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어둠의 자식들
4인 1실의 기숙사에 입실해 처음 룸메이트가 생겼을 때, 그는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여겼다. 실제로 그들은 매너가 좋고, 유쾌했으며, 청소도 성실하게 했으니까.
딱 하나 불만이 있다면, 해가 쨍쨍한 아침에도 커튼을 쳐두려고 고집한다는 점.
제대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는 퀴퀴한 냄새와 음울한 공기가 감돌았다.
서서히 자신을 짓눌러오는 분위기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기어코 화를 터트렸다.
"작작 해라! 너희가 어둠의 자식이냐!"
반년 만에 커튼이 걷히고, 여름날의 핫한 햇살이 방 안에 쇄도했다.
"끄아아아악!"
"아, 안돼!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온다. '그'가 오고 말 거야!"
절망과 공포가 뒤섞인 표정. 마치 세상이 끝났다고 외치는 듯한 절규.
고작 커튼을 거뒀다고 나오는 반응치고는 이상했다.
그들은 정말로 어둠의 자식들이었던 걸까?
그 대답은 창문을 통과해 방 안에 내려앉은 빛의 인간이 알고 있었다.
[찾았다 욘석들! 가출하면 아빠가 못 찾을 줄 알았냐?]
"크으윽. 분하다! 커튼만 안 걷었어도!"
"그러니까 내가 대화하고 설명은 중요하다고 했잖아!"
"친구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었냐고! 대체 친구의 유대는 어디로 간 거냐!"
"사람이 그렇게 쉽게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 전쟁 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았다 멍청아!"
"그렇구나!"
"애니메이션은 거짓말쟁이야!"
빛을 두려워하는 건 어둠의 자식들만이 아니었다. 가출한 빛의 자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룸메이트들이 비명과 함께 본가로 끌려간 뒤, 그는 정말 오랜만에 방 안에 들어온 상쾌한 바람과 햇살을 만끽했다.
그리고 뒤늦은 태클을 입에 담았다.
"거짓말쟁이는 무슨. 그건 네가 한 장르로만 인생을 배워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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