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물음
시골 영지 아센의 흔한 등굣길.
트롤과 소꿉친구였던 양아치 엘프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얏!"
트롤은 항의하는 대신 눈을 동그랗게 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말주변이 없는 건 둘째치고, 너무 황당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엘프는 소꿉친구의 살점을 입 안에서 야무지게 오물거리더니, 이윽고 목 아래로 꿀꺽 삼키기까지 했다.
"트롤은 무슨 맛일지 궁금해서."
"···그래서 무슨 맛이었어?"
"으음, 약간 질기지만 탄력 있는 소고기 육회?"
"그렇구나."
그건 숲에서 지성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인 엘프와 막대한 재생력을 가진 트롤로 구성된 콤비이기에 가능한 장난.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엘프나 트롤이 아닌 학생들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어? 저거 이빨 자국 아냐?"
"그것보다는······."
"키스 마크라거나?"
"설마하니? 아니 그야 쟤 둘이 소꿉친구라지만······."
"먹었다고?"
"어떤 의미로 먹었다는 거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란 말이다!"
"잘 보니까 어깨에만 자국이 있는 게 아닌데."
"그러니까, 몇 번이나 했다는 뜻이구나?"
"그야말로 트롤···. 몬스터······!"
한창때의, 여러모로 불끈불끈한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입과 귀를 거쳐 갈 때마다 살이 붙었다. 점점 수위가 높아져 갔다.
이 일화는 후일, 불사자 마을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이 되는 지경까지 이른다.
뭐, 주변에서 뭐라 하든 트롤과 양아치 엘프는 여전히 같이 등하교하는 소꿉친구 관계였지만 말이다.
***
"아얏."
"엄살은. 그래봤자 금방 회복되면서."
"그렇기는 하지만. 먹을만해?"
"아침에 입 심심할 때는 딱 좋아. 어디 사는 트롤이 담배를 못 피우게 해서."
"으음."
"할 말 없지? 담배 뺏어간 누구 씨."
"어쩔 수 없지. 담배보다는 내가 건강할 테니까. 마음껏 먹어."
"담배는 타협하지 않으시겠다? 정말이지 쓸데없는 데서 완고하네."
"미안. 요령이 없어서."
"나니까 이 정도로 끝나는 거야. 다른 엘프였으면 벌써 죽었을 거라고."
"으, 으응."
"다른 엘프가 물려고 하면 도망가거나 나한테 와야 해. 알았지?"
"그, 그렇게 할게."
오늘도 등굣길에서 트롤을 한 입 베어먹은 양아치 엘프는 다른 엘프를 주의하라고 엄중히 경고한 뒤, 트롤보다 조금 앞장서서 걸었다.
그녀는 엘프. 숲의 영역을 침범한 자들을 살려두지 않으며, 식인도 서슴지 않는 숲의 최상위 포식자.
외부와 교류를 끊은 일족 중에서는 그녀의 가족만이 유사시를 대비해 숲과 아센을 오간다.
이 때문에 그녀와 그녀 가족의 식인 습성은 일족 중에서 가장 약한 편에 속했으나, 엘프 자체의 피가 묽어진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그녀의 기다란 귀는 장식이 아니다. 초월적 청력을 가지고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교실에 앉은 채로 한 층 전체의 소문을 수집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그녀는 상당히 외설적으로 부풀려진 트롤 포식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었다. 둔하고 요령 없는 트롤과는 달리 말이다.
알면서도 굳이 진상을 밝히지 않았다. 트롤을 무는 걸 그만두기는커녕 오히려 횟수를 늘렸다.
이것은 트롤과 식인종 엘프이기에, 소꿉친구인 둘이기에 성립되는 행위.
뒤에 있던 트롤은 절대 볼 수 없었지만, 오늘도 자신의 소유물에 마킹을 끝내 우쭐한 표정이 된 양아치 엘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작가의말
『순애』 뿐이다! 이 세상에는 오로지 『순애』만이 남는다!
식인도 순애처럼 다루면 순애가 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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