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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361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3.06.09 14:24
조회
25
추천
2
글자
5쪽

145. 인어와 청년

DUMMY

청년은 월척을 낚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바닷가로 향했다.


"큰 낚싯대! 큰 물고기가 잡히겠지!"


한 손에는 자기 키보다 훨씬 큰 낚싯대. 다른 손에는 서로 크기가 다른 뚜껑이 둘 달린 상자. 큰 쪽의 뚜껑을 열자 안에는 활기차게 꿈틀대는 갯지렁이가 가득 들어있었다.

거침없이 지렁이 무더기에 손을 파묻어 튼실해 보이는 걸 한 마리 꺼낸 청년은 능숙한 솜씨로 바늘에 갯지렁이를 달았다.

힘껏 휘둘러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 묵직한 손맛을 기대하면서 바다와 길고 긴 심리전을 시작했다.

물론 바다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아무리 기합을 넣고 낚시를 시작했다 해도 바다는 호수에서 자잘한 물고기 몇 마리를 낚아본 게 다인 청년에게 쉽사리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

적어도 낚싯대를 여럿 가져왔으면 좋았으련만. 청년은 우직하게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확실히 호수의 물고기보다는 크고 맛있는 물고기가 잡히기는 했으나, 서너 시간 동안 잡은 건 고작 한 마리였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선 비장의 수를 써야겠어."


상자의 뚜껑은 둘. 지금껏 손대지 않았던 작은 뚜껑을 열자, 거기엔 오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보석지렁이가 있었다.

물고기에게 절대적인 자극을 준다고 알려진 특상품이다. 갯지렁이는 직접 줍고 키웠기에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었지만, 이건 특별한 품종을 마법사가 마력을 줘가면서 길러야 하므로 상당히 비싼 축에 속했다.


"10번 던질 정도는 과금했지. 어디 성대한 가챠 타임을 시작해 보실까!"


던졌다 하면 SS급 이상의 물고기를 100% 확률로 낚는다 알려진 낚시···. 아니, 가챠가 시작되었다.


"어이쿠 시작부터 월척이!"


낚싯대를 드리우자마자 입질이 오자 청년은 환호성을 지르며 수면 아래의 것과 힘 싸움을 시작했다.


"느낌이 좋아! 상당히 묵직해!"


힘 싸움 끝에 직감적으로 끌어올릴 타이밍이라 판단한 순간, 청년은 기합을 내지르며 낚싯대를 뒤로 당겼다.

그렇게 해서 지상에 올라온 건······. 따개비가 잔뜩 붙은 철부츠.


"엣."


이어서 나온 것도 철부츠. 다음엔 헬멧. 건틀렛. 건틀렛. 그리브.


"어째서 갑옷 부품만 나오는 거야?"


결국 열 마리의 보석지렁이를 모두 사용하는 동안 청년은 갑옷 부품만 낚아 올렸다. 심지어 그마저도 흉갑은 못 건졌다.

좌절보다 황당함이 더 커서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낚싯줄을 드리웠던 지점에서 사람 형태의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 정체는 검은 피부를 가진, 어려 보이는 인어.

그녀는 손에 들린 보석지렁이를 마저 먹은 뒤, 꼬물꼬물 헤험치며 다가와 말했다.


"잘 먹었어요~"


휙. 인어는 청년의 발 앞에 오색 비단으로 포장된 커다란 물고기를 던져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건 허접한테 주는 경품♥"

" "

"다음엔 제대로 낚아봐♥ 미끼가 아까워♥"


인어는 혀를 내밀며 샐쭉 웃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청년의 얼굴에 물을 튀기면서 바닷속으로 돌아갔다.

청년은 거기서 낚시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낚은 갑옷. 아니, 더 정확히 하자면 바다신의 셋째 인어공주가 보석지렁이를 빼먹고 대신 걸어놓은 그 갑옷을 나중에 감정해보니, 판타지 세계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바위 공주를 섬기던 멸망한 나라의 기사가 입던 갑옷이었다.

멸망한 나라의 국장이 새겨진 부위 하나만 팔아도 청년과 그의 가족이 3개월은 일하지 않고 놀고먹어도 될 만큼 고고학적 가치가 뛰어난 물건에 그의 부모는 춤을 추며 환호했다.

성과 자체만 냉정히 놓고 보면 대수확이었다.

그러나 청년이 갑옷을 팔아서 번 돈을 집안 살림에 보탠 건 딱 절반이었다.

나머지 반으로는 보석지렁이를 박스 단위로 사들였다.


"시건방진 인어 꼬맹이······. 잡는다! 다음엔 잡는다! 절대로 잡는다! 반드시 잡는다!"


그 뒤로도 청년은 몇 번이고 바닷가에 가서 인어에게 도전했다.


"허~접♥ 허접♥ 허접♥ 허접~♥"

"이이이이익!"

"아하하하하하♥ 다음에도 맛있는 거 많이 가져와줘♥"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다음엔 진짜로 잡고 말겠어!“

"응응. 기다리고 있어줄게♥“


청년이 인어를 낚는 데 혈안이 되었지만, 셋째 인어공주에게 있어 그는 그저 재밌는 놀이 상대이자 훌륭한 간식 배달부였다.

현재까지의 낚시 가챠 성적은 청년의 전패.

가챠가 천장을 쳐서 셋째 인어공주가 낚여 올라올 날은 아직 까마득한 미래의 일처럼 보였다.

그리고 양쪽 다 어리기에 아직 알지 못했다.

만난 것은 우연이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서서히 끌려가고 있음을.


작가의말

그러나 이 이야기가 러브코미디로 발전하는 일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녹차가 러브코미디를 쓸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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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11. 늑대와 양 23.05.19 68 2 4쪽
135 110. 산중 호걸 23.05.18 36 2 4쪽
134 109. 게임 판타지이기에 +1 23.05.18 2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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