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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438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3.05.27 15:04
조회
48
추천
2
글자
8쪽

124. 각오 X 결의

DUMMY

"자~! 주문하신 요리 나왔습니다. 만일 맛이 없다면 할복으로 사죄하도록 하죠!"


그 식당의 주인은 허풍쟁이거나 호탕한 성격이었다. 어느 쪽이든 기다란 가방을 들고 와 평범하게 점심이나 먹으려 했던 킬러와 죽이 맞는 성격은 아니었다.

킬러는 전문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직업.

요리사가 아무런 지식도 근본도 없는 손님에게 요리를 두고 막말 섞인 지적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듯, 킬러는 가볍게 자살하겠다는 투의 발언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 말에 각오는 있나?"

"···녜?"


식당 주인은 잠시 고개를 갸웃한 뒤, 이내 '그런 설정을 좋아하는 손님이시구나!'라는 얄팍한 결론에 도달한 채 조금 딱한 손님의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킬러가 일반인이라면 마음 씀씀이가 좋다고 평가할 일이나, 여기에선 목숨을 시궁창에 버리는 선택이었다. 그것도 파워풀하게. 농구 골대를 때려 부수는 슬램덩크처럼.


"후후후. 손님의 입맛 하나 만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허투루 일해오지는 않았습니다."

"흥. 일단은 믿어보도록 하지."


암살 타겟···. 이 아니라, 요리는 매콤한 제육 덮밥.

···그 덮밥을 베이스로 한 이 식당만의 시크릿 메뉴 2. 스페셜 매콤 제육 덮밥 터보 에디션.

킬러에게 주어진 장비는 수저 한 세트와 물 한 컵. 물수건 하나. 단무지 약간과 김치 한 접시.


"자, 그리고 이 타이밍에 이걸 추가해 드리죠."

"이건······! 같잖은 짓을 하는군. 셰프."

"아아, 업계 용어로는 '서비스'라고 부른답니다."


느닷없이 제육 덮밥 옆에 엔트리 해온 것은 된장국! 평균치보다 일부러 조금 많은 양의 된장을 투입한 된장국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킬러의 위장을 도발하고, 집중력을 분산시켰다.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된장이 이렇게 맛깔나게 풀어졌어. 된장국은 그렇게 말하며 킬러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혹되지 않았다. 사사로운 정에 휘둘리는 킬러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는 제육 덮밥을 정확하게 평가하겠노라고 속으로 다시금 결의했다.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통찰!

필요한 것은 밥과 고기의 밸런스를 흩트리지 않는 균형감!

필요한 것은 고기의 산을 뚫고 그릇의 바닥에 도달하리라는 믿음!

마지막으로, 미래에 누적될 체지방을 용서하는 관용!

이 미덕을 품에 안고, 킬러는 총과 나이프 대신 수저를 쥐었다!

어째선지, 옆에서 지켜보다 멋대로 흥이 오른 식당 주인은 기묘한 자세를 취하며 킬러의 완식을 재촉했다.


"자, 손님! 그릇에 숟가락이란 이름의 검을 꽂으시지!"

"숟가락이 검이라면 물컵은 방패인가······."


듀얼이 시작되었다.

절제된 손놀림으로 밥과 고기를 알맞은 비율로 퍼 올렸다. 베어 문 직후 입안에 퍼지는 것은 강렬한 매운맛. 이어서 고기와 밥이 뒤섞인 절묘한 탄력이 입 안에 몰아친다.

목 넘김 후 입 안에 남는 건 덮밥의 열기와 잘 볶은 양파의 단맛. 그리고 복병이 되어 자극하는 마늘향.

시간차로 몰아치는 맛의 폭력은 상대에게 휴식을 허용치 않는 삼연속 스트레이트 펀치와 같았다.

이 덮밥은 특별함 없이 양과 매운맛으로만 승부해온다.

고집이 느껴질 정도로 지극히 정석이나, 이 덮밥은 정석이기에 왕도라는 이름에 어울렸다. 곧은 직선만을 관철하는 왕자의 고동이 수저 위에서 대열을 이루니, 천지가 명동할 스태미너가 킬러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랐다!

여기서 '맛있다!'라고 외쳐야 하는 걸까?

아니다. 그거야말로 함정!

첫술에 스태미너를 발산해 버리면 완식은 불가능. 밥을 남기게 되고 만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대결 이전에, 요리의 재료를 제공한 농업인들에 대한 크나큰 결례 아니던가.

그렇기에 킬러는 숟갈 대신 젓가락을 들고- 김치를 한 번에 두 장 집어 덮밥에 얹었다!

정석에는 정석으로.

독에는 독으로.

매운맛에는, 압도적인 힘으로!

김치를 더해 혀를 마비시킨 킬러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나아간다. 멈추지 않는 이상 식사는 계속된다. 그 앞에 완식이 있다. 그걸 알기에 킬러는 멈추지 않았다.

순식간에 체력이 감소해간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 신진대사가 몸에서 체력과 열기를 방출한다. 템포가 무너지는 걸 염려해 물은 마시지 않았다. 목이 막히면 된장국을 대신 마셨다.

그러나 체력이 얼마나 떨어지든 위장은 움직인다. 호랑이처럼,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별똥별처럼! 중력을 거스르면서 위액을 분비하고, 소화를 촉진한다! 누가 레이싱 카처럼, 가혹한 시대에 맨몸으로 저항하는 레이디 고다이바처럼 위풍당당한 그의 위장을 막으랴!

숟갈이 춤춘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땀마저 아름답다.

이것은 이미 식사라고 보기 어렵다.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단막극이요, 서커스였다. 이름을 붙이자면 식사보다는 ‘식사기교’라 부름이 옳았다.

예상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킬러의 페이스 조절은 완벽했다. 끈기와 용기를 가지고 고기의 산 앞에 투쟁한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어, 광기의 산맥을 방불케 하던 덮밥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완식. 이것으로 Q. E. D. 나. 배부름."


달칵. 마지막으로 휘두른 숟가락이 젓가락 옆에 가지런하게 놓이고, 킬러는 여태껏 마시지 않았던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입 안을 휘젓는 난폭한 불은 꺼지지 않았으나, 한껏 달아오른 기운을 갈무리하기 위한 한잔으로는 충분했다.


"정말 대단한 손님이야. 내 평생 이렇게 맛있어 보이면서도 멋있게 밥을 먹는 사람은 처음 보는군."


식당 주인은 코 밑을 쓱 훔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떤가. 우리 집의 특별 메뉴는? 천하일미지?"

"그래. 자신이 있기에 목숨을 건다는 건 알았다."


여기서 인정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킬러에게도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다. 순수하게 패배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이 승부의 행방을 오랜 친구에게 묻기로 했다.

바로, 가방 안에 숨기고 있던 샷건에게 말이다!


"억지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여기선 내 샷건의 의견을 듣고 싶군!“


샷건이 총구를 열고 그 의지에 힘차게 답했다.


"예아 베이베! 탁월한 선택이야. 누군가 죽는 자리에 내가 빠질 수야 없지!"


두근. 두근. 두근.

갑작스러운 총기의 등장에 모두가 긴장한 채 시선을 집중한 가운데, 샷건은 불을 뿜는 대신 한번 더 총구를 열고 조심스레 말을 더했다.


"···근데 난 샷건이잖아. 덮밥이 맛있는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나는 남한테 맛을 보여주는 것밖에 못 하는데."

"앗."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

킬러는 반론하지 못했다. 역시 총은 언제나 현명한 답을 알고 있었다.


"훗. 어쩔 수 없지. 나의 패배를 인정한다. 값을 치르도록 하지."

"좋은 승부였네. 값은 만 팔천 원일세."

"제법 비싸군."

"요즘 물가에 특대 사이즈였으니 합리적인 가격이네만."

"과연. 맛과 가격엔 타협하지 않는다는 건가."


식당 주인과 킬러가 큭큭대며 카운터로 향한 그때, 구석에서 모든 걸 지켜보다가 중재할 타이밍을 놓친 도시지기는 눈을 껌뻑이며 생각했다.


'미친놈들이신가. 밥 먹는데 무슨 지랄이야.'


작가의말

오늘은 패러디 대잔치네요. 늘 그렇듯이 다 맞추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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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195. 박힌 돌 +1 23.08.16 27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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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193. 마왕 3 +1 23.08.08 27 0 7쪽
217 192. 퇴마소녀 2 +1 23.08.04 26 1 5쪽
216 191. 초전도맨 +1 23.08.03 24 1 3쪽
215 190. 노랫소리가 멎는 날에 +1 23.08.02 2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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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49. 미팅 23.06.11 34 1 3쪽
172 148. 여우와 두루미 23.06.11 55 2 5쪽
171 147.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1 23.06.10 38 2 10쪽
170 146. 마녀를 물에 또 던져라 23.06.09 28 2 4쪽
169 145. 인어와 청년 23.06.09 26 2 5쪽
168 144. 귀신의 집 23.06.09 30 1 7쪽
167 143. 마왕 2 23.06.08 27 1 8쪽
166 142. 완벽한 은하냉면을 만드는 방법 23.06.08 35 2 6쪽
165 141. 북풍과 태양 2 23.06.08 32 1 4쪽
164 140. 인어공주 세 자매 +1 23.06.07 34 1 6쪽
163 139. 숲의 친구 +1 23.06.06 35 2 12쪽
162 138. 사이비에게 어울리는 것 23.06.05 3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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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36. 별 23.06.04 33 2 4쪽
159 135. 다큐멘터리 2: 사얼거민 +1 23.06.03 36 1 5쪽
158 134. 사막 2 +1 23.06.03 35 1 6쪽
157 133. 사막 +1 23.06.02 32 2 4쪽
156 132. 광부 23.06.02 26 1 5쪽
155 131. 굴러온 돌 23.05.31 27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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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29. 북풍과 태양 23.05.31 31 2 2쪽
152 128. 강도 2 23.05.30 38 2 3쪽
151 127. 흡혈귀 23.05.30 39 2 4쪽
150 126.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23.05.29 38 1 3쪽
149 125. 마녀와 빗자루 +1 23.05.29 43 1 6쪽
» 124. 각오 X 결의 +1 23.05.27 49 2 8쪽
147 123. 1억 년 버튼 23.05.26 40 1 5쪽
146 122. 209℃ 와플 오디세이 23.05.25 77 2 4쪽
145 121. 안경 23.05.24 35 1 3쪽
144 120. 물음 23.05.24 40 2 4쪽
143 119. 뱀 23.05.23 52 1 2쪽
142 118. Ai 23.05.23 33 2 5쪽
141 117. 약 23.05.22 37 2 3쪽
140 116. 소환 23.05.21 37 2 7쪽
139 115. 뱃사람의 지혜 +1 23.05.21 55 1 5쪽
138 113. 전생자 4 23.05.20 75 2 4쪽
137 112. 과자의 집 +1 23.05.19 38 2 3쪽
136 111. 늑대와 양 23.05.19 69 2 4쪽
135 110. 산중 호걸 23.05.18 37 2 4쪽
134 109. 게임 판타지이기에 +1 23.05.18 29 1 10쪽
133 108. 암살 23.05.17 32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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