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454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3.05.21 23:43
조회
37
추천
2
글자
7쪽

116. 소환

DUMMY

소환술 경연대회가 열리자 많은 마법사가 참가해 저마다 소환술 기량을 선보이고, 소환수와의 유대를 뽐냈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 그룹에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다.

동시 소환이나 거대화······. 때로는 유대를 확인하기 위한 댄스도 과제로 올라왔다.

그렇게 갖가지 볼거리로 충분히 뜨거웠던 경연대회도 어느덧 결승.

대회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려면 어떤 과제를 제시해야 할까. 심사위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마지막은 역시 화려한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일단 물량을 보이는 건 제외합시다. 작년 결승처럼 되면 대참사에요."

"자기가 소환한 파리 여왕과 결혼한 사람 말이죠. 전 그때 심사위원이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소환 기량하고 유대 하나는 정말 뛰어났는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작년에 심사위원이었던 마법사들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우승 퍼포먼스와 우승 인터뷰가 최악이었지."

"비겁한 반칙이나 뇌물을 썼다거나?"

"구시대의 소환 마법진을 똥 닦는 데 썼다가, 치질 때문에 흘러나온 피로 계약했다는 이야기가 우승 소감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거기서 사랑이 싹터서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로맨틱하고?"

"···녜?"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불행히도 작년에 참가한 마법사들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거기다 우승한 기념이라면서 자식들을 일제히 소환했지."

"파리 여왕과 소환사의 자식이라면······."


올해 처음 참가한 심사위원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사고를 정지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파리 여왕에게 어울리는 표현으로 하자면······. 변기에 쏟아낸 대변.

어느 쪽이든 되돌릴 수 없다.

한번 배설한 내용물은 물을 내리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음이니!


"그날, 한창 식사 중이던 파리 인간 8천 7백 마리가 회장에 나타났다네."

"아, 아아아······. 으아아아아······."


듣기만 해도, 상상만 해도 아득해지는 광경이었다.

타락의 정점인 파리 여왕의 자식들이 무엇을 먹고 있었을까. 그 손에 묻어있던 황갈색 점액의 정체는 무엇이었는가.


"그,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번 대회가 열린 거죠?"

"관객 전원에게 기억 소거 마법을 썼다네."

"동의 없이?"

"전원에게 동의받고."

" "

"그 뭐냐. 아무래도 잊고 싶은 순간이었겠지. 그런 장면은."

"확실히, 공감되는 이야기네요."


신참 심사위원은 주저 없이 완드를 꺼내 자기 머리에 겨누고 기억 소거 마법을 시전했다. 섬세한 마음이 부서지기 전에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쏟아진 물은 손으로 다시 담을 수 없지만, 마법은 물이 쏟아지기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다.

당시 현장 증인으로서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야 했던 고참 심사위원들은 그녀가 진심으로 부러웠지만, 질책하지는 않았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건 그들이었다.


"어, 어라? 저희 지금 무슨 얘기하고 있었죠? 맞다. 결승 과제 정해야 하잖아요. 나 왜 완드를 들고 있지? 설마, 나 기억 소거 마법 썼어요? 내가 나한테?"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네. 그럴 만한 일이 있었어. 또 자기 머리에 한 방 쏘고 싶은 게 아니면 더 묻지 말게나."


고참 심사위원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결승 과제를 정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확실히 그렇네요. 으음, 여기서는 심플하면서 화려하게, 강력한 파괴력을 과제로 삼는 게 어떨까요?"

"힘의 과제인가. 나쁘지 않겠군."

과제가 발표되자 첫 번째 소환사는 동방 제국 지방의 용을 소환해냈다. 인류왕국과 순수왕국 지역과 달리 뱀처럼 긴 몸을 한 용은 구름과 안개를 두른 채 허공을 돌다, 포효 한 번으로 천장에 균열을 일으켰다.

12인의 심사위원이 평가한 총점은 모두 합쳐 116점.

파괴력은 충분했으나 소환술식의 최적화 실패로 인해 주어진 소환 시간을 초과한 게 감점 요인이었다.

두 번째 소환사는 대조적으로 아주 빠르게 소환을 끝마쳤다.

그리고 소환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소환 마법진을 양피지도 없이 허공에서 병렬로 전개했다.


"분명 보기엔 화려한데······."


침착하게 두 번째 소환사를 지켜보던 최고령 심사위원은 턱수염을 어루만졌다.


"정작 소환수가 보이지 않는군. 몸을 숨기는 타입의 소환수인가? 자네. 이번 과제는 은밀성이 아니라 파괴력일세."

"파괴력을 보여드리기에 앞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심사위원님?"

"흐음? 설마하니 파괴의 개념에 대해 철학적인 논쟁을 할 셈인가?"

"그건 아닙니다. 그저 이 대회장이 얼마 정도 하는지 알아야 해서요."

"갑자기 부동산인가······."


심사위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렇다 해도 베테랑 프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법.

감정보다 대회의 진행을 우선시한 심사위원은 그의 요청에 차분히 답했다.


"대충 생각하면 1,400억 원쯤 되지 않을까 싶네만. 어차피 틀리겠지. 대충 그렇다고 해두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 소환수는 1,400억 원 만큼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쿠르릉!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균열이 일었던 천장 한쪽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붕괴했다.

포효의 여파는 아니었다. 무너져 내린 부분은 균열에서 멀었고, 인위적이었다.


"뭐였던 겐가. 지금 건!"

"선생님! 떨어진 파편을 보십쇼. 뭔가 있습니다!"


다른 심사위원의 말에 최고령 심사위원은 시력 강화 마법을 걸고 파편을 응시했다.

확실히, 무언가가 표면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흰색에 살짝 주황빛이 도는 곤충.

구더기로 착각할 수도 있었으나, 그건 구더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파편 위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턱으로 파면을 깨부수고 있었다.


"저건, 개미인가?"

"흰개미입니다. 보통은 목조 건물을 주식으로 삼고, 저와 계약한 애들은 돌과 나무를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건물을 먹는다니. 참으로 두려운!"

"부동산 킬러······!"

"하, 하지만 일개 개미 아닌가. 여왕만 제거하면 저렇게 작은 개체는 번식이 어렵겠군. 그래서야 파괴력은 없지 않나?"

"아, 제가 설명이 부족했군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흰개미 소환사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스산한 한기가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퍼져나갔다.


"흰개미는 이름만 개미일 뿐, 가깝기로는 바퀴벌레에 가깝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그 말을 들은 즉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120점 만점 중 120점.

용도 경외심과 환상을 자극하는 좋은 소환수였으나, 흰개미는 이를 뛰어넘었다.

부동산을 주식으로 삼는 바퀴벌레라는 건 심사위원들에게 현실적인 파괴였고, 소름 끼치는 공포 그 자체였던 것이다.

두려워하고 경계하라. 당신의 집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새하얀 군단을. 부동산 시세를 먹어치우는 광란의 포식자들을.


작가의말

서울에 흰개미가 나왔다는 뉴스는 3천자 만큼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5 Sp 002. 바위공주 (1) +1 23.10.17 14 1 12쪽
224 199. 현자와 용사와 기사 +1 23.09.20 25 1 26쪽
223 198. 판타지 사상 가장 오래된 궁극의 질문 +1 23.08.19 33 1 10쪽
222 197. 금도끼 은도끼 +1 23.08.17 30 1 3쪽
221 196. 불새 23.08.16 33 1 2쪽
220 195. 박힌 돌 +1 23.08.16 27 0 4쪽
219 194. 초전도 Ai 마왕 +1 23.08.09 28 0 6쪽
218 193. 마왕 3 +1 23.08.08 27 0 7쪽
217 192. 퇴마소녀 2 +1 23.08.04 26 1 5쪽
216 191. 초전도맨 +1 23.08.03 25 1 3쪽
215 190. 노랫소리가 멎는 날에 +1 23.08.02 25 0 4쪽
214 189. 닥터피시 +1 23.07.29 27 0 3쪽
213 188. 뱁새와 황새 23.07.23 60 2 3쪽
212 187. 꿈 +1 23.07.22 29 2 3쪽
211 186. 드래곤의 벌레 퇴치 23.07.21 23 1 4쪽
210 185. 매미 23.07.20 30 2 2쪽
209 184. 사망 플래그 23.07.19 27 1 7쪽
208 183. 호밀밭의 저격수 23.07.17 28 1 3쪽
207 182. 다큐멘터리 4: 꿈의 세계의 서큐버스 +1 23.07.16 29 1 6쪽
206 181. 힘을 숨긴 헤어스타일 +1 23.07.15 25 1 3쪽
205 180. 누구나 아는 동화 +1 23.07.14 28 2 6쪽
204 179. 사천왕 2 +1 23.07.09 34 2 9쪽
203 178. 하얀 털의 유니콘 23.07.08 25 2 7쪽
202 114. 말 23.07.08 97 1 7쪽
201 177. 서큐버스 23.07.07 39 1 7쪽
200 176. 현자 표류기 3 +1 23.07.06 28 2 4쪽
199 175. 성녀 3 +1 23.07.05 28 2 5쪽
198 174. 수술 23.07.04 28 2 3쪽
197 173. 흡혈귀 3 23.07.03 33 1 6쪽
196 172. 사천왕 +1 23.07.02 30 1 9쪽
195 171. 현자 표류기 2 23.07.01 27 2 9쪽
194 170. 호위 +1 23.06.30 31 2 4쪽
193 169. 도시지기 2 / 빵타지아 +1 23.06.29 41 2 5쪽
192 168. 다큐멘터리 3: 기사돼지 +1 23.06.28 32 2 5쪽
191 167. 사제폭탄 23.06.27 46 1 3쪽
190 166. 꿀잠의 던전 23.06.26 30 1 6쪽
189 165. 암살 2: 멧돼지 암살자의 공포 23.06.25 30 2 7쪽
188 164. 책 사냥 23.06.24 29 1 3쪽
187 163. 셀카 23.06.22 30 2 2쪽
186 162. 좀비 식당 23.06.21 33 2 4쪽
185 161. 해와 달이 되지 않은 오누이 / 요리 3 +1 23.06.20 32 1 9쪽
184 160. 소환 2 23.06.19 30 2 5쪽
183 159. 현자 표류기 23.06.18 34 1 7쪽
182 158. 마녀를 물에 계속 던져라 23.06.17 49 2 2쪽
181 157. 전생자 5 23.06.16 39 2 9쪽
180 156. 갈색 털의 그리폰 +1 23.06.15 35 1 10쪽
179 155. 인외도서전 +1 23.06.14 36 1 7쪽
178 154. 성녀 2 23.06.13 27 1 5쪽
177 153. 성녀 23.06.13 33 2 6쪽
176 152. 천하제일검 +1 23.06.13 37 2 4쪽
175 151. 흡혈귀 2 23.06.12 30 2 4쪽
174 150. 미팅 2 23.06.12 30 1 5쪽
173 149. 미팅 23.06.11 34 1 3쪽
172 148. 여우와 두루미 23.06.11 55 2 5쪽
171 147.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1 23.06.10 38 2 10쪽
170 146. 마녀를 물에 또 던져라 23.06.09 29 2 4쪽
169 145. 인어와 청년 23.06.09 26 2 5쪽
168 144. 귀신의 집 23.06.09 30 1 7쪽
167 143. 마왕 2 23.06.08 27 1 8쪽
166 142. 완벽한 은하냉면을 만드는 방법 23.06.08 35 2 6쪽
165 141. 북풍과 태양 2 23.06.08 32 1 4쪽
164 140. 인어공주 세 자매 +1 23.06.07 34 1 6쪽
163 139. 숲의 친구 +1 23.06.06 35 2 12쪽
162 138. 사이비에게 어울리는 것 23.06.05 31 2 7쪽
161 137. Ai 2 23.06.04 32 1 6쪽
160 136. 별 23.06.04 33 2 4쪽
159 135. 다큐멘터리 2: 사얼거민 +1 23.06.03 36 1 5쪽
158 134. 사막 2 +1 23.06.03 35 1 6쪽
157 133. 사막 +1 23.06.02 32 2 4쪽
156 132. 광부 23.06.02 26 1 5쪽
155 131. 굴러온 돌 23.05.31 28 2 4쪽
154 130. 고문 23.05.31 30 1 7쪽
153 129. 북풍과 태양 23.05.31 31 2 2쪽
152 128. 강도 2 23.05.30 38 2 3쪽
151 127. 흡혈귀 23.05.30 39 2 4쪽
150 126.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23.05.29 38 1 3쪽
149 125. 마녀와 빗자루 +1 23.05.29 43 1 6쪽
148 124. 각오 X 결의 +1 23.05.27 49 2 8쪽
147 123. 1억 년 버튼 23.05.26 40 1 5쪽
146 122. 209℃ 와플 오디세이 23.05.25 77 2 4쪽
145 121. 안경 23.05.24 35 1 3쪽
144 120. 물음 23.05.24 41 2 4쪽
143 119. 뱀 23.05.23 52 1 2쪽
142 118. Ai 23.05.23 34 2 5쪽
141 117. 약 23.05.22 37 2 3쪽
» 116. 소환 23.05.21 38 2 7쪽
139 115. 뱃사람의 지혜 +1 23.05.21 55 1 5쪽
138 113. 전생자 4 23.05.20 75 2 4쪽
137 112. 과자의 집 +1 23.05.19 38 2 3쪽
136 111. 늑대와 양 23.05.19 69 2 4쪽
135 110. 산중 호걸 23.05.18 37 2 4쪽
134 109. 게임 판타지이기에 +1 23.05.18 30 1 10쪽
133 108. 암살 23.05.17 32 1 3쪽
132 107. 배달 23.05.17 41 1 5쪽
131 106. 현상금 사냥꾼 23.05.16 34 2 3쪽
130 105. 어둠의 자식들 23.05.16 37 1 2쪽
129 104. 마신 2 23.05.15 46 2 5쪽
128 103. 좋은 놈. 한가한 놈. 안 튀면 죽는 놈 23.05.14 31 1 6쪽
127 102. 버섯 23.05.13 34 2 4쪽
126 101. 복수 23.05.13 31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