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암살
그의 꿈은 암살자였지만 아무도 응원하지 않았다.
안 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키 3미터. 체중 970킬로그램.
종족은 멧돼지 수인.
비겁한 걸 싫어하고 모든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길 좋아해, 유년기에는 모범적인 학생이라며 표창까지 받았다.
누가 봐도 전사의 소질이었으나 그는 기어코 암살자가 되었고, 드디어 첫 임무를 배정받았다.
목표는 인류왕국의 기밀 정보를 순수왕국에게 보내고 있다는 혐의를 받던 관료.
표면으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체포는 못하지만, 그 목에 돈이 걸려있다면 누구든 암살 표적이 된다. 이번엔 그 기회가 멧돼지 암살자에게 찾아왔을 뿐이다.
드디어 실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뜬 지령서를 받자마자 애용하던 대형 전쟁망치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돌지이이이인! 돌진적 암살의 시간이다!"
그는 인류왕국의 기사도 정신을 방불케 할 만큼 자신의 맹세를 철저히 지키고, 실천하는 사나이.
"암살! 암살! 저돌맹진암습! 멧돼지 암살자가 나가신다!"
수레가 길을 막으면 수레를 부쉈다.
벽이 앞에 있다면 벽을 부쉈다!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지나가고 있을 때도 예외는 없다!
···뭐, 앞을 지나갈 때까지 잠깐 기다려 주기는 했지만.
부순다. 부순다. 부순다!
태산같은 몸은 벽을 무너트리고, 강철 송곳니는 나무를 찢어발긴다!
멧돼지 암살자의 암살은 어디까지나 직진.
무서울 정도로 정도(正道)를 굽히지 않는 정면승부!
"결코 돌아보지 않는 직진암살!"
"뭐, 뭐야?"
"하하하하하! 나의 완벽한 계획 앞에 대응조차 못했는가?"
"그니까 너 뭐냐고!"
"보다시피 멧돼지 암살자다!"
"너같은 암살자가 세상에 어딨어!"
문답무용!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에게 날아드는 영수증은 멧돼지 암살사의 대형 전쟁망치였다!
"끄웨에악!"
"암. 살. 완. 료!"
***
멧돼지 암살자가 직진암살을 달성하고 며칠 후.
전(前) 013 암첩 기사단 단장이자 현 암살 클랜 그랜드 마스터로서 모든 암살자들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던 제피 쉐도우리버는 그 암살과 관련된 보고서를 보며 깊고 딥한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목표가 죽었으면 암살은 암살이지. 그래. 암살하긴 했네."
제피 또한 '도살귀신'이란 이명이 있었고, 상대가 보복이나 다른 계획을 떠올릴 엄두도 내지 못하게 암살 현장을 일부러 처참하게 꾸미기도 했다.
멧돼지 암살자의 방식은 제피에게 있어서 좀 많이 신선한 스타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제피조차 단 하나만큼은 용납하지 못했다.
"근데 얘 시말서는 제대로 써오라고 해라. 받은 청구서 누락된 거 없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의뢰비 7할이 손해배상금으로 나가면 어쩌라는 거야. 누군 땅파서 사람 죽이나."
비싼 대신 누구보다 빠르고 시끄럽게 목표를 해치우는 암살자.
바르고 정직한 멧돼지 암살자의 돌진전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작가의말
박신! 박신! 박-----시이이이이이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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