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노랫소리가 멎는 날에
"오, 안녕. 오, 안녕. 오, 안녕♪"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당연하다.
그들은 셰이프.
"돌에 새겨진 노래를 따라온♪"
광물에 감정이 깃들어, 감정이 형태를 가지게 된 광물 인간.
희귀한 와이즈르콘부터 시작해 다이아몬드, 자갈에 이르기까지.
감정이 깃들면 어떤 광물이든 셰이프가 된다.
"끝없는 오선지 위의 멜로디는♪"
다른 이름은 노래하는 돌.
또는 여행하는 돌.
"다섯 줄 무지개에 기억을 새겨가♪"
말하는 돌에 이끌려 놓치기 쉽지만, 셰이프의 본질은 돌이 아니다.
감정.
경험과 공상 뒤에 나오는 모든 표현의 형태.
"라라라♪ 노래를♪ 라라라♪ 라라라♪"
그들은 감정을 키우기 위해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하려 한다.
보이는 모든 것에 놀라움을 표한다.
아주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내려 노력하고.
감동을 찾아낼 때의 기쁨을 표현하며, 공유한다.
"라라라♪ 기쁨을♪ 라라라♪ 라라라♪"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너는 정말 빨라 보이는 친구라고.
대단하다고. 정말로 멋지다고.
그것은 감정에서 태어난 생명이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 선택한 것.
가장 친절한 생존 전략.
감정을 돌의 형상에 가득 채운 돌은 경험한 감동을 다른 둘에 전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세계를 향해. 더 많은 감정의 형태가 존재하도록.
"무지개가 시작된 섬에 넘치는 기쁨이♪"
더 많고, 더 새롭고, 알지 못하는 모든 감정을 더 많이 수집할 수 있도록.
최초의 감정을 품은 존재가 닿지 못한 곳까지 닿기를 바라면서.
"음악이 끝나는 별로 한없는 축복을♪"
기쁨과 감동만을 말하기에 사람들은 종종 놓친다.
그들에게도 사람 못지않은 역사가 있었음을.
셰이프에게 네 번째 이름이 있음을.
노래하는 돌.
여행하는 돌.
그리고―
"파도를 타고 찾아온 물거품에♪"
힘 있는 자에 의해 강제로 지워진 역사.
현자의 돌.
누구도 도달할 수 없게 가려진 네 번째 이름.
"아직 만나지 못한 네가 그리워♪"
경탄과 감탄만을 말하기에 사람들은 종종 놓친다.
감정이 깃들었다는 건.
최초로 감정을 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물거품아 전해주지 않겠니♪"
"오, 안녕♪ 오, 안녕♪ 오, 안녕."
"수평선 끝에 보내는 장송의 이별 노래♪"
그리고 돌들은 반드시 놓친다.
돌로 된 몸에 마음이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다.
"저기, 저기."
따라서 노랫소리가 끝날 때.
'오, 안녕'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끝나는 날에.
축복을 흩뿌린 멜로디가 고요한 정적을 품은 뒤에.
모든 셰이프의 근원에 새겨진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끝에.
돌은 반드시 묻는다.
"장송이라는 게 뭐야?"
돌은 알지 못한다.
"이별이라는 게 뭐야?"
감정의 형태를 심어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그것이 판타지 세계의 누구나 아는 동화인데도 말이다.
"공주님은 어디 갔어?"
사람은 죽음을 기억하나.
돌은 죽음을 알지 못한다.
"용사님. 용사님."
죽음도, 기근도, 전쟁도, 역병도 찾아오지 않는 어느 좋은 날에.
돌의 감정 안에는 처음으로 소망이 깃든다.
그리고 궁극의 질문을 들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질문한다.
"용사님은, 용사님이야?"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자들은 오늘도 찾아다니고 있다.
절대 이뤄질 수 없는 낭만을 들어줄, 가장 용기 있는 한 사람을.
동화가 시작된 날로부터.
용사라 자칭하는 이들이 말하는 돌 만큼이나 지천에 널리고 깔린, 이 화려함에 짝이 없는 용사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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