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미팅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남성들과 4 대 4 미팅을 약속한 이후, 그녀는 치밀하게 밑 준비를 해나갔다.
필요한 건 자기보다 못생긴 친구들. 너무 못생겨서 남성진의 반발을 사는 것도 곤란하니, 자기보다 살짝 못생긴 게 전제조건이었다.
평소에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귄 덕에 셋 중 둘은 아주 쉽게 구했다.
문제는 마지막 하나였는데, 도저히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전사처럼 우락부락하고 터프한 친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4 대 4로 만난다라. 이해했다. 결투로군!"
"아니아니. 단순한 미팅이라니까. 그보다 옷은 있어?"
"자매여. 우문아닌가? 전사라면 전장에 입고 나갈 드레스 코드를 갖춰두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대도 제법 유머 감각이 있었군! 흐하하하하하!"
아니아니. 그걸 유머 감각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뿐이야.
그렇게 말해서 무엇하랴.
혹독한 설산에서 자연과 싸우다 도시에 온 친구였다. 상식 차이 정도는 이해하기로 했다.
게다가 평소에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식으로 도시에 안 맞는 감성을 가져서 그렇지, 얼굴형이며 스타일만 따지면 상당한 미형이었다.
이정도면 데려가서 나쁠 것도 없으리라. 한 명쯤은 방향성이 특이한 사람이 있는 게 분위기를 살리는 데도 좋을 테고.
그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곰 가죽을 뒤집어쓴 시골 드루이드 친구에게 미팅 일정을 알려줬다.
***
그리고 미팅 당일.
"후후후, 너무 기다리게 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 "
미팅 장소에 나온 건 우락부락한 여전사가 아니었다.
스키니진과 캐주얼한 셔츠로 특유의 단련된 몸과 곡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경국지색의 모델이 거기에 있었다.
굳이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이날 미팅을 지배하는 건 평소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니던 시골 드루이드다.
자리에 모인 모든 여성진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싸워보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했다.
아니, 그보다 너 말투까지 다르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드루이드는 그녀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말했잖아? 전사라면 전장에 나갈 드레스를 갖춰둔다고."
" "
"미팅은 노는 게 아니야. 사냥이고, 전쟁이야."
생태계의 천부적인 에이펙스 프레데터(최상위 포식자)는 손쉽게 사냥한 사냥감······. 아니, 남성진을 이끌고 거리의 불빛 속에 녹아들었다.
각오의 차이를 뒤늦게 실감한 그녀는 드루이드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서운 아이······!"
- 작가의말
“폭탄인줄 알았던 애가 폭발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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