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사이비에게 어울리는 것
그는 춤을 추지만, 스테이지는 목재나 돌이 아니다.
손목을 튕기고, 손가락을 펜에 고정한 채로. 무대는 종이 위.
사이비 교단의 교주인 그는 인류왕국의 국교인 여신교의 교전에서 평가가 좋고 신비한 구절만 적당히 뽑아 표절한 걸 복음이라며 설파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원저작자에게, 다시 말해 여신교에게 향하는 일은 없다. 핵심 단어를 바꾼 복음은 사이비와 사이비 교단의 교주인 그를 구원자로 띄워줄 뿐이다.
내일 설교를 위한 '베끼기'를 끝낸 그는 신도들에게 보일 수 없는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쿠후후. 오늘도 좋은 복음이 완성되었구나."
"그래. 종교 팔이가 돈이 되지."
"누, 누구냐!"
혼자 있었을 방에서 들려온 비아냥에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그가 입은 교주 전용 예복은 옷감을 넉넉하게 사용했는데, 그만큼 옷감을 사용하고도 욕망으로 불려온 살집이 출렁대는 걸 숨기지는 못했다.
문을 등진 채 서 있던 건 보랏빛이 감도는 전신 갑주의 괴한.
말뚝 탄띠를 어깨에서 허리까지 가로질러 두르고, 허리에는 성수와 기름병이 달린 유틸리티 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도구와 벨트 버클에 달린 십자가 장식을 본 사이비 교주는 상대가 여신교가 보낸 청부업자라고 판단했다.
눈치와 머리 회전이 남다른 교주는 목소리를 들은 시점에서 이미 책상에 숨겨진 긴급 알람을 눌렀다. 필요한 건 그를 지켜줄 신도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비겁한 교단 놈들. 교세로 이기지 못하니까 암살자를 보냈는가."
"암살? 예전에 그런 일을 하기는 했지."
"이것도 이단 심판이라 할 텐가? 응? 어이가 없군! 떳떳하지 못하게 잠입해서 들어온 주제에 어디서 나를 벌하겠다고 말하는가! 내가 죄인이라면 너희는 더 심각한 죄를 저지른 인간. 아니. 짐승이다!"
"말이 많군. 그분이라면 중간쯤 말했을 때 네 얼굴을 날렸을 거다."
분명 거리를 두고 있었던 괴한은 바로 앞까지 다가와 교주의 앞니를 붙들었다.
그 잠깐 사이에 한눈을 팔았던 건 아니다. 단순히 너무 빠른 탓에 교주가 눈으로 따라가질 못했을 뿐이다.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조금 정정하도록 하지."
"끄아아악!"
옥수수에서 알갱이를 뽑아내듯 교주의 새하얀 앞니가 쑥 뽑혀 나왔다. 교주가 몸부림친 탓에 뒤편의 책상도 엉망진창이 되었고, 엎어진 잉크병에서 흘러나온 잉크가 책상에서 바닥으로 긴 선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마치, 걸쭉하고 검은 피처럼.
"우선, 나는 교단 소속이 아니다. 교단에서 신을 따랐던 건 선대였지. 지금은 어떤 관계냐 하면······. 그렇군. 그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나."
교주가 비명을 지르든 몸부림을 치든. 괴한은 교주의 팔을 비틀어 꺾는 것으로 간단히 제압하고는 문 앞으로 끌고 갔다.
이어서 문이 열리고, 교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번째로 정정할 건, 잠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이는 건 참혹한 파괴의 현장.
교주의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사이비 교단이 자랑하며, 마음만 먹으면 왕국 기사단 한 부대 정도는 상대할 수 있는 정예가 지키고 있었다.
그런 정예병들이, 지금은 전위적인 오브제가 되어 있다.
창문마다 한 명씩 신도들이 박혀 있었다. 대칭을 이루려고 했는지 반대편 벽에는 억지로 구멍을 뚫어 신자들을 쑤셔 넣었다.
천장은 무사했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고장 난 마차 바퀴를 재활용한 샹들리에에는 신도들이 박힌 채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천천히 회전했다.
참혹함. 힘과 사람을 테마로 한 전시회.
괴한은 그런 복도를 가리키며 이렇게 표현했다.
"잠입이 아니라 서프라이즈 예배를 했을 뿐이야."
"아니. 누가 봐도 폭행이잖아.“
몹시 지당하며, 사이비치고는 보기 드물게도 왜곡 하나 없는 정당한 표현이었다. 지금이라면 재판장에 올라가서 승소할 수 있는 쪽은 사이비 교주였다.
그러나 이 항의가 재판장에서 증언으로 채택될 일은 없었다.
수많은 신도를 거짓 복음으로 쥐어짠 사이비 교단은 이날, 인류왕국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된다.
요약컨대, 상대가 나빴다.
"아니. 예배다. 사람에게서 고름을 만들어 짜 먹는 벌레들에게 어울리는 예배지."
" "
"걱정하지 마라. 선대가 그랬듯이 예배를 했다고 사례비를 받지는 않으니까. 너희가 부정하게 쌓은 돈은 몰수하겠지만."
"그, 그건 보통 수탈이라고 하는데······."
"호오. 과연. 경험이 있는 자가 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군."
"네, 네놈. 아니. 선생님. 대체 정체가 뭡니까? 목숨만은 제발······!"
"멜티로제라는 이름을 아는가?"
그 이름에 창백했던 교주의 안색이 더 하얗게 변하고, 풍성했던 머리카락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모조리 빠져버렸다.
삽시간에 대머리가 된 교주는 그 이름에 엮인 일화를 떠올렸다.
흡혈귀의 적. 유적의 파괴자. 기적적인 미치광이.
악을 처단하는 워킹 바이올런스.
녹아내린 분홍.
성직자이자 죄수였던 여성.
멜티로제.
"아와와. 아와와와와와. 아, 아와와와와······. 아니, 그치만. 그럴 리가."
교주는 이름만 들어도 산산조각날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든 채 현실을 부정했다.
멜티로제의 공포를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있을 당시에 종교 팔이를 했다면 그녀가 직접 와서 서프라이즈 예배를 하고 갔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의 그는 사이비 교단의 교주다.
멜티로제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행보였다.
"하, 하지만 멜티로제는 죽었어! 흡혈귀들이 장례식까지 치러줬다고! 드라코 대륙의 모든 사기꾼이 그 장례식에 조의금을 보냈단 말이다!"
"그 장례식 박살 낸 게 누구라고 생각하나."
"앗."
"흡혈귀들이 격식은 좋아해서, 답례품 보낼 주소는 꼼꼼하게도 적어놨더군."
" "
"나는 멜티로제의 정의를 잇는 자. 멜티로제 2호."
한때 멜티로제 옆에서 그녀를 수행했던 2대째 멜티로제는 생존 의지를 상실한 교주를 끌고 가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예배당은 이단의 것이지만 불을 끼얹으면 그럭저럭 쓸 수 있겠지. 기뻐하도록. 죄를 회개할 시간이다."
십수 분 후, 화재 신고를 접수한 인류왕국의 소방기사단이 출동했을 때 2대째 멜티로제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남의 피와 땀과 믿음을 빨아먹는 해악이 둥지를 튼 타락의 전당에는 거기에 어울리는 것들만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화염과 죄를 뉘우치지 못한 숯덩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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