를 치르는 타입의 실수였다.
"짹?"
갑작스레 고막을 때리는 요란한 경적.
뱁새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속도를 줄이지 못한 트럭이 이미 코앞까지 와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던 그는 신호가 빨간불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설령 이 시점에서 날아오른다 해도 트럭을 피하는 건 불가능.
차에 치인 뱁새는 곡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 땅에 처박히더니,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황새는 부리를 비틀고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등잔 밑과 스마트폰 앞은 어두운 법이지. 길로 다닐 때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지 말라는 격언을 몰랐는가?"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