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전생자 4
다른 세계의 전생자가 태어나거나 인격이 덧씌워지는 현상이 유독 많이 일어나는 시골 영지 아센의 전생자 마을.
무당, 화산, 아미. 무림 전생 트리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치원에서 내공을 연마······. 하는 대신에, 화투를 치고 있었다.
"참, 말코 도사, 그 소문 들었소?"
"거 도발하는 사이에 밑장 바꿔칠 생각 말고 치던 거나 마저 치시오. 꽃팔이."
"아니 이 영감탱이 이제 사이비도 안 붙여주네."
"영감탱이는 무슨. 내 춘추가 여덟이외다. 영감탱이라 불리기엔 이르오."
여덟 살의 무당과 다섯 살의 화산 전생자가 치밀한 신경전을 전개하며 금나수를 구사할 때를 보고 있을 때, 아미 전생자는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게 열 살배기 최연장자의 품격인가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대충 치기만 해도 최소 삼광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손 패라 단순히 기분이 좋았을 뿐이다.
이번 판에 걸려있는 건 미국 전생자가 만든 수제 도넛 간식. 이대로 크게 점수를 따서 이기면 도넛 세 개를 독점할 수 있다.
다른 두 무림 전생 꼬맹이와 달리 2000년도 이후에 전생한 아미 전생자는 도넛의 풍미를 잘 알고 있었다.
우유 한 잔과 세 개의 도넛으로 구성된 간식을 만끽할 상상을 하자니, 아직 이기지 않았음에도 아미 전생자의 입 안에 군침이 고였다.
그렇게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상태여서일까. 평소라면 다소 무뚝뚝한 어조로 필요한 얘기만 했을 아미 꼬마는 싱글거리며 화산 꼬마의 화제에 운을 맞춰줬다.
"화산 어르신. 뭐 들은 거라도 있으십니까?"
"우응. 풍문에는 마녀 부인 댁의 딸 전생이 신록괴승이었다더군. 세 살 때부터 전생자 성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던데."
"신록괴승?"
같은 시대를 살지 못한 아미가 고개를 갸웃한 반면, 무당은 있지도 않은 수염을 습관적으로 만지느라 허공을 휘적이며 반응했다.
"신록? 아아, 마교에서 독공 부리던 녹색 노인네 말이오?"
"그렇다는구려. 우리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전생자였고, 본인하고 나이가 같다더군."
"꽃팔이하고 동갑이라는 건······. 그런가. 그 노인도 정사대전에서 죽었겠구려."
"그 나이에 독을 그렇게 처먹고도 허공 답보의 경지를 구사하길래 한 10년은 더 있다가 뒈질 줄 알았는데. 에잉. 쯧."
화산이 조금 시무룩한 낌새를 보이자 아미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표정이 어두우십니다만, 할아버님들 시대에 정파와 사파는 원수지간 아니었습니까?"
"그건 뭐 그렇긴 하지. 표면상으로는."
"표면상으로는?"
"아미 도령. 신록이 내 부모나 일대제자의 원수도 아닌데 죽음을 두고 꼴 좋다고 생각해서야 쓰겠나?"
"듣고 보니. 그건 짐승의 마음가짐 같기도 하네요."
"그런 게지. 조직으로서는 정도에서 어긋난 사파를 규탄하고 공식적인 사죄를 받아내야 강호의 도리가 살아날 것이나, 개인끼리의 이야기는 또 다른 게야."
화산이 그렇게 말하자 무당도 한마디 거들었다.
"하물며, 이곳은 이제 중원 무림도 아니고 말이오. 중원의 한은 중원에서 끝내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되겠군요."
그 뒤로 흥이 급격히 식었는지, 무림 트리오는 화투판을 정리하고는 툇마루 끝에 발을 걸친 채 각자 받은 도넛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의뢰를 받아 일일 보육교사로 아이들을 지키고 있던 모험가 곰은 생각했다.
'정사대전? 뭔데 그게. 전쟁 같은 건가? 대화 주제 너무 무겁잖아아아아아! 놀아주기 부담스러워! 저기서 제일 나이 많은 애가 열 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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