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별
그 돌은 공허한 우주에 이온과 먼지로 만들어진 긴 꼬리를 남기며 노래했다.
우주를 여행하는 사람이 별의 노래를 듣고 왜 노래하냐고 묻는다면 별은 이렇게 답하리라.
"그야~ 나느은~ 별이 니~~~까아~"
실로 우아하면서 완벽한 논리였다.
노래란 마음이 움직였을 때 저절로 나오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법이니까.
돌은 오랜 세월 별과 별 사이를 여행했다.
별들이 자아내는 중력권과 자기장을 지나왔다.
별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위상공간 안에서 독자적인 물리법칙이 정립된 차원들을 숱하게 경험했다.
오랜 시간이 그의 몸을 스쳐 갔지만, 충동과 즉흥에 몸을 맡긴 채 부리는 노래가 끊긴 적은 없다.
노래하면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수많은 군중 앞에서 노래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른 별들은 너무 넓은 위상공간에 흩어져있다. 문자 그대로 다른 차원에 있었다.
우주의 곳곳에 서식하는 불경한 짐승들을 상대로 노래해본 적도 있지만 허사였다. 고대신의 옛 권속이자 알파를 섬기는 불경한 짐승은 노래를 듣지 않는다. 오로지 알파만을 위해 가련한 성대를 울리며 그들만을 위한 굉음을 연주할 뿐이다.
언제부턴가 짐승의 영역에 출현하기 시작한 우주 괴수들도 노래의 청중이 되기엔 어려웠다. 몸에서 검은 돌이 자라는 우주 괴수는 모든 걸 포식 대상으로 여기는지 끝없는 파괴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실망적이었지만, 그런 실망도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였다.
얼마 전, 돌은 우주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체를 발견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임을 파악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오, 안녕!"
그건 어떤 차원에서도 통하는 만능의 인사. 인사를 보냈다면 반드시 답신이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불경한 짐승은 대놓고 무시하고, 우주 괴수는 파장을 역추적해 포식하려고 달려오지만 말이다.
답신이 돌아오지 않는 건 지성을 일깨울 파장조차 없는 완전한 인공물.
기적으로 가득한 이 우주에서 완전한 인공물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물건이었고, 돌의 흥미를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조심스레 인공물의 내부를 살핀 돌은 그 안에 기묘한 수식이 적힌 황금 원판을 발견했다.
은하 공용어조차 사용하지 않은 조잡한 구성이어서 해석에 애를 먹기는 했지만, 돌은 황금 원판 안에 어떤 별의 숫자 표기법과 원소 분포율, 그리고 무엇보다 우주에서 정확한 위치를 확정하는데 필요한 절대 위상 좌푯값을 알아냈다.
이렇게 작은 세공이 가능한 곳의 생명체라면 분명 엄청난 숫자가 밀집해 있으리라.
거기서 노래한다면 분명 최고겠지. 엄청난 박수를 받을 수 있으리라.
꿈으로 기대가 잔뜩 부푼 돌은 황금 원판에서 얻어낸 좌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지구와 몹시 닮았으며, 바다 괴물과 사이비 종교와 글러 먹은 위정자와 사악한 마법사와 우주에서 온 괴생물과 기후재난까지 이겨낸 50억의 인류가 살던 별이 1/4만 한 크기의 운석을 맞고 완전히 끝장나기 1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
뭐, 단순한 호의라 해도 받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면 그건 재난 아니겠는가.
- 작가의말
스페이스 쁘띠 호러 .feat 스텔라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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