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애니메이션 세계의 소년은 언제나 혈기 왕성.
생각보다 행동이 너무 앞서서 실수가 일상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그를 존경했다.
당연하다. 애니메이션에선 등장인물이 많이 움직이는 게 미덕이니까.
어느 날 소년은 너무나 궁금한 게 생겼고, 진리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시련과 만남, 사건이 그를 스쳐 가길 어언 반년.
그는 마침내 진리가 사는 집을 찾아냈다.
조금만 더 신중히 주변에 묻고 다녔다면 진리가 옆집에 살고 있었다는 걸 진작 알아챘을 것이다.
그래도 소년은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주인공이라면, 그 자질은 성인용의 심오한 걸작이 아니라 식사 시간에 밥 먹으면서 가볍게 보기 좋은 시시한 이야기의 주인공에 더 가까웠으니까.
"가장 먼 지름길로 찾아온 아이야. 그래서 무엇을 알고 싶은 게냐?"
진리가 질문을 요구했고, 소년이 물었다.
"태양은 맨눈으로 못 보잖아?"
"아무래도 그렇게 되는 편이지."
"야한 장면은 정체불명의 빛으로 가려지고."
"아무래도 방송 심의 문제가 있으니까. 성인 애니메이션 세계는 다른 차원이고."
"즉, 태양은 우리 세계에서 가장 야한 게 아닐까? 항상 빛나잖아!"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결론에 다다랐구나."
의외로 매끄러운 삼단논법이었지만 착지점이 안쓰러운 주제였다.
소년이란 혈기 왕성하며, 항상 불끈불끈한 시기를 살아가는 자.
소년 시기 특유의 멍청함과 망상이 6:4의 비율로 섞인 칵테일 같은 질문에 진리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싸매 쥐었다.
"···여기선 '정답이다, 소년!'이라고 말해줘야 하는 건가?"
"물으러 온 사람한테 질문을 던지면 어떡해."
"···그 진리는, 직접 마주해서 아는 수밖에 없어."
"그렇구나! 역시 진리는 모든 걸 알고 있었어!"
진리가 대충 던진 말에 소년은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가, 눈을 부릅뜬 채 찬란히 타오르는 태양을 응시했다.
***
그리고 응급조치와 진료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전치 3주입니다. 붕대는 1주일 정도 뒤에 풀도록 하죠."
소년은 태양을 뚫어지게 응시한 대가로 코피를 쏟으면서 병원을 찾아야 했다. 마침 옆에 소꿉친구인 소녀가 없었다면 놀이터 한가운데서 눈을 부여잡고 안쓰럽게 굴러다니고 있었으리라.
소년이 넘어지지 않게 부축한 소꿉친구는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그래서 태양은 제대로 볼 수 있었어?"
그러자 소년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당당히 말했다.
"아아, 만족했어. 정말로 대단했거든."
"그, 그렇···. 구나."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어야지.
깊게 생각하길 포기한 소꿉친구의 머릿속에는 태양을 향한 호기심보다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게 자리했다.
여름이었다. 매미는 아직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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