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뱀
뱀과 땅꾼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관계.
뱀은 영역에 들어온 자를 홀리거나 독으로 물어 잡아먹으며, 땅꾼은 그런 뱀을 잡아 생계를 이어간다.
이날 벌어진 것도 그런 관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결착은 그야말로 섬광처럼.
지면을 바람처럼 기는 뱀이었지만 땅꾼의 눈은 그 궤적을 놓치지 않았고, 행동을 예측해 진행경로 앞에서 나뭇가지로 낚아챘다.
"하핫! 기운찬 녀석이군. 좋은 뱀술이 되겠어!"
"크읏, 분하구나. 이봐 땅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나. 나를 놔주게. 그러면 산을 무사히 내려가게 해주지."
간교한 말에 독과 같은 위협이 도사렸지만, 땅꾼은 위축되지 않고 맞받아쳤다.
"헹. 머리가 잡혀서 물지도 못하는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래. 확실히 지금의 나는 널 물어 죽이지 못하지."
뱀은 수풀 속에 숨겨 뒀던 샷건을 꺼내, 방아쇠 끝에 꼬리를 감은 채 스산한 미소를 흘렸다.
"하지만 이 샷건의 생각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말할 기회가 주어진 샷건이 총구를 열고 소신을 밝혔다.
"예아 베이베! 총을 뽑았으면 방아쇠를 당겨야지!"
실로 총기다운 발상이었다.
샷건이 불을 뿜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땅꾼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모든 뱀은 교활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총을 다룰 만큼 특별히 교활한 뱀도 있었다.
훗날, 살아남은 땅꾼은 동료들에게 말한다.
뱀에게 홀리지 않더라도 뱀 따위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 작가의말
예아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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